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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만...... 물 한잔 얻어 마실
수가 없겠습니까? 식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워서......"
"그녀는 노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옛날
죽은 남편이 입었던 그런 군용 외투를 입고
왼쪽 가슴에는 훈장이 대롱거리고 있다.
반신을 목발에 의지하고, 외투자락 밑으로
나와 있는 다리는 하나뿐이다. 초췌한
얼굴은 회색이며, 온통 땀이 배어 있다.
마담 베르트는 뜨개질거리를 맡아서 앞치마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어머, 저런! 그런 몸에다...... 이 더운
날씨니. 식이 시작되려면 아직 두 시간이나
더 있어야 하는데, 지금부터
기다리려면...... 자, 들어오세요,
이리로......"
관리용 플랫으로 갔다. 상이군인이 그 뒤를
따랐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소리
때문에 입구의 문이 닫히는 소리를 그녀는
듣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뻗어온
남자의 왼손에 턱이 붙잡히고, 오른쪽 귀
뒤에 있는 유두골(乳頭骨) 밑을 단단한
주먹으로 일격을 당했다. 그것은 완전히
불의의 기습이었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그 물을 받고 있는 잔의
영상이 안구 깊숙한 곳에서 검은 파편처럼
튀어 흩어졌다. 그리고 기절한 그녀의 몸은
소리도 없이 다박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재칼은 외투 앞자락을 젖히고 허리로
손을 돌려 다리를 구부려서 엉덩이에 붙여
고정시켜 두었던 그물처럼 짠 허리끈을
풀었다. 그리고 굽히고 있었던 무릎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오른쪽 다리에 피가
통하기 시작할 때까지 몇 분 동안 다리를
쓰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고 5분 뒤, 그는 개수대 밑에 있던
단단한 끈으로 마담 베르트의 손발을 묶고
대형 반창고를 입에다 붙인 뒤 식기실에
밀어넣고서 문을 닫았다.
거실로 가서 실내를 뒤져 보니 테이블
서랍에 열쇠 꾸러미가 들어 있었다. 그는
외투의 단추를 잠그고 목발을 주워들었다.
12일 전, 브뤼셀에서 밀라노로 갔을 때
쓰던 바로 그 목발이다. 그는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현관 홀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관리인의 플랫에서 나와 문을
잠그고 층계를 뛰어올라갔다.
6층에 올라간 그는 마드무아젤 베랑제의
조용했다. 다시 한 번 노크했지만 역시
응답이 없었다. 옆집인 샤리에 부부의 플랫
역시 인기척이라고는 없었다. 그는 열쇠
꾸러미에서 베랑제라는 명찰이 달린 열쇠를
골라내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잠갔다.
그는 창가로 가서 밖을 보았다.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건물의 옥상에서는 남색
제복을 입은 CRS의 대원들이 각자의 위치에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자칫 늦을 뻔했다.
그는 손을 뻗어서 창문 고리를 벗긴 뒤,
안으로 당겨서 열게 되어 있는 두짝 문을
조용히 열어서 좌우의 벽에 완전히 붙여
버렸다. 그리고 그는 창문에서 훨씬 뒤로
물러섰다. 열린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융단의 일부를 밝게 비추어 방의 다른
부분은 오히려 어두웠다.
맞은편에 있는 감시원도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한쪽으로 몰아놓은 커튼 뒤에 숨어서
밑을 내려다보니 밑으로 비스듬히 130 미터
저쪽으로 역전 광장이 보였다. 그는 창에서
2미터 정도 물러난 곳에다 거실에 있던
테이블을 옮겨다 놓았다. 그리고
테이블보와 조화 화분을 치우고 팔걸이의자
위에 있던 두 개의 쿠션을 포개 놓았다.
총좌(銃座)이다.
그는 외투를 벗고 팔을 걷어붙이고서
목발을 분해했다. 먼저 검은 고무 물미를
빼냈다. 남아 있는 세 발의 작약탄의
뇌관이 번쩍거리고 있다. 다른 두 발의
화약은 뽑아내어 얼굴색을 검게 하고 땀이
나게 하기 위해서 그 화약을 먹었었는데,
목발의 다음 부분을 빼내어 안에서
소음기를 꺼냈다. 그 다음 부분에는
망원조준기가 들어 있었다. Y자 모양의
겨드랑이에 끼는 부분 바로 밑, 목발
중에서 가장 구경이 굵은 부분에서는
노리쇠 뭉치와 총신이 나왔다.
그리고 Y자 모양으로 된 두 개의 가지
부분에는 두 개의 강철봉이 들어 있으며,
그것은 프레임 개머리판의 아래 위 뼈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가죽을 붙여 놓은
겨드랑이 받침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으며, 단지 가죽 속에 방아쇠를 숨겨
두었을 뿐이다. 이 겨드랑이 받침은 그대로
개머리판의 어깨받이가 되는 것이다.
마치 애무하듯 그는 조심스럽게 총을
조립했다. 노리쇠뭉치와 총신, 개머리판의
방아쇠. 마지막으로 조준기를 끼워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테이블 앞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서 두
개를 포개 놓은 쿠션 위에 총신을 안정시킨
그는 한쪽 눈을 감고 조준기를
들여다보았다. 밝은 햇빛이 비친 광장이
렌즈 속으로 들어왔다. 식의 참석자들이
정열할 장소를 아스팔트 위에 그리고 있는
작업원 하나가 조준기의 십자선을
가로질러서 지나갔다. 그는 그 남자를
쫓았다. 남자의 머리가 아르덴의 숲속에서
시험사격 했을 때에 썼던 멜론처럼 크고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만족한 얼굴로 테이블 끝에 세 발의
작약탄을 병정처럼 줄지어 세웠다. 그리고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장전
손잡이를 후퇴시켜 노리쇠 뭉치에 첫번째
총알을 밀어넣었다. 한 발이면 일은 끝날
것이지만, 만일을 위해서 예비로 두 발을
더 준비해 온 것이다. 그는 노리쇠를
전진시켜서 총알을 약실로 보내고, 다시
노리쇠 뭉치를 오른쪽으로 반 회전시켜서
잠갔다. 그리고 총을 조심스럽게 쿠션 위에
눕혀 놓고 담배와 성냥을 꺼냈다.
첫 개비를 힘껏 빨아들이면서 그는
의자에 깊숙히 기대앉았다. 앞으로 한 시간
반이 남았다.
제 21 장
르베르는 태어나서 아직 한 번도 물을
마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목은 타는 듯이 마르고, 혀는 마치
용접이라도 해놓은 듯이 입천장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 갈증은 반드시 더위 탓만은
아니었다. 긴 인생에서 비로소 그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오후에는 틀림없이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그는 공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중에는 식의 차례에 따라서 그 역시
개선문, 노트르담 대성당, 그리고
몽발레리앙으로 옮겨 다녔다. 아무 일도
지나서야 그날 새벽 내무부에서 열린
마지막 회의에 참석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그곳의 분위기는 긴장과
분노가 차츰 일종의 해방감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남은 식은 앞으로 계속 되지만,
'6월 18일 광장'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고
참석자들은 장담했다.
드골 대통령이 점심을 들기 위해서
엘리제궁으로 돌아간 다음 그들은 가까운
레스토랑에 들어갔었는데, 점심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서 롤랑 대령이 말했다.
"놈은 돌아간 거야. 일을 내팽개치고
달아나 버린 거지. 하긴 그것이 현명한
짓이라고 해야겠지. 그러나 놈은 언제
어딘가에서 반드시 꼬리를 드러낼 거야.
그때는 액션 서비스가 틀림없이 잡아서
르베르는 지금 몽파르나스 대로에
있었다. 군중은 광장으로부터 200 미터
떨어진 곳에서 진로를 제지당하고 있었다.
거기에서는 광장 저쪽에서 무슨 일이
거행되는지 볼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봉쇄선을 맡고 있는 경관이나 CRS 대원은
르베르의 질문에 대해서 똑같은 대답을
했다. 정오에 철책을 세운 뒤로는 안에
들어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대로도 옆길도 골목도 모두 봉쇄되어
있었다. 광장 주변에 있는 건물 옥상에는
감시원이 제각기 자리를 잡고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역 건물도 경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역전 광장을 내려다보는
옥상에는 CRS 대원이 무리를 짓고 있다. 또
사람이라곤 없는 플랫폼의 높은 지붕 위와
자세로 찰싹 달라붙어 있다. 기관차나
기차는 모두 생 라자르 역으로
되돌려보내고 역 구내는 텅 비어 있었다.
봉쇄선 안쪽에 있는 건물은 모두
지하실에서 다락까지 철저히 조사를
끝냈다. 아파트는 그곳에 살던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여름 휴가로 산과 바다로 떠났기
때무에 빈집이 많았다.
요컨대 '6월 18일 광장'은 바랑탕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쥐의 뒷구멍보다 굳게'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르베르는 정말
오베르뉴 사람다운 바랑탕의 말이라고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바랑탕도 재칼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르베르는 질러 가기 위해서 통행허가증을
나왔다. 거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광장에서 200 미터 지점에 봉쇄선이
설치되어 있고, 그 너머에는 군중이
벌떼처럼 모여 있으며, 안쪽으로는 경계에
임하는 CRS 대원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르베르는 여기서도 또 CRS
대원들에게 물어 보기 시작했다.
수상한 사람이 있었나? 아니오. 봉쇄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없습니다. 역전
광장에서 군악대가 연주 전에 음정을
맞추는지 갖가지 악기의 높고 낮은 소리가
소음이 되어 들려왔다. 르베르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거의 대통령이 도착할
시간이다. 여기를 빠져나간 자는 없나? 예,
하나도 없습니다. 좋아, 정신 바짝 차려야
하네.
몽파르나스 대로에서 대통령 일행이 탄
차의 행렬이 '6월 18일 광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차렷 자세로 경례하는
경관 앞을 지나서 역전 광장의 문으로
들어간다. 모든 시선이 검은 차로 빨려들고
있다. 군중이 몰리면서 조금씩 앞으로
밀려나오고 있다. 르베르는 주위의 옥상을
올려다보면서 모두들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옥상의 감시원들은
밑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한눈팔지 않고
각자 건너편 건물의 옥상이나 창에 수상한
움직임이라도 없는가 해서 끊임없이 경계의
눈을 번득이고 있다.
르베르는 렌 가의 서쪽으로 다가갔다.
젊은 CRS 대원이 132번지의 건물 벽과
봉쇄선의 철책 사이의 좁은 틈 사이에
신분증을 보였다. 순간 젊은 대원은
긴장으로 몸이 굳어졌다.
"여기를 빠져나간 사람은 없나?"
"없습니다."
"자네는 몇 시부터 여기를 지키고 있나?"
"12시에 길을 봉쇄했을 때부터입니다."
"정말 아무도 빠져 나가지 않았는가?"
"예......실은......불구자 노인 하나가.
바로 저쪽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불구자?"
"예, 노인입니다. 환자 같았습니다.
신분증도 상이군인증도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소는 렌 가
154번지였습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통과시켰습니다. 진땀을 뻘뻘
흘리고. 이 더위에 그런 외투를 입고
그 영감은, 미친 사람이에요."
"외투라고?"
"그렇습니다. 기장이 긴, 옛날 군인들이
입었던 군용 외투라던가요? 바로 그겁니다.
이 더위 속에선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사람이 어디가 아프다던가?"
"더위를 먹었나 봅니다."
"상이군인이었다고 했지? 어디를
다쳤던가?"
"절름발이입니다. 다리가 하나
없었습니다. 목발을 짚고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트럼펫 소리가 울려퍼졌다.
자, 조국의 아들 딸들이여, 영광의 날은
왔도다......
군중 속에서 '라 마르세이예즈'의 노래
소리가 울려 나왔다.
르베르에게는 자신의 목소리가 굉장히
작게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사람이
쓰는 거 말입니다. 그 사람이 알루미늄으로
만든......"
르베르는 뛰기 시작하면서 그 CRS
대원에게 따라오라고 소리쳤다.
대통령 일행이 탄 차의 행렬은 텅 빈
역전 광장으로 들어와서 역사(驛舍)의
정면에 죽 늘어서서 멈춰섰다. 그 반대쪽,
역전 광장과 '6월 18일 광장' 사이에 있는
철책을 따라서 이날 훈장을 수여받게 될
10명이 줄서 있었다. 역전 광장의 동쪽
구석에는 진한 회색의 하복을 입은
정부요인들과 외교단이 서 있었다.
약장(略章)이 보인다.
서쪽에는 의장대와, 그 조금 앞으로는
붉은 제복으로 단장한 군악대가 위엄 있게
정렬해 있었다.
차들 중에서 한 대의 차 주위에 의전국과
대통령 비서실의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군악대가 국가인 '라 마르세이예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재칼은 총을 들어 조준기로 역전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가장 앞쪽에 서 있는,
첫번째로 훈장을 수여받을 퇴역군인 모습이
렌즈 속으로 들어왔다. 통통하고 조그만
남자가 완전히 굳어져서 차렷 자세로 서
있다. 머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옆얼굴이다. 몇 분 뒤에는 이 남자
맞은편에 또 하나의 얼굴이, 황금 별 두
오만한 얼굴이 나타날 것이다.
'마르숑, 마르숑 아 라 빅투아르......'
국가 연주가 끝나자 주위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의장대 지휘관의 구령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받들어 -- 총!
흰 장갑이 일제히 3박자로 소총을 받들면서
양쪽 뒤꿈치가 일제히 부딪쳤다. 대통령
전용차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흩어져서
둘로 갈라졌다. 그 중앙에서 키 큰 사람이
나타나서 퇴역 군인들의 대열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뒤를 따르던 무리들은
퇴역군인들의 전방 50 미터 지점에서
멈춰서고, 수훈자를 대통령께 소개할
재향군인회 총재와 10개의 훈장과 붉은
약장을 받쳐 든 직원만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 앞을 샤를 드골은
"이 아파트인가?"
르베르는 헐떡이며 멈춰서서 현관을
가리켰다.
"그런 것 같습니다. 예, 분명히
여기입니다. 광장에서 두 번째
집이었습니다. 그 노인은 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자그마한 총경은 안으로 뛰어들었다.
발레미도 뒤를 따랐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길에서 좀 들어온 곳이라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역전 광장의 철책을 따라서 서 있는
고관들은 이미 두 사람의 기묘한 행동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체포되어 심문당한다면 총경으로
둔갑한 묘한 남자가 있기에 그놈을 잡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발레미는 대답할
그가 현관 홀로 들어가자 총경은
관리인의 플랫 문을 흔들고 있었다.
"관리인 어디 있나?" 하고 총경은
소리쳤다.
"모릅니다."
발레미는 왜 그러느냐고 물어 보려
생각했지만, 그때 이미 총경은 문의 유리를
팔꿈치로 깨어 버리고 안으로 손을 넣어서
문을 열고 있었다.
"이리 와!"
총경은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오지 말래도 간다고. 당신은
돌았어 하고 발레미는 마음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
키가 작은 총경은 식기실 문 앞에
있었다. 그 어깨너머로 안을 들여다본
모습을 보았다.
"아니!"
그는 총경이 이렇게 당황하고 있는 것이
거짓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이때
비로소 알아차렸다. 이 사람은 진짜
총경이며, 범죄자를 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언제나 그가 꿈꾸어 오던
일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는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가장 위층이야."
총경은 발레미가 질려 버릴 정도로 빨리
층계를 뛰어올라갔다. 그는 어깨에 메고
있던 카빈총을 벗어들면서 뒤따랐다.
드골 대통령은 열의 선두에 있는
퇴역군인 앞에 멈춰서서 약간 허리를
퇴역군인의 관등성명을 알려 주며 19년 전
이날 어떤 공을 세우고 이 명예로운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총재의 설명이 끝나자 대통령은 그
퇴역군인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훈장을
받쳐들고 뒤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 직원
쪽으로 돌아서서 내미는 훈장을
받아들었다. 군악대가 '라 마르죠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장신의 장군은 앞에
있는 노인의 둥근 가슴에 훈장을 달아
주었다. 그리고 경례를 하기 위해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거기서 130 미터 떨어진 아파트의
6층에서 재칼은 총을 들어 망원조준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굴의 특징까지
뚜렷하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군모 채양
군모 옆으로 올라갔었던 손이 내려오고
조준기의 십자선의 중심점이 관자놀이와
맞추어졌다. 살며시 부드럽게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 .
다음 순간 그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역전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작약탄이
총구에서 튀어나가기 직전에 대통령은
갑자기 머리를 앞으로 숙인 것이다. 재칼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대통령은 앞에
있는 퇴역군인의 두 뺨에 엄숙하게 입을
맞추었다. 대통령은 장신이기 때문에
축복의 입맞춤을 해주기 위해서는 고개를
조금 앞으로 숙여야만 했던 것이다. 이
입맞춤은 프랑스나 그 밖의 라틴계 민족의
습관이었으나, 앵글로색슨인 재칼은 미처
그것을 몰랐었다.
대통령 머리 뒤 1인치를 빗겨 지나갔다.
날아가는 총알에서 나는 소리를 대통령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재향군인회 총재와 직원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로부터 50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던
여러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총알은 태양의 열기로 눅눅해진
아스팔트에 박혀 거기서 분해되었다. '라
마르죠렌'의 연주가 계속되고 있다.
입맞춤을 끝낸 대통령은 자세를 바로하고
조용히 다음 퇴역군인 쪽으로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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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이요.
즐감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