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록
비 오는 날이면
평소엔 입을 꾹 닫고 있던 우산이
드디어 입을 연다
비가 오는 만큼
수다를 떠는 우산
바람 부는 날은 입을
삐죽삐죽해가며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집에 다 오도록
수다를 떨기도 하고
어떤 날
날이 개이면 중간에서
합죽이가 됩시다 “합”
하기도 했다.
******************우병택********************************
오영록 시인의 문학적 지평은 넓다.詩는 물론, 동화쓰기까지도 입을 앙다물고
도전하는 중이니까 어찌보면 장르의 경계를 허문, 이 시대에 몇 안 되는 문인
이라는 평이 옳다. 그를 이렇게 평가내릴 수 있는 바탕은 오 시인이 가진 순수함
때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소지는 이 童詩<우산> 한 편에서도 고스란히 베어져 있다고
본다. 비가 예보되는 날이면 기계적으로 우산을 챙기지만 實在로 우산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예보처럼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엔 입을 꾹 닫고 있던 우산이
드디어 입을 연다/
라고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시인의 詩心이 이런 현상을 童心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에 오영록 시인에게
<대전일보>에서 동시부분 신춘문예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 아닐까. 왜냐 하면 그의
詩世界는 童心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영록 시인의 무한한 장르 허물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2020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오영록시인
강원도 횡성출생
다시올문학 신인상
문학일보 신춘문예(시부문)
머니투데이 신춘문예(시부문)
대전일보 신춘문예(동시부문)
청계천문학상수상
제6회 청향문학상
저서 : 빗방울들의 수다(창작지원금 수혜)
묵시적 계약(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