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하조대 |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조준길 99 |
양양 하조대는 온갖 기암괴석과 바위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암석해안으로, 주위의 울창한 송림과 어울려 동해안의 절경을볼 수 있으며,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은둔하며 혁명을 도모한 곳이라 하여 하조대(河趙臺)라 명하였다는 등 많은 설화와 전설이 담겨있는 역사문화 경승지이다. |
하륜과 조준이 청유한 곳, 양양 하조대 산과 강과 바다가 모두 빼어난 곳, ‘해가 떠오르는 고장’ 양양은 참으로 신비한 곳이다. 절승의 경치를 자랑하는 설악산으이 배경을 이루고, 연어떼가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남대천이 옥토를 가르며, 짙푸른 동해의 물결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그곳이 바로 양양이다. 양양은 지리, 산수, 역사 모두가 흥미진진한 곳이지만 아쉽게도 오늘날 영동지방의 유명한 도시가 된 강릉과 속초 사이에 위치한 탓에 본래의 모습이 많이 가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해안의 지형은 매우 가파르다. 바다는 급격하게 깊어지고, 바닷물은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띠기도 한다. 강릉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7번 국도는 양양을 지나 속초를 향해 뻗어 있다. 지금은 동해안 고속도로가 양양읍까지 연결되어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내륙으로 달려가지만, 양양 바닷가 가까이로 나 있는 국도에서는 신비로운 동해의 모습이 언뜻 언뜻 바라보인다. 해안의 모습이 특별히 아름다운 양양은 해오름의 고장이란 지명에 걸맞게 동해 일출의 명소다. 양양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낙산사 의상대와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남애항의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양양 해안은 남애항부터 외설악의 입구인 물치해변까지 약 100여 리에 이른다. 이 해안은 항구와 백사장과 기암이 어울려 동해안에서 으뜸 가는 풍광을 연출한다. |
하조대(河趙臺)는 양양의 동남쪽 현북면 하광정리에 있는 경승이다. 남애항에서 북쪽으로 38선 휴게소를 지나면 현북면 소재지인 하광정리에 다다른다. 현북면 사무소를 지나 우회전해 동쪽으로 광정천을 끼고 1km 정도 진입하면 하조대에 이른다. 하조대 해수욕장 남단에 위치한 하조대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비경을 자랑하는 해안이다. 조선 고종 때 간행한 [1872년 지방지]에서는 “현북면 바닷가에 하조대가 읍에서 35리에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 모습을 절벽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곳의 경치를 한 번 감상한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그 얼굴에 산수자연의 기상이 서려 있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하조대의 경치는 정말 수려하다. 조선 영조 때 전국 각 고을의 읍지를 모아 편찬한 [여지도서(여지도서)]에도 하조대에 관한 기록이 있다. 이 문헌의 <양양도호부고적조>에는 “하조대는 부 남쪽 30리에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조선 초기에 하륜과 조준이 놀고 즐긴 곳인 까닭에 이름 지었다”고 쓰여 있다. 문헌에 나타난 것처럼 하조대는 조선의 계국 공신 하륜(하륜, 1347~1416)과 조준(조준, 1346~1405)이 교유한 곳으로 알려졌다. 하조대라는 명칭이 바로 이들의 성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지도서]의 내용처럼 하조대는 하륜과 조준이 은거하며 청유한 곳이라 하기도 하고, 은둔하며 혁명을 도모한 곳이라고도 한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이 이곳에 머무르는 것과 하조대라는 명칭이 연유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밖에도 하 씨 집안 총각과 조 씨 집안 처녀 사이에 사랑에 얽힌 이야기에서 하조대의 명칭이 유래했다는 전설이 있으나 이것은 후세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공의 이야기로 여겨진다. |
하조대는 남쪽의 정자가 있는 해안으로부터 북쪽에 등대가 위치한 곳까지 약 135,000m²의 면적이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주변 해안의 지형은 우뚝 솟은 기암이 수직의 석벽을 이루고 절벽 위에는 누정이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누정은 바위틈에서 자라는 노송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하조대 지역의 해안은 중간 부분이 만곡되어 해안선이 움푹 들어와 있는데,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돌출된 높은 절벽이 바로 누정이 위치한 곳이다. 이 누정은 육각 정자로, 진입로 방향에서 보면 처마에 하조대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하조대 정자 옆에는 하조대라는 글이 새겨진 둥그런 바위가 놓여 있다. 1911년 조선 총독부에서 전국의 지명에 관한 내용을 모아 간행한 [조선지지자료]에는 하조대 각자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현북면 하광정리에 있는 고정 명소로 하조대를 수록하면서 “하륜과 조준이 항상 청유하면서 하조라고 각석했기 때문에 하조대라고 칭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현재 각석에 새겨 있는 글자를 정확히 언제 각자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의 것은 아닌 듯하다. 하조대 정자에 오르면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하조대 석벽 바로 앞에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기암이 푸른 고목의 창송을 머리에 인 신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하조대에서 바라보는 이 기암의 모습은 빼어난 풍경화 같다. 특히 기암 너머로 끝없이 넘실되는 동해의 너른 바다는 저 먼 수평선까지 짙푸른 배경이 되어 화폭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또 이곳에서 북쪽으로 향해 보면, 만곡된 해안 건너편으로 뻗어 나온 석벽 위에 등대가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얀 순백의 등대는 한 점 때묻지 않는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렇듯 하조대는 누정이 위치한 곳 자체도 아름답지만 주변 경관을 바라보는 조망 지점으로서도 아주 뛰어나다. |
대체로 누정은 하조대처럼 우뚝한 곳에 세운다. 높은 언덕이나 돌 혹은 흙으로 쌓아올린 대(臺) 위에 짓기 때문에 대각(臺閣) 또는 누대(樓臺)라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높은 곳에 누대를 짓는 것을 즐겨 했다. 의상대, 경포대, 하조대는 모두 바닷가 언덕에 위치한 누대인데, 이들 명칭에서 ‘臺’라는 말은 그 건물이 있는 언덕이라는 장소와 함께 거기에 건립한 누정(樓亭)까지 가리킨다. |
누대(樓臺)는 일반적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자연을 감상할 목적으로 짓는다. 그래서 산수가 좋은 높은 지역에 세우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대부분 확 트인 조망을 갖춘데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파노라마 같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누정은 경관을 감상하기 좋아야 한다. 그러므로 누정의 조건은 허(虛)라고 말한다. 누정 주변에는 시야를 가로막는 어떠한 걸림도 없이 비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누정의 주변이 비어 있으면 여러 가지 경관 기법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주변이 허창한 누정에서는 여러 경관 요소를 누정 한 곳으로 모이게 하거나(聚景), 멀리 있는 경물을 누정으로 끌어들이는 읍경(挹景), 주변의 자연 요소를 누정에 두르거나 하는 환경(環境) 같은 경관 구성 기법이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
하조대는 바다를 향한 시야가 완전히 열려 있어 동해의 풍광을 조망하는 데 어떠한 장애도 없다. 그래서 누정의 경관 기법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장소다. 옛 기록에는 이와 같은 누대를 흔히 천인단애(千仞斷崖: 천 길이나 되는 깍아지른 듯한 벼랑) 또는 수십 길의 벼랑 위에 세운 건물이라 하여 그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해 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바닷가에 누정을 많이 지었다. 그중에서도 동해안은 지연 경관이 아주 수려해 서해나 남해에 비해 특히 누정이 많다. 금강산 앞에 있는 통천의 총석정부터 속초의 청간정, 낙산의 의상대, 양양의 하조대, 강릉의 경포대, 울진의 망양정 등은 모두 동해 바닷가에 지은 이름 있는 누정이다. |
양양 바닷가 언덕 위에 있어 탁월한 조망을 자랑하는 하조대는 해안 절승으로서 가치와 장소에 담겨 있는 문화경관적 의미가 높게 평가되어 2009년 12월에 명승 제68호로 지정되었다. 하조대는 자연유산으로서 매우 우수한 가치를 지닌 경승이다. 특히 관광지로 유명해져 이미 대형 버스가 자주 찾을 정도로 탐방객이 많은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주변에 오래전에 군사 목적으로 설치한 철조망이 지금도 보기 싫게 자리하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잦아진 이곳에 군사분계선에나 설치하는 시설물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많이 찾는 명승지에 설치하는 시설은 군사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바꾸어야 한다. 해오름의 고장 양양을 대표하는 명승 하조대의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보존하는 것은 이곳을 찾는 국민에게 소중한 기억을 심어주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아름다운 하조대의 풍광 저 멀리 푸른 동해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는 양양을 상징하는 신비스러운 한 폭의 그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