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인의 음악 (Music for millions, 44년) 흐뭇하고 감동적인 가족 음악영화

[아스팔트정글]

백만인의 음악

원제 : Music for Millons

1944년 미국영화

감독 : 헨리 코스터

출연 : 마가렛 오브라이언, 준 앨리슨, 호세 이투르비

지미 듀란트, 마샤 헌트, 휴 허버트

마리 윌슨, 해리 데븐포트, 래리 애들러

캐서린 밸포어, 헬렌 길버트, 메리 파커

매들린 리보, 에셀 그리피스

1944년은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오른 시기였습니다. 미국의 참전으로 연합군에 큰 힘이 되었고 '사상 최대의 작전'이라 부른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을 때 본토에서는 그들의 가족들이 애타게 남편, 아버지, 아들, 형제가 무사하길 기원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의 무사한 귀환과 격려를 위한 영화들도 2차대전 기간동안 등장했지요. 윌리암 와일러의 '미니버 부인' 같은 영화가 그랬습니다. 1944년에 등장한 '동경상공 30초'는 진주만 기습과 도쿄 보복공습을 소재로 한 영화로 2차대전이 종료되기 전에 빠르게 등장한 영화이기도 했지요.

셜리 템플 이후에 등장한 천재 아역배우 마가렛 오브라이언이 주연한 '백만인의 음악'은 이렇게 전선에 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힐링 영화입니다.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소녀'로 무한한 감동을 준 헨리 코스터, 그가 다시 음악영화를 통해서 흐믓한 웃음과 감동을 준 것입니다. 여기에 연기파 여배우 준 앨리슨이 합세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명성을 높인 호세 이트루비가 직접 본인 역으로 등장하고 역시 피아니스트 겸 배우로 당대에 활약한 지미 듀란트도 출연합니다. 음악의 대가와 천재 아역배우, 연기파 여배우, 거기에 실력있는 감독까지...선택에 주저함이 필요없는 영화지요. 더구나 매우 재미있고 웃기고 건전한 가족영화입니다. 2차대전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미국의 많은 국민을 위한 감동 힐링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7살된 꼬마가 홀로 기차에서 내려서 우두커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안스러운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마이크(마가렛 오브라이언) 라는 그 깜찍한 소녀는 분명 언니가 마중나올거라고 믿고 하염없이 역에서 기다리지요. 그 모습을 안스럽게 본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소녀에게 사연을 묻고 그 소녀의 언니가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이크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언니가 연주하는 극장에 도착하여 극적으로 언니 바바라(준 앨리슨)와 상봉합니다. 미처 편지를 받지 못한 언니는 갑작스런 동생의 출현에 반가워합니다. 하지만 바바라와 둉료들이 묵고 있는 기숙사는 개와 꼬마가 출입할 수 없는 곳, 바바라는 몰래 마이크를 데려오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관리하는 맥거프 부인의 눈에 띄지 않게 마이크를 머물게 합니다. 귀엽고 깜찍한 마이크는 바바라의 동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언니가 연주하는 극장에 몰래 가서 구경을 하지만 지휘자 이투르비의 눈에 띄고 맙니다. 바바라는 임신중이었고, 마이크는 바바라가 걱정되어 의자를 가져다 주려고 한 것이죠. 하지만 딱딱하고 엄격한 듯 하지만 마음씨가 고운 이투르비는 마이크를 사랑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임신중인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 언니와 아직 철부지 나이지만 열심히 기도하고 의외로 속 깊은 면이 있는 7세 동생 마이크, 이들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인데 바바라는 남편이 전쟁터에 간 군인으로 그의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의 무사함을 애타게 기원합니다. 하지만 바바라의 생일이 지나버려도 편지가 오지 않는 남편 조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 바바라. 그런 와중에 조에 대한 안좋은 전보가 오고 그 전보를 발견한 동료 로잘린(마샤 헌트)은 바바라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비밀로 하려고 합니다. 동료들의 이상한 분위기, 그리고 몇 달째 오지 않는 편지, 바바라는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그런 와중에 언니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는 마이크, 예견된 비극에 안타까워하는 동료들, 급기야 가짜 편지까지 계획을 하게 되고.....하지만 영화의 엔딩에 예상치 못한 기적이 벌어집니다. 헨델의 메시아가 울려퍼지는 엔딩 장면은 정말 감동과 미소를 짓게 합니다.

헨리 코스터의 연출의 특징을 보면 크게 두 가지인데 음악을 사랑하고 깊은 신앙적 묘사를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소녀' '백만인의 음악' '노래하는 수녀' 등을 통하여 주옥같은 음악을 선보였고,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로 알려진 '성의'나 '사막의 여왕' '주교의 아내' '노래하는 수녀' 등을 통하여 가톨릭 신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그는 음악을 사랑하고 가톨릭 신앙심이 깊은 감독인거죠. 대체적으로 그의 영화는 따뜻하고 인간적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엔딩곡으로 헨델의 메시아를 활용한 것을 보면 역시나 신앙과 연관이 되어 있지요.

주연을 맡은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셜리 템플, 디아나 더빈 등과 함께 이름을 떨친 추억의 아역배우 입니다. 셜리 템플이 초등생 나이에 주로 활약했고, 디아나 더빈은 청소년기에 활약한 아역인데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유치원생 나이 정도에 이미 주연을 능숙하게 맡을 정도로 조숙한 소녀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영화가 제법 있는데 유명한 '푸른 화원(작은 아씨들)'을 비롯하여 '꽃피는 전원' '퀴리 부인' '마가렛의 여행' '악한 바스콤' '길잃은 천사' 등 입니다. 개봉작이 제법 된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백만인의 음악' 역시 국내에 1948년, 49년, 50년애 각각 상영된 작품입니다. 몇 차례 상영한 것을 보면 그 당시 인기가 있었던 작품인 것이죠. 그녀가 주디 갈랜드와 함께 공연한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는 40년대 칼라 뮤지컬 영화의 대표적 수작이기도 하죠.  '백만인의 음악' 촬영 시 겨우 7살 이었지만 당당히 타이틀의 맨 앞에 이름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언니로 등장한 준 앨리슨은 뛰어난 연기파로 알려진 배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연 '푸른 화원'이 유명하지요. 주인공 조를 터프하게 연기하며 '지저스 크라이스트' 대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라는 단어를 코믹하게 활용하여 드센 역할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엘리자베스 테일러, 자넷 리 같은 대스타들을 압도했습니다. 특히 그 영화에서도 마가렛 오브라이언과 자매로 나오면서 돈독한 콤비를 과시했습니다. 그 외에도 '글렌 밀러 스토리'에서의 애틋한 역할, '삼총사'의 콘스탄스 역 등 몇 편의 인상적인 주연작이 있습니다. 꽤 작은 키에 미모가 두드러진 배우는 아니지만 인상적 연기로 주연급 여배우로 활동했습니다. '백만인의 음악'에서는 우리나라에 알려진 다른 영화들보다 훨씬 젊은 27살에 출연한 영화라서 좀 더 여성스럽고 무난한 외모입니다. 마가렛 오브라이언과는 아주 콤비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 본인 역의 호세 이투르비는 스페인 출신으로 로체스터 필하모니 악단의 상임지휘자를 지낸 인물입니다. 그 당시에 출연한 작품이지요. 괴짜같은 성격의 악단 관리인 앤드류스 역의 지미 듀란트와 함께 유명한 음악인 2명이 함께 동반출연한 것입니다. 음악영화지만 다른 뮤지컬 영화와는 달리 노래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 지미 듀란트가 '움브리아고(Umbriago)' 라는 노래를 코믹하게 부르는 장면이 그나마 인상적 노래장면이지요. 공교롭게도 두 인물이 모두 피아니스트이기도 합니다. 지미 듀란트는 '토스카니니와 이투르비와 나'라는 곡도 슬며시 부르고 있습니다. 

음악영화이고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내용인 만큼 주옥같은 곡들이 등장하는데 엔딩 곡으로 헨델의 메시아가 합창과 함께 연주되고,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드뷔시의 연한 초록빛, 쇼팽의 왈츠, 빅터 허버트의 장난감 행진곡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1940년대 당시만 해도 관현악단에 여성 연주자는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들로 구성된 악단을 다루고 있지요. 요즘이야 관현악단에 많은 여성 연주자들이 있지만.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70-80년대 장면을 봐도 악단에 여성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바바라가 소속된 이투르비 악단에 많은 여성동료들이 함께 숙식을 하는 내용이니 여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바바라 남편 조의 비극적 전보를 대신 받고 그걸 알리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우정어린 친구 로잘린 역의 마샤 헌트는 가장 돋보이는 미모로 40년대의 미인 배우 중 한 명임을 과시합니다. 그레고리 펙의 동생으로 등장한 '사랑의 결단'에서도 꽤 빼어난 미모가 돋보였지요. 

유명한 작품을 제법 남긴 감독인데 이 영화는 온갖 영화가 블루레이 화질로 리마스터링 되는 와중에도 아직 HD화질본이 등장하지 않은 희귀작입니다. 마가렛 오브라이언, 준 앨리슨 등 40년대에 제법 인지도가 있던 배우들과 유명 음악인이 함께 한 영화인데 이상하게 차별을 받는 느낌이지요. 나중에 HD화질이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물론 DVD화질 정도의 영상은 있지요. 매우 따뜻한 음악 가족영화입니다.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깜찍한 연기가 너무 돋보이는 작품이지요.

ps1 : 마가렛 오브라이언과 지미 듀란트가 아이가 나오는 방법, 즉 황새와 천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아주 흐믓하고 재미있지요. 

ps2 : 헨리 코스터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소녀'에서도 유명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를 비중있게 출연시켰죠.

ps3 : 바바라의 우정있는 친구 로잘린 역의 마샤 헌트와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1년전인 1943년 '길잃은 천사(Lost Angel)' 라는 영화에서도 함께 공연했고 그 영화도 국내 개봉작입니다. 그런데 구하기 어려운 희귀작이지요. '백만인의 음악'에서 언니 바바라 외에 마이크를 잘 돌보는 역할이었는데 '길잃은 천사'에서의 콤비도 관심이 갑니다.

ps4 : 등장하는 여러 음악 중 지미 듀란트가 난장판처럼 부르는 움브리아고 영상 올립니다

https://blog.naver.com/cine212722/222836954054

[출처] 백만인의 음악 (Music for millions, 44년) 흐뭇하고 감동적인 가족 음악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