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불며 함께 먹는 뜨거운 육수! 질긴 면발과 머리속에 땀나도록
매운 비빔 양념장은 함경도 지역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갔던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기질이 그대로 녹아있는듯한 전통 "이북식문화"다.
냉면은 시원하게 먹는다 해서 여름음식으로 알기 쉬운데 사실은 겨울
음식이다. 이유는 메밀 또는 고구마의 수확시기를 생각해보면 금새
답이 나온다.
메밀이나 고구마, 감자 모두 북쪽에서는 따뜻한 남쪽과 달리
가을에 수확을 하므로 자연히 겨울의 추운 날씨에 천연 저장법에 따라
겨울에 먹을 수 밖에 없었을테니까...
원래 냉면의 맛은 1월부터 5월사이 겨울을 지나 여름이 오기 전까지가
가장 좋고 여름이 가장 맛을 느끼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말복을 지나면서 찬바람이 난 이후에야 비로소 제맛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북쪽, 남쪽 가릴 것 없이 대중화됐고 또 시원함을 즐기는
기호가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여름철에 인기가 높아지게 된 것 같다.
잘 아시다시피 냉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흔히 평양냉면이라 일컫는 물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불리는 비빔냉면
또는 회냉면!이 두가지 냉면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재료다.
말아먹고 비벼먹는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메밀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고구마 또는 감자 전분으로 만든다는 것!
관서쪽 사람들은 냉면을 먹을 때 목을 타고 넘어가며
배를 꽉 채워주는 육수의 맛 때문에 좋아한다고 하고,
관북쪽 사람들은 가늘게 씹히는 면발의 쫄깃쫄깃 함에다
웃기로 얹어놓은 홍어회 무침에 매운 양념을 더해 먹는
그 군침 도는 맛과 매운 맛을 씻어냄과 동시에
입안에 두터운 포만감을 더해주는 뜨거운 육수 맛 때문에 좋아 한단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옛날 장유유서가 엄격하던 시대에
냉면이 노소화친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겨울철 한 마을의 양반집에서 마을사람들에게 냉면을 내는 잔치를 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모여 요즘말로 냉면파티를 벌이게 되는데
수염을 휘휘 날리는 점잖은 양반 노인네도 냉면을 먹을 때만은
체면을 구길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 놈의 냉면 면발은
젓가락으로 건져먹을수 있는데 그 맛있는 냉면육수를 먹고 싶은데
먹자니 그 큰 냉면 사발을 들지 않고는 먹을 수가 없는 거였다.
그 당시 음식을 먹을 때 그릇바닥이 보이는 것은
상놈들이 하는 짓이라고 했을 때 이니 반상이 따로 있을 수 없고
노소가 유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냉면잔치를 여는 날이면 마을이 한바탕 떠들썩
유쾌한 웃음이 넘쳐났다고 한다.
물론 평양냉면의 이야기다.
우선 평양냉면을 먹고 싶다고 할 때 그 면발 부터 보자.
면발이 가늘면 절대로 그것은 평양냉면이 아니다.
육수에 말아 먹는다고 다 평양냉면이 아니다.
평양냉면은 재료가 메밀이므로에 따로 전분을 약간 섞어
치아로 쉽게 잘 끊어진다.
그래서 물냉면을 주문한뒤 가위를 들고와 "잘라 드릴까요?"
그러면 그날 평양냉면 먹는 것은 포기하기를...
그리고 평양냉면에 고명으로 오이채, 배채, 삶은
달걀, 편육등이 들어가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삶은 달걀의 용도를 모른다.
삶은 달걀은 입속에 남아있는 다른 음식의 맛을
깨끗이 지워주는 역할을 하므로
냉면을 먹을 때는 삶은 달걀부터 먹어야 한다.
그래야 냉면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는 육수, 즉 국물이다. 옛날 쇠고기나 닭고기 등이
흔하지 않던 시절,특히 관서, 관북지방의
산간에서는 꿩고기로 육수를 내었다.
상대적으로 산간에 꿩이 흔해서 그랬겠지만
꿩이란 놈의 육질이 단단한 편이 못돼 여름에는 쉽게 상하기 쉬워
닭고기로 대신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쇠고기 사골이나
갖가지 부위 살 등을 넣어 육수를 냈다고 한다.
한국 냉면의 최고의 비밀은 이 육수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육수를 남기면 절대로 안된다고 한다.
냉면 대접이 큰 편인데다 거의 가득 담겨져 나오는 육수를 다 먹게 되면
그 포만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육수는
먹을 수록 감칠맛이 더해져 자연적으로 자꾸 먹게되지 않던가?
함흥냉면의 경우에는 손의 온기에도 사리의 맛이 변한다고 할 정도니
차게 나온 직후 빨리 먹을 수록 제맛이 난다.
또 냉면 위에 얹혀 나오는 홍어회는 양념장과 사리를 잘 비빈 후
하나씩 쌈을 먹는 기분으로 얹어 먹어야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기호에 따라 식초, 설탕, 겨자를 첨가해서 먹으면
개운한 맛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냉면 육수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고, 식초는 땀을 많이 흘린 후에
피로 회복제로... 냉면에 넣은 겨자는 여름철에 식품이 상하는 것을 방지,
배탈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메밀은 특히 젊은 여성들이나 주부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여러분은 평양냉면, 함흥냉면중 어느 것을 좋아하는지...
지방 어디에 선가는 이미 중국식당 짬짜(짬뽕/짜장)처럼
한 그릇에 두가지가 담아 나오는 냉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맛이 어떨까~? ^^
그러나 저러나 냉면에 대해 이만큼 알았으니
마지막으로 소문난 냉면 맛집을 소개합니다.
이곳 말고도 소문난 맛집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