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초대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활동(1) -3

<A name="[문서의 처음]"></A> ⑤ 12월 17일 밤 10시에 우리는 마카오의 나룻배를 타고, 만(灣)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기로 되어 있는 복건(福建) 나룻배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책(對策)을 매우 서투르게 협의(協議)하였던 탓으로, 일부러 곤란(困難)한 지경에 빠질 생각 밖에 없었던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는 이틀 동안을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며 살펴보았으나, 우리가 탈 배를 발견(發見)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카오로 돌아오려고 떠나는데, 그제서야 배가 나타났습니다. 선원(船員) 몇 명이 이런 사태(事態)를 악용(惡用)하여 우리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불평(不評)을 하며 찾아보고 하였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배꾼들도 불평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사죄(謝罪)를 요구(要求)하였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은  정직(正直)한 사람들이라는 것과, 자기들에 대해서 만족(滿足)하였노라는 증명서(證明書)를 써달라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그보다 더한 횡액(橫厄)을 당할까봐 그대로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곤란한 일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도 어떻게 그들을 만족(滿足)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 중에 도둑을 맞지 않은 한 사람이, 선원(船員)들의 정직(正直)에 대해서 조금도 불평(不評)을 말한 적이 없다고 개인적(個人的)으로 증명(證明)하여 주기로 합의(合意)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 사건(事件)은 끝이 났습니다.  ⑥ 19일 아니면 20일에, 우리는 그 가냘픈 배를 탔습니다. 우리 일행(一行)은 선교사(宣敎師) 6명이었습니다. 사천(四川)으로 가는 우리 회원으로 바이외(Bayeux) 교구(敎區) 출신인 모방(Maubant) 신부와 강서(江西)로 파견되는 라자리스트로 까오르(Cahors) 교구(敎區) 출신인 라리브(Laribe) 신부 이렇게 프랑스 사람이 2명이고, 강남(江南)으로 가는 라자리스트로 애보라(Evora) 교구(敎區) 출신인 포르투갈 사람이 2명, 산서(山西)로 가는 포교성성(布敎聖省)의 선교사(宣敎師)로 나폴리(Napoli) 출신인 이탈리아 사람이 1명,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나였습니다. 내가 어떻게 되리라는 데 대해서는 별로 자신(自信)이 없었으니까요. 그밖에 광동(廣東) 지방의 중국인(中國人) 신부가 1명 있었는데, 이분은 푸간(Fougan)까지 육로(陸路)로 갔습니다.       우리 배는 대단히 불편(不便)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원(船員)들은 우리들을 정중(鄭重)하고 점잖게 대우(對偶)하였습니다. 선장(船長), 선하감독(船荷監督), 뱃길 안내인, 그리고 몇 몇 사공은 교우(敎友)였고, 다른 사람들은 외교인(外敎人)이었습니다.       우리의 여행(旅行)은 길고, 지루하고, 힘들고, 어떤 때는 위험(危險)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카오에서 복건주교(福建主敎)가 계시는 푸간(Fougan)까지의 거리가 2천리가 조금 못됩니다. 이 길을 4 주일에 갈 수 있으리라고 들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그리 탐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양 배라면 이만 한 거리는 3일에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75일이나 걸렸습니다. 우리에게 물건을 대주는 사람들이 선장(船長)의 약속에 속아 넘어가서 한 달 치 식량(食糧)밖에는 주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우리 뱃사람들이 많지 않은 우리의 식량을 훔쳐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얼마 안 있어, 아주 엄격한 대재(大齋)를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중의 한 사람은 어떻게나 몸이 쇠약(衰弱)해졌던지, 배에서 내릴 때에는 걸음을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서너 번이나 넘어지고, 말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식사(食事)를 하게 되자 다시 기운(氣運)을 차릴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19일부터 26일까지 닻을 내리고 있었는데, 이런 일은 자주 있었습니다. 선장(船長)은 바람이 거슬러 분다고 말했습니다. 남풍(南風)이라야 될 터인데, 때는 마침 여러 달 동안을 두고 북쪽에서 계절풍(季節風)이 불어오는 시기(時期)였습니다. 중국인(中國人)들은 바람을 안고서는 항해(航海)를 하지 못하거나, 할 줄을 모르거나 입니다. 그들의 배가 오죽잖게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또 그들은 방향(方向)을 잃을까봐 겁을 집어 먹기 때문에, 절대로 원양(遠洋)으로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육지(陸地)가 보이는 데로만 항해(航海)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항해는 길고 위험(危險)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도 나침판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별로 이용(利用)하지를 않습니다. 장거리 항해(航海)에 필요불가결(必要不可缺)한 자침(磁針)의 여러 가지 경각(傾角)을 그들이 아는지조차 의심(疑心)스럽습니다. 우리의 뱃길 안내인들은 바람의 여러 가지 각거리(角距離)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침판에는 서양에 일려지기 몇 세기(世紀) 전에 중국에 알려졌었다는 것을 중국(中國)의 명예(名譽)를 위하여 인정(認定)해야 합니다.       24일, 선장(船長)과 선하감독(船荷監督)은 내게 와서, 성탄(聖誕)밤 미사를 드려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나는 동료(同僚)들의 의견(意見)을 물은 다음, 그들의 소원(所願)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해야 하는 모든 주의(主意)를 기울였는데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사고(事故)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미사를 드릴 마음이 영영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25일 성탄 날, 경비소(警備所) 관리의 배가 와서 우리의 배를 임검(臨檢)했습니다. 그 배는 우리 옆에 이는 배에서 아편(阿偏) 두 상자를 빼앗고는 그냥 지나갔습니다. 천주께서는 우리에게 급박(急迫)한 위험(危險)을 면하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 배에는 아편과는 다른 아주 다른 것을 발견(發見)하였을 것입니다.       26일에 우리는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4시간 동안 가다가 너무 추워서, 다시 닻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거기는 위도(緯度) 22도 밖에 되지 않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2개월 반 동안이나 항해(航海)를 한 것입니다.  비, 바람, 조수(潮水) 해적(海賊)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갈 길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저녁 어떤 소만(小灣)으로 들어가, 보루(堡壘)의 대포(大砲)밑에서 밤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가엾은 관리(官吏)가 몇몇 하인(下人)을 데리고 지키는 데 불과한 낡아빠진 오막살이에 이런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루(堡壘) 아래쪽에는 흔히 무장(武裝)한 작은 배가 한 척 있었는데, 그것은 11월과 12월이면 으레 이 바다에 출몰(出沒)하는 해적(海賊)들로부터의 약탈(掠奪)을 당하지 않게, 상선(商船)들을 보호(保護)하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1883년 1월 24일, 한 하급관리(下級官吏)가 우리 배가 훌륭한 데 반하여, 대만(臺灣)에 군대를 수송(輸送)하는데 쓰려고 징발(徵發)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중국인들은, 반란(反亂)을 일으켜서 총독(總督)의 목을 자라 죽인 이 섬사람들과 전쟁(戰爭)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다행이도 이 관리(官吏)는 그 지방의 태수(太守)에게서 정식 명령(命令)을 아직 받지 못했었습니다. 우리 뱃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理由)를 되는대로 주워다 댔더니 관리는 그것으로 만족하는 듯싶었습니다. 그 관리(官吏)가 고집(固執)을 부렸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우리는 순풍(順風)을 주십사고 기도(祈禱)를 드렸습니다. 천주께서는 우리에게 순풍(順風)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밤의 어둠을 틈타서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25일, 우리는 전날 밤 중국(中國)배 두 척이 도둑맞은 일이 있는 어떤 초소(哨所)에 이르렀습니다. 초소(哨所)의 군인(軍人)들은 우리에게 이런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고, 감시(監視)를 잘 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구원(救援)하겠다는 약속(約束)은 하지 않고, 정박세(碇泊笹)만 받아가지고는 물러갔습니다.       26일, 몇 명의 군인(軍人)이 상관(上官)의 지시(指示)를 어기고, 우리 배를 임검(臨檢)하러 와서, 부득부득 우리가 숨어있는 곳에 내려오려고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승강이를 한 끝에, 그들은 밀수품(密輸品)이 없다는 것을 확신(確信)하      는 듯 하였습니다. 선원(船員)들이 그들에게 많은 선물(膳物)을 주니, 이로 인하      여 훨씬 더 확신(確信)을 갖게 되어 물러갔습니다. 그 군인들이 다음날  다시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선장(船長)은 우리에게 와서 순풍(順風)을 빌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우리가 기도(祈禱)를 드리기 시작하였더니 바람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날이 훤해지기가 무섭게 그 고약한 초소(哨所)를 떠났습니다.       27일, 우리는 여정(旅程)의 3분의 2를 끝냈고, 나머지 길을 가려면 한달 이상이 남았습니다. 이 초소(哨所)의 군인들은 꽤 점잖고, 호기심(好奇心)도 덜했습니다.       28일에는 단단히 무장(武裝)한 해적선(海賊船) 여러 척이 우리를 습격(襲擊)하였습니다. 그들은 너무 앞서서 가던 조그마한 배 두 척을 약탈(掠奪)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배들의 선원(船員)들이 조금도 반항(反抗)을 하지 않으니, 그 해적들은 옷을 빼앗아 알몸뚱이로 만들어 놓았지마는, 조금도 해치지는 않았습니다. 추위로 꽁꽁 얼은 그 사람들은, 이튿날 우리 배의 선원들에게 동정(同情)을  구하러 왔습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도와준 값으로, 우리를 관원(官員)들에게 팔아 먹을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므로, 자선사업(慈善事業)에 한 몫 끼는 것이 금지(禁止)되어 있었습니다.       그 배를 습격한 뒤에 해적(海賊)들은 우리 배로 달려들었습니다. 우리들 배의 선장(船長)은 조난신호(遭難信號)를 보내서, 근처에 있는 배를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모인 배는 모두 6척이었는데, 이 배들이 한 줄로 일제히 내달았습니다.  선장(船長)과 선하감독(船荷監督)은 미사 여러 대를 드리겠다고 약속(約束)하였습니다. 우리 배의 선원(船員)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당황해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들의 배는 다 합해서 1백 40명의 인원 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 숫자가 정확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이 숫자는 선하감독(船荷監督)이 말해준 것입니다. 해적(海賊)들은 3백 명이 넘었고, 무장(武裝)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中國)에서는 배에 무기(武器)를 싣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둑으로 몰려 벌을 받게 되는 까닭입니다. 이 법률(法律)을 지키지 않는 자들은 해적(海賊)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