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 태극검마혼
"풍아가 그런 말을...... 정녕 네게 했단 말이냐?"
사요빙,
어떠한 일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그녀이건만 이순간은
의외라는 듯이 탁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단봉중옥을 굳은 표정으로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단봉중옥은 어쩐지 그 시선이 거북하게만 느껴져 괜시리 얼굴이
붉어질 것만 같아 고개를 숙이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
"그는 어려운 말을...... 했구나. 내가 그를 자극한 것이 분명하
다. 지난십오년간 나와 그 죽지 않은 늙은이들도 되도록 그의 과거
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아이는 절대 그때의 일을 입
밖에 담아본 적도 없었으니까......"
"......!"
"무섭도록 의지가 강한 아이지. 그는...... 어쩌면 너도 그 아이
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후일을 위해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부님 그 말씀의 뜻은......?"
단봉중옥은 미간을 살며시 모으며 사요빙을 응시하였다.
사요빙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내 말뜻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후일 두사람이 되도록 불행
한 충돌이 없었으면 하는 뜻에서 하는 말이니가. 너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
단봉중옥은 자신도 모르게 갸름한 턱을 내밀었다.
사실, 그녀는 금천풍호의 언행이나 그가 어려서부터 어떻게 이곳
에서 자라나게 되었는지 궁금하였기 때문에 사부가 그에 대한 과거
를 말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부지중에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벌써 십오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어느날 갑자기 멸망해 버린
가문...... 그때까지만 해도 천하제일가와 유일하게 어깨를 견줄만
한 위대한 가문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사건을...... 바로 금천세가!"
"금, 금천세가......!"
단봉중옥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봉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그 이름을...... 어찌 모르겠는가? 무림세가에서 자랐던 그녀인
만큼 따갑도록 금천세가란 이름을 들어왔거늘......
무림인들......
무림이라는 이질적인 힘의 세계에서 만병지왕이라는 검을 보며
두 가문을 동시에 떠올린다.
천하제일가와 금천세가!
검에 관한한 두 가문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가문은 천하제일가
로 한가문은 중원제일가로 칭송되어 왔기에......
천하제일가가 정과 중을 위주로한 검법으로 천년 간 무림을 지배
해 왔다면..... 금천세가는 패와 변을 위주로 한 극쾌와 다변의 검
법으로 천하제일가를 견제하며 중원을 지배하고 군림해왔다.
검종이대가문!
바로, 그것이 천하제일가와 금천세가인 것이다.
(몰랐어...... 그 사내가 금천세가의 유일한 후예라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다!)
단봉중옥,
그녀의 놀라움은 금천세가란 이름때문만이 아니라 금천풍호의 밝
은 얼굴 뒤에 가려있는 불행한 과거의 놀라운 신분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였던가?
그녀는 부친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음을 상기했다.
------ 이 아비가 비록 빰문칠가의 수석으로 충앙받으나 천하에
서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둘 뿐이다. 그 하나는 무황 옥
사황이고..... 또 한사람은 검왕이라 불리는 금천세가의 가주인 금
천세걸이다. 천하에 두려워 할 것이 없는 아비지만 그들 두 사람은
이 아비에게 영원히 넘어다 볼수 없는 거대한 벽이다.
벌써 오래 전이지만, 단봉중옥은 지금 이세상 사람이 아닌 부친
이 했던 말을 다시금 기억해 낼수 있는 것은 그때에 이미 금천세가
란 이름을 뇌리에 깊이 새겨두었기 때문이다.
사요빙은 단봉중옥의 표정에 눈을 사르르 감으며 다시금 말을 이
어갔다.
"그날의 사건...... 한가문이 철저하게 몰락해버린 사건을 내 눈
으로 직접 보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그날의 그 처
절했던 장면이 아직도 사실이라고 믿기지도 않거니와 믿고 싶지도
않다......"
사요빙의 말 그 자체가...... 사요빙을 과거의 회상 속으로 끌고
가는듯 음성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 금천세걸. 검왕으로 불리웠던 그는 금천세가의 역대 가주
가운데 천성이 강한 사내였다. 때문에 그로 인해서 금천세가는 역
대 가장 빛나는 표상이 될 정도였다. 금천세걸, 그는 모든 방면에
서 뛰어났으며 강한 성격에 남에게 뒤지는 것을 차라리 죽기보다
싫어했다. 한데 그것이 금천세가의 멸망과 비극을 초래하게 될 줄
이야 어느 누가 알았으리......
------ 금천세걸, 그는 부러질망정 굽어지지 않는 강인한 성격은
마침내 옥사황에게 도전장을 내게 만들었다. 결코 그 자신이 옥사
황의 아래가 아니라는 강한 믿음에..... 그는 천하제일가의 가주에
게 도전한 것이지. 그것은 결코 명예욕 때문이 아닌 그만이 가진
투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 금천세걸과 옥사황, 그들 두 사람은 분명 만났다. 왜냐하
면 금천세걸은 검 한자루만을 지닌채 천하제일가로 단신으로 달려
가 옥사황에게 도전을 했으니까. 천하제일가의 구대봉공조차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때의 소동은 천하제일가를 휘청하게 만들 정도로
요란한 것이었지. 그리고 마침내 두사람만이 아무도 모르는 장소로
옮겼다. 때문에 그 결전의 과정이나 결과는 오직 그들 두사람 이외
에 알고 있는 제삼자란 존재하지 않았다.
------ 그리고 비극은 시작되었다. 금천세가로 돌아온 금천세걸...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직 아집만을 고집하는 괴팍한 성격
으로...... 그러던 어느날 그는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그의 검은 눈이 없었다. 금천세걸의 눈도 그때는 미쳐 있
었다. 자신의 가솔들은 물론 부인과 아들..... 딸, 아니 심지어 부
모조차 가리지 못하고 무자비한 학살을 범하기 시작했다. 금천세가
에 살고 있는 생명이란 모조리......!
------ 너무도 끔찍한 학살이었지. 삽시간에 그의 검날 아래 금
천세가의 모든 사람들이 피를 뿌리고 쓰러져 갔으니까. 아마도 떼
죽음이란 그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생존
자가 남았다. 금천세걸 자신마져 자기의 검을 가슴에 박아넣고 죽
어갈 때...... 천행인지 불행인지 알수 없지만......
------ 그 유일한 생존자는...... 바로 오늘날 불귀도에 자신의
생을 이어가는 금천풍호 바로 그이다!
충격!
단언컨데...... 단봉중옥은 부친이 죽어갈 때의 충격을 제외하고
는 이러한 충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십오년 전에 돌연히 멸망해 버린 금천세가.
그 사건이야말로 백년 이래 무림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천하무림
을 격동하게 만드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또한, 아직까지 무림의 삼
대불가사의 가운데 가장 잔혹하고 끔찍하며 신비로운 것으로 지칭
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헌데 말이다.
하늘도 눈물을 뿌릴 놀랍고 통천가공할 사실이 아닌가!
금천세가를 멸문한 장본인이......바로 금천세가의 구대가주였던
검왕 금천세걸 그 자신이었다니!
단봉중옥,
그녀는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듯한 느낌과 충격에 사로잡혔다.
(그래...... 그래서 그는 그런 말을......!)
충격속에 혼자 아픈척 하지 말라는, 입가에 고소를 떠올리며 하
던 금천풍호의 말이 환상처럼 떠올랐다.
------ 크 섬! 넋두리만 늘어놓는...... 세상의 아픔이란 아픔은
혼자 지닌채 앓고 있는척 하는 계집!
비록, 그처럼 불순한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순간 어쩐지 그 말
이 그렇게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더불어 그녀는 자신의 몸이 작게 느끼는 대신 금천풍호의 신태가
자신의 눈에 거대한 태산처럼 환상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금천풍호......! 그렇게 큰 상처의 아픔을 웃음으로 삭이고 있
었다니......! 그렇게 큰 한과 상처를 웃음으로......)
같은 비극이라 해도 그 상처와 의미는 너무도 다르지 않은가?
그래도 자신은 복수하고 증오할 대상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금천풍호......!
그는 대체 누구에게 복수를 할 것이며 증오를 발산한단 말인가?
광인이 되어 날뛰다 죽어버린 부친에게......?
(오......! 하늘이여......! 대체 인간에게 어디까지 어떤 종류
의 아픔을 간직해야 한단 말입니까......?)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작은 가슴에 금천풍호에 대한 무어라 형용
하기 어려운 기묘한 감정이 한줄기 생처럼 솟아올랐다.
태산이 누르는 듯한 무거운 침묵.
그것이 매화곡 전체를 찍어누르고 있었다. 숨막힐듯한 무거운 침
묵이 얼마의 시간을 타고 사위를 지배했을까?
이마를 모으고 있던 단봉중옥이 눈에 의혹의 빛을 띠고 사요빙을
응시하며 침묵을 깬 것은......?
"헌데...... 사부님은 어떻게 그 사실을......?"
은밀히, 그리하여 불가사의로까지 규정되어버린 금천세가의 멸망
을 확실히 사요빙이 그처럼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의혹이 아닐 수
없었기에 단봉중옥은 가슴 속의 의문을 물어본 것이다.
순간이다.
사요빙의 안색이 여러차례 무심하게 변한 것은,
그리고 눈가가 처연하게 처지며 떠올리는 미소는 살인적인 허탈
감이었으니......
"금천세걸...... 그는 나에게 있어...... 영원이 잊을수 없는 연
인이었어. 나의 모든 영혼과 사랑을 휘어잡은......!"
"......!"
단봉중옥의 눈은 다시금 거센 파장을 일었다.
심상치 못할 놀라움의 연속......!
그것이 간단없이 단봉중옥의 뇌리를 마구 뒤흔든 것이었다.
* * *
똑...... 똑...... 똑......
투명한 물방울이 석벽의 가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며 떨어지는 높
이는 불과 두자 반.
어느 순간이었을까?
번쩍------!
동굴에 흡사 벼락이 떨어지듯 시퍼럼 검광이 싸늘한 예광을 토해
낸 것은!
파아------ 아아아앗------!
뒤이어 싸늘한 검광은 유성이 폭발을 일으키듯 현란한 빛을 뿌리
면서 일순지간에 빛무리를 일으켰는데......
오오, 눈 앞에 전개되는 광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환상의 이 광경을......!
갈라진다.
석벽에 떨어지는 높이와 지면의 정중간의 공간에서 떨어지는 물
방울이 무지개처럼 뿌옇게 갈라지고 있었다.
하나에서 두개로, 두개에서 네개로...... 그리고 순식간에 일백
마혼네개로 갈라지고 있다. 그 하나하나가 모조리 섬광처럼 스쳐가
는 검광에 의해서!
비록, 두자반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물방울이 일백마흔네
조각으로 뿌옇게 갈라지기 까지 불과 한자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변
화......!
그리고 검은...... 수평으로 누운채 물안개에 눈을 씻듯이 요지
부동인데, 그 검을 잡고 있는 손은 섬세하리만큼 말쑥하고 굵은 금
천풍호의 손. 마치 태초부터 그래왔듯이 떨어지는 물방울 앞에 서
있는 금천풍호의 자태는 그 자리에 뿌리를 박은 양 호발부동하기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원칠절, 그들은 무슨 황홀한 광경을
보고 있는 양 멍한 눈빛이었다.
(과, 과연......!)
(볼수록 미치도록 귀여운 놈......!)
(일백마흔네 조각..... 놈은 마침내 성공했구나! 우리 일곱이 온
갖 지혜를 짜내 이룬 검예를 놈이......!)
중원칠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 것은 격렬한 놀라움이
스쳐간 바로 뒤였다.
하기야 말이 좋아 일백마흔네 조각이다. 한자 사이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그렇게 쪼갠다는 것이 어찌 인간이 펼쳐낸 검법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신기!
차라리 눈부시고 황홀한 신기라 해야 옳을 것이다.
"좋아! 허허허......"
"흐흐흐! 매우 좋은 결과인데, 하하!"
중원칠절은 대소를 터뜨리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양 박수
치고 요란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그들은 요 며칠 사이에 금천풍호 때문에 연거푸 까무러
치고 있었다. 빈둥빈둥 거리며 게으름을 피우고 엉뚱한 짓만 벌이
더니, 며칠전에는 자신들과의 비무에서 당당히 맞서면서 신기를 보
여주는가 싶자 이번에는 또 한번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지 않은가?
지금 보여준 저 가공할 신기라니......!
적룡기는 흡족함을 감출 수 없는지 금천풍호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거리며 소리쳤다.
"대단한 솜씨이다. 너는 이제 우리에게 더이상 배울 것도 배울필
요도 없다. 태극검마혼! 우리들의 지혜가 동원되어 창안해낸 그것
마져 완성했으니까!"
태극검마혼!
백년전 천하무림을 휩쓸었던 중원칠절이 탄생시킨 검예!
능히 그 위력이 어떠한지 상상할수 있지 않겠는가?
이때, 그 한번의 검법의 시전으로 피로함을 느꼈는지 금천풍호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적룡기는 다시금 어깨를 다독거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며 말했
다.
"앉아라. 피로할테니 우리들의 잔소리를 마지막으로 듣거라."
"마지막이라고요?"
금천풍호는 그의 말대로 따르며 의혹의 빛을 떠올렸다.
적룡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회상에 잠기듯 눈을 거슴치레하
게 좁혔다.
"우리가 처음에 이곳에 들어올 때는 우리들 만의 힘으로 옥사황
의 대승천검도결을 깰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힘을 모아 창안
을 한 것이 바로 그 태극검마혼이다. 그러나 막상 그것이 완성되었
을 때 우리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변화가 일백마흔네번
에서 끝났으니까......"
무슨 말인가?
그 환상의 신기인 태극검마혼마져도 대승천검도결을 누룰수 없다
니......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승천검도결은 더 이상 완벽할수 없는
검도이자 강할수 없는 검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일곱사람
모두의 상처에서 비교하고 연구했지만 한점의 헛점도 찾아내지 못
했으니까."
아아...... 대승천검도결!
대체 어떠한 검예이기에 중원칠절이 그토록 절망아닌 절망에 잠
겨야 하는가?
적룡기는 무어라 입을 열려는 금천풍호의 입을 막듯이 다시금 조
용히 입을 열었다.
"대저 무공이란......"
------ 대저 무공이란 技, 巧, 力 그 세가지 범위를 넘지 못한다.
기란 최단거리에서의 바름이라 할수 있으며, 교란 변화이며 그리고
마지막이 힘 즉 내공을 말한다. 지금 네가 펼쳤던 태극검마혼도 결
국에는 그 세가지를 넘지 못하고 있고 대승천검도결 또한 마찬가지
다. 그러나 대승천검도결은 완벽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천검도결
의 변화는 네가 펼친 똑같은 시간에 무려 삼백육십이변을 일으킨다.
"너에게 묻겠는데 대승천검도결을 펼쳐 공격해 올때 막을수 있겠
느냐?"
결론처럼 적룡기의 그 말이 떨어졌을 때 금천풍호의 얼굴에 놀라
움이 더오를 수 밖에 없었다.
삼백육십이변!
어찌 인간의 몸으로 시전해 낼수 있는 변화이랴?
(막을 수 없다! 나 뿐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결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간단한 것이었다.
금천풍호 또한, 중원칠절의 절예를 모조리 전수받았고 검도에서
극상승의 경지까지 이룬 지금이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경지에 이르면 이를수록 무공이 어렵다는 것
을 피부로 느끼는 것처럼 삼백육십이변의 대승천검도결을 막아낼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하지 않을수 없는
그였다.
대승천검도결!
바로 그러한 검법이었다.
천하에서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할 그러나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 * *
"나는 본시 사도의 무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리고 나는 수많
은 사내들을 농간했다. 그때 나타난 인물이 금천세걸...... 그였다."
사요빙의 말,
그녀 말대로 천하인 모두가 그녀의 몸을 거쳐가지 않은 남자가
없다할 정도로 희대의 요녀......
"헌데 나는 그에게 만은 실패했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휘어잡
을 수 있다고 믿었던 내가 온갖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그만은 나의
치마폭에 무릎을 꺽지 않았다. 오기였지. 계속해서 그를 치근거리
며 괴롭힌 것은......"
"......"
"강한 사내...... 너무도 강한 사내...... 오직 금천세걸을 내치
마폭에 감싸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려 있었다. 그런 내 자신을 발견
했을 때는 어느 사인가...... 오직 남자들을 욕망의 노리개로만 여
겼던 나의 가슴에 사랑이 싹트고 있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실로 놀라운 말이 아닐수 없는데...... 희대의 요녀라고 불린 그
녀에게도 사랑이란 감성이 존재할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 사부님도 사람이고 여자이니까...... 그토록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면 더더욱이나......)
단봉중옥은 내심 탄식과 함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이미 사요빙의 불행한 아픔을...... 여인만이 가질수있
는 아픔을 겪어왔음을 감지한 것이다.
사요빙은 그런 그녀의 안색에 흐릿한 미소를 떠올렸다.
어쩐지 단봉중옥이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생각해 주고 부
끄러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듯한 것에 기쁨과 감격이라면
감격일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
"처음으로 고통을 느꼈다. 그것을 거부할 수록 강한 사랑의 충동
에 빠져 들어갔고...... 그는 정도의 지주적인 인물이고 나는 사도
에서도 버림받다시피한 색녀...... 결코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임에
도 불구하고 그에게 빨려들어가는 내 자신이 저주스러웠을 정도였
으니까......"
"......"
"때로는 하루종일 그를 생각하고 미칠 것만 같아 피를 토할 때도
있었지. 그날부터 그 좋아하던 방중의 생활도 버리고......"
"......"
단봉중옥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방중의 생활, 비록 처녀인 그녀였지만 그것이 남녀간의 밀애라는
것을 모를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만 것이다.
"그래도 천성이 음탕한지 그에게 찾아가 과감하게 사랑을 고백했
지. 그때 가슴이 왜 그리 떨리던지...... 제대로 입이 떨어지지 않
아 처음으로 곤욕스러움을 느꼈다.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믿을수 있겠는가?
색에 미쳐 치마폭으로 남자들을 사정없이 감싸오던 그녀가 하는
지금의 말을......
"그러나 그는 단호했었다. 서로의 입장을 말하면서...... 그래서
나는 갖은 위협도 다했지. 그녀의 부인을 죽이겠다는 둥, 저주하겠
다는 둥......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에 와서는 부끄럽고 유치한 수
작...... 그러나 사랑은 나를 그렇게 만들었어."
사랑의 열병!
오오, 그것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단적으로 일러주는 말
이 아닌가?
"헌데도 그는 나를 용서해 주었지. 그는 그래도 나의 마음을 안
것이다. 비록 당장 죽이고 싶은 사악한 요녀였지만..... 자신의 주
위를 항상 배회하는 그래서 명예에 금이 갈수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에서, 악을 미워하던 그 강한 사내가 나를 일면으로 보호해 주었지.
수많은 무림인들이 나를 죽이려 할때 내가 그 옆에 있으면 아무도
건드릴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어.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부인이었으니까...... 알겠느냐? 내가 어떻게 그
처참한 일면을 볼수 있었는지?"
그렇다.
사랑하는 만큼 그림자처럼 따랐을 터이니 모든 상황을 보았을 것
이다.
결코 이루지 못할 사랑이었지만......
"그래서 때마침 달려온 중원칠절과 함께 그를 구해낸 것이다."
결론이었다.
한 여인의 사랑이란 과거를 지닌 과거가...... 생명 하나를 구하
는데 까지의......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