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신체검사 하니까, 교복은 입지 않아도 좋아요 그 대신 얇은 옷 입고오시구요.
밥 굶고와서 배고프다고 하지 말고 꼭 밥 챙겨먹고 오세요 "
우렁찬 인사와 함께 종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화제는 당연 신체검사였다.
약간 통통해 보이는 유난히 볼이 빠알간 어떤 여자아이는
'오늘은 굶어야겠어' 라고 말하며 자신의 배를 연신 꼬집기도 했고,
비쩍마르고 뿔테안경을 쓴 여자아이는 '난 내일 브라자에 사과넣어서 가져올꺼다'
라며 농도 짙은 ( 18세이상이 들을만한 )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아, 그럼 나도 오늘 하루 쫄쫄 굶어야 하나 -_-
( 브래지어에 사과를 넣고 싶진 않다 ; )
" 오늘 하루 엄청 운동하면 배에 왕(王)은 못만들어도 삼(三)은 만들지 않을까 ? "
인우가 자신의 배를 쪼물딱쪼물딱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배에 왕(王)자를 만드는 것 보다 몸무게를 늘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데,
키만 컸지 허우대는 비실비실거리는 변인우의 모습은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였다.
혹시 그 때 엄청 두들겨 맞은 거 아니야 ?!
아니면 기절해서 버려진 나를 그냥 들고온 건가 ?
그래, 버려진 걸 주워온 거겠구나 -__-;; .........................
" 난 이(二)를 만들꺼다. 우하하하하하 "
아직까지 아무도 만들어 보지 못한 이(二)를 만들겠다는 해영이,
이(二)는 살이 접혀서 만들어 질 수 있는데.......
그래 난 이미 이(二)를 지니고 있다. -0-;
아, 그럼 나는 오늘 하루 세끼를 쫄쫄 굶고,
오늘 하루 엄청 운동 해야하나 -_-
& 집에가는 길 &
" 햇님이는 좋겠다 "
" 왜 ? "
" 키가 작아서 "
오잉, 이게 무슨말 ? 내 최대의 컴플렉스는 내 둥둥한 얼굴과 작은키인데,
키가 작아 먼지 가라앉은 더러운 공기만 마시고 사는 나에게 키가 작아 부럽다니
키 큰 사람과 같이 우산 쓰면 밑에서 비 쫄딱 맞는 나에게 키가 작아 부럽다니
미진아, 그렇게 말하는 건 나를 두번 죽이는 일 임을 모르는 거니 ?!! -0-!
" 키 작은 게 뭐가 부럽냐 나는 내 위에서 나보다 더 깨끗하고 맑은 공기 마시고 사는 니가 더 부럽다 "
" 서울공기가 그게 그거지 뭐, 키 작으면 귀엽잖냐 난 덩치만 커가지고,
그리고 키 작은 건 뭐 굽 높은 신발을 신는다거나 키높이 구두 같은 거 신으면 되지 뭐, "
키가 작으면 다 귀엽나 뭐
난 귀여운 것 보단 학생증 안보여주고 영화보고
지금보다 깨끗한 공기 마시고
둘이서 우산써도 비 한방울도 안 맞았음 좋겠다.
아, 그럼 나는 오늘 하루 세끼를 쫄쫄 굶고,
오늘 하루 엄청 운동 하고,
키높이 구두를 신어야 하나 -_-
아니지, 키 잴 때는 신발 벗잖아 -0-;;
& 집 &
" 별님아 "
" 왜, 누나가 컴퓨터 할 차례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길 바래 "
아, 그러고 보니 벌써 내가 컴퓨터 할 차례구나
역시 오별님은 바보였어......
'누나가 컴퓨터 할 차례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길 바래' 라고 말하면 당연히 아는 거 아닌가-0-
이 말은 땅 속에 금을 묻어두고 그 위에 '여기에 금 절대없음' 이라고 쓰는 것과 동급이란 말이다. -_-
아참 내가 말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흠흠
" 너 키 몇이냐 "
" 그건 알아서 뭐하게 "
" 그냥 "
" 176 인데 "
와, 이 녀석이 크긴 크구나..
왜 난 도대체 우리 아부지를 닮은 거지 ?!!!
아부지의 안 좋은 단점만 골라받아서
키도 작고 소극적인 데다가, 겁도 무지 많고.......
그래! 좌절만 할 수는 없지!!
노력을 해야하지 않겠어 ?!
키는 유전전적인 영향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잖아 -0-!!!
오늘 하루만이라도 열심히 하면 1cm 정도는 클 수 있을 꺼야!
" 야! 나 하자 "
" 뭐야 갑자기 "
" 빨리 나 하자 내 차례 30분이나 지났어 "
" 아씨, 렙업 직전인데 "
렙업전이라니 살짝 미안하긴 했지만,
아니지, 지금은 내차례잖아 -0-!
네이버 지식인에 들어가서 '키 크는 방법'으로 검색을 했다
무지 막지하게 많이 나오기도 하네,
키 크는 방법을 질문한 이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거겠구나, 딱한 사람들..
많은 지식들 중에 가장 위에 있는 것을 눌렀다.
제일 위에 있는 게 제일 좋은 거겠지 뭐
" 설탕은 먹으면 안되고 현미밥을 30번 이상 꼭꼭 씹어먹고, 빵도 좋다
그리고 우유를 많이 마시고 과일도 많이 먹고 반찬은 정어리 종류나 시금치가 좋다 이거군 "
" 소용없어 하루한다고 해서 달라지냐 포기해 "
렙업전이라며 투덜대며 일어나던 녀석이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 지 컴퓨터 주변에서 알짱알짱대다 괜히 시비다.
" 지금부터라도 해보게, 키 재는 것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
" 누난 이미 늦었어, 벌써 고등학교 1학년이면 성장기 끝이지 뭐 "
" 시끄러! 렙업 전이면 PC방 가 "
그 녀석이 이내 투덜대며 밖으로 나가고,
나는 낑낑 대며 키크는 체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무릎은 굽히지 말고 두 팔을 땅에 닿게 쭉 뻗는다.
" 아아아아아아!!!!! "
아 이거 무지하게 아프네
나도 벌써 늙었나 (-_-)a
[ 딩동딩동딩동 ]
( 참고로 학교 종소리는 딩동댕동동댕딩동♬이다-_- 이건 벨소리다! )
앗, 엄마가 시장 갔다왔나보다.
엄마가 자연수, 우유, 정어리(전갱이,꽁치,고등어), 시금치(쑥부쟁이,상추,피망)
당근, 귤(오렌지,네이플,딸기,감,포도,레몬,키위), 현미, 흑빵, 콩류, 다시마,
미역, 김, 고구마, 땅콩, 파인애플, 바나나, 무, 우엉을 사왔어야하는데 (헉헉)
" 햇님아 오늘은 우리 맛있는 거 먹자 삼겹살 사왔어! 호호호호호 "
헉
허걱
Oh my God
이럴수가!!!!!!!!!!!!!!!!!!!!!!!!!!!!!!!!!!!!
왜 하필!
왜 하필 내일이 신체검사인 이 시점에 고기를 사오는 거지?!!
" 엄, 엄마 갑, 갑자기 왜, 왠 고, 기 ? "
" 예전부터 별님이랑 니가 고기먹고싶다고 말했었잖아, 그래서 샀지 "
" 오늘은 별로 먹고싶지 않은 데... 내일 먹자 우리, 하, 하하하 "
" 안돼 이거 생고기란말야 오늘 먹어야 돼 "
엄마가 들고 온 까만색의 비닐 봉지 속엔,
돼지고기와, 상추, 깻잎, 소시지, 햄, 두부, 호박이 들어있었다.
자연수, 우유, 정어리(전갱이,꽁치,고등어), 시금치(쑥부쟁이,상추,피망)
당근, 귤(오렌지,네이플,딸기,감,포도,레몬,키위), 현미, 흑빵, 콩류, 다시마,
미역, 김, 고구마, 땅콩, 파인애플, 바나나, 무, 우엉이 없잖아, 흑.....
아 아니구나! 상추가 있어!!!!!!!!!!!!!!!!!!!!!!
.
.
.
.
" 햇님아, 고기도 먹어 왜 상추만 먹냐 너 상추 싫어하잖아 "
흑, 난 이러고 싶어서 이러냐구
에라 모르겠다, 상추만 먹는다고 뭐 키 크나!
고기도 먹으면 더 클꺼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맛있게 먹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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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리셨죠 ? ( 헛 왜 아무도 없지 ? ㅠ )
무려 한달만입니다 (두둥)
설날은 잘 보내셨는 지 궁금하군요,
전 그저께 머리를 잘랐답니다 ㅠ
아줌마 같았던 얼굴이 머리스똬일까지 아줌마같으니까,
완전 아줌마같아요 ㅠㅠㅠㅠㅠ
으에에엥a
겨울방학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잘 보내시구요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ㅁ')/
*숙제 밀리지마세요♡
( pulib-_-@hanmail.net )
[ 풀잎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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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소설01
초등학생 + 백수 [8]
풀잎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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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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