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17차 눈꽃열차 정모 번개(일명신당동번개)를 다녀온 그 압박의 영향으로
원래의 계획이었던 장항역까지 통일호를 타는 홀로 여행을 연기해버렸습니다.
밤새 놀고 싶은 내 마음은 모른채 얼릉 뒤풀이를 마무리하는
나아쁜 주인장님과 그 일당들(?)을 미워하면서...
결국 어제가야할 광명을 가지 못하고 심야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을 갔습니다
하지만 오~~ 시내버스가 그 시간까지 있어서 집에 편하게 왔습니다.
그 연유를 기사님께 들어본 결과
2월14일이라고 사람들이 거리에 많이 나와있고 차도 막혀서.
제가 막차를 탈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앗..이거..경의선 후긴데..경의선 타게 된 이야기를 적게 되니 서론이 길어졌네요
위 이야기가 제 목적지가 장항에서 임진강으로 바뀌게 된 이유입니다 ^^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와서 뭉기적뭉기적 자다가 일어나 보니
어느새 오후 1시, 12시간을 푹~~욱 잤네요
청소좀 하고 밥좀 챙겨먹고 그러다 보니 3시가 넘었지만
오늘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는 것보단.
잠깐이라도 밖의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모자를 눌러쓰고 대충 옷을 입고 디지털카메라만 챙긴채
후다닥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앗..그러나..점점 밀리는 버스와 지하철.. 이러다가 임진강에 못가는데
4시10분 통일호(일명 꽃기차)를 타야하는데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4시6분...
부랴부랴 뛰어서 4시10분에 표를 사러 서울역에 가니
역무원이 열차 떠났다고 임진강 가는 표를 안주려고 하길래
결국은 1시간뒤 열차를 탄다고 하고문산행 티켓을 사서
부랴부랴 플랫폼으로 뛰었습니다..
하하...주인장이 청량리역에서 했었던 출발하는 기차 잡기
저도 오늘 해봤습니다. 출발하는 기차를 뛰어가서..세워서 탔습니다 ^^
열차번호 1471 통일호 서울16:10발 열차를 타고 임진강으로 향했습니다.
점점 서울에서 멀어지면서 자주 탔던 경춘선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1학년때..8X, 7X 학번의 손에 이끌려 갔던 그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파트 촌과 많은 네온사인들.
예전의 한가했던 모습들은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한가한 일요일 오후에 창밖으로 보며
생각에 잠기기에는..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주위에는 커플들의 압박이..저를 괴롭혔습니다
문산역을 지나면서 예전에 군제대하기 전에 문산지역의 홍수가 생각이 났습니다
다행이 말년 병장이라서 수해 대민지원과 군부대 파견은 나가지 않았지만
그 때 잠시 문산에 다녀갔던 기억이 있어서..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을 지나가면서 예전의 한탄강역이 생각이 났습니다.
동생네 부대에 가려면 한탄강역에서 내려야 햇는데
달랑 표지판과 벤치만 있는 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가
상념에 빠지기 좋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도심속의 빌딩숲사이의 한강변..그런 석양을 보다가
주위에 건물이 없는 자연속의 석양...예뻤습니다.
임진강에 도착했더니 제가 타고간 차가 임진강 도착 하는 마지막 차였습니다.
내가 타고온 꽃기차 사진을 몇 장찍고 북한쪽으로 향한 기찻길을 찍었는데
그 사진을 찍으면서
아..이게 이어진 경의선이구나..하는 느낌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공병부대를 전역한 후 후임병들이 차출이 되어서 경의선 선로 복구 공사에 많이 투입이 되었습니다
그 후임병들이 지뢰제거 등의 임무로 많은 위험을 겪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일찍 전역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만을 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그 생각들이..부끄러웠습니다.
문산행 통일호 표를 사서 임진강역까지 와서 차비를 더 내려고 역무원한테 가니
그냥 기념으로 표를 가지시고 돈은 안내도 된다고 해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서울가는 기차시간을 확인하는데..아뿔싸~~난 5시45분에 도착했는데
6시21분에 서울행 막차가 출발한다고 ㅠ.ㅠ
부랴부랴 서둘러서 예전의 교각과 군인이 지키고 있는 다시 이어진 철로
망향탑등을 구경하고 다음에 와서 사진찍을 곳과
꼬~~옥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채 부랴부랴 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임진강역에서 30분남짓 있었던 거 같은데
사람들이 소망을 담은 쪽지와 태극기가 걸려있던 철망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를 본 영향이..거기서 나왔던 거 같습니다.
1476호 통일 상 임진강발 18:21차
서울로 돌아올때는 임진강으로 갈때와는 다르게
각 역마다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러웠습니다
산행다녀오는 어르신들(어르신들도 쌍쌍이었음 ㅠ.ㅠ )
그리고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들
그 시끄러움에 졸지도 못하고 ^^
신촌역에 내려서는 오랬만에 시내에 나와서
바글바글 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사람 구경을 하고 음식점과 옷가게등을 지나다니는 것도
오랬만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이상 써니의 홀로서기 통일호 여행이었습니다
* 통일호에 대한 끄적거림 &
혼자 하는 여행중에 최고의 여행은 기차 여행입니다
그 중에 통일호가 최고입니다.
예전에 탔던 서울-부산의 통일호가 생각이 납니다
허리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옆, 앞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며 먹거리도 나눠먹고 술도 한잔했던
그런 통일호...이제는..없어진다는게 가장 아쉽습니다
꽃기차는 탈때마다 전철식 좌석때문에
앞사람의 얼굴을 마주보고 묵묵히 가야한다는 것이 어색합니다
차라리 좌석보다는 문앞의 계단이 더 좋던 기억이 납니다
첫댓글 오호 재미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박준규 올림
통일호의 즐거움은 저렴한 차값도 한몫 하는것 같아요. 아마 96년도. 물난리..; 났을때 저 문산 살았었는데ㅋ 흐음. 옛생각이 나는군요~ 아무튼 우리동네^^에서 즐거운 기차여행 하신것 같아서 괜시리 저도 즐겁네요. ^-^
꽃기차의 열차 승차권..너무귀여워요 ^^.
ㅋㅋㅋ써니누낭~~~ㅋㅋ혹시 임진강이면 경의선 아닌가요?교외선은 제가알기로는 대곡~의정부까지로 알고있습니다만....ㅋㅋ암튼 여행 잘 다녀오셨는지요.....우헤헤....*^^*
저도 언젠가는 기차타고 홀로여행을 꼬~옥 하리라 다짐먹고 있는데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아 아직까지 못가고 있거든요.. 이곳에 와서 여행을 즐기는 모습들을 보니깐 넘 부럽네요..^^
지금까지 통일호를 싫어 했는데...막상 타보니까 옛기억이 나네요...아쉽다...시간만 좀있었으면 많이 타고 다녔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