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말세 우물을 찾아서 1... (조치원을 지나며)
도덕과 질서가 타락하고 규범이 무너진 세태를 규정한 말세(末世)...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의 탄생한 때부터 재림할 때까지를 말세라 하고, 말세가
끝나면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한다.
최근 아이티, 칠레, 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지진도 말세가 온다는 징조인지...
하지만 스피노자의 말대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각오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다.
말세를 알리는 우물이 증평읍 사곡리에 있다하여 12일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대전에서 증평까지는 직행버스로 50분 정도 소요되지만 대전역에서 9시 5분 충북선
열차를 타고 떠났다. 대전역... 지금은 서울에서 호남지방으로 갈 때는 회덕역에서
직접 서대전역으로 통과하지만 옛날에는 대전역을 거쳐 가야만 하였다.
대전발 0시 50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목포로 가는 완행열차...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그린 ‘대전부르스’노래... 끈적끈적한 브루스 리듬과 가수 안정애
씨의 애절한 목소리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곡으로 1999년 노래비가 건립되었다.
고향이 대전인 사람들은 이 노래비가 대전사랑 추억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대전역 역사(驛舍)에는 거문도/백도, 홍도/흑산도, 매화/산수유축제, 논산 딸기축제,
제주 등 전국 관광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데 바람결에 나부끼는 소리가 요란하다.
관광을 갈 적에는 제값을 주고 가야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해외여행은 미리
사전 설명회와 노팁(No Tip), 노 옵션(No Option) 여행을 하여야 불편이 없다.
만일 여행코스와 입장료 등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현지 가이드에 의하여 함정에
빠지기 쉬워 짜증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다.
대전역을 출발한 열차는 신탄진을 지나 금강철교에 다다른다. 1950년 7월 15일
공주, 대평리까지 내려온 북한군... 공주철교와 대평리 금강대교, 신탄진 철교 등을
폭파하여 북한군의 남침을 방어하였지만 숫(數)적인 힘에 밀려 패배한 곳이다.
하지만 금강전투에서 시간을 끌게 함으로서 대전 방어에 이어 대구를 지킬 수 있었다.
전쟁에는 양편 모두 인적, 물적 피해가 많아 승자(勝者)가 있을 수 없다.
앞에 앉은 승객 둘이서 외설(猥褻)책을 읽는데 웃으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예술 책과의 구분하는 방법... 보고 나서 눈물을 흘리면 예술, 군침을 흘리면 외설...
애인과 같이 보는 건 예술, 친구랑 같이 보는 건 외설...
보고 나서 마음에 변화가 생기면 예술, 몸에 변화가 오면 외설...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으면 예술, 중요 부분만 골라 보고 싶으면 외설...
작가가 예술이라고 우기면 외설, 외설이라고 주장하면 예술...
연애 초기에 보면 예술, 말기에 보면 외설이란다. 여행길은 조치원을 지나 청주로...
증평 말세 우물을 찾아서 2... (청주를 지나며)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한마디 더하면 내 얘기 같으면 예술, 남의 얘기 같으면 외설...
볼륨을 키우면서 보면 예술, 줄이면서 보면 외설
신문 문화면에 소개되면 예술, 사회면에 소개되면 외설
친구한테 비디오테이프 빌려줘서 돌아오면 예술, 안 돌아오면 외설
주말의 영화에 나오면 예술, 5개를 만원에 빌리면 외설
안 봤는데도 본 척하면 예술, 봤는데도 안 본 척하면 외설
비디오 그냥 들고 나오면 예술, 까만 봉지에 넣고 나오면 외설
비디오 가게에서 제목을 크게 말하면 예술, 그냥 말없이 집어 들면 외설이란다.
조치원을 지나 오송역... 강외면 오송리다... 청주에서 볼 때 미호천 밖이라 강외면,
큰 소나무가 다섯 그루가 있다 하여 오송(五松)이란다. 이곳이 호남 고속철도의
분기점이라 한참 공사 중이다. 외곽으로 옮긴 청주역... 손님이 적다.
차라리 오근장역을 청주역으로 개칭하였더라면 예산이 줄었지 않았을까?
마치 고속철도 시발역(始發驛)으로 계획하고 신축한 광명역... 웅장하게 건설
하였지만 시발역은 다시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내수역을 지나 오른편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손병희 선생의 유허지다.
31독립선언 33인 대표 손병희... 동학(東學)에 입문한 그는 천도교라 개칭하고
제 3대 교주에 취임하여 문화 사업에 노력하였으며 훗날 31운동을 주도하였다.
10시 10분 증평역에 도착한다. 꿈과 희망의 도시... 변화하는 증평의 관광지도...
전국의 시군 단위의 관광지도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증평지도를 구할 수 없었다.
다른 시군은 주민등록번호와 성명만 입력시키면 ‘관광 책 송부 요청란’에 글쓰기를
하면 관광 안내책자를 구할 수 있는데 증평군은 쉽게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역동적인 국토중심도시... Dynamic한 증평... 역 광장에 있는 관광안내지도를 보니
말세 우물이 있는 사곡리 사청마을까지 5km... 남는 것이 시간뿐이니 걸어가자...
역에서 직진하여 두 번째 자동차 길로 우측으로 가는데 증평 단군전이 있다.
‘기원전 2333년전 백두산(태백산)에 나라를 세우시고 나라 이름을 배달이라고...’
쓰여진 안내문... 태백산과 백두산... 어느 곳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다.
단군(檀君)... 작년 대전 정림동의 단군전에 갔더니 檀君이 아니라 ‘황제’라는 뜻의
단제(檀帝)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국조를 폄하(貶下)하는
뜻에서 檀帝를 檀君으로 불렀단다. 또한 한민족의 말살정책으로 단군전을 못 짓게
하던 것을 해방 후 일본신사(神祀)를 소진철거(消盡撤去)하고 그 자리에 영정 등을
봉안하였다니 애국심의 발로(發露)가 아닐까? 이제 여행길은 증평대장간으로 간다.
증평 말세 우물을 찾아서 3... (증평에서)
단군 성조의 슬기롭고 높으신 홍익인간... 우리나라의 교육의 근간으로 계승되었다.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보다 더 좋은 말이 더 있는가?
하지만 나날이 급증하는 범죄... 과연 교육은 학교에서 전담하고 책임질 일인가?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범인처럼 부모의 책임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학교이며 그리고 사회의 책임으로 순서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금덩어리가 궤짝 속에 가득히 있는 것이 자식에게 한 경서를 가르침만 못하고,
자식에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이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는
한서(漢書)의 말이 생각난다. 여행길은 단군전 근처에 있는 증평대장간으로 갔다.
‘풀무를 차려놓고 시우쇠를 다루는 대장간... 쇠를 불에 달구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과 재료를 높은 온도로 가열한 뒤 물에 담가 식히는 담금질 처리로
이루어지는 대장간... 그 유래는 농경사회로부터 이루어졌단다.
기능 전승자로 지정된 최용진씨... 어려운 생활 속에서 외길 인생이 천직이 되어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발명왕 에디슨처럼 집념의 결과가 아닐까?
백년을 살 것처럼 일하고 내일 죽을 것처럼 기도하는 정신이 중요하다.
‘머리가 있는 자는 머리를 내 놓고, 머리가 없는 자는 몸으로 노력하고 입만 가진
자는 물러가라.‘는 어느 선인(先人)의 말씀대로 인생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일행 앞에서 시범을 보여주시는 최용진씨의 정성... 마음까지도 고우신 분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사곡리 말세의 우물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받으면서 걸으니 걸어갈 거리가 아니란다.
삼익아파트를 거쳐 화랑마트 앞의 주공 아파트... 사곡교를 건너 사청마을까지
50분은 걸었을까? 철길을 지나니 안내판이 있어 찾아갔다.
4각형부목 귀틀 아래에 석축을 쌓은 우물... 사계절 가뭄이나 장마철에 관계없이
일정 수위(水位)를 유지하며 겨울에는 물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물이 차단다.
옛날 노승이 이곳을 지나며 물을 얻어 마신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우물터를 잡아
주었단다. 노승은 이 우물이 세 번 넘치며 말세가 오니 그 때는 이 마을을 떠나라고
하여 말세 우물이라 하였단다. 실제로 임진왜란 때와 경술(庚戌, 1910년) 국치(國恥)
때 물이 넘쳤다고 전해지고 있단다.
인간이 만든 우물과 자연 속에서 나오는 샘... 우물은 마를 수 있지만 샘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공무원의 연금... 일시불로 탄다면 우물과 같고 매월 연금으로
탄다면 샘과 같다. 사업하는 자식이 하나라도 있다면 샘과 같은 연금으로 매월
수령해야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 오늘 여행 중에 소중한 것을
배우며 증평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증평 대장간과 말세 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