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거제의 시골 중학교는 전학년 6개반이라 과목당 선생님이 한명 뿐이었는데 2학년 초에 영어선생님이
갑자기 그만 두게 되어 한학기 영어 시간이 없어 지게 되어 궁여지책으로 농업 선생님이 영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시골 농고를 졸업한 농업 선생이 영어 수업을 맡게 된 것은 50년대 어릴 때 포로 수용소 시절 미군
장교 집에서 House Boy로 청소, 심부름등 집안 잡일을 거들며 몇마디 영어를 했던 경력 때문이었다.
영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니 수업시간에 하는 방식은 1과를 간단히 해석해 주고는 숙제로 다음 2과를 외어
오라는 것이었다, 다음날엔 돌아가며 외어 보라는 거였고 못 외우면 손바닥 회초리를 맞아야 했고 다음날엔
3과를 외어오라 하고는 한시간 내내 돌아가며 외어 왔는지 검사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4과를 외우는 숙제였고.
결국 입시 준비를 해야했던 나는 삼위일체등 문법책과 참고서를 사서 독학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그후 돌이켜
보니 한학기 내내 영어 교과서 한권을 전부 외었던 것이 영어 공부로는 최고의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다.
달리 회화 공부 없이 독해력 위주로 대학을 졸업한 탓에 막상 외국인을 만나니 입이 얼어 붙어 말이 잘 안나왔는데
1등항해사가 되어 입항하는 항구 마다 화물 하역 작업을 관리하고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제대로 의사
소통이 안되면 업무를 볼 수 없으니 기를 쓰고 공부하며 들이 대는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인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났다면 한달에 기십만원은 줘야 할 회화 선생이 널려 있다 생각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하이, 어디 사느냐, 결혼 했느냐, 집이 어디냐, 맥주 한잔 할려느냐 뭐라 대답하는 건 뒷전이고 부딪히고
봤는데 내가 잘못 알아 들으면 알아 듣게 쉽게 풀어도 주고, 그러다 집에도 가게 되고 배에 초청도하고 Pop 같은
대중 술집에도 같이 가게되고 하다보니 귀와 입이 조금씩 트여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영국 표준어라 사회에서 통용된다기 보다 서류작업 Paper Work 할 때만 주로
사용하였는데, 미식 영어 회화체는 Slang 속어에 약어에 욕설이 섞여서 전혀 다르다고 보면 된다.
"Wara gonna do?" = "What are you going to do?"
"I gonna go." =" I am going to go."
"Sup to You. = "It is up to you." 제대로 알아 듣기 어렵다.
ASAP (빨리), COD (사인), Jesus Christ (제기랄), SOB (이재명), Fuck (18) ....
문제는 t 발음이다, Seattle를 분명히 씨애를 이라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씨애를 하면은 못알아 듣는다. Twenty를
트웨니라 하면 못알아 듣는 이유가 t 발음이 없어지는 것 같은데 사실은 받침으로 들어 가 있는 것이다.
Seattle은 씨앹을 로 Twenty는 트웬ㅌ이, Italy는 잍을리 가 된다.
현대상선 선장할 때는 항로가 캐나다 뱅쿠버에서 샌프란시스코, LA를 거쳐 호주 시드니, 멜버른, 퍼스를 왕복
했는데 우리도 전라도 경상도 말이 다르듯 수륙 만리 떨어진 이 나라들도 다들 영어를 쓰긴 하는데 사용하는
용어와 액세트가 서로 다르다
특히 호주 영어가 다른데, Sunday Monday 가 순다이 몬다이, House는 헤우스, Mackay는 마카이 이런 식이라
미국 사람도 호주 가면 못알아 듣는단다, 그런데 호주 사람이 미국 영어 대화를 알아 듣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자주 보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아시아 아프리가 등에서는 정통 영어가 서로 잘 통하는데 학교에서 영국식 영어를 같이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무역종사자나 해운관계자는 영어를 잘하긴 하나 이상하게 일본어화 된 영어는 머리가 아프다.
더우기 일본어를 모르면 시내에서 밥한끼 사먹기도 어려워 뒤늦게 일본어 공부를 했는데 여행 안내서를 몇권
구해와 중학때 식으로 무조건 외웠는데 어순이 우리와 같아 단어 공부만 좀 하니 어렵지 않게 구사하게 되었다
언젠가 일본에 기항하니 젊은 대리점 친구가 영어 연습한다고 자기는 영어로 말하고 나는 일본어 연습차 일어로
말하며 영어와 일어로 대화하다 보니 보는 이들이 우습다고들 했다. 내가 일본어를 하면 큐슈 출신이냐고 하던걸
보면 아마도 부산과 큐슈가 가까우니 억양이 같은 모양이다.
말은 하지 않으면 잊어 먹는다 해서 지금도 CNN과 BBC, NHK를 자주 보는데 표준 영어를 주로 사용하여 어느
정도 알아 듣기는 하는데 시사 용어와 경제 용어, 그리고 약어가 많아 어렵기는 하나 그래도 자막이 있으니 편하고
폰에 사전과 Papago가 들어 있으니 그때그때 확인하기 쉬어서 좋다.
언젠가 이라크 전쟁 중에 CNN 동시 통역한다고 영어강사 정철을 불러 중계를 하는데
"Five eagles flying ...." "독수리 다섯마리가 날아 갑니다." 했다가 전쟁터에 무슨 독수리냐고 핀잔을 받았었다.
Eagle은 전투기 F-15의 별칭이다. 아마도 생활영어의 달인도 시사영어에는 약한 모양이다.
돌아가신 장인 어른이 해양대 2기생 선장이셨는데 625 때는 영어 통역관으로 종군 하신 영어의 달인이셨는데도
Time 지는 정기 구독하셨고, 8순이 되어도 ESS 학원에 계속 등록하고 영어 대화를 취미로 삼았는데, 첫 사위 만남에
영어 대화로 면접 받은 사람은 아마도 우리나라서 유일하게 내 밖에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