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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마법사 모린
임태희 글 / 김령언 그림 / 사계절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지회 우윤희
백설공주 이야기를 아시나요? 책으로 읽지 않았더라도 백설공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지요. 주인공 모린은 <백설공주> 연극에서 왕비 역을 맡았습니다. 학예회 날 연극무대 뒤에서 모린은 엄마가 왔나 살짝 내다봅니다. 하지만 바쁜 엄마는 없고 객석은 모르는 사람들고 가득 차 있습니다.
2막의 막이 오르고 모린은 은박지로 싼 거울 앞에서 묻습니다.
모두가 아는 그 대사이지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이렇게 유명한 대사를 해야하는 데 모린은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다음 대사가 나오지 않습니다. 대사를 잊은 것도 아닌데 대사가 나오지를 않습니다. 아... 어지럽고, 연극을 내가 다 망쳐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가 목구멍에서 나오는 대로 대사를 내질렀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너는 어쩌다 그 안에 갇히게 되었니?”
멋대로 대사를 뱉고 나서 정신을 차렸는데 이런 여기가 어디일까요? 관객들은 온데 간데 없고 배경그림으로 그린 무대는 진짜 화려한 옷장과 화장대, 침대로 꾸며진 방이 되었습니다. 드레스와 온갖 보석이 가득한 아름다운 방입니다. 세상에나. 모린은 이제 연극무대가 아닌 진짜 백설공주의 새엄마로 어제 결혼식을 마친 왕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나비스 왕국의 공주였다는 것도, 어제 결혼하고 전쟁훈련을 떠났다는 파루시차 왕국의 왕도, 친엄마처럼 모시고 따르겠다고 맹세했다는 백설공주도,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동화 속 왕비가 되어버린 3학년 3반 모린은 며칠 동안 백설공주와 궁궐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신나는 놀이를 합니다.
며칠 뒤 왕이 돌아오고 왕은 “왕비는 왕비답게, 여자면 여자답게” 행동하라며 고함을 치고 식사시간 외에는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이제 모린은 궁궐을 나가려고 하지만 백설공주가 마음이 쓰입니다. 왕비가 없어지면 백설공주는 왕자를 만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고민 끝에 모린은 백설공주에게 편지를 남기고 궁궐을 빠져 나갑니다.
백설공주.
내가 없어져서 당신 이야기가 싱거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책임이 아니에요. 나도 내 인생의 주인공이니까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당신 이야기는 당신 스스로 재미있게 만드세요.
왕자를 만나는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세상에는 왕자를 만나는 것보다 더 근사한 일이 얼마든지 있답니다.
당신을 만나서 즐거웠어요.
모린 왕비가.
이제 모린은 마법거울과 함께 길을 떠납니다. 숲속에서 일곱난장이도 만나고 사냥꾼도 만나지만 큰나무요정이 돌아오지 않아 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는 것과 대마법사 그로토루 그리고 마법거울의 이야기를 따라 파루시챠 왕에게 위협당하고 있는 한번도 가 본적 없는 고향 이나비스 왕국을 향해 갑니다.
이나비스 왕국으로 간 모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숲을 살리고 이나비스를 구할 수 있을까요?
모린은 백설공주 연극을 하고 있었고, 그 연극의 주인공은 백설공주입니다. 왕비는 못된 인물이고 조연이지요. 물론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요. 하지만 모린은 마법거울에게 왜 거울 속으로 들어갔는지를 물어봄으로써 자신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모린 페르소나’. 고대 마법세계에서 쓰던 말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지요. 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위대한 마법의 근원에는 언제나 상상력이 있다고 대마법사 그로토투는 말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