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순천향대학교 평생교육원 하모니카반 수강생 이근전입니다. "삼포로 가는 길" 녹음반주 파일을 첨부하여 보내드립니다.
한 학기가 이렇게 지나가는가 봅니다. 2014년 가을은 하모니카와 함께한 계절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수 이용씨는 "잊혀진 계절"을 노래했지만 저는 앞으로 "잊지 못할 계절"을 노래하며 살 것입니다.
어렸을 때 하모니카 소리에 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음이면서 살짝 겹지는 하모니카 소리는 코흘리개인 제 귀에도 매력있게 들렸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기어코 하모니카를 하나 샀습니다. 부모님 몰래 누님께서 사다 주신 것이었습니다. 36년 전에 샀던 그 하모니카를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해 여름 밤, 시골집 창문 넘어 밤12시가 넘도록 하모니카를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한테 지청구먹으며 불었던 스와니강, 진주조개잡이, 올드랭사인, 고향의 봄. 이 4곡은 지금도 계이름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모니카는 그렇게 제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며칠간 반짝하고는 이후 또 그렇게 잊고 살았습니다.
올해 초 직장에서 개인 새해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문득 하모니카가 떠올랐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금오산에 올라가 하모니카 불고 내려오기 50번 이상" 이라는내용이 골자인 새해 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곧 하모니카도 새로 샀습니다. 먼저 스와니강, 진주조개잡이 등으로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좋아하는 가요를 골라서 연주하며 연습하였습니다. 좌충우돌, 진퇴양난, 뒤죽박죽, 자포자기....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도 도통 몰랐습니다. 순천향대학교 평생교육원 인쇄홍보자료가 해결사였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때맞춰 순천향대 평생교육원에 하모니카과정이 새롭게 개설되었으니 말입니다.
하모니카 교수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습니다. 아드님 군입대 관계로 개강일을 하루 미루고 싶다는 교수님 전화를 받고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려서 좋았습니다. 9월 18일, 목요일. 차를 몰고 달리는 제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모두 여자분들인데 나 하나만 남자면 어쩌나. 첫 수업. 편안했습니다. 밝으신 교수님 모습이 기억에 깊게 남았습니다. 트레몰로(복음) 하모니카, 퍼커주법, 텅블럭싱글주법, 베이스주법.... 저에게 새로운 하모니카 세상이 열렸습니다. 언젠가 교수님께서 제가 연주한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시고는 "예쁜 알프스 소녀 2명이 부르는 노래" 같다고 하셨던 말씀. 저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살짝 겹지는 하모니카 소리를 나도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여기까지 오는데 40년이 걸렸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에 수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숙제검사로 시작되는 하모니카 수업. 인생을 커다랗게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코흘리개 초등학생이 된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꼭 숙제를 하게 하여 실력을 높여주는 숙제검사 효과는 매우 컷습니다. 수업시간에 한 사람씩 시켜보시는 교수님 교수법에 커다란 박수로 답례하고 싶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혼자 연주해 보는 경험과 기회. 한 사람, 한 사람 연주음을 들으시고 평가해 주시고 교정해 주시는 교수님 교수법. 효과 최고! 발표회 무대에 서는 것도 영광이요 추억인데 더하여 독주 기회까지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일생을 두고 이런 추억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첫 수업을 들으러 갔던 날이 며칠 전 같은데 오늘은 두터운 외투를 꺼내 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제대로 붙잡은 2014년 가을이었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나선 신바람나는 등교길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교수님께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하모니카 예찬. 잊지 않겠습니다. 하모니카를 늘 곁에 두고, 교수님께 배운 실력으로 연주하며 또 즐기며, 일생을 음악과 함께 풍요롭게 살아가겠습니다.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긴 명상시간 보다 더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4년 11월 26일. 순천향대학교 평생교육원 하모니카반 1기 수강생 이근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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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남자분들.
그 중 직장 사정으로 참석 못하고 네 분만 참여.
발표회 마지막 하모니카 순서.
수료식 시작 전부터 내린 폭설.
기타연주와 노래(노래와 반주가 첨부터 끝까지 일정시간차를 두고 가는 풍경)때문에 배꼽빠지게 소리도 못내고 웃었던 시간
우리의 멋진 하모니카 무대.
계속 내리는 눈.
발표회 마칠 즈음엔 눈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귀가 (단체사진에 사람이 많이 없었음).
끝나고 카페에서 차 마시고, 자작시조 들려주시고...
무엇보다 열심히 배운 수강생과
그 날 스스럼없이 놀이에 참여해 준 마인드가 명품입니다.
즐거운 놀이의 한 순간
첫댓글 요즘 사는 게 어째 맘을 못잡고 사는 것같아, 글도 제대로 못쓰고 사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고 공유합니다.
처음에 이분께서 저를 이렇게 부르시길래, 저에게 안 맞는 옷이라고 말씀드렸느데도 끝까지 이 호칭을 고수하시네요.
아마도 대학의 평생교육원 강의라서 그렇게 부르셨나봅니다.
보내신 분의 동의를 얻어, 원본 그대로 올렸습니다.
하모니카를 사랑하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요.
네.
저,
하모니카 ,
사랑합니다.^^
역시 문쌤 짱! 멋져요^^
쑥쓰럽지만, 격려의 말씀 잘 받을게요^^
이쌤 또한 멋진 분이죠^^
저도 어릴적 오빠가 불던...아니 동네 악기였던 하모니카를 몰래 불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울 올라와 잊고 있던 하모니카가 생각나 신혼시절 영창 하모니카를 6000원에 사서 혼자 불었던 기억...어디서 배운다는 생각은,아니 어디서 배워야하는지 조차 몰랐으니까요.
저의 하모니카 사랑은 아이들 다 키운 뒤에야 시작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오래전부터 권쌤곁에는 이쁜 하모니카가 있었군요.
그렇게 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많고, 또 그런 분들은 하모사랑이 더 남다르더라구요.
고마운 인연이예요^^
참 생각이 예쁜 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인생을 뭔가 많아서가 아니라 즐거움 가득한
풍요로움으로 채우고싶은분들........모여라~~모여라~~
박쌤부터 예쁘신 분이죠.
이런 행복한 마인드를 가지고 사시는 분. ^^
사실 하모니카 하나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삶과 사람과 무한대로 뻗으니,
대단한 매체일 수도 있네요^^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멋진제자님을 두셨군요.
교수님 축하드립니다,^_^
에구구머니나~~~~~~
멋진 제자를 둔 건 맞는데요.
그 다음 문구가 확~~~~~ 깹니다.
조~기
위에 있는 저의 댓글 읽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