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밀면 vs 인천 쫄면 밀면이나 쫄면은 모두 냉면의 이복동생들이다. 부산을 고향으로 하는 밀면과 인천이 원산지인 쫄면 모두 탄생비화가 있다. 밀면은 냉면 재료가 없어서,쫄면은 면을 뽑던 기계 잘못으로 우연히 탄생했다가 후에 대박을 터뜨렸다. 밀면은 1950년대 중반 부산 남구 우암동 피란촌에 냉면집을 하던 정한금(84) 할머니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 함흥냉면의 재료인 감자가루는 귀했고,경상도 사람들은 질긴 함흥냉면을 먹을 줄 몰랐다.
대신 밀가루는 구호품으로 배급이 많았다. 그래서 나온게 함흥식 반죽에 밀반죽을 섞은 밀냉면. 밀냉면은 함흥냉면에 비해 덜 질기고 이 없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쫄면은 1970년대 초 인천시 중구 광신제면이란 냉면공장에서 태어났다. 직원이 면을 뽑는 사출기 구멍을 잘못 맞추는 바람에 평소보다 훨씬 굵은 면발이 나왔다. 냉면보다 탱탱하고 쫄깃한 그 면발을 버리기 아까워 이웃의 분식점에 공짜로 줬고,분식점 주인이 고추장 양념으로 비벼 팔면서 쫄면이 빛을 봤다.
밀면이 지역색 뚜렷한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새콤 달콤 매콤 쫄깃한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쫄면은 학교앞 분식점의 단골메뉴로,전국구 스타로 자리잡았다.
아직도 헷갈리나요? 스파게티와 파스타 스파게티는 '파스타'그룹의 일원이다. 긴 국수모양의 스파게티 외에도 수제비,만두 형태의 모든 '밀 음식'이 파스타에 포함된다.
흔히 아는 마카로니,꽈배기 모양의 후실리,조개 껍데기 모양의 콘길리에,나비모양의 파르팔레 등은 보기에도 앙증맞은 쇼트(short) 파스타다. 만두형 파스타에는 라비올리,토르텔리니 등이 있다. 국수처럼 긴 파스타는 굵기에 따라 '천사의 머리카락'으로 불리는 카펠리니,페델리니,스파게티니,스파게티 등으로 나뉜다. 링귀니는 동글납작한 면이고,페투치니는 칼국수와 비슷하다.
웰빙 면요리 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신문이 소개한 '간편하고 효과적인 웰빙 방법 20가지'에는 '파스타 많이 먹기'가 포함돼 있다. 스파게티를 많이 먹으면 수명이 연장되고, 당뇨병 위험이 줄어들며, 성생활이 더 좋아진다나 뭐라나. 밀가루도 밀가루 나름이다. 이탈리아에서 자라는 딱딱한 밀인 '듀럼 밀'로 만든 '세몰리나'라는 밀가루는 천천히 소화 흡수돼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한다고.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란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서 '그 이름도 듀럼 세몰리나/ 찬란한 황금빛 밀'이라고 찬양했다.
메밀국수도 웰빙 요리로 뜨고 있다. 부산 중앙손국수 강명진 사장은 "메밀이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많이들 찾는다"고 했다. 메밀은 단백질 함량이 높다. 비타민 B1, B2, 니코틴산도 들어있다. 메밀에 들어있는 '루틴'은 구충제나 혈압강하제 성분으로 쓰인다.
면발,극과 극 대만의 수타면 만들기 1인자가 한국에서 면뽑기 시범을 보인 적이 있다. 밀가루 반죽 하나로 그가 뽑은 면발은 무려 1만6천84가닥(2의 14제곱). 당연히 바늘귀에 면발을 꿰는 퍼포먼스가 뒤따랐다. 중국의 '허펀(河粉)'이란 면은 얇고 넓은 쌀국수인데, 너비가 2㎝를 넘는다. 허리띠를 국수로 먹는 셈이다.
'우동 한 그릇'과 '짜장면' 면에 대한 동화 두 편이 있다. 일본에 구리 료헤이의 동화 '우동 한 그릇'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안도현의 '짜장면'이 있다. '우동 한 그릇'의 배경은 '북해정'이다. 섣달 그믐날이면 찾아와 우동 한 그릇을 함께 먹는 가난한 세 모자. '북해정' 사장은 이들 몰래 면 한 덩어리에 반을 더 넣어 끓여낸다. 김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우동 한 그릇. 가족간의 사랑과 세상의 온기를 보여주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음식이 있을까?
안도현의 '짜장면'에는 중국집 '만리장성'이 등장한다. 가출한 열일곱살의 주인공은 여기서 배달일을 한다. 근처 편의점에는 짬뽕 한 그릇을 머리를 맞대고 나눠 먹는 다정한 노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이들에게서 '인생이란 짬뽕 국물을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에게도 못마땅한 일이 있다. 우리나라 어떤 중국집도 '자장면'을 팔지 않는데 기어이 '자장면'이라고 쓰라고 가르치는 어른들이다. '짜장면'은 그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열일곱 시절의 순수, 최소한의 자존심이다.
골동품? 아니 골동면 골동(骨董)하면 언뜻 생각나는건 골동품이다. 그럼 골동면은 유통기한이 엄청 지난 오래된 면인가? 아니다. 골동이란 말은 흔히 골동품을 가리키지만 여러 물건을 한데 섞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비빔밥의 또 다른 이름이 골동반인 것도 그 같은 이유다. 홍석모(1781~1850)가 쓴 동국세시기에는 '여러가지 채소, 배·밤,쇠고기 돼지고기 썬 것,기름·간장을 국수와 섞어 비빈 것을 골동면'이라 적어놓았다. 골동면은 비빔면인 셈이다.
라면,그 변신의 끝은? 까르보라면, 냉라면, 라면김치피자, 라면
그라탕, 최루탄라면, 라면
샤브샤브, 미소라면, 라면튀김, 누룽지라면, 생굴라면, 라면크로켓, 콩나물라면, 라면볶음밥….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라면'이라고 치면 뜨는 단어들이다.
음식의 갈래와 국경을 초월한 저 화려한 이름들을 보라. 재료는 육·해·공(?)을 망라하고, 조리온도는 냉탕과 온탕 사이를 넘나든다. 앙드레 김 선생님이 보셨다면, "인터내셔널하고도 퓨전한, 한 마디로 판타스틱한 라면 월드예요~"라고 말씀하실 일이다.
중국집에 짜장면 짬뽕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어깨에 지고 다니며 팔던 서민들의 국수인 '단단면'을 필두로 8가지 진기한 재료로 만든 '팔진탕(八珍湯)면',닭고기를 채로 써 가는 면으로 만든 입가심용 '기스탕(鷄絲湯)면',쇠고기 양념해서 데쳐 만든 '쇠고기탕(牛肉湯)면','수초(水炒)면' '야채탕면' '울면' 따위도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만날 수 있는 면들이다. 이젠 중국집에서 좀 색다른 면을 시켜보자. 품격이 높아질 것이다.
웃기는 짬뽕? 대따 짬뽕나! 모든 사람이 '짜장'이라 이야기할 때 홀로 "난 짬뽕" 하며 다른 길을 걷고자 했던 봉숭아학당의 맹구가 있었다. 남과 다른 선택을 했기에 '웃기는 짬뽕'이라 손가락질 받았고, 급기야 남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최근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짬뽕이 '짜증'의 동의어로 등장했으니, "열라 짬뽕나"가 바로 그것. 방송심의에 걸려 "대따 짬뽕나"로 바뀌긴 했지만, 짬뽕에겐 억울한 일이다.
성난 짬뽕이 말했다. "짬뽕국물 우습게 여기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강연회에서 '좋은 말 차림표'를 만들자면서 '웃기는 짬뽕'을 '몹쓸 사람이구먼'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자고 했다고 한다. 짬뽕에게 위안이 될 말이다.
아시아는 면을 사랑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 면의 대표선수를 뽑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짜장면'을 선택하지 않을까. 순수 중국식 '짜장면'은 '자장미엔(炸醬麵)'이라 부른다. 장을 볶은 면이라는 뜻으로, 검은색이 아닌 누런색을 띤다.
일본 하면 역시 소바와 우동이다. 관동지방은 소바, 관서지방은 우동이 유명하다. 소바는 원래 메밀을 뜻하는 말. 지금은 '소바키리', 즉 메밀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베트남은 쌀국수가 유명하다. 라오스에는 우리나라 칼국수와 비슷한 '카우삐악쎈'이 있고, 말레이시아에는 볶음국수 '미고렝'과 '차콰이테우'가 있다. '호끼엔미'는 싱가포르식 '짜장면'이다.
태국 면요리는 팟타이가 유명하다. 쌀국수 면에 달걀, 숙주나물 등을 넣고 양념장에 볶은 요리.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글=이상헌·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사진=이재찬기자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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