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진 가는 길 / 수류 채남식
내 집에서 보훈병원이 있는
신탄진 가는 길
고속도로도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지만
난 대청호를 끼고 도는 그 길을 좋아한다
굽이굽이 굽이진 길
돌고 돌아가노라면 활기가 느껴진다
흰 구름 담은 푸른 호수가 있고
호수가 걸린 파란 하늘이 있다
철 따라 때때옷 갈아입고
무람없는 아이처럼 꿈틀대는 굴곡진 길
한쪽 발을 물속에 담근 채
구불구불 구불대고
오르락내리락 넘실댄다
신탄진 보훈병원 가는 길
대청호를 끼고 도는 느굿한 길
그 길을 가노라면 굴곡진 인생이 있고
활기찬 생명이 있다
출판 기념 / 수류 채남식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직장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쩌다 내 시집을 봤노라고
뭐든지 잘했었지만
시를 쓰는 재주가 있는지 몰랐다고
시집 얻을 겸 만나 보자 한다
찾아간 집이 생각 밖으로 으리으리해서
가난한 시인 주눅 들게 하는데
오랜만의 장어덮밥이 입에 설다
장황한 사업 성공담에
반가움보다 낯설어지는 마음을 다독이다
헤어지는 내게 출판 기념이라며
봉투 하나 주머니에 우겨넣어 준다
집에 와 꺼내보니 오만 원권 20장
혹 잘못 준 것 아니냐고
과분한 후의에 고맙다고
전화에 대고 몇 번이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날감자 씹은 것처럼 마음이 아린 건
내가 너무 옹졸한 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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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탄진 가는 길 / 수류 채남식
짓거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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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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