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토요일 이른 아침.
어쩌자고 저놈의 비는 저리도 쏟아진다냐 툴툴 거리면서도 비 온다고 약속된 여행이 무산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주섬주섬 밤을 삶고 과일을 챙기고 집 나가서 먹을 물을 챙겼다.
일찌감치 일어나지 않아도 좋을 식구들 깨울새라 조용히 사라지려는 찰나 딸내미가 기척을 하면서 잘 다녀오시란다.
그렇게 나선 길...보개 도서관 앞에 차를 주차해놓고 쥔장 합승을 위해 달려 올 차량을 기다리며 한 컷 날리자니 비님이 더욱 거세진다.
빗발이 거세진들 어떠랴? 어차피 나선 길, 집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분은 좋아 막 카메라를 들고 한 컷 날리려는 순간
"아, 만추를 다른 곳으로 만나러 갈 이유가 없네요 언니. 오다보니 안성 들판이랑 무르익은 나무들의 춤새가 장난이 아니더만"
동승한 후배 지인이 차량을 내리기도 전에 탄성을 내지른다.
"그러게...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쩌냐? 기거처는 살아가는 일상이요 더러 더러 그놈의 역마살이 나를 부추기며 길 위를 서성이게 하는 걸...일단은 자유로운 영혼을 핑게삼아 떠도는거지 뭐"
하지만 그런 말을 주고받던 그때 알았어야 했다.
이 차량에 합승한 사람들이 다른 차량의 지인들과 달리 감성 충만에 넘치는 필 감각을 작동시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뿐만 아니라 동승한 모두가 눈에 보이는 풍광에 매료 되어 감탄사를 내지르며 촬영에 목숨을 걸게 될 사람들이라는 것을.
몇 번이나 아슬아슬 곡예 촬영을 하면서도 "오메, 멋지게 단풍 들었네. 좋아 죽겠네" 라며 깔깔거리던 정신을 잠깐 외출 시킨 사람들이라는 것을,
하긴 이 사람들 누구보다도 월등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긴 하다.
더구나 쥔장이 소속된 몇 안되는 모임 중에서도 유난히 애정을 갖는 모임이 바로 시요일 詩謠日 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또한 아무런 연고 없이 오로지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교류의 소통을 나눈지 무려 많게는 15년이요 각각의 차이를 고려하여도
적극적으로 모임을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만나게 된 지는 11년 차, 10주년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속속들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모임이나 누구보다도 친밀감을 가지며 알고 지내온 처지여서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끼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정말이지 옆 차와 충돌울 알으킬 번 하거나 도저히 차를 세울 수 없는 곳에 잠깐 주차를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는
그야말로 용감무쌍 그 자체였으니 간만에 하나에서 열까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사람들과의 동행이 즐겁기만 했다는 말씀.
어쨋거나 글을 매개체로 만나진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각자가 지닌 소양과 성향이 달라도 합일점을 찾아가며 모임을 이어온 세월이
아무렇게나 흘려 버릴 만큼은 아니어서 더욱 더 함께 지내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여길 만큼은 된다는 말이다.
비록 극성스럽게 수시로 만나거나 진하게 만나지는 못했을지라도, 굳이 잦은 만남이 아니었어도 그러햇다는 것.
암튼 그런 우리들이 길을 나섰다.
한 번씩 만날 때마다 그저 잡담이나 하며 무의미하게 시간 낭비해가며 만남을 이어가는 것 보다
가끔은 의미 부여를 하며 문화를 탐닉하고 정서를 공유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던 끝에
일년에 한번씩은 꼭 연례 행사처럼 치르는 여행에 특별한 색을 입히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련된 이번 여행은 시요일 10주년 이라는 타이틀을 기본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 여행을 제안한 그 주인공 여류시인 황정순님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었다.
영주에서 태어났지만 태백으로 삶터를 옮긴 부모님 덕분에 그 누구보다도 태백에 애착을 갖는 다는 시인이 전해주는 소싯적을 떠올리면서
그녀가 손을 내밀자 마자 그 손을 잡고 오랜 세월을 함께 공유해온 사람들과 더불어 추억여행 혹은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신의 실체와 본질을 드러내 보이는 어쩌면 용감한 행태일 곳곳의 흔적을 따라 다니며 그녀의 어린 시절 속으로 들어간 본다는 것,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파도가 오르락 내리락 이고 그 덕분에 온 몸을 감싸고 내리는 비 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긴 했다.
그녀가 디뎠을 과거라는 시간과 공간을 더불어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이어서 끈끈한 세월의 우정이 빛을 발하고
함께 한 모든 이들이 곳곳에서 감동을 나눠 갖던 그 순간에는 서로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석같은 존재감으로 인식되어 남겨지기에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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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먼저 길을 떠나든지 말던지 혹은 뒤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던지 말던지 일단 안성 들판에 매료 되어 한 컷을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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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차량이 도착해 있다는 청령포로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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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도 유명한 청령포의 단종애사는 숱한 질곡의 역사요 그를 입증하는 거북 등껍데기 같은 소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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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가는 길, 절정의 가을을 만나 눈이 호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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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계절과 상관없는 풍광에 탄성도 내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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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태백 출신들만 안다는, 찾아들기가 만만치 않는 향토 음식점 "허생원 먹거리 033 552 5788"에서
감자 옹심이 수제비와 들깨 수제비로 끼니를 때우다가 아닌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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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고랭지 배추의 무덤이 즐비하고 농군들의 애환이 전해오는 듯하여 바라보는 마음이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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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안개를 뚫고 만나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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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찾아든 곳 황지는 낙동강 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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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궂이 하듯 내리는 비를 벗삼아 너도 취하고 나도 취하는 밤.
황지 자유시장 안에 자리한 연탄불 한우 구이 "황비식육점 실비식당 033 552 4458"에서 식감 부드러운 한우의 매력에 풍덩.
말 없이 미친 듯이 한우를 폭풍 흡입하고 나니 아차 한 컷이 빠졌다 싶어 뒤 늦게 볼품없는 먹거리 한 장.
부른 배를 두드리며 또 다시 짙은 안개와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을 뚫고 하이원 리조트로 밤을 맞으러 간다.
그 밤, 안 봐도 비디오...끝 없는 정담에 긴 이야기가 난무하는.
그리고 시인의 마을로 떠날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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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고향 마을 장성은 여전히 쓸쓸하고 50년이 넘도록 고향울 지킨 아주머니는 시인을 기억한다.
옛 추억이 잔존하는 중학교를 찾아든 시인의 흐뭇함 속에는 시의 원천이 자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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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맞고 세차게 불어대는 비바람에 저항하듯 시인의 마을을 들러 구문소로 향한다.
잠깐 반짝하는 햇살이 내려와 등을 간지럽히고 돌아서더니 다시 가는 비님이 태백을 잠식한다.
온갖 날씨가 교차하는 태백, 마치 사계절을 한꺼번에 드러내 보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세러모니를 펼친다.
적분에 온 몸으로 계절 감각을 느끼고 맞는다.
태백을 기점으로 두문재, 피재를 비롯한 온갖재를 넘나들고 지리 시간에 들었거나 지나다니거나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잊혀졌던 도시명들을 다시 기억해내며 시인의 고향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나 옹골차게 보낸 하루와 다음 날 아침의 행선지는 여기 까지.
뒤이어 쥔장이 그토록 다시 가고 싶었던 폐광촌 철암은 다음편에 이어진다.
가슴 뛰는 마음으로 십 수년 만에 철암을 다녀왔다.
첫댓글 안 그래도 쥔장의 여행기가 궁금했다오~!
다음 이야기도 궁금 궁금~?
태백은 내게도 생경한 곳이라오 그저 지리시간에 배운 정도로. . . ^ ^
무엇보다 밑에서 세번째 바위에 쓴 글씨체가 참 아름답고도 힘이 있는 글체네요. 멋져요~!
마치 붓으로 쓴듯하네요. 바위들이 참 아름답네요. ^ ^
제게 태백은 흑백사진의 기억으로 남겨져 있네요.
이즈음에는 여행길에 잠시 들러가는 정도로만 ...그러다 이번 기행에 참석하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로의 회귀.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며 존재하는 태백의 뒷면을 들여다 보면서 여행을 마감하였답니다.
고생대, 구문소 바위에 쓴글은 오복통천 자개문..낙동강 최상류층에 올라가면 더 이상 갈수 없는 석문이 나오고
자시에 열리는 석문에 들어가면 삼재가 들지 않는 이상향의 장소가 나온다고 정감록에 기록 되어 있다는.
말하자면 무릉도원이 나타난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