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 타잔
원제 : Tarzan The Ape Man
1932년 미국영화
감독 : W. S. 반 다이크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모린 오설리반, C 오브리 스미스
닐 해밀턴
'타잔'은 미국의 작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첫 작품이 인기를 끌자 이후 계속 타잔 시리즈를 발표하였고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기 있는 대중소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최초의 타잔 영화는 1918년에 등장했고, 엘모 링컨 이라는 배우가 타잔역을 연기한 무성영화였습니다. 비교적 버로스의 원작에 가까운 내용이 이 무성영화지요. 이후 여러 편의 타잔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본격적으로 크게 인기를 모은 것은 MGM에서 1932년에 만든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이었습니다. 자니 와이즈뮬러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미국으로 귀화하여 수영선수로 올림픽에 나가서 여러 개의 금메달을 딴 당시 세계 최고의 수영선수였습니다. 자유형 100m에서 최초로 1분 이내의 기록을 세운 것도 자니 와이즈뮬러라고 합니다.
타잔 영화가 MGM에서 나오게 된 계기는 1931년 아프라카를 배경으로 만든 '트레이더 혼(Trader Horn)' 이라는 영화에서 촬영한 분량이 많이 남아서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타잔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마땅한 타잔 배우를 찾지 못하였다가 자니 와이즈뮬러가 풀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전격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전문 배우는 아니지만 타잔은 밀림에서 자라서 말을 못하는 것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대사 연기 자체가 없어서 연기를 못해도 큰 문제가 안되었습니다. 오히려 190cm의 큰 키에 수영으로 단련된 탄탄한 체격을 가진 그가 타잔으로 제격이었습니다. 인물도 수려하고.
당시 28살의 자니 와이즈뮬러는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원시적인 밀림의 영웅 타잔을 연기하며 동물들과 어울리고 제인을 납치하는 등 흥미로운 역할을 연기하여 타잔 캐릭터에 힘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공적으로 인기를 얻자 그는 계속 타잔 영화에 출연하고 평생 총 12편의 타잔 영화에 출연합니다.
제인과 해리
처음에 제인은 타잔 대신 아버지의 조수인
해리 홀트와 썸을 탄다
제인과 아버지 파커
타잔이 사는 곳은 이렇게 위험천만의
고지대를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다.
총을 잘 다루는 터프한 제인
1918년 무성영화가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내용이었다면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은 버로스의 소설에서 캐릭터만 빌려왔을 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우선 타잔의 출생 자체가 언급되지 않습니다. 제인도 소설에서는 제인 포터 였지만 제인 파커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타잔이 키우는 원숭이 치타가 새롭게 등장하여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습니다. 제인이 아프리카에 오게 된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물물교환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였고, 코끼리의 무덤에서 상아를 가져오려는 목적으로 탐험을 시작한 아버지와 해리 홀트 라는 조수를 따라 제인도 원정에 나서게 되고 그러다 타잔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백인을 구경해 본 적이 없는 타잔은 호기심에 제인을 납치하고 제인은 처음에 타잔을 야만인으로 알고 두려워했지만 그가 키스조차 모르는 순수한 인간이라는 걸 알고 타잔과 친해집니다. 물론 제인은 결국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제인과 타잔이 다시 만나게 된 이유는 제인 일행이 아프리카의 흉폭한 난쟁이 종족에게 붙잡히게 되고 치타를 통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타잔이 코끼리떼를 몰고 가서 거대한 고릴라와의 격투끝에 제인을 구합니다. 제인의 아버지는 부상 당한 코끼리 등에 타고 결국 코끼리의 무덤을 발견했지만 부상을 당하여 숨을 거두고 아버지가 죽자 제인은 타잔과 정글에 남기로 합니다. 혼자가 된 해리는 타잔, 제인과 작별하고 떠납니다. 언젠가 다시 원정대를 데리고 상아를 가지려 올 것을 기약하며. (이 해리 홀트는 자니 와이즈뮬러의 두 번째 타잔 영화인 '타잔의 복수'에 다시 등장합니다.)
영화 시작 후 32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타잔
타잔과 제인의 첫 만남
"타잔, 제인"
자니 와이즈뮬러의 대사는 거의 없다
타잔 소설은 대중적인 인기는 높았지만 문학적인 가치는 낮게 평가되어 요즘은 거의 외면당하고 있지만 영화는 꾸준히 인기를 모아서 수십년 동안 여러 배우를 거치며 계속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로, TV 시리즈로. 1932년에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이 등장했지만 MGM 외에 다른 영화사에서도 다른 배우를 내세워 타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배우가 연기한 타잔 영화가 함께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이 압도적으로 완성도도 높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MGM에서 1932년부터 1942년까지 10년 간 총 6편의 영화에서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RKO에서 다시 자니 와이즈뮬러를 타잔 역으로 하여 6편을 더 만들어서 총 12편의 영화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자니 와이즈뮬러는 1940년대의 타잔에서는 제법 대사들이 있었지만 첫 작품에서는 제인과 첫 만남을 그렸기 때문에 전혀 말을 못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타잔, 제인' 그 정도의 대사만 합니다. 대신 표범, 사자, 고릴라와의 격투를 통해서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지요. 특히 이마에 총알이 스쳐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연속해서 두 마리의 사자와 싸우는 장면이 흥미롭습니다.
제인 역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배우 모린 오설리반이 20세의 나이로 출연했고, 모린 오설리반은 MGM 에서의 6편의 타잔 영화에만 출연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제인으로도 유명하고 제인 역 외에도 나름 비중있는 조연급 정도의 위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고,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리나' '옥스포드의 영웅' '빅 클락' '악마의 인형' 등 '타잔' 이외의 영화들도 제법 이습니다. 1936년 영화감독 존 패로우와 결혼하여 그가 죽을 때까지 해로했습니다.
코끼리를 잘 다루는 타잔
부상입은 타잔
사자와 싸우는 장면이 박진감있게
펼쳐지는 게 타잔 영화의 특징
MGM의 타잔 영화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 촬영된 적은 없고, 캘리포니아의 공원 등 미국의 세트에서 촬영이 되었습니다. 타잔와 제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미국 촬영분이고 동물만 따로 보여주는 장면은 '트레이더 혼'을 위해서 촬영되었던 필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촬영분에서도 사육사가 관리하는 동물들이 많이 투입되었습니다. CG 없이 순전히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제작해야 했던 1930년대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실감하게 만들었고, 편집의 기술, 합성 등 꽤 많은 작업이 비교적 무난하게 들어간 작품입니다. 타잔이 정글을 곡예하듯 날아다니는 장면은 실제 곡예사가 대역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니 와이즈뮬러가 수영선수 라는 걸 활용하기 위해서 원작에는 많지 않은 수영장면을 무척 많이 설정했습니다. 1932년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1934년 '타잔의 복수'에서 거대한 악어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특수 제작된 가짜 악어입니다.
타잔은 혼자서도 표범, 사자, 코뿔소 등을 물리칠 정도의 괴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혼자의 힘으로만 싸우는게 아니라 코끼리 떼를 자주 활용하는데 1932년 작품에서도 코끼리떼를 이용하여 적을 물리칩니다. 이런 설정은 자니 와이즈뮬러의 영화 중 '타잔의 복수(34)' '타잔의 아들(39)' ''타잔과 사냥꾼 여인(47)' 에서도 재활용됩니다. 특히 1934년 작품 '타잔의 복수'에서는 코끼리떼의 활용을 가장 유효적절하게 써먹은 영화였지요.
거대한 고릴라와 사투를 벌이는 타잔
물론 사람이 탈을 쓴 가짜 고릴라
타잔과 제인, 그리고 치타
MGM에서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자니 와이즈뮬러를 전격 발탁해서 만든 타잔 시리즈는 결과적으로 성공했고, 그로 인하여 자니 와이즈뮬러는 수영선수 보다 타잔 배우로 더 유명해졌고, '타잔'하면 소설보다 자니 와이즈뮬러의 영화가 먼저 연상될 정도의 상징적인 타잔이 되었습니다. 그가 내지르는 특유의 괴성, 일명 'Tarzan Yell' 의 처음 등장한 것도 바로 이 1932년 작품이었습니다. 비록 이 작품이 세계 영화사에 첫 번째 만들어진 타잔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크게 상징성을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ps1 : 여러 마리의 침팬지가 투입되었는데 치타 라고 불린 침팬지는 여기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후 타잔 영화에 계속 등장합니다. 특히 1942년 작품 '타잔은 뉴욕으로'에서 보여준 재롱은 정말 흥미로웠죠. 표범류의 동물을 뜻하는 치타 라고 불리는 바람에 초등생들이 치타가 마치 침팬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많이 혼동했다고 합니다.
ps2 : 큰 고릴라의 등장은 사람이 탈을 쓰고 주로 나왔다고 합니다. 고릴라가 위험하지 않게 연기를 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거죠.
ps3 : 실제 원작에서는 타잔은 제인을 만나러 문명세계에도 가고 총 쏘는 것도 배우고 프랑스어와 영어를 모두 할 줄 아는 나름 상당히 인간 사회를 겪은 것으로 묘사되는데 자니 와이즈뮬러의 영화에서는 뉴욕에 한 번 갔을 뿐 계속 밀림지대에 머무는 설정이지요. 그리고 소설에서는 아프리카의 한 부족의 추장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설정도 영화에서는 없었습니다. 그냥 동물들을 잘 다루는 설정이지요.
ps4 : 영화에서 타잔이 사는 곳은 뮤티아 절벽 이라고 불리우는 아주 가파른 고지대롤 올라야 하는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타잔이 사는 곳을 찾아가다가 실족사 하는 장면도 몇 번 나옵니다. 가상의 지역이지요.
ps5 : 자니 와이즈뮬러는 영화가 시작되고 32분이나 지나서야 등장합니다.
ps6 : 코끼리의 무덤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아 판매상들이 자신의 일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합니다.
ps7 : 영화에 나오는 코끼리들은 모두 인도 코끼리인데 아프리카 코끼리처럼 보이기 위해서 큰 귀를 달았다고 합니다.
[출처] 유인원 타잔 (Tarzan The Ape Man, 1932년) 자니 와이즈뮬러의 첫 타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