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패션 스타일

[엔젤땡칠이479137]

“Are You Gentle?”하며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 다니엘 헤니. 그의 등장으로 메트로 섹슈얼, 꽃미남들이 물러갔다. 잘 다져진 남성적인 체격에 잘생긴 외모는 필수고, 그에 적절한 패션센스와 매너까지 갖춰야 한다. 공들여 꾸몄지만 티 나지 않는 멋쟁이, 바로 댄디 스타일이다. 1897년 작, 지오바니 볼디니의 몽테스쿠 백작의 초상화는 댄디즘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 봐도 멋쟁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예리하고 지적인 눈매, 쭉 뻗은 콧날, 굳게 다문 입매가 귀족적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마감이 잘된 양복은 그 당시 남성들의 유행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회색계열의 수트는 최고급 소재와 최고급 재단으로 완성된 고급품임이 확인된다. 흰색 윙칼라 셔츠에 검은 타이가 약간은 무심한 듯 헐렁하게 매져 있지만 이것도 계산된 연출임을 알 수 있다. 하나하나 결을 잡은 듯한 손질이 잘 된 콧수염의 소유자가 아닌가. 도기 손잡이가 잘린 지팡이, 흰색 가죽장갑의 매치 또한 훌륭하다. 19세기 남성들을 사로잡았던 댄디는 단순한 수트에 만족하지 않고 섬세한 장식과 소품들로 멋을 낸 것이 그림으로 확인된다. 당시 상류계층과 신흥 부르주아계급들의 사교활동이 활발했는데, 몽떼스쿠 백작은 사교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귀족이었다. 세련된 대화술과 복장으로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품위 강조

댄디는 몽테스쿠 백작과 같이 옷과 겉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고 그것을 즐겼던 19세기 남성들이었다.

댄디는 세련된 옷차림, 재치와 지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지닌 우아한 남성멋쟁이를 가리킨다. 그들은 유행복장이 프랑스풍 화려한 왕가의 복장이 영국풍의 간결한 신사복으로 교체되면서 어둡고 밋밋한 복장에 개성을 살리기 위해 외모에 신경썼던 남성들이었다. 18세기 이전에는 프랑스가 패션을 리드했지만 18세기 후반부터는 영국이 남성복의 유행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당시 근대사회의 주역은 남성 부르주와 집단이었다. 바로 이런 남성들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시대의 복식은 프랑스 귀족풍의 복장이 아니라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간소하고 기능적인 영국풍이었다. 이를 대표했던 상징적인 인물은 보(Beau) 브룸멜로 불렀던 조지 브라이언 브룸멜(Gorge Bryan Brummel)이었다. 가난을 딛고 영국 황태자의 수석고문 자리에까지 오른 브룸멜의 복장은 후일 영국 신사복의 전형이 된다. 그는 화려한 색체나 장식을 배제하고 깔끔하고 단순한 복장과 조심스러운 매너를 지녔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고, 질 좋은 소재와 잘 다듬어진 재단에 신경 썼다. 그가 입는 청결한 셔츠는 세탁시간이 3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에도 두세 번 목욕을 하고 그때마다 셔츠를 새로 갈아입는 것으로 까다로운 멋을 지켰다. 스튜어드 그랜저,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1954년작 영화 <보 브룸멜>을 보면 주인공 브룸멜이 러플 블라우스를 입고 서서 그 깃을 소형 인두로 다리는 장면이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멋쟁이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브룸멜은 오르세이 백작, 프랑스의 폰 몽트루 등과 함께 영국과 프랑스 남성복 패션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의 이름을 따서 패션을 리드해 간 멋쟁이들을 댄디 보라 했다. 댄디들이 착용한 목둘레 러플 장식 정장 블라우스를 댄디 블라우스라고 불렀고, 앞가슴과 소매 커프스가 레이스 러플로 장식된 셔츠를 댄디 셔츠라 칭했다. 18~19세기 옷 잘 입는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댄디 스타일은 1960년대에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유행했다.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 본문 중에 댄디는 창조적인 스타일리스트로 소개되고 있다. 대중문화의 천국 미국을 주름잡은 댄디보이는 루돌프 발렌티노(Rudolph Valentino)였다. 그는 1913년 18세의 나이로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직업댄서로 출발해 묵시록의 4기사, 춘희 등의 영화로 유명해진다. 그는 라틴계 특유의 잘생긴 외모와 능숙한 춤 솜씨로 많은 여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여성들과의 관계를 터득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셔츠 속에 코르셋을 입어 몸매가 날렵해 보이게 했으며 그 당시 여성만 착용했던 손목시계를 애용했다. 친절하고 섬세한 몸짓, 깔끔한 피부와 잘생긴 외모로 여성을 사로잡은 그는 새로운 남성상이었다.

내면도 가꿔야 진정한 댄디

21세기 댄디즘은 진정한 남성상을 대변한다.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메트로 섹슈얼의 예쁘장한 꽃미남은 이제 빛 바랬다. 여성을 무시하고 남성성만을 앞세운 마초 역시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꾸미지 않아도 스타일이 살아나고, 근사한 외모의 소유자지만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지 않지 않다. 감각적이고 섬세하지만 조잡하지 않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여유와 매너, 재치를 지닌 남성상이 21세기 댄디들이다. 그래서 겉 모습을 가꾸는 데서 출발한 메트로 섹슈얼과 달리 댄디들은 내면도 가꿔야 한다. 꽃무늬 셔츠, 분홍색 같은 화려함이 수그러들고 기능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은근한 멋을 지닌다. 19세기 댄디는 격식을 중요시하고 멋내기에 신경을 쓰는 멋쟁이 신사의 예복 스타일로 클래식하고 중후한 멋이 있었다. 바로크식 댄디 스타일은 최고급 옷감과 화려하고 값비싼 액세서리를 사용하며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와 동일한 옷감의 슈트, 조끼, 코트를 갖춰 통일감 있는 멋을 냈다. 대표적인 댄디 스타일은 턱시도를 응용한 옷으로 흑, 백 두 색만을 사용해 턱시도의 모양을 도입한 슈트 등이 있다. 코트도 헤링본이나 셰퍼드 체크 등 트위드 천을 사용하고 칼라는 남성적인 테일러드 칼라. 여기에 댄디 팬츠는 허리가 높은 일자형 바지로, 멜빵을 달아서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최근의 댄디 스타일은 이보다는 훨씬 실용적이고 자유롭다. 검정이나 짙은 회색, 짙은 푸른색 등 어두운 색이 주류를 이룬다. 메트로 섹슈얼의 화려한 프린트 셔츠는 옷장 깊숙이 넣어둬야 한다. 댄디들의 복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깔끔한 민무늬 셔츠가 기본이다. 슈트의 경우 반질거리는 실크소재 보다 클래식한 울 소재로 착용감을 앞세운다. 색상은 모노톤으로 통일하고, 디자인은 별다른 장식이 없이 딱 떨어지는 모양이 댄디해 보인다. 특히 고급소재를 선택하는 까다로운 눈이 필요하다. 얇으면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광택이 도는 실크혼방 울 소재나 실용적 소재 면이라도 표면가공을 통해 매끄럽고 빛이 나는 소재를 고른다. 날씬해 보이는 외형을 위해 바지의 주름은 2개 보다는 1개로 재킷도 쓰리 버튼 보다는 투 버튼이 강세다. 여기에 타이는 단순한 솔리드 타이를 맨다. 부드러운 매너를 지닌 댄디들의 소품도 중요하다. 금속장식을 배제한 가죽소재 캐주얼 구두와 편안한 크로스백, 정장용 수트케이스로는 복고 느낌 나는 정사각형 가방이 어울린다.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입음으로써 오히려 성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매니쉬 룩의 아이디어도 댄디룩에서 비롯됐다. 최근 남성정장의 재킷 형태인 턱시도 깃의 재킷이 여성복에서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댄디는 여성과 남성의 특성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특별한 외모로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모습은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댄디들은 남성과 여성의 중간적인 존재, 호모섹슈얼, 동성애 등과 같은 부류로 치부돼 불건전한 남성으로 조롱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댄디는 룰을 지키면서도 아름다움을 가꾸는 멋진 남성이다. 새로운 남성상으로 떠오른 다니엘 헤니의 매력은 단지 동서양이 조화된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실연의 상처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보듬어주는 그에게 반했다고 고백한다. 외모와 내면의 멋을 갖춘 젠틀맨이 진정한 댄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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