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산조로 들어선 이들은 아마도 성금연(成錦鳶)류를 필수곡으로 배울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성금연 명인의 이름을 "성금련"이라고 쓴 것을 여기저기서 많이 보는데, "성금연"이 맞습니다. 鳶은 "솔개 연". 이름을 잘못 쓰는 것은 명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니와, 무성의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성금연류를 뗀 후에 다른 유파의 산조로 넘어가는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가 널리 알려져 있다는 거죠.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도 많이 알려져 있고, 명인의 제자들의 활동이 제일 활발해서인지 음반도 제일 종류가 다른 유파에 비해 많습니다.(잘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성금연류 산조는 김죽파류보다 음반의 종류가 적습니다. 주로 성금연 명인의 딸들의 연주반을 구하기 쉽죠.)
예술성이 가장 풍부한 산조로 함동정월류를 꼽지만, 제가 직접 배운 것이 성금연류와 김죽파류라서 함동정월류를 글쓰기의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금연 명인과 김죽파 명인의 연주, 그리고 지애리와 문재숙의 연주에 대해 짧게 언급하려 합니다. 물론 이는 아마추어의 단평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__^; (두 산조를 특별히 비교하려는 것은 두 산조가 대칭된다든지 대비되는 관계에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제가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고, 음반도 구하기 쉽기 때문이며, 또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는 다른 것과 비교해야 잘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성금연 명인과 김죽파 명인의 산조의 차이는 제게 무엇보다도 가야금의 음색의 차이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CD로 듣고 있지만, 대학 시절에는 성음에서 나온 테이프로 들었습니다. 테이프로 듣든 CD로 듣든 간에,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두 명인이 내는 가야금 음색의 차이입니다. 성금연 명인이 내는 가야금 소리는 창백하고 소슬한 느낌을 줍니다. 서늘하기도 하지요. 김죽파 명인이 내는 가야금 소리는 둥글고 꽉찬 느낌을 줍니다. 따뜻하구요. 이것이 악기의 차이인지, 아니면 두 명인의 삶의 여정이 달라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할머니(!)의 산조는 질박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지애리의 성금연류 산조와 문재숙의 김죽파류 산조는 같은 곡인데도 정제된,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아무래도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양악을 익힌 세대라서인지 명인 세대보다는 연주가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애리는 90년대 20대의 나이에 성금연류 산조를 출반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CD 표지의 사진이 하도 단아해서 제 가슴을 설레게 했는데, 실물은 좀 못하더군요.ㅋㅋㅋ 황병기 교수의 애제자이며, 황병기류 산조를 전수받았기에 조만간 음반을 내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지애리의 연주는 정말 화사합니다. 성금연류 산조가 원래 물에 떠가는 꽃잎을 보는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고들 합니다만, 지애리의 산조는 이를 잘 느끼게 합니다. 화사하고 매끄러운 맛이 느껴지지요. 아니면, 성금연류 산조가 지애리에게 맞았는지도 모르지요. 20대의 나이에 화사하게 타기에는 성금연류가 적절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쉬운 점은 뭔가 깊게 꾹꾹 짚어주는 맛이 없다는 것. 깊이가 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문재숙은 이화여대 교수이며, 저에게 가야금을 가르쳐 준 선생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이 분이 김죽파류 산조를 출반한 것도 90년대인데, 지애리보다는 좀 늦은 것으로 기억됩니다. 김죽파류 산조는 푹 고은 곰국 같다고들 하는데, 문재숙의 가야금 산조야말로 정말 그런 느낌을 줍니다. 지애리의 산조에서 20대의 풋풋함과 발랄함을 느낀다면, 문재숙의 산조에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을 느낍니다.(물론 출반 당시 문재숙은 아마도 40대였을 겁니다.) 매끄럽지 않고 여기저기서 껄끄러움을 드러냅니다. 이는 아마도 삶의 신산스러움을 나타내는 게 아닐지. 맺혔던 것을 제대로 못 풀어 꺽꺽대는 여인을 떠올리게 하지요.
문재숙은 자진모리, 휘모리를 지애리보다--물론 유파가 다르니 빠르기도 다르겠지만--훨씬 느리게 탑니다. 다른 연주자의 김죽파류보다도 느립니다. 저는 문재숙의 "느린" 자진모리와 휘모리, 세산조시를 매우 사랑합니다. 저도 김죽파류를 타며 느낀 것인데, 김죽파류의 자진모리, 휘모리, 세산조시 악장은 다른 산조보다는 좀 느린 템포로 타야 김죽파류다운 맛을 낸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어떤 젊은 연주자가 김죽파류 산조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마치 자신이 비르투오조임을 자랑하려는 듯이 타는 것을 본 적 있는데, 오오, 저는 한숨을 내뱉고야 말았습니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나니!
연주자와 음반에 대해 이야기했군요. 곡 자체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적어도 진양조 장단에서는 성금연류 산조가 훨씬 맛깔스럽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며 구성진 선율선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지애리가 연주한 성금연류의 최종 버전은 좀 지루하지 않나 싶습니다. 비슷비슷한 선율들이 조를 달리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변화가 부족하지 않은가 싶어요. 중간에 엉성하게 짜여진 마디도 있구요. 김죽파류 산조의 진양조는 성금연류에 비하면 훨씬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야무진 전개를 보입니다. 그러나 선율선이 성금연류만큼 구성진 듯하진 않아요. 특히 진양조 뒷부분으로 갈수록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죠.
중모리 이하 악장에서 성금연류는 타기가 다소 껄끄럽습니다. 이런 점에서 성금연류를 먼저 배운다는 것이 다소 의아스러워요. 그만큼 성금연류가 화사한 기교를 요구한다는 거지요. 특히 자진모리로 넘어가면서 성금연류는 매우 민첩한 손놀림을 요구합니다. 저같은 남자 손은 저항감을 느끼는 기교들이 나오는 거지요.
반면 저는 김죽파류를 탈 때 성금연류에 비해 편안함을 느낍니다. 담백하고도 꿋꿋하다고 할까요, 남자 연주자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특히 세산조시를 좀 느린 템포로 타다가 콘 소르디노 기법으로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무아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음반을 소개하자면.
성금연류는 지애리의 연주반이 성금연류의 최종 버전을 담고 있기도 하고 깔끔해서 좋습니다. 한편 성금연 명인의 딸인 지성자, 지순자의 연주반들도 모범적입니다.
김죽파류는 문재숙, 양승희의 연주반이 눈에 띕니다. 양승희의 연주는 문재숙의 텁텁한 색채와는 다른, 요염한(?)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이색적이죠. 진양조 첫 마디에서 "싸랭, 땅, 따아아아아아앙" 할 때의 잘면서도 큰 농현을 듣고, 오호, 죽파류에서 이렇게도 농현하는구나, 놀랐던 적이 있어요. 한 번 비교해 보시길.
성금연을 련이라썼던것은 자음접변에의한 소리가나는데로썼기때문에 예전엔 성금련이라썼음
지금도 이북에서는 연습을 련습이라고 쓰더군요 어떤산조가 어떻게 어렵다기보단 어떻게 이해하고 도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교육과정 파아노 로얘기를하자면 바이엘을 안치고 소나타를 치는것과같고 기초수법없이 하는것은 갓난아기에게 갈비를먹게하는것과 같다는생각이 드는군요
산조류도 어떤조 (계면,우조 ,평조 드렁조,등)위주로 짜여져있느냐가 중요한것같거든요 눈으로 보이는것만인정하려면 음악은될수가없죠
모든 움직임에는 힘조절이 제일 첫조건인데 요즘가야금주자들 힘을빼는것이아니라 있는힘 없는힘 다보태서 하니 어깨결림 신경통 관절염 에 근육절개수술까지 해야되는것아닌가요?
전문가들이 근육절개수술을한다는것은 연주를 잘하는것이아닐터 혹시라도비밀샐까 쉬 이이이 하는것이아닌가??
요즘 연주 잘못하는사람도 에코 넣고 믹싱작업 잘함 그럴듯하게 깨끗한음반나오죠
라이브연주 안보고 잘한다 ,깨끗하다말할수있는 용기가대단합니다
우리것을 좀 더자세하게 detail 하게 이해하도록합시다
가야금을 뱃속부터 듣고 지금까지 연주한는사람의 한이야기였습니다
먼저 푸치니님의 산조 평에 대해 경하를 드립니다.
이 카페의 보석같은 분이시군요.
아직 이런글을 쓰신분은 제 기억으로는 처음입니다.
저희 신들린가야금 동호회 회장님하고 만나시면 참으로 대화가 되시겠습니다.
저는 신들린가야금 카페 운영자 입니다.
저희 회장님은 일찌기 최옥산류에 미쳐서 늦은 나이에 결국 전공까지 했습니다.
푸치니님은 전공자이신지 궁금합니다.
비전공자로써 이런 단평을 써주셨다면 대한민국 어느 음악가보다도 멋지신 분이라
사료됩니다. 가야금 하는 사람들은 교수급들이나 평론가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글을
잘 안쓰거든요? 저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입니다. 그냥 죽도록 가야금만 하는것인지 ...... 가야금 매니아들은 항상 목마르게 지식을 찾고 있건만..
성금연류가 가야금 입문시에 접하는 산조라는것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유파가 결코 쉬운것도 아니고
절대 가볍지도 않거든요? 특히 자진모리 초반부는 무슨 관현악같은 엄청난 스케일이 느껴져 놀랐었지요. 저희 동호회는 무조건 최옥산류부터 합니다. 성금연 산조를 먼저 배운다는 틀을 깨고 말입니다.
가끔 최옥산류가 어려워서 성금연류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너무 잘못된 상식입니다. 산조는 모두 어렵습니다. 더구나 성금연류를 쉽게하고 최옥산류를 어렵게 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의지력 부족이지요.
최옥산류는 산조 전체가 가히 사람을 미치게 하지요.
다른 산조를 비하하는게 아니고 저도 끔찍히 이 산조에 매료 되었답니다.
사람의 감정을 아주 교묘하게 흔들어대는 전 바탕의 진행과 완벽할정도의 구조가
가히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음악중의 하나라고 말씀 드리고 싶군요,
하기야 우리 동호회 회장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산조이니 제가 억측부린다고 생각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언제 시간되시면 저희 회장님하고 연락한번 하시죠.
아주 친해지실것 같습니다. 거의 최옥산류에 미치신 분이랍니다.
최옥산류 CD도 부탁하면 분명 구해드릴 것 입니다.
회장님 홈페이지에 가시면 다양한 최옥산류 산조를 들으실수 있습니다.
www,gayatgo.com입니다. 물론 짧은산조 입니다.
이렇게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잘 읽고 기분좋게 갑니다.
회장님께도 말씀드려서 꼭 권해드리고 싶은 글 입니다.
푸치니님이 비전공자 이시라면 아마 우리 회장님께서 업어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