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 여년전
추억에 일기장을 공개하려 합니다...
몇일전 버섯공장에서 불이나
많은 인명피해를 입은것에 보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남편은 가슴 한켠이 뭉클하다며,
술상을 차리라고 하더군요..
저는 귀찮아서 라면에 만두넣고
동치미 한접시를 차렸습니다.
저희는 단독주택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지만
부엌을 한군데만 사용합니다.
밥을 먹을라면 문열고 나가서
10m 정도 걸어가야 하거든요..
겨울에는 정말로 밥먹으로 가기가 실을 정도예요,
물을 먹을려고 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김치 냉장고라도 사자고 하니까,
나중에 이사가면 사자고 안 사더니
어디서 조그만 냉장고를 가지고 오더니
여기다가 물이나 넣어 먹으라고 하더군요...
하여간 집의 특성상 상차려서 방에서 먹기가 힘들지요...
술상을 가져가니 남편이...
동치미 국물을 보고 깜짝놀라더니,
혼자 술을 먹으면서 무언가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20여년전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20여년전 초등학생인 남편과 어머님은
시골댁에 놀러가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당시 초등학생인 남편은 시골에 처음가서
친구가 없었는데 동네 꼬마들이
쥐불놀이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같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놀면서 많이 친해졌지요.
아마 그때가 대보름 인거 같아요,
아이들이 양동이를 들고 다니며 동네를 돌아다니며
밥과 반찬을 얻어와서 같이 먹자고 해서
남편은 같이 먹기로 했어요,
그런데 쥐불놀이를 처음 해보는데 재미가 있어서
그 불씨가 아까워서 깡통을 들고
할아버지 창고에 숨겨놓고 동네 아이들과
맛있게 밥을 먹는데 어디선가 불이야 하는
소리와 함께 동네사람들이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것이 였어요.
그래서 가보니...
할아버지 창고가 불이나고 있었던 거예요..
순간적으로 놀란 남편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면서
거기에 깡통이 있는데 하며 처다보기를 몇분...
어느덧 불이 잡히고 동네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
할아버님이 남편에 손을 붙잡고 말씀하시길...
"어휴 우리 강아지 처음 할아비집에 왔는데
불이나서 놀랬지" 하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면서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랍니다..
그후 할아버님은 동네아이들을 불러놓고
어떤놈들이 쥐불놀이 하면서 깡통을 창고쪽으로
던졌냐며 죄없는 아이들만 혼내시고 계셨지요,
남편은 무서워서 차마 못나가고 문틈으로 보다가
아이들이 돌아간다음 할아버님이 조용히
남편을 창고쪽으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남편은 놀라서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 보니,
할아버님이 모닥불을 지피면서
"창고에 불이 나서 그곳에 있던 고구마가 잘 익었구나
우리 강아지 많이 먹으렴' 하셨답니다..
그러면서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들고 오시면서
이런 창고에 있던 동치미가 뜨겁구나..
고구마 먹을때는 동치미가 최고지.
...허허허..하시더랍니다.
남편은 뜨거운 동치미를 먹으면서 눈물이 나고 있는데
"할아버님이 어이고 우리 강아지
동치미가 뜨거운 게로구나 식혀서 천천히 먹으렴 " 하며
물끄러미 남편을 처다보시고 계셨답니다.
그 후 남편은 집에 가자고 어머니께 때를 써서
그 다음날 서울로 올라 왔다고 합니다.
떠나는날 할아바님이 기차에서
출출할 때 먹으라고 하며,
고구마와 동치미를 싸주신거예요,
남편은 그걸받으며 묵묵히 기차타고 왔다고 합니다..
그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군대가기전에
할아버님께 고백하려고 시골로 내려같는데
글쎄 할아버님이 치매에 걸려
남편을 알아보지 못해서
남편은 눈물을 흘리면서 참회를 하자
할아버님이 "멀쩡한 청년이 여기서 왜 우냐며
울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몇 달 후 군대있을 때 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끝내 남편은...
"할아버님께 그날 창고에 불은 제가 그랬어요" 라고
말을 못하고 가슴에 묻었다고 합니다...
그말을 듣고 남편이 그동안 얼마나 혼자서
가슴 아퍼쓸까 생각하니 제 마음도 아프더군요..
술잔을 내려놓으며, 동치미 국물을 먹더니 ,
동치미는 얼음 동동 띄워여 제맛이지 하며,
돈벌어서 이사가면 김치냉장고 꼭 사줄테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라며
제 어깨를 도닥거려 주더군요...
저는 눈물을 흠치며 괜찮다고 말했죠..
그리고 몇일 후에 할아버님 산소에 가서
모두 고백하고 잘못을 빌었어요.
그러니 할아버님 저희를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작년 이맘때 사연을 보낼려고 했는데,
고백하는 프로가 없어져서 이제야 보냅니다...
모두 불조심 하세요...
아마도 할아버지 께서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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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첫댓글 실감나게 잘썼군요. 3년전 호찌민에서 여성시대 진행자 양희은과 김승현을 만나서 대화해본적이 있지요. 양희은에게 다가가 우리동갑이며 통키타 치며 노래부르던 생각이 난다고 말을거니 반가워 하더군요......
깡통에 구멍 빵.빵 둟어서 양쪽에 낀 끈달아서 돌리는게 쥐불 놀이야?.. 난 망우리 인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