|
2월에는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가 닥쳐올 전망이다. 50만~60만 명의 대학·고교 졸업생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며 새 일자리를 찾지만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는커녕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양산’에 열을 내고 있다. 2월의 참혹한 고용지표는 두렵기만 하다. 미취업생들에게 올해 역시 ‘취업’은 넘지 못할 장벽에 그치고 마는 것인가. 바늘구멍 뚫은 낙타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취업문 뚫기! 취업 성공자들을 통해 그 노하우를 배워본다.
취업 준비생 김희정씨(26·여)는 소위 ‘학벌 권력의 정점’ 서울대를 나왔다. 대기업의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재작년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20여 곳을 두드렸지만 서류에서부터 줄줄이 낙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어회화, 인턴십, 스터디그룹, 모의면접 등을 통해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암울할 뿐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3동에 위치한 서대문도서관. 오전 8시만 돼도 출입구 쪽 말고는 앉을 좌석이 없다. ‘백수 2년차’인 최병훈씨(28·남)가 눈이 빠져라 토익 참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소재 A대학을 졸업했지만, 대기업 입사에 실패해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그 옆자리에도 같은 처지의 김누리씨(26·여)가 ‘2급 한자능력검증시험’ 수험서를 펴놓고 있다. 이처럼 서울 시내 시립·구립 도서관에도 불경기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백수들의 비애는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9세 청년층의 지난해 12월 고용률은 57.8%로, 외환위기 여파로 침체됐던 1999년 5월의 57.0%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청년층의 작년 12월 경제활동 참가율(구직기간 1주 기준)도 61.9%로, 21년 전인 1988년 2월의 61.3%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통계가 이처럼 급속히 악화된 것은 작년 말 실물경기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부터다. 이렇게 극심한 취업난으로 미취업생들의 숫자는 늘어만 간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어떻게 뚫을까. 취업 준비생들의 고민은 한결 같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이 다가오면서 구직자들의 마음은 바빠졌다. 원하는 기업에 취업해야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게 마련.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라
최근 기업의 사원 채용 기준과 방식은 예전과 다른 새로운 트렌드로 가고 있다. 또한 기업마다 사원을 채용하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원 채용 트렌드를 미리 알고 합당한 취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선택받은 자’들의 말이다. 흔히들 ‘스펙(SPEC)’이라는 말로 통용되는 자격증, 토익 점수, 봉사활동, 공모전 수상 경력 등 갖가지 플러스 요인 중 대기업에서 ‘OK!’ 하는 스펙은 어떻게 쌓아야 할까.
2009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대건씨(28). 그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일찍부터 준비하고 관련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시절 꼼꼼히 경제신문을 구독하면서 다방면으로 지식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면접은 임원 면접과 실무진 면접으로 구분돼 실무진 면접에는 발표 면접이 포함돼 있다. 임원 면접에서는 일단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실무진 면접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심층 질문과 함께 관련 업무에 대해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 평가받게 된다. 그러므로 홈페이지 방문 등을 통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어떤 사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비전은 어떠한지 등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는 2005년까지만 해도 서울 소재 H대 국문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이씨는 군 제대 후 취업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신성대학 제철산업과 뉴스를 접하게 됐다. 생산직 중 꿈의 직장이라는 현대제철과 협약이 돼 있다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그의 귀를 간지럽게 한 것이다. 그 후 신성대학 제철학과 입학을 위해 수능시험을 준비해 2007년 재입학에 성공했다. 입학하자마자 자격증 준비에 들어갔고, 야간자율학습에 주말까지 자격증을 위한 특강이 이어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2년 동안 학업에 매진한 결과 금속재료산업기사, 제선, 제강, 열간 압연, 냉간 압연, ITQ(한글 파워포인트), 용접 등의 자격증을 취득 할 수 있다.
그는 “신성대는 입학 초부터 현대제철 입사라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나 학교에서 주최하는 각종 세미나, 해병대 캠프, 취업박람회, 영어강좌 등의 지원을 받아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었다. 이씨는 “이 같은 경험은 책과 인터넷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장 큰 재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현대제철이 아닌 GS칼텍스를 선택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에 성공한 것이다. 제철을 전공했지만 금속기초, 공업계와 관련 필요한 분야를 다양하게 공부함으로써 제철 회사에 국한되지 않고 정유 회사와 중공업체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 이씨는 “취업의 어려움을 남들보다는 일찍, 또 크게 느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그래서 필요한 학점과 자격증 취득에 보다 일찍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틈나는 대로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실패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장단점을 파악하라
최근에는 페이퍼 점수 대신 영어 말하기 평가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과거 토익, 토플 등 어학 성적만을 놓고 평가를 내리던 기업들도 이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토익 성적이 회화실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 영어회화 비중을 높인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최소한의 영어회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정된 입사 지원자들을 다른 분야의 자격요건에 상관없이 모두 불합격 처리시켰다. STX그룹도 면접 과정에서 영어 면접 비중이 커졌다.
오는 3월, ○○캐피털 회사에 첫 출근을 하게 될 김유리씨(28·여)는 영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입사에 성공했다. 업무 시 영어 사용이 많은 금융업계에서는 한국어 면접에 이어 영어 면접까지 완벽에 완벽을 추구한다. 해외 담당자와 통화할 일도 많고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하며 미팅도 자주 갖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 면접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했다. ‘얼마나 자신 있게 의사를 표현하고, 생각을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평소 영어 면접 준비를 특별히 하지는 않았지만 학교 다닐 때 교내 영어 동아리에서 2년 동안 활동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실 김씨는 K대 법과대학 출신이다. 법대 출신이라면 한번쯤은 다 해보는 고시공부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 때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국어 동시통역사를 꿈꾸며 2007년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지만 결국 그가 택한 쪽은 금융권이었다. 법대 출신에 중국어 대학원까지…. 일관성 없는 그의 이력과 전무한 자격증으로 금융업계 취업은 벅찬 상대였다.
“한 달 동안 한 스무 곳쯤에 이력서를 넣었나 봐요. 그런데도 연락 오는 곳은 반도 안됐죠. 떨어져도 좋으니 면접만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자꾸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자괴심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지인들의 조언과 인터넷의 정보를 활용했다. 금융업과 관계없는 스펙을 갖춘 것도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겠지만 진짜 문제는 다름 아닌 ‘이력서’와 ‘면접’이었다.
“채용 담당자가 1장의 이력서를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초, 길어야 2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구구절절 성장과정만 써놓았던 거죠. 이력서에 자기 PR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데, 제가 면접관이었어도 제 이력서는 안 봤을 것 같아요(웃음).”
덧붙여 그는 “면접은 인사 담당관의 머릿속에 자신이 역량 있는 인재임을 각인시키는 자리”라며 “면접관으로부터 예상외의 곤란한 질문을 받게 될 때는 매뉴얼화 된 답변보다는 자신만의 일관성 있는 논조로 말하면서 상황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처럼 기업 채용에서 탈락했다면 반드시 탈락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동종 업종으로 2개 기업 이상을 지원한다면 첫 번째 지원 기업의 탈락 이유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지원 기업의 탈락 이유도 동일할 수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심리적 여유를 가져라
취업 준비생으로 2년이란 시간을 보낸 은행원 이순일씨(34·남)는 “부모님에게 용돈을 얻어 공부하는 죄책감이 상당했다”며 “어렵게 서류전형에 통과해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면 자신감을 잃곤 했다. 스스로 ‘언젠가 꼭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제가 부족한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전공지식이나 영어회화에서는 크게 뒤질게 없지만 토론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꼼꼼히 읽고 시사 이슈에 대해 제 생각과 견해를 정리해서 꾸준히 기록했어요. 동료들과 토론도 하고 모의 면접도 자주 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했습니다.”
이씨는 면접 과정에서 여느 지원자들보다 은행에 대해 많은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뉴스레터를 꾸준히 받아보며 해당 은행 업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대학 재학 때 수강과목도 일부러 수출입은행 업무와 연관된 과목을 집중적으로 이수했다.
“먼저 목표를 정하는 게 중요해요. 자신이 원하는 일과 가고 싶은 직장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저학년 때부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점차 경력직 직원을 선호하면서 신입직이라도 경력 관리가 중요한 시대다. 즉, 인턴이나 계약직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자신의 경력 쌓기에 도움이 된다.
추진환씨(28)는 “바로 정규 직장을 구하는 것보다는 인턴이나 계약직 등을 통해 경험을 쌓고, 직종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는 취업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대학 재학 중에 반도체 설계교육센터(IDEC) 연구활동에 2년간 참여했고, 졸업 후에는 전자부품연구원 인턴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러한 경력은 그의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 인턴이나 계약직이 자연스레 정규직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직장을 옮길 때도 도움이 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직장체험 프로그램은 대졸자와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턴 취업과 연수 지원제를 통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부처를 비롯한 각종 공공기관과 일부 대기업에서 3~6개월간 경력을 쌓을 수 있다.
철저한 준비 없는 해외 취업은 ‘헛발질’
국내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다 보니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2003년에서 2008년까지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모두 6813명. 직종은 IT인력, 비즈니스 전문가, 간호사, 자동차설계 기술자, 항공승무원 등이 주류를 이룬다.
김미연씨(27·헤어디자이너)는 캐나다 앨버타 주에 있는 센트릭스 헤어숍 취업이 결정됐다. 앨버타 주도인 에드먼턴 다운타운 남서쪽에 자리 잡은 ‘웨스트 에드먼턴 몰(West Edmonton Mall)’ 안에 있는 헤어숍이다. 웨스트 에드먼턴 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유명한 곳이다. 그는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서 견문도 넓히고, 자기개발도 할 수 있는 기회가 국내보다 많을 것 같아서 지원하게 됐다”며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영어 실력을 쌓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어학공부는 물론 취업을 원하는 나라에 대한 기본지식 역시 꾸준히 습득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취업에 막연한 환상은 절대 금물”이라고 했다. 당초 계약과 달리 낮은 연봉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단순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취업 사기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아픈 경험이 있어서다. 사실 그에게 캐나다 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4년 막연한 꿈에 부풀어 해외 취업을 준비하던 중 어렵지 않게 취업이 돼 캐나다까지 날아갔다. 2년 동안 숙식 제공에 워킹 비자까지 해결해 준다던 업체 사장은 한 달 만에 그를 길거리로 내쫓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해외 취업 사기에 당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은 현재 무엇보다 값진 깨달음으로 남았다.
채용 기회는 정보력에 좌우한다. 대학의 취업 게시판이나 단과, 학과를 통해 접수되는 정보는 이미 누구에게나 노출된 정보로서 그 가치가 높지 않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를 통해 희망 기업의 모집요강이 언제쯤 발표되는지를 수시로 확인해 언제든 지원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메일로 원하는 업종이나 직종별 취업정보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이코노미플러스
김보람 기자
[출처]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취업 성공전략|작성자 빛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