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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떡다리
하일도(이선호) 추천 0 조회 14 11.04.18 16:50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나의 취미는 천렵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 중에도 고기 잡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난 잡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다 좋아한다.

나는 낚시로 고기잡는 것보다 손이나 거리, 반도 등으로 고기잡는 것을 더 좋아한다. 농촌에사 자란 탓에 한가하게 낚시로 고기잡을 시간이 없는 것도 그 이유가 되겠으나 물에 들어가 온몸을 던져 고기를 잡는 것이 더 내 적성에 맞기 때문이다.

오늘 여자친구가 남편과 낚시로 월척에 준하는 떡다리 20수를 낚아 나에게 보신하라고 주어 집에서 요리하면서 찍은 사진. 모처럼 비린내를 맡으니 오래동안 잊혀진 야성이 되살아 나는 느낌을 받았다.

 

 

나가 처음 고기잡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물고기를 무척 좋아하셨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고기 매운탕은 물론 잡은 물고기를 산채로 그대로 배를 따서 잡수시기도 하셨다. 논에서 일하시다가 붕어나 미꾸라지가 잡히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배를 따고 잡수신다.

어릴 때 틈틈이 시간을 내어 앞 도랑이나 개천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오면 어머님이나 눗님들은 요리하기 귀찮아 종종 물고기를 버리기도 하였지만 난 다시 버린 물고기를 주어 아버님이 오실 때 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배도 따서 요리해 먹기도 하였다.

사시사철 틈만나면 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고기잡는 아이로 유명하다.

외지 친구들이 와도 같이 고기잡으러 가고 추운 겨울, 깜깜한 밤에도 얼음을 깨고 개천이나 도랑에 들어가 고기를 잡아 술안주로 매운탕을 만들어 대접해 주기도 하였다.

내가 사는 곳이 낙동강 지류라 디스토마가 있음에도 붕어를 잡아 산채로 한그릇씩 배를 따먹을 기억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공부한다고  팔공산 아래 새마을에 있을 때도 동리앞 개천에서 수시로 고기를 잡았다. 잡은 고기는 집 마당에 솥을 걸고 인근 밭에 있는 파나 마늘을 뽑아와 한솥 끓여 같이 공부하는 고시생을 불어내어 매운탕을 안주로 밤늦도록 술을 마신 기억들이 생생하다.

변호사가 되어 낚시 동우회에 가입하여 가끔 낙시대회에 참여하였으나 낚시는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싸구려 낚시대 구하여 참여하면 유달리 고기는 잘 잡았다. 상도 많이 탔다. 또 잡은 고기는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와 매운탕이나 추어탕을 해 먹었다.

가끔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강촌 등지에 가서 거물로 고기를 원없이 잡아 보았으나 배고픈 젊은 시절의 맛이 나질 않았다.

 

그 후 골프에 취미를 붙이다 보니 토.일요일에 낚시조차 갈 시간이 없었고 비린내를 맡을 시간도 차츰 잃어갔다.

그런데 오늘 중학교 여자친구가 남편과 낚시로 붕어 20여 수를 잡았는데 내가 먹는다고 하면 갖져다 주겠다고 한다. 마다할 내가 아니다.

오후 5시경 붕어를 건네받았는데 하나같은 팔팔한 월척에 준하는 붕어들이다. 붕어 찜을 해먹으라는 조언이 있었으나 추어탕을 해먹기로 하고 일일히 피를 빼고 비늘을 배끼고 배를 따서 소주와 식초를 넣고 푹 삶으니 비린내가 없어졌다.

큰 뼈와 까시는 추려 내고 믹서기에 갈으니 잔뼈도 없어졌다. 3번 정도 할 수 있는 양이다.

오늘 저녁은 마누라가 추어탕을 맛더러지게 요리하여 5식구 모두 큰 그릇에 한 그릇식 떠서 맛있게 먹었다.

붕어를 준 여자친구에게 잘 먹었다는 보고를 올리면서 물고기에 대한 추억을 곁더려 올린다.

 2011. 4. 17. 밤 이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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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4.18 16:51

    첫댓글 모처럼 한 글 올립니다.

  • 11.04.19 08:44

    나도 집앞 개울가에서 소꾸리로 고기잡던 어린시절이 생각 나내요. 그런 여자 친구 나도 소개좀 해주셔요.떡밥도 안만지고 가만히 앉아서 회다, 추어탕이다 포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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