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두현이도 벌써 두돌이니 아빠의 부재에 대해 느끼기 시작할 나이다.
“아이와 함께 공원에 종종 가는데, 공원에 온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나온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두현이는 아이와 함께 있는 남자 어른을 보면 모르는 사람인데도 달려가 ‘아빠’ 하고 부르며 매달려요. 그럴 때 냉정할 수 있다면 거짓말이죠.”
아이만이 아니다. 방은희 자신도 길을 가다 아빠가 아이를 무동 태우고 그 옆에 엄마가 아이 짐을 들고 단란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해진다고 한다.
“아이가 물어봐요. 왜 자기는 아빠가 없냐고. 전 아이가 이해를 하든 못하든 솔직히 말해요. ‘엄마 아빠는 지금 이혼해서 너에겐 엄마밖에 없다. 나중에 엄마가 좋은 아빠…, 아직은 모르겠다(웃음)’고요. 속이고 감춘다고 아이가 모르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의 말에 재혼할 생각이 있냐고 하자 “좋은 남자만 있다면 뭐” 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혼 후에 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 된 것 같아요. 사고의 폭도 훨씬 넓어졌고요. 그런데 남자를 보는 눈은 더 좁아졌어요. 나만 사랑해야 하고, 주위 사람에게는 다 못해도 나에게만은 잘해야 하고, 절대 바람피우면 안 되고(웃음).”이혼 후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하자 그는 “더 예뻐진 것 같다”고 한다.
|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주현과 함께 출연한 방은희.
“마음고생이 끝나서인지 다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해요.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가 끝날 무렵 나문희 선배가 그러더군요. 남들이 보면 성형수술한 줄 알겠다고.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얼굴이 전혀 다르다는 거예요.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졌다고요. 이번에 ‘꽃보다 아름다워’를 할 때도 친한 언니가 아예 대놓고 저에게 어디 고쳤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달라진 것은 얼굴만이 아니다. 그는 예전엔 술을 마시면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웃어서 탈이라고. “처음엔 일부러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노력했지만 이젠 진짜 즐거워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이혼 후 사고의 폭 넓어졌지만 남자보는 눈은 더 좁아졌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제 분위기가 좋았나봐요. 많이 나온 것도 아닌데도 연기가 좋았다며 벌써 출연제안이 두개나 들어왔어요. 아직 시놉시스도 안나왔는데 출연계약부터 하자는 거 있죠(웃음). 이 드라마가 정말 저에겐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잘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어요.”
그는 이제 눈앞의 인기에 급급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호흡이 긴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지금까지는 조급했던 것 같아요. 일이 하나 끝났는데 곧바로 다른 일이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힘들어했어요. 그것 때문에 방황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이젠 시청자들에게 과거의 방은희가 아닌 방민서로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자신이 있어요.”
그는 연기활동 외에 음반을 준비중이라고 비밀을 살짝 공개했다. 대학시절 뮤지컬 여주인공에 캐스팅될 정도로 제법 노래를 잘 불렀는데 공연을 앞두고 눈을 다치는 바람에 무대에 설 수 없었다고. 그래서 그후 다시는 노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 나이 또래가 편안하게 부르고 춤출 수 있는 세미트로트댄스같은 음악이 될 거예요. 돈을 벌겠다는 건 아니고요, 평생 내 노래라고 말할 수 있는 노래를 갖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요.”
그는 아픈 상처를 건드릴 때마다 때론 목이 메는 듯 말을 멈추기도 했지만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환한 웃음에 기자의 마음도 한결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꽃이 바람과 햇빛, 그리고 곤충들에 의해 상처를 받을수록 향기가 더욱 짙어지듯이 사람 역시 어려운 시련을 겪을수록 더욱 성숙한 향기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던가.
■ 글·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발행일: 2004 년 05 월 01 일 (485 호) ■ 쪽수: 376 ~ 381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