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급할것 없었기에 '첵'을 내리고 각선의 카드에 8이 내려지며 첫 배팅이 나오는데 눈여겨 살펴보니 그는 스트레이트 드로우 같았다. 내 콜과 함께
각선의 다음 카드에 7이 내려지고 적당해 보이는 벳을 해오므로 이미 오픈된 9에 8이 더했고 7이 열리므로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졌지 않았을까 생각
되었다. 내 카드에도 그와 같은 7이 열렸기 때문에 리딩은 더욱 그리 보였다. 내 9트리플은 비젼이 있었으므로 다시 콜했다. 다시 각선의 카드는
필요 없어 보이는 3이 열림에도 벳이 이어졌으니 스트레이트가 확연해 보였다. 마침 내 카드는 이미 있던 7에 7이 더해져 풀하우스를 메이드 했다.
각선의 패에 7이 있었고 좀전 꺽은 정배의 오픈 카드에도 7이 있었으므로 내 액면의 77을 각선은 겁내지 않는 듯 보였고 이제는 돈을 뽑아 내려는지
강하게 벳을 해왔다. 내 카드는 막강한 풀하우스 였지만 아직 메이드 되지 않은 것처럼 콜만 따냈다. 각선의 잡담이 멈춘 걸 보니 스트레이트가
분명해 보였다. 상황은 좋았다. 희든 카드를 나눠 받고 다시 각선이 내 눈치를 살핀 후 자기가 위너라 생각하고 벳을 제법 올려 35만을 벳 해왔다.
나는 바로 35-35 리레이즈 했다. 각선은 어린 나를 우습게 여기고 카드 또한 그렇게 판단하여 일부러 블러프 처럼 보여 판돈을 더 엮겠다는 생각
이었는지 내 리레이즈에 무려 35-80을 담았다. 약해 보여도 내 바닥 페어 7이 있는것에 그 정도의 무리한 레이즈가 나오면 안되는 것인데 날 호구로
보고 호구짓을 한것이다. 그의 레이즈는 내게 남은 돈의 대부분이었다. 내 카드가 꺽일 일은 절대 없어 보였다. 콜을 받고 카드를 오픈해 주자 그가
경악하며 언성을 높였다. "와 씌벌.! 6구째 메이든데 콜만했네.! 줬도 샤킹 하는구만.!" 말하고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화냈다. 그때 화장실 가려고
일어 났던지 상선이 "뭐여.! 뭔데.?" 하고 잠 덜깬 얼굴로 들어왔다. 잔뜩 쌓인 내 앞의 돈들을 보고 적잖이 놀라는 눈빛이다. 상선은 형선에게 내용을
설명 듣고 각선에게 "야.! 씌발 세꺄 하자가 전혀 없는데 얘가 어리다고 주둥이로 피 죽이면 니 짓거리가 양아치지 건달이냐.!"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각선, 형선, 상선은 뒤의 이름이 선으로 모두 같아서 쓰리썬으로 통하며 시내에서 유명한 건달 친구들이었다. 노름판에서나 건달 판에서도 파가 다른
라이벌이었으며 고등학교 시절에는 다같이 친구였고 그 중 상선이 제일 잘 나갔으므로 나머지 둘은 나이가 든 후에도 상선이 마음 먹고 화내면
쫄고 꿇렸다. "아라써 되게 지랄하네.!" 하며 각선이 꼬리를 내렸고 형선이 끼어 들어 "고만 참자 상선아.! 인정 했잖아." 하며 분위기를 추스렸다.
그 바람에 모두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진카 이미지를 굳힌 후 앞전이 많이 쌓이고 블러프를 더러 섞어서 게임을 강행했다.
주점사장 상선은 재떨이 비우는 일까지 자기가 직접 했다. "박이야.! 너 88골드 피우지 형이 사다 줄께" 하며 괜찮다 했지만 거절하지 못하게 했다.
그날 나는 연호 앞의 조금 남은돈과 정배의 본전 조금 넘는 앞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판돈을 쓸어 천만원 정도를 이겼다. 각선이 판 깨질때 말 하길
"꼬마 너 다음주에 또 한번 붙자. 이름이 뭐랬지.?" 하며 노름판에 등단을 대우하는 멘트를 주었다. 상선은 그날 나를 옆가게 쏴요(soayo) 룸싸롱에 데려갔다.
언더락 잔으로 양주를 퍼 먹였고 거절이 불가했다. 둘다 꼭지가 돌도록 마셨다. 그간의 힘든 웨이터 일이 씻겨지는것 같았다. 상선이 수고비로
십만원권 수표를 무려 열장 백만원의 거금을 나에게 주었고 몸매가 호리하고 새로 온 쏴요의 퀸카 21살 윤아를 내 파트너로 붙여 주고 그녀를 맘대로
할 수있는 2차 비용까지 끊어 주니 미모와 술에 힘입어 그녀와 고꾸라져 엉켰다. '아.! 그날 엉킴은 사실상 내 첫 순결이다." 윤아는 다음날 오전 헤어지며
'나 시간나면 너한테 밥 먹자고 삐삐 쳐도 되.?' 하며 에프터를 요청했다. 그 즈음에 선주와 사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삐삐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 후로도 윤아는 여러번 나에게 대가 없이 두 몸의 실을 엉키게 주었고 경험이 없었던 나는 된 가뭄에 물을 만나 그 행위에 아주 신이났다.
그렇게 내 스므살에는 한살 많은 윤아에게 몸으로 하는 사랑을 달콤하게 배웠다. 어느날 윤아의 엄마가 윤아를 수소문 하여 잡으러 오는 바람에 그녀와의
관계는 감감이 무소식 되었다. 훗날 군대를 제대하고 상선을 만났을때 말 해주길 '윤아가 일부러 사무실에 너를 찾아 왔었는데 내가 너네 집도 모르고 군대를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 만나게 해 줄수가 없었지.' 하며 아쉬움을 건넸다. 윤아는 비록 주점에 일하였지만 의리도 있고 좋은 여자였다. 라이터나 허리띠 등
선물을 여러번 내게 사주며 장난식으로 '나중에는 니가 누나한테 잘해야겠지.!' 하며 흰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던 긴 생머리의 윤아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인연은 정해진 것인가 보다. 그 후 윤아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그 후로도 대여섯번 포커판에 기용되어 짭짤한 용돈을 챙겼고 상선은 주점 말단
직원인 나를 이사급 대우하며 가끔은 자기가 먼저 가게에 나와 마대 걸레질을 해주기도 하며 맛나는 저녁 배달 주문은 가게가 오픈한 이래로 절대로
없었던 일이라며 주방장 형도 나를 대단히 여겼다. 후에 도박판 선수들의 노름돈이 마르는 탓에 판은 깨졌고 더 큰판으로 가서 해보자고 상선이
권유했지만 나는 군입대를 핑계로 큰판에 자신도 없었고 웨이터 일은 어차피 군입대 전까지 경험 삼아 해보려 한것이기에 추억의 직업으로 끝냈다.
상선이 노름을 좋아 하다 보니 가게 경영은 오래가지 못했고 주점은 몇달 후 간판을 내리고 그 자리는 상품권 깡 사무실로 바뀌었으니 아마도 하우스는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이 후 나는 군입대를 하게 되었고 일병이 되었을때 같은 부대의 선임하사 이중사와 친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상선 같이 노름에
찌들어 있었다. 담배 피우며 사적인 대화를 잠시 나누는 중에 타 부대 비슷한 호봉의 하사관들과 어울리는 포커 판이 크다고 했으며 포커 칠 줄
아냐고 묻기에 핑크 단란주점 일화를 이야기 들려 주니 한주 후 주말에 선임하사의 간택을 받아 외박을 나가게 되는 특혜를 얻었다. 한동안 해 볼 수
없었던 쎄븐 카드는 뒷전이고 군인은 부대 울타리를 나가면 모든것이 행복이다. 나는 노름 특기병으로 대략 두달 가량 많은 자유의 시간을 얻었다.
어느날 얼굴이 죽상된 선임하사가 당직을 서던 날 초소 근무를 다녀 온 내게 커피 한잔 하자고 권했다. 표정이 흙빛이기에 "무슨 큰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질문했다. "아니다. 그냥 커피한잔 타주고 싶었지 뭐...." 하고 말을 흐리기에 뻔해 보이는 짐작으로 그에게 물었다. "많이 잃으신거죠.?"
그가 간부답지 않게 물끄러미 날 보더니 답했다. ".... 어떻게 알아.? 적금 깬것도 다 해먹었어 옷이라도 벗어야 될판이다." 이중사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박이야.! 제안, 아니 부탁하나 해볼까.! 이번 주말에 나사는 집 주인 아들에게 부탁하여 외박을 빼 줄테니 맛있는거 먹고 그 판에 구경이라도 한번
봐주러 가보겠냐.?" 말했다. 안될일은 없었다. 나는 철원에서 집이 멀었기 때문에 눈군가 면회를 와줄 일이 적어 외박이라는 말에 매우 솔깃했다.
초면인 이중사 집주인 아들에게 인사하고 외박을 나가 간단한 저녁을 먹었고 이중사는 비밀스러운 고민을 털어 놓았다. 주말에 하사관들 끼리 포커판이
벌어지는데 그판이 제법 크고 이중사는 잘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그곳에 빠져 적금까지 깨고 삼천만원 가량을 빠트렸다. 지금 이리저리 모으면 삼백만원
정도가 되는데 한번더 해보고 끝내야 될지 끊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 했다. 딱 천만원만 찾으면 포커를 끊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상의 하기를 하사관들이
모두 얼굴을 알고 지내는 관계가 아니므로 사복을 입고 자기대신 포커판에 끼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본 후 "그렇다면 오늘은
오십만원 가량만 가지고 잃지 않는 카드 기다리기 선에서 이중사님이 게임을 하십시오. 저는 한두시간 그들의 행동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이중사와 미리
입을 맞추어 충북 진천에 있는 37사단의 포병대 하사인데 이중사쪽에 파견 나온것으로 과장하여 그곳에 이중사의 옷을 얻어 입고 따라갔다. 청바지는
상관 없었지만 셔츠가 촌스러웠다. 포커는 이미지도 중요하므로 다음주에 셔츠를 하나 사달라 요청했다. 포커판은 하사관 중에 독채로 집을 얻어쓰는
구중사가 있었는데 그곳이 아지트였다. 두세명의 구경꾼이 있었고 여섯명의 선수들이 한참 게임 중이었다. 그 중 한사람이 일이있어 가봐야 한다고
빈자리에 앉으라며 이중사를 재촉했다. 들어오기전 이중사에게 내가 말했다. "제가 화장실 가면 신출내기 인데 판에 한번 꼬드겨 보려고 데려왔다."
그들에게 말하라 했다. 그들에겐 다 돈으로 보일것이다. 아니나 달리 천천히 화장실에 다녀온 후 그 중 하나가 말 걸어왔다. "오신 김에 한게임 치세요.!"
어디 근무하냐 한사람이 물었고 37사단 포평 대대에서 파견 왔다 말하니 다행히 더는 묻지 않았다. 사실 등에 진땀이 베어날 정도로 더 물을까 불편했었다.
하사관 임관 과정을 잘모르니 어떤 질문이라도 해오면 잘 대답할수 없었으니 걱정이었다. 그런 걱정과 달리 그들은 포커판에 바빴다. 지켜본 결과 계급만
중사들이지 포커수준은 내가 생각하기에 중학생 같았다. 가끔 선중사와 경중사만 블러프를 구사하고 양중사는 레이즈를 좀 강하게 치고 나오는 편이라
그가 판을 리드하는 편이었다. 양중사는 그래도 포커가 어떤지를 좀 아는 편이나 그런 겜블러를 잡는 방법이 몇가지 있는데 뻥카든 진카든 더 강하게
나가던가 진카 메이드를 가지고 선중사나 경중사의 블러프를 겁내는 듯 따라가며 판돈이 조금 쌓였을때 갑자기 강한 레이즈로 누르면 좋을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판돈을 제법 모아 왔을 후반부에서 그렇게 할것이다. 초중반에는 진카만 유지하는 정석카드를 보여 주어야 후반부에 거짓말 카드 속칭 뻥카를 구사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지고 있으면 하이 투페어도 버리는게 포커이다. 실제로 하이 투페어는 결코 약한 카드가 아니라는것도 알아야 할 일이다.
첫댓글 제 주특기는 포병사수 인데.
노름특기병도 있군요? ㅎㅎㅎ
정말입니까.? 저도 일병때 부터 계속 사수였어요 155mm 견인포요 특수한 직무여서 내무생활이고 이런거 열외였습니다.
@GEBAK 헉 ㅋㅋㅋ
그럼 KH179 이겠군요 ㅎㅎ
전 이등병 때부터 숫자 계산 빠르고 기계 잘 만진다 해서 사수로 차출 되었었어요 ㅎㅎ
제대 할 때까지 포반장보다 사수로 계속 있었습니다 ㅋ
@무이비엔 우와 무척 반갑습니다. 대처 능력 좋다고 차출된 형태입니다. 포반장 제안도 들어왔는데 "나는 제대날까지 전포 사수다." 하고 멋있게 거절했어요
@GEBAK 어익후~ ㅎㅎㅎ
대 선배님이시겠군요
전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백곰부대 출신입니다^^
97군번이구요 99년 말에 제대했었네요. 26개월^^
@무이비엔 갈말읍 신수리 102 포병대대 이고요. 사수하면 소수 특수요원으로 끝내줬습니다.
@무이비엔 오함마자루 곡괭이 자루 깍고 그랬겠네요 ㅎㅎ 94.5월 군번임다요 둘넷백 준비끝.!
@GEBAK 한번 씩 수색 매복 가면 각 포반 사수들만 모여서 톱 들고 피나무 찾아서 함마 자루 재료들 잘라오곤 했죠..ㅋㅋ
낮들고 포상 앞에 앉아서 자루 만들고 그랬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무이비엔 문혜리 TOT 야포 사격장 가보셨죠. V마크 5군단 5포병여단 였어요 아마 마크 보셨을겁니다. ㅎㅎ반갑네요
@무이비엔 옛날에 포탄이 돼지 막사에 떨어진 일이 있은 후로 포병대 지침 사수는 분대에서 똘똘한 사람으로 차출 했답니다.
@GEBAK 사수가 띨~ 하면 포신이 반대로 돌아가죠 ㅋㅋㅋㅋㅋ
우리 부대는 IQ로 뽑았었거든요. 그나마 제가 제일 나았었나 봅니당 ㅎ
@무이비엔 언제 한번 더 이야기 하시자구요,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잘난 군입대 다시 하시게들..." 하겠습니다. ㅋㅎ
전 155미리 자주포.. 89 입대요..ㅎㅎ
우와 그때는 주행중에 엔진 꺼지고 완전 자주포 초창기 때 아닌가요.! (단지 예상) 저희 여단에도 98자주포 대대가 있었거든요.
@GEBAK 그당시 기억으로 첨 나온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계속 되는 포커이야기 기대됩니다
재미 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잘 써보겠습니다.
포병이야기 나오니 저의 두아들 28사977대대 와 7포병단서 근무했었습니다.
와.! 완전 포병 가족이시군요 ㅎ
단란주점이 ㅋㅋㅋ 깡 사무실로 ~
잘보고갑니다 ^^
고맙습니다 ~
저도 감사드립니다. 단란주점이 그립지는 않지만 젊음과 윤아가 그립습니다.
@GEBAK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