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 사막으로 간다
원제 : Tarzan's Desery Mystery
1943년 미국영화
감독 : 빌헬름 틸레
제작 : 솔 레서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자니 셰필드, 낸시 켈리
오토 크루거, 조 소여, 로이드 코리건
로버트 라우어리
자니 와이즈뮬러 타잔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2년 MGM 영화사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MGM에서 제작한 타잔 영화에 총 6편 출연했습니다. 그후 MGM은 더 이상 타잔 영화를 만들지 않기로 하고 권리를 RKO에 팔아넘겼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자니 와이즈뮬러와 보이 역의 자니 셰필드도 모두 RKO 에 권리가 넘어갔는데 제인 역의 모린 오설리반은 MGM에 장기 계약된 배우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인은 존 패로우 감독과 결혼한 이후 제인 역을 더 이상 하기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RKO의 타잔 영화에서 빠지게 되었는데 제인이 없는 타잔 영화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제인이 빠진다니. 더구나 MGM의 마지막 타잔 영화인 '타잔은 뉴욕으로' 에서 타잔과 제인은 뉴욕까지 날아가서 보이를 되찾아오며 끈끈한 가족애를 설정했는데.
결국 제인이 빠진 채로 새로운 RKO 타잔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대신 제인이 영국에 친척을 만나러 간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RKO 첫 작품이 '타잔의 승리'였고 타잔이 나치와 싸우는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1943년 RKO는 두 편의 타잔을 연달아 발표했는데 두 번째 영화가 오늘 소개할 '타잔 사막으로 간다' 입니다.
'타잔 사막으로 간다'에도 여전히 제인은 등장하지 않고 보이와 타잔 둘만 사는 모습이 나옵니다. 1936년 MGM의 세 번째 타잔 영화에서 제인이 친척을 따라 잠시 영국에 가려고 했을때 타잔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슬퍼했습니다. 이런 타잔인데 이렇게 오래 제인과 떨어져 있는다? 뭔가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죠. 그런 이유가 등장하는데 바로 2차대전입니다. 제인은 부상당한 참전군인들을 간호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고, 전쟁이 끝나야 타잔에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이지요. RKO의 첫 타잔 영화 '타잔의 승리'에서 타잔은 아프리카에 온 나치를 상대로 싸웠고, 그 영화의 감독은 오스트리아 출신 빌헬름 틸레 였습니다. 빌헬름 틸레는 RKO 두 번째 타잔 영화인 '타잔 사막으로 간다' 에서도 연출을 맡았습니다.
즉 RKO 타잔은 MGM 타잔 영화의 정해진 패턴, 타잔과 제인이 아프리카 고지대에 살고 거기에 탐험가들이 오고, 제인 혹은 보이를 데려가려고 하고 그러다 원주민들에게 잡혀 죽을 뻔 하는데 타잔이 코끼리떼를 불러 해결한다 뭐 이런 패턴의 연속이었는데 그걸 많이 바꾼 것이죠. 물론 MGM 마지막 타잔에서도 무대를 뉴욕으로 옮기긴 했지만 RKO 타잔은 MGM 타잔에 비해서 지역도 다양화 되었고, 탐험가들 외에 아프리카의 다른 마을 사람들과 타잔가족이 교류도 하고 그럽니다. 좀 더 넓은 세계관으로 바뀐 것이죠.
자, 타잔 영화에 사막이 등장한다... 이건 어떻게 처리된 걸까요? 지도상 타잔이 있는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막이 있고, 그 인근에 터번을 두른 아랍부족 여럿이 살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뭐 북아프리카 지역에 실제 중동문화가 있으니 완전히 틀린 설정은 아닌데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동물들이 사는 밀림과 부족민들이 사는 문명화 된 마을이 타잔이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는 게 좀 황당한 설정이긴 하죠. 아무튼 타잔은 보이와 치타까지 데리고 걸어서 이곳 저곳을 잘 다닙니다. 대체 왜 사막에 간 것일까요?
타잔이 사막에 간 이유는 제인의 편지를 받고 제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입니다. 제인은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타잔에게 약초정글에 있는 약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약초정글은 타잔이 사는 이스카프먼트 고지대에서 사막을 건너야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현대문명 세계의 의료기술에도 불구, 굳이 뭔지도 모르는 정글에 있는 약초를 바다 건너 영국으로 보내달라는 설정 자체가 사실 많이 황당하긴 하네요) 그래서 타잔은 보이와 치타를 데리고 사막을 건너가는데 거기서 코니(낸시 켈리) 라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코니는 보드빌 쇼 공연자인데 어떤 부족 족장의 부탁으로 비어헤라리 부족 왕자에게 비밀 문서를 전달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었죠. 헨드릭스라는 악당이 비어헤라리 족장에게 접근하여 상권을 장악하고 그곳 백성들을 탄압하는데 바보같은 족장은 그걸 모르고 헨드릭스를 신뢰하고 족장의 아들 셀림왕자(로버트 라우어리)는 헨드릭스의 음모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셀림왕자와 예일대학에서 같이 수학한 이웃 족장이 헨드릭스의 정체를 폭로할 중요한 편지를 전달하려는 것인데 코니는 목숨을 걸고 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헨드릭스는 그걸 알고 필사적으로 방해를 하려 하고 타잔, 코니일행과 헨드릭스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내용입니다.
사막-비어헤라리 마을-사막-악초정글로 이어지는 타잔의 다양한 모험이 펼쳐지며 무대가 타잔이 사는 정글이 아니라는 점은 기존 타잔 영화와 차이점이 있지요. 물론 후반부에 등장하는 약초 정글은 타잔이 사는 정글과 다른, 마치 고대의 파충류나 공룡 등이 살았던 시대처럼 이상한 괴물들이 우글거립니다. 식인 식물까지도 있지요. 그럼에도 사자나 코끼리 등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타잔은 식인 식물에 갇혀 고생하기도 하고 보이는 이상한 촉수를 가진 코끼리 만한 징그러운 벌레가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죽을 뻔하기도 하고, 쫓아오는 헨드릭스 일행을 피해 모험도 하고 나름 기존 타잔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난 모험들을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치타의 활약이 크게 돋보이는데 치타는 밧줄을 타고 재미난 묘기를 부리기도 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 타잔을 구하기 위해서 터번을 여러 개 훔쳐와서 밧줄처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데 터번을 훔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익살이 배꼽을 잡게 합니다. 다행히 치타까지 RKO 타잔에 넘어올 수 있었고, 치타의 재미나고 웃긴 행동은 타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입니다.
제인이 등장하지 않는 RKO 타잔 두 편에 다른 여배우들이 제인 만큼이나 비중있게 나오는데 이번 영화에 등장한 낸시 켈리는 40년대에 제법 메이저 영화에 많이 주연급으로 등장한 배우입니다. 타이론 파워 주연의 '지옥의 길(제시 제임스, 39년)' 에서 주인공의 연인으로 등장했고, 우리나라에 개봉된 '배드 시드(악의 종자)'에서 못된 주인공 소녀의 엄마로 출언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제인보다 더 비중있게 등장하면서 타잔과 함께 중요한 생사고락을 합니다. 보이가 눈치없이 같이 타잔의 집에 와서 살자고 하면서 아주 친근하게 따릅니다. 하지만 타잔은 어른스럽게 코니는 더 큰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고 타이르지요.
타잔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타잔이 활을 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의 양궁 국가대표만큼 잘 쏩니다. 멀리서 정확히 목표물을 맞히니까요. 대체 활은 언제 배운 것인지. 그럼 왜 정글에서 진작 활을 안 사용했는지, 활을 사용하면 굳이 사자, 코뿔소와 그렇게 힘겨운 사투를 벌일 필요도 없는데. 타잔이 코끼리가 아닌 말을 타는 장면도 생소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MGM 타잔과 달라진건 타잔 영화의 상징이랄 수 있는 타잔 옐, 즉 '아아아~' 하는 고함소리가 달라졌는데 MGM에서 이 멜로디(?)의 사용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좀 더 단순한 타잔 옐로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딱 한번만 타잔 옐이 등장하여 역대 타잔 영화 중 가작 적은 횟수입니다.
아무튼 정글을 무대로 한 동물과의 호쾌한 플레이는 RKO 타잔에서 좀 줄었지만 이후 표범족도 만나고 아마존 여인도 만나고 심지어 바닷가에도 가는 등 RKO 타잔은 여러 다양성을 추구하긴 합니다. 그렇게 자니 와이즈뮬러는 RKO 에서도 6편의 타잔 영화를 더 찍습니다.
ps1 : 상자에 들어가 몸을 2등분하는 신체절단 마술이 잠깐 보여집니다. 타잔이 그걸 보고 진짜로 코니를 공격하는 줄 알고 거기 있던 사람들을 혼내주는 바람에 코니의 이 공연리허설이 엉망이 되지요.
ps2 : 타잔이 '아아아'만 외치면 나타나서 구해주는 코끼리. 이건 타잔이 사는 밀림에 있는 코끼리가 아니라도 다 해당됩니다. '타잔은 뉴욕으로'에서는 뉴욕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타잔 말을 충실히 따랐고, 이번에도 약초정글에 있던 코끼리가 타잔을 도와주니까요.
ps3 : 셀림 왕자로 나온 로버트 라우어리 라는 배우는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맨으로 등장하기도 한 배우입니다. 1949년에 나온 배트맨 영화였지요.
[출처] 타잔 사막으로 간다 (Tarzna's Desert Mystery, 43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