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공무원

[이준황n]

2015년 1월, 경기 소방특수대응단 서석권 단장이 용인소방서장으로 전보됐다. 그는 아주대병원 외상

센터와 함께 수많은 중증외상 환자를 이송하여 목숨을 살려낸 일등공신이었다. 그가 떠나자 당장 경

기 소방항공대와 아주대병원 간의 공조체제가 무너졌다. 후임 단장들은 하나같이 협조를 거절했다.

거절 사유는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이구동성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

문’이었다. 이국종은 신규 의료진을 대상으로 헬기 탑승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단장이 바뀔 때마다 찾

아가서 협조를 당부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하동문이었다. 그 동안 서석권 단장의 방침에 따라 적

극 협조해오던 단원들도 신임 단장이 협조를 거절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태도가 돌변했다. 이것

이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진면목이다.

서석권 단장은 ‘석해균 프로젝트’를 정착시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

도와 경기소방방재청이 경기의료원 및 아주대병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중증외상 환자 이송에 적

극 협력하기로 한 정부의 중점 사업이었다. 덕분에 이국종이 이끄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행정구

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긴급 구조요청을 해결해왔다. 그 동안 ‘석해균 프로젝트’ 덕분에 목

숨을 건진 중증외상 환자만 해도 너끈히 100명은 넘었다. 그 공고하던 공조체제가 서석권 단장 한 사

람이 빠짐으로써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소방방재청 수뇌부는 보건복지부의 닥터헬기사업을 ‘국가 전체의 항공전력을 분

산시키는 옥상옥’이라며 맹비난했다. 헬기 추가 도입과 항공인력 인사권을 소방방재청에서 독점하겠

다는 욕심이었다. 권한과 예산은 거머쥐고 싶지만 일은 하기 싫은 자세 - 이것이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있는 망국적 관료주의다. 당초 소방방재청이 중증외상 환자를 위한 항공지원을 제대로 했더라

면 닥터헬기사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헬기 도입과 인사권 행사에는 반드시 뒷돈이 따른다.

그들은 떡고물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항공전력을 독점한 만큼 일은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닥터헬기 프로젝트도 오십보백보다.

이러한 현상과 맞닥뜨릴 때마다 이국종은 까마득한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다 때려치우고 미국이나

영국으로 건너가 중증외상 환자 치료에만 전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때도 있다. 거기서는 의사

가 헬기 출동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행정기관에서 먼저 긴급구조 연락을 받고 의료진에게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해온다. 닥터헬기의 출동 횟수는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연중무휴다. 그들은 의

료진보다 사명감이 훨씬 높다. 그러면서 밤중이고 새벽이고 출동해준 의료진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

한다. 대한민국은 모든 게 까꿀로 된 나라다.

이국종은 신임 경기소방본부장 강태석에게 인사를 겸해 다시 한 번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소방방재

청 구조구급과장으로 있을 때 ‘석해균 프로젝트’의 태동을 지켜본 사람이다. 당시의 강태석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의료진의 헬기 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는 이국

종이 전화한 의도를 금세 이해했고, 덕분에 2015년도에는 아주대병원 신규 의료진에 대한 비행훈련

을 간신히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강태석의 지시에 따라 마지못해 협조해주던 경기

소방본부 간부들은 경기도청 주무관으로 아주대병원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김태연에게 ‘내년에는

절대로 이처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소방본부 간부들은 강태석

의 지시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함으로써 자존심이 크게 구겨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세월호 침몰사건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쓴 채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소방방재청까지 끌어

들여 국민안전처라는 괴물기관이 탄생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

인분석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과 좌파들의 방향 설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

마든지 같은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것은 업자의 욕심에 공무원들의 부패구조가 기름을 끼얹어

발생한 인재였다. 더 늦기 전에 법을 재정비하고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먹고 적당하게 눈감아

주는 썩어빠진 구조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된다.

한 민간기업에서 귀빈 수송을 전담하던 헬기 조종사 출신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신설된 국민안전처

의 소방방재 관련 책임자로 부임했다. 민간인이 고위공직에 임명되면 두 가지 유형으로 극명하게 양

분된다. 인성이 갖춰진 사람은 민간분야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되

고,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살아온 사람은 막강한 권한에 스스로 매몰되어 밥 먹듯 월권을 저지르게 된

다. 불행하게도 신임 소방방재 책임자는 후자였다.

이국종은 경기 소방항공대의 AW-139 헬기를 타고 충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를 구조하기 위

해 출동하는 중이었다. 그때 문제의 국민안전처 소방방재 관련 책임자로부터 AW-139 헬기 기장에게

즉각 귀환하라는 무전 명령이 떨어졌다. 기상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헬기는

이미 충북 영동 상공에 진입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가면 되었다. 아니면 최소한 헬기가 그 자리

에 착륙하여 앰뷸런스에 환자를 태워 오도록 하면 되었다. 이국종은 무전기를 빼앗아 그러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문제의 인물은 기장을 바꾸라고 하더니, ‘야! 너 누구 명령을 듣는거야! 당장 귀환하지 않

으려면 사표 써!’ 하고 고함을 질렀다. 기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기수를 돌렸고, 이국종도 더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대한민국 악덕 공무원의 전형이었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서우철]

일요일도 오전중 농구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는 손녀, 평일 과외로 운동을 시켜 심신을 단련한다는 뜻 이지만 이것 역시 틀에 박힌 제도적 교습이라 썩 기분이 동하지 않습니다. 대모산의 산책등이 더욱 좋으련만 성장하는 아이들의 일상이 이렇듯 경쟁사회에 물들고 있어 짠한 기분 입니다. 아침과는 다르게 낮동안의 날씨가 덥다고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