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공동교섭 추진 ‘노노갈등’ 조짐
“현장정서 무시… 성과없는 투쟁에 희생양 될뿐” 반발
일부 현장제조직, 비판적 시각
“금속노조 실적 쌓기 의도” 지적
사측 “공동교섭 법적의무 없어”
과거 실패로 성사 여부 불투명
현대자동차 노조가 기아차 노조를 포함한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 노동조합들과 함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공동 교섭 형태로 추진하기로 하자, 노노갈등이 일고 있다.
노조 내 일부 현장조직들은 ‘현장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동교섭·연대투쟁 추진
6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올해 노사 현안에 대해 현대차 그룹 계열사 노조들과 함께 공동 교섭을 추진해 대응하기로 했다.(2016년 2월 29일 7면, 2월 12일 8면 보도)
이에 현대차 노조의 노동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지난 3일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의 올해 공동 교섭·투쟁 방안을 승인했다. 공동 요구안으로는 임금체계 개선을 비롯해 고용 창출, 구조조정 대응,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고용 보호, 계열사 노사관계 지배개입 금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임금인상 등이다.
공동 교섭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비앤지스틸, 현대로템, 현대아이에이치엘, 현대엠씨드, 현대다이모스, 현대종합특수강 등 10여개 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 교섭 및 연대 투쟁이 가시화되자,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이견차가 발생하고 있다.
A모 현장노동조직은 “현대차 노조(지부) 특성과 상황, 현장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공동 교섭·투쟁)은 조합원의 반발만 키울 뿐”이라며 “금속노조는 지난 2008년 중앙교섭이 무산되고 업종별 교섭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이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이제 현대차그룹을 내세워 실적 쌓기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현장 B노동조직도 유인물을 통해 “현대차 그룹 공동투쟁은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라며 “4년 전 현대·기아차 공동투쟁 실패 경험이 있다. 금속노조가 올해 계획한 공동 교섭과 투쟁은 현대차 조합원에게 ‘성과 없는 투쟁’의 희생양이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현장제조직, 성과없는 투쟁 반발
노조 집행부의 방침과 달리 노조 내 현장제조직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왜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 지침의 선봉에 나서야하냐’는 의문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등이 소속된 금속노조를 비롯해 보건의료노조, 대학노조, 운송하역노조 등의 산별노조들이 있다. 지난 2006년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에 편입됐다.
산별노조는 개별 기업 노조와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전국 규모로 조직됐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이 함께 교섭력을 높여 같은 업종 근로자의 권익을 향상하려는 목적이다. 현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할 당시 금속노조 위원장을 맡았다.
실제 지난 2008년 현대차 임금협상에서는 회사가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노조가 반발, 교섭이 한 달 이상 지연됐다.
이처럼 일부 현장제조직들은 노사 현안과 다소 거리가 있는 산별 중앙교섭, 그룹 계열사의 연대 투쟁 방침이 불거지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유다.
◆회사, 노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
노조의 공동교섭, 연대투쟁 추진에 대해 현대차 측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측은 “그룹사별 근로조건이 천차만별이라 공동교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또 회사가 공동교섭에 참여할 법적 의무나 이유도 없다.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 노조 문용문, 이경훈 집행부 등 과거에도 공동교섭이 추진됐지만 사업장별로 현안 차이로 무산된 전례가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노조는 “기아차 노조와 이미 공동 교섭을 성사시키기로 의견을 일치시켰다”며 “노동탄압에 맞서기 위해 반드시 공동 교섭·연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 올해 노사 갈등이 불거지는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