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금요일밤...
소장님께 병원에 깁스를 풀러 간다고 말씀을 드리고...오후 3시경에 퇴근하여...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금요일...약간은 이른 오후라 그런지...서해안 고속도로는 그리 많이 밀리지는 않았다.
집은 서울에 두고 지방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언제가부터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가는 차들이 막히기 시작하였다...
남자들...어찌보면 불쌍한 인간들인지 모른다...
가족을 위하여...전국어디든지...세계 어디든지...마다하지 않고...떠났다가...
시간이 되면 귀소 본능에 끌려 가족을 보러 이렇게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면서
속력을 내어 달려간다...
혼자서 밥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바쁜 회사 일을 하면서도... 힘들다는... 외롭다는
말도 하지 못한다...
그저...가족을 위하여 힘들어도...외로워도...아무렇지 않다라는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며
살아간다...
미친 듯이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과속하는 그들을 보며 그 속에 내가 있다는 왠지 짠한 서러움에...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다가... 병원에 도착하였다...
엑스레이를 찍고... 상태가 좋다는 원장님의 판명이 떨어지고...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가 위잉~~~~!!!거리는 굉음을 내는 회전톱날로 깨끗하게... 기브스를 제거하고...
천천히 발을 바닥에 디딪는 순간 힘을 주지 못해 균형을 잃고 주춤거린다...
저절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유는 모르겠다...그냥 쓴웃음이 나온다...
엉거주춤... 절뚝거리며 계단을 올라...물리치료실에 들어가니...중년의 친절한 간호사가 침대에 눕히며 찜질과 전기 충격기로, 그동안 움직이지 못한 발목의 근육을 어루만져준다...
시원한 것일까...아님 인위적인 자극일까... 편안함에... 잠이 온다...
하지만...이윽고 울리는 전화...기브스를 푼다는 소식이 이미 전파를 타고 지인들에게 알려진 모양이다...
술마시자고...하는 수없이...간단하게 물리치료를 마치자...다시 차를 몰아...시화공단으로 달려가 당진으로 직장을 옮기고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지난일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고민하며 밤새 술을 마셨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낯선 방에...누워 있는 나를 발견한다...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니...여관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떠오른다...
호프집에서...소주 10병과 맥주 10병을 기억하며...
4명이서 많이도 먹었다라며...몸을 일으켜...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차를 몰고 당진으로 향했다...
토요일... 이른 오전이라 고속도로는 시원스레 뚫려있어... 당진 원룸에 도착하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장비를 챙겨...다시 방을 나섰다...
구명조끼는 입고...낚시대는 어깨에 메고 오른손에 밑밥통...왼손에 아이스 박스...등에는 배낭을...바다낚시는 장비가 너무 많아...이것도 줄인다고 줄인건데 라는 말을 궁시렁 거리며...
계단을 천천히...하나 하나 내려와 차에 싥고 신진도로 향한다...
기분... 째지지... 날씨 따땃하지... 시골길 양쪽으로 벚꽃 피어주며 반기지...
이런 기분 누가 알아줄라나...
당진에서 태안으로 가는 4차선 국도를 시원스레 달려...잠시 들린 곳...태안시내...
시내라고하기엔 아직은 규모는 작은 곳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이 없었다...
낚시하며 허기를 채울 김밥 세줄에...채하지 말라고 사이다 한병...캔커피 2개...물한병...
고기를 잡으려고 물고기에 들어가는 돈은 만원천원...사람이 먹을 건 7천원...
다시하면... 아이러니에 웃음을 지으며...
도착한 신진도...
장비를 세팅하고 밑밥을 준비하니 어느덧 오후를 훌쩍 넘겨 해가 서쪽 바다를 향해 기울어 있다...
지는 해를 마주하고 밑밥을 뿌리며 낚시대를 던져 찌를 바다에 빠뜨린다...
채비가 안정이 되자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한가치 두가치...세가치를 피웠을까...검푸른 바다 안으로 빨간 막대찌가 빨려 들어간다...
아싸~~~!!!
힘껏 낚시대를 들어 올리니...투두둑 낚시대가 흔들리며 낚시 끝으로 묵직한 힘이 전해온다...
힘찬 릴링에 이리 저리 흔들리며 올라는 녀석...팔뚝만한 개우럭...
(참고로 내 팔뚝이 좀 짧음)
이녀석이 걷어 올리고 잠시 딜레마에 빠진다...
그냥 낚시하다가 밉밥이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이녀석 때문에...어망을 꺼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놓아 주자니...씨알이 아깝고...하는 수없이 배낭에 들어 있던...두레박을 꺼내...
엉거주춤 쩔둑거리며 방파제 밑으로 내려가...물을 길러 이놈을 넣어둔다...
이놈이면 소주 한병...이 생각을 하면서...
이윽고 해는 저물어 멀리 항구 주변에 있는 횟집이며 모텔들의 네온싸인 켜지고...
찌도 보이자 않아...막대찌를 걷어 전자찌를 달아...다시 바다에 던지니..검은 바닷물에...빨갛게 피어 오르는 전자찌의 불빛만이 반짝거린다...
전자찌를 바꾸고 나니 입질이 뜸해진다...
이럴때면...항상 그렇듯 잠념에 잠긴다...시선은 불빛만을 바라보며...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기계 일로 시작하여...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를 시점으로 전라도 광주로 다시 서울로, 충청도 청주로, 경상북도 울진으로...다시 경기도 남양주시로... 동두천으로, 서울 마포로 진입했다가 다시 경기도 포천...시흥의 시화공단에서 수원으로 갔다가, 김포시로 다시...지금의 당진까지...
사회생활 20년 동안 일과 직장을 쫒아 참으로 많이도 옮겨 다닌 것 같다...
20년동안 일 때문에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를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안 해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자동차 조립설비와 주조설비, 공장건축과 철구조물, 세탁기공장 조립라인, 전동공구 조립라인, 자판기 도장설비, 벽돌생산설비, 조립식 건축, 축사자동화, 자동화 온실, 시멘트 운반 설비, 반도체 생산장비, 원자력 기계배관, 서울지하철, 부산지하철, 대구지하철, 광주지하철, 한국철도의 철도차량 검수장비, 알루미늄 제조설비, 엘리베이터, 인조대리석 생산설비, 물류자동화에 지금에 기계설계의 꽃이라 일컽는 제철설비...
손가락으로 헤어지리지 못할 만큼 많은 일을 해왔지만...
지금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이른 아침부터...밤늦게까지...죽기 살기로 납기에 쫒겨 정말이지 죽지 않을 만큼 일해 왔는데...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면서...더운 여름 작업복이 땀에 쩔만큼...소금을 먹으며 일해 왔는데...과연 경력을 빼면 내 손에 남는 것은...과연 무엇일까...
가족이라는...장남이라는 굴레에서...일만이 내 살길이라는 일념하나로 손목이 기계에 끼어 부러지고... 졸리는 눈을 비비며 과속 운전과 졸음운전으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현장을 누비고 다녔건만...
지금의 나는...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기니... 이제서야 겨우 굴레를 벗어난 것 밖에...
지금은 혼자 남아...다시 제2의 인생을 개척하여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의 어깨를 짖누른다...
짙은 검은색의 밤바다를 속으로 한편의 인생역정의 드라마가 시리즈로 스쳐 지나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연속극...
젠장... 쓸데없는 과거를 눈물을 삼키며 되씹다가...빨간 불빛이 바다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릴을 천천히 감으니...역시나...고기라는 놈이 바늘을 물고 이리 저리 휘젔다가, 낚시 줄을 바위에 감아 버린 모양이다...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다...
방파제 끝자락에 걸려 있는 내 파란 막대찌를 바라보며 줄을 끊어야 한다...
괜히 아까운 마음에...주으러 갔다가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발목으로가 겹질리면...아무도 없는 방파제에 빠져 허우적 대야 하니까...
혼자서...둥둥 떠다니는 찌를 보며...새로운 전자찌를 던지는 심정...낚시꾼이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리...
찌 하나를 잃고 바다에 뺏기고 나서야 입질 시간임을 직감하고 딴 생각은 접고... 찌 발림에 몰두하여...
우럭만 다섯 마리를 낚고 보니...
저녁 12시가 다되어간다...밑밥 통을 보니...밑밥도 바닥을 드러내고...두레박 안에는 우럭이 뛰어 놀고...
먹지 않아도 든든함과 포만감에 전화기를 눌렀다...
단골 호프집 사장놈이다...
우럭을 잡았다고 하니 빨리 오란다...술을 지가 산다고...
장비를 챙겨 주춤거리며 방파제를 올라와 차를 몰고 당진으로 차를 모는데...
깜깜한 도로 위에 경찰램프가 깜박거린다... 사고를 직감하고 중앙선을 넘어 차들을 지나가는데... 허름한 차림의 사람이 차가운 길바닥에 쪼그린 자세로 누워 있다...
안타까움... 미움...이 교차한다... 순간의 실수가 인생을 좌우 한다더니...
당진에 도착하여...호프집에 들어서니...단골집 사장넘은 두레박만 반긴다...
회를 뜨고... 사장넘이 사온 실치회에 소주 잔을 비운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아니...아무런 생각을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탁자 위에...빈병이 늘어가는데...안주가 좋아서 일까...유난히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몸이 피곤해진다...
집에 가야지...그리고 자야지..어영부영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 그냥 펴 있는 이불위로 몸을 맡겼다... 씻지도 않고... 아니 씻기가 싫은 모양이었다...더러운 넘...
눈을 감았다... 내일 눈을 떠지려나...막연한 생각만 하면서...
첫댓글 재주도 만으시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출판업에는 안계션나요? 글 잘읽고 갑니다..............
ㅎㅎ깁스도 푸시고 좋아하시는 낚시도 하시고~글도 잼나게 쓰시는 하이테크님~~ 잡아오신 고기~ 맛나게 드시고~존시간 보내셨네요~~^^
ㅋㅋ 벙개 치시지 그르셨어여~~
하이테크님 깁스 푸르셨으면 건강만 챙기시면 되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