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첫째날.(7월 15일 토요일)
같이간 마티즈에 형님이랑 형님의 여친이 될아가씨가 타고...나머지 세명이 내 차에 탔다.
밤새도록 달려서 7시쯤 강원도에 도착...목적지까지는 이제 한시간 남짓 남았다.
한시간 정도를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한다.. 그런데 비포장 도로를 조금 가다보니..내차는 못갈지경이다
(차에 벌짓거리를 좀해서 ..차가 좀 낮아요..)
그래서 일단 무전으로 마티즈는 그쪽으로 계속 가고 내차는 길 좋은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그길을 빠져나와 한계령쪽으로 차를 돌렸다...7시반쯤 되니..빗줄기가 굵어지더니..급기야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의 계기판이 가르키는 속도는 시속 30킬로...
8시 쯤되어 한계령 고갯길에 접어 들었고...그때는 완전 전쟁터다.. 앞은 보이지 않고 계곡에서 흙탕물은
폭포수 처럼 쏟아지고..도로에는 나뭇가지와 돌이 굴러다닌다....
옆에 타고 있던 누나는 완전이 넋이 나가서...울기 직전.. 그런데 나는 그런 상황을 처음 겪어봐서 그런지
별 느낌이 없다...일단 차는 앞으로 가고 있고...차 안에는 빗물이 안들어오니....
한 3-40분쯤 뒤에 드디어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잠깐 내려서 화장실을 갔다가 한계령 맞은편의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자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여기저기 물으니 반대편도 상황이 장난 아니란다..
결국 한 두시간 휴게소에서 머무르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고...바로 앞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차가 한대 파묻혔다...그때 비로소...
'아...갇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은 비만 그치면 길치우고 빠르면 내일 빠져나
갈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유선 전화 휴대전화 모두 불통이 되고 우리는 완전히 고립되
었다..
차량 20여대 인원 70여명. 갇혀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니...산에서 야영을 하다가 겁이나서 왔다는
사람. 차타고 올라오다가 앞에 돌치우려고 잠깐 내렸따가 차가 그대로 물에 쓸려내려가서 걸어올라왔
다는 사람. 아래쪽 팬션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다가 계곡물 넘치는거보고 뛰쳐나온사람...검도 대회가 있어 한계령을 넘던 원통고등학교 검도부 선수들..실업 선수들...그리고...세명이서 차를 타고 오다가
급류에 떠내려오던 돌이 운전석을 덥쳐 운전자는 끼어서 숨지고 두명은 선루프를 통해 살아 남으신분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한계령 휴게소 직원들...
고립 둘째날.(7월 16일 일요일)
비는 줄어들 기미를 안보이고 하루종일 내리더니 둘째날에도 엄청나게 쏟아붇기 시작했다...
군청이나 경찰서 소방서에서는 우리들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호의 손길은 보이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점심때쯤이 되어 비가 어느정도 소강상태를 보였고 고립되었던 분들 중한분이 저 밑에 쪽에 가면
휴대폰이 터진다고 하여...(KTF만 된다고 함.) 휴대폰을 들고 한두명씩 가서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공기관에도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나도 일단 내려가서 같이갔던 마티즈 일행에게 안부를 전하고
집에 전화해서 안부를 전했다...오후쯤 되자.. 군용 헬기 500MD(잠자리헬기)가 날아왔다..
거센 안개구름에 착륙할 엄두를 못내고 다시 내려갔다...다시 30분쯤 후 안개가 어느정도 걷히고
다시 그 헬기가 날아와서 착륙을 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내려갔다.. 조난객들 중에 임산부가 껴 있었고
그임산부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차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산길로 산길로 몸만 빠져나와서..다리도
온통 상처고...많이 불쌍했었다.. 그 헬기가 내려간뒤 잠시 후 UH-60헬기(좀 큰 헬기)가 날아와서 임산
부와 남편...그리고 어린 애기를 데리고 내려갔다..그러나 구호품이나 하다못해 담요라도 갖다 줄거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다시 헬기가 오진 않았다.
다시 헬기가 날아올줄 알고...검도부 학생들과 선수들은...사고 현장에가서 사망하신분 시신수습까지
해서 근처로 이송해온상태였는데도 말이다...
그럭저럭 두번째날도 저물어가고...그나마 다행인건 우리가 갇혔던 곳이 휴게소라 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첫째날 저녁부터 식대도 받지 않고 휴게소 직원들께서 식사를 지원해줬기
때문이다..그래도...잠자리는 어떻게 할수 없었다...휴게소에 숙박시설이 없어..여자들은 휴게소내
직원숙소에서 자고 남자들은 테이블에 걸터 앉아서 자거나 아니면 차에서 잤다.. 나와..중국인 유학생은
차에서 히터를 켰다가 껐다가...반복하면서 잤다...
고립 셋째날(7월 17일)
라디오에서는 몇번째 제헌절이니 어쩌니 하면서 제헌절 특집방송을 해준다...그러나 우리는
갇혀 있던 날들 중 하루였을뿐이다...
오늘은 비가 좀 덜 온다...아침을 먹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내려가겠다고..이쪽 저쪽으로
우의를 입고 출발한다...
우리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11시쯤에 헬기가 날아왔다...민간용 헬기다...남은사람은
유가족 2명과 우리 세명 그리고 다른일행 여자두명...그리고 휴게소 직원 일부였다...
저쪽에 시신이있다고...시신과 유가족이라도 일단 태워달라고 했지만...헬기에서 내린분은 시신을
싣고갈 준비가 안되었다며 그냥 내려가버렸다. 망자의 부인은....3일째 울고 있다...
점심을 먹고 우리셋과 다른일행 여자분 두분이 걸어서 내려가기로 하고 출발했다...
도로가 완전히 유실되어 차는 가지고 갈 엄두도 못낸다...주차장 한켠에 세워놓았다..
내려오면서 길을 보니...이건 정말 지옥이다.. 제일 양호한곳이 흙이 떠내려와 도로를 덮은곳이고..
나머지는 아예 도로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아스팔트까지 다 떠내려간 상태이다..
우리는 그나마 산길이 좀 익숙한 누나와...남자둘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같이 가던 다른 일행 여자분 두분은...완전히 공주들이었다...(하긴..차도 에스엠5 신형을 타고 왔으니..)
산길은 생전 처음인것 같았다...한발 한발 디딜때마다 내가 불안했었다..나와 중국인 유학생이 그 처자들을 잡아주고 잡아주고 해서...양양 군까지 내려왔다..
내려오는길에...모레가 발까락에 끼어...조금 아프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내려와서 슬리퍼로 갈아
신으려고 신발을 벗으니...발의 반정도가 피에 덥혀있다.. 상처도 크지 않았는데...
하여튼 무사히 내려오고 우리는 찜질방으로 향햇다..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씻지도 못하고
몸에선 냄새가........
넷째날(7월 18일 화요일)
찜질방에서 씻고 나와서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탔고...대구에 도착...같이갔던 누나 차를 얻어타고
구미로 왔다...살아오긴 했는데 막막하다...월욜부터 출근했어야 되는데 오늘까지 이틀을 제꼈다.
여름 휴가에서 이틀 까진다..ㅡ,.ㅡ 아직도 내차는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에 얌전히 주차되어있다..
차를 가지러 가야 되는데 언제쯤 도로가 복구가될지..미지수다..어떤분은 한달..어떤분은 두달...
어떤분은 잘하면 1-2주일에 차는 다닐수 있을것같다고 한다...
일탈에 가입하고 신입 인사하고 한 이틀간 글 많이 올리고 답글 달다가 가입해서 활동한 기간보다
더많은 날들을 여기에 안들어왔따..ㅡ,.ㅡ 기존회원들이 잠깐 떠들다 간 놈이라고...잊어먹을까
걱정이다..ㅡㅡ;;
또한가지 적정은 글이 너무 길어 아무도 안읽을까 걱정이다..ㅡ,.ㅡ
첫댓글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퍼온 글이라니까요. 전 전혀 고생 안했어요.
참 그 돌아가신분의 부인이 안쓰럽네요~정말 그 비속의 한계령이 무섭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