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돈도 없었지만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 혼자 공부해 남부럽지 않은 영어실력을 갖게 된 노경원씨. 인터넷에서 소유흑향으로 유명한 그녀가 1,300만 네티즌에게 공개한 영어 내 것으로 만드는 법.
‘14점, 8등급’. 고2 때 내 외국어 영역 성적이다. 솔직히 그때 나는 ‘much’와 ‘many’의 차이도 몰랐다. 나는 이를깨물었다. 책상 앞에 큼지막하게 ‘외국어 영역 1등급’이라고 적었다. 중학교 1학년 영어 문제집부터 풀었다. 고등학생이 중학교 문제집으로 공부한다는 게 창피했지만 나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문제집을 보고, 또 봤다. 중학교 3학년 전 과정을 고2 여름방학즈음 마스터했다. 그때부터 수능 영어 단어를 외우기로 마음먹었다. 발음 기호는 당연히 몰랐다. 원어민의 발음을 최대한 모방하며 혀를 굴렸다. 독서실에서 다른 공부를 하다가도 단어를 외울 때면 밖에 있는 공원 벤치로 나가 쉼 없이 따라 읽었다. 잠을 잘 때도 이어폰을 꽂고 1,000개가 넘는 단어를 반복해서 들었다. 포스트잇에 적어 눈에 잘 보이는 곳에다 붙여두고 따라 읽었다. 35일 동안 하루에 150개씩 단어를 외웠고, 끝날 때쯤 나 자신과 약속한 대로 5,000여 개의 단어를 모두 암기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3학년 10월 모의고사에서 91점을 받아 주변을 놀라게 했다. 세상의 모든 언어는 저마다 고유한 색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 언어를 사용해서 누군가는 싸움을 하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고, 누군가는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다. 단순히 종이 위의 공부가 아니라 그렇게 살아 숨 쉬는 ‘언어’로서 영어를 배우고 싶었다. 가능하면 많이 듣고,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가 엄마로부터 한 단어, 한 단어를 소중하게 배우듯 영어를 공부할 때 손과 입과 눈보다는 ‘귀’에 집중했다. 들리지 않으면 읽을 수도, 쓸 수도, 말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우선 영어에 대한 공포증이 왜 생겼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해도 영어를 단순히 시험, 대학, 취직, 승진 등을 위해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공부’라고 인식하면 그 순간부터 공포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와 멀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처럼 하나의 살아 있는 ‘언어’로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영어를 보고, 듣고, 말하고, 쓸 때는 한국어 뇌를 잠깐 꺼두고 영어에만 전념했다. 즉 영어를 공부할 때는 영어로만 사고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어 문법을 공부할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한국어로 설명된 영어 문법책’보다는 영어로 설명된 영어 문법책을 선택했다. 영어 단어의 의미가 궁금할 때는 영영사전을 이용했다. 좋아하는 미국 배우를 검색할 때도 그 배우의 한국식 이름보다는 영어 스펠링 그대로 검색하려고 노력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와 하루에 두 번씩 2시간이 넘게 인터넷 전화로 통화를 했다. 3년이 넘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영어를 사용하는 감각이 자연스레 몸에 익었다. 어딘가를 다쳤을 때 ‘Ouch’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었지만 ‘이럴 때 Ouch라고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과목과 다르게 언어는 몸에 스며들기 때문에 한번 내 것으로 만들면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한국어를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평생 기억하는 것처럼. 그렇게 처음에는 짝사랑으로 시작한 영어 정복의 험난한 여정 끝에 지금은 영어와 마음을 나눌수 있는 사이가 됐다. 한국어 뇌는 잠시 끄고 무조건 영어로 생각하고 호흡했던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인터넷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무료로 운영되는 사이트가 많다. 키워드를 고민해보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좋아하는 영화는 원제목 그대로, 영화배우는 영어 이름 그대로 검색해보자. 영어로 자기소개를 써 펜팔 사이트에 올려보는 것도 좋다. 개인이 다양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방송하는 팟캐스트는 굉장히 유용했다. CNN, 뉴욕타임즈처럼 이름 있는 방송사나 잡지, 대학교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팟캐스팅을 만들어 방송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녹음해서 올리고 피드백을 받는 사이트도 즐겨 가는 곳이다. 발음이 정확하기 때문에 리스닝 역량을 높이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조건 방송을 다운받아 듣기보다는 제목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것들만 선별해서 듣는 것이 효율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야구 해설 방송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음처럼 들리는 것처럼. 흥미를 채우면서 외국어 공부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사이트를 발견했다면 즐겨찾기 사이트에 들르듯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가서 그 안의 콘텐츠를 읽으면 된다.
노트 정리는 오로지 ‘내 머릿속을 정리해서 요약하는 방식’이면 된다. 예쁘게 보이려고 노트를 꾸미거나, 사진을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영어는 노트 필기보다는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노트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것만 적어 놓은 질문 노트는 좋은 예다. 토플 공부를 할 때 포스트잇 노트 한 권을 준비했다. 아무리 어려운 독해 지문이 나와도 커다란 포스트잇 한 장에 그내용을 압축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완성된 포스트잇은 노트에 붙여 두었다. 내용을 압축한 포스트잇 한 장만 봐도 지문의 주제가 생생하게 기억나도록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이런 노력이 반복되면 내용이 저절로 머릿속으로 입력된다. 간혹 연필이 좋은지, 펜이 좋은지를 묻는 사람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색보다는 컬러가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여러 색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 영어 단어를 노트에 적을 때 앞에 작은 네모를 그려두고, 복습할 때 그 단어의 특징에 맞는 색을 칠한다. 동사는 빨간색, 명사는 노란색, 형용사는 파란색처럼. 이렇게 각 기능을 구분해 두면 복습할때 시각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여행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순히 물건을 사거나 길을 물어보는 정도가 아니라 물건을 살 때도 “오늘 날씨가 참 좋죠?”라고 하거나 길을 물어볼 때는 “참 친절하시네요” 등의 칭찬을 하면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다. 프랑스 여행을 할 때는 아예 지도는 꺼내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당돌한 계획이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다. 어차피 나는 여행 일정이 끝나면 돌아갈 몸이다. 순간의 부끄러움이나 망설임 정도는 참을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 영어를 언어로 말할 수 있게 한다. 또 하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록하기’다. 여행을 다니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은 녹음기와 노트에 기록했다. 녹음할 때는 영어로 녹음한다.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내 발음을 듣다보면 뿌듯해지는 순간이 분명 온다.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스 북 섹션, 구글 북에 자주 들른다. 딱히 살 책이 없어도 서점에 자주 가는 편이다. 원서 읽기를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있다면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일단 원서를 읽기로 결심했다면 한눈팔거나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독파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찾기란 어려운 일. 끊임없이 읽고, 실수하고 좌절하는 과정이 결국은 약이 된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 ‘단어를 절대 찾아보지 마라’ 등 많은 지침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독서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와, 재밌다’ 하고 읽히는 건 아니다. 모국어 책을 자주 읽는 것도 좋다. 평소에 책과는 거리를 두고 있던 사람이 원서를 찾는다면 원서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독서를 많이 하던 사람은 원서를 읽을 때도 유추 능력이 뛰어나다.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잘 길러야 한다는 말을 어른들이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이미는 것은 엄마들의 욕심이다. 《해리포터》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들이 읽는 책이다.
원서는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읽는 책이 아니고, 외국어 공부만을 위해 읽는 것도 아니다. 엄마의 괜한 욕심이 영어에 대한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외국어 공부는 ‘말’이 먼저고, ‘활자’가 그 다음이다. 책을 읽을 때도 마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처럼 억양의 고저나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언어에 친근함을 넘어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문법이나 단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원서를 읽으면서 단어의 풍부함을 만끽해보자. 적당한 사용 예시를 정리해두는 방법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책을 이용해서 공부하면 사전에 나온 예시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단어가 문장에 녹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언어의 본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에 있다. 누군가 ‘같이’를 왜 ‘가치’라고 발음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구개음화 현상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넘쳐나는 영어의 경우 ‘그냥’ 그렇게 발음하거나 ‘그냥’ 그렇게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가 한국어의 경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식상한 말이지만 자주 접하고, 쓰고, 읽는 수밖에 없다. 단어와 문장을 쓰면서 외우고, 읽으면서 외우자.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들만의 은어, 속어 등에 ‘왜’라는 의문을 달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자.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는 지양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영어 자격증 시험책을 훑어보면 영어뿐 아니라 많은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한글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려운 단어들을 하나둘씩 공부하다 보면 한글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노트필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간단한 메모를 추천한다. 의외로 자격증 시험책의 텍스트들은 역사나 인물, 정치, 경제 등을 아우르는 상식에 관한 내용이 많다. 그냥 눈으로만 훑지 말고 난해한 단어나 개념들을 간단한 메모나 그림으로 표현해서 지문 옆에 붙여두는 습관을 들이자. 메모하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의식적으로 영자 신문을 읽거나 원서 중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소설을 읽어보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오프라인 서점보다 4~5천원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문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모두 볼 수 있다.
1. 한국어 뇌는 잠시 꺼두고 영어 뇌를 활성화하자.
일단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어떤 책이든 영어로 돼 있는 것을 사는 게 좋다. 한국어로 적힌 번역은 가능하면 보지 않는 게 좋다. 영어로만 생각하고 영어로만 느껴야 한다. 갑자기 의자에 발등을 찍혀도 “아야”가 아니라“Ouch” 할 정도로.
2. 눈이 아닌 소리로 입력하자.
눈으로만 익숙해지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영어단어는 소리로 외워야 한다. 무조건 듣고, 따라 하고, 또다시 듣고, 따라하고를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진짜 영어를 말하고 싶다면 ‘구동사’부터 익숙해져라.
구동사는 ‘turn on’과 같이 두 단어로 이루어진 동사를 말한다.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봤을 때 머리가 멍해지는 결정적 이유는 구동사를 모르기 때문. 정말로 제대로 된 영어를 말하고 싶다면, 구동사 사전을 펴 놓고 공부하자.
4. 인터넷은 캐도 캐도 계속 나오는 보물 상자
영어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영타에 익숙해지자. 자신이 즐겨 가는 영어 웹 사이트를 한 군데 이상 정해서 자주 찾아가자. 용기를 내서 영어로 댓글도 적어보자.
1. 나는 천재가 아니다.
몇 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이들을 소위 천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언어에 흥미를 가지고, 그 언어를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2.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질리지 않았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부상에도 불구 “내게 있어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라고 말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마다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매 순간 나를 이끌어줬고, 힘을 북돋워줬다.
3. 공부는 나에게 행운이다.
영어라는 매력적인 언어와 조우하게 된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천재들보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 내가 더 가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는 내게 행운과 즐거움의 연속이자 한순간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음~ 흠~ 그렇지요 정말 절실함을 갖는 마음의 문제이지요.
네.. 절실하면 변화가 오지요.. 그렇지 않으면 참을만 한것이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