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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 탐사기획 스크랩 [길,숲,섬]해당화가 전하는 봄, 함평 월천방조제길
裕耕 박노철 추천 0 조회 49 11.03.05 06:0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시 ‘해당화’에서 꽃은 봄을 상징한다. 해당화가 가득 피어있는 전남 함평으로 봄을 찾아 떠났다.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해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랐다. 요즘은 나들이 다니는 사람이 많은지 서해대교에 이르기 전, 잠시 지체구간이 있었다. 하지만 4시간 거리의 함평은 멀지 않았다. 함평은 쌀과 한우 그리고 최근엔 나비축제로 유명하다. 먹을거리 볼거리가 풍부하니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함평 쌀과 한우의 만남 ‘육회비빔밥’

함평에 도착하니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다. 이미 여름 같은 날씨는 야외에 나온 기분을 한껏 부풀린다. 함평읍내에서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함평의 육회비빔밥은 별미로 소문났다. 30년째 육회비빔밥을 한다는 식당을 찾아가 새벽에 들여왔다는 싱싱한 육회비빔밥을 시켰다. 특이한 것은 돼지비계를 마치 게맛살처럼 썰어 나온다는 것. 밥에 비벼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화보] 월천방조제

배를 채우고 나니 구경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나비축제를 했던 흔적이 시내 곳곳에 남아있다. 상점들의 간판도 나비모양이다. 읍내에서 나와 북서쪽 손불면을 향해 달렸다. 20여분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니 월천방조제 입구, 일명 ‘일공구’라 불리는 바닷가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벚꽃과 해당화가 펴서 봄날에 꽃구경으로는 그만이다. 게다가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낙조가 펼쳐진다.

해당화가 가득 핀 월천 방조제길.

월천 방조제가 있는 월천리는 1935년 삼양사의 손불 농장 간척공사로 생겨났다. 이후 농토가 조성됐고 함평 간척지 쌀이 이곳에서 나온다. 비옥한 땅에 재해도 있었다. 지난 2000년 8월 태풍으로 제방이 유실돼 인근 마을이 침수되기도 했다. 당시 유실됐던 제방을 다시 쌓아 ‘아름다운 길’을 만들었는데 해당화 6만 그루를 심으면서 이곳이 일명 ‘해당화길’로 다시 태어났다.

 

방조제 안쪽은 농지로 쓰인다. 푸른 들판에서 나오는 쌀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피는 해당화는 해풍뿐만 아니라 추위에 강해서 거친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무너진 방조제를 복구하는데 의미 있는 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일 처음 간척 사업이 시작된 방조제 입구는 이른 봄에 벚꽃이 만개한다. 벚꽃이 지고 5월이 되면 다시 해당화가 방조제 길에 만발한다. 일년에 불과 열흘 꽃을 피우는 벚꽃과 하루 만에 지는 해당화가 번갈아 피지만 방조제는 봄 내내 꽃길이 이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방조제를 복구하면서 ‘해당화길’이란 비석을 세웠다. 해당화처럼 거친 환경에서도 향긋한 꽃을 피우길 바란 것이리라. 1.4km 정도의 길을 걸으면 바다와 논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길가에는 해당화가 곱게 피어 절로 흥얼거림이 나온다.

방조제의 끝에는 안악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옆 포구에는 낙지를 주로 잡는 작은 배가 물 빠진 갯벌위에 기울어져 있고 갯벌에는 무엇인지 구분하기 힘든 작은 생물들이 행여 눈에 뜨일까 두려운 듯 바쁜 걸음걸이를 하고 있다.

‘섬마을 선생님’ 노랫가락을 들으며 …

월천방조제의 시작이 ‘해당화꽃길’ 비석이라면 끝에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다. 국민가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다. 높이 13.5m의 대형 조형물에는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이라는 노래가사가 새겨 있고 바로 옆에는 500원을 넣으면 노래를 들려주는 기계도 설치돼 있다. 이미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도 노랫가락을 들으면 ‘아! 이 노래’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국민가수의 노래는 해당화 꽃길과 함께 함평만의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안악해수욕장이 바로 옆에 있지만 아직 물이 차가워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바다를 느껴보지 않을 수도 없는 법. 서해는 갯벌이 있어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바다를 느끼기 충분하다. 아이들은 갯벌을 두려워하다가도 그 부드러움을 알고 나면 옷이 더러워지는 줄 모르고 뛰어논다. 작은 게들이 둥지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갯벌은 자연이 아이들에게 준 놀이터다. 붉게 물들어가는 낙조를 바라보고 있자니 동해의 철썩이는 파도에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감동이 밀려온다.

꽃구경, 갯벌구경, 바다구경을 했고 노래까지 듣고 있으니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함평만의 낙조는 사진 찍는 이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산과 바다와 갯벌이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한다. 아침 일찍 시작한 여행이 끝나간다. 낙조까지 감상하고 기념사진 한 컷 찍고 나면 이제 함평만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함평IC에서 나가 손불방향으로 808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월천리 제1저수지가 나오고 이어 안악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함평까지 1일 3회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함평 기차역은 KTX가 정차하지 않으므로 송정리, 서대전, 익산에서 일반열차로 갈아 타야한다.

숙박/
호텔 샹데리제/ 함평읍내에 있다. 42실의 객실이 있다. 061-324-3702
어촌민박/ 석성리 돌머리해수욕장 입구에 있다. 061-322-9228
대동면녹색체험학교/ 함평군 기각리에 있다. 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061-322-0456

맛집/
낙지마당/ 함평읍 장터에 있다. 낙지요리가 별미. 061-322-2419
바다이야기/ 손불면 궁산리에 있다. 돔회, 연포탕을 잘 한다. 061-322-4478
천지나비회관/ 학교면 사거리에 있다. 한우요리 전문. 061-3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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