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문학회
박 영 보
2년 전 한국 출장 중이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농촌문학상 공모라는 제목의 공시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농촌문학회라는 단체도 있었던가 싶었다. 그런데 그 단체 이름 앞의 <농촌>이라는 단어에 자꾸만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이었다. 얼핏 문학인들의 모임일 것 같은 단체의 이름 앞에 하필이면 <농촌>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감이 가고 무언가 고향의 품속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루나무 샛길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무언가 하나 쓰고 싶어졌다. 문학공모에 응모를 한다거나 입상 같은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쓴 다기 보다는 고향의 품속에 안기고 싶은 마음에서였으리라.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한 것이 <수박대가리>라는 제목의 수필로 돼 나왔다. 마음으로나마 오십년 전의 고향 품에 안길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런 글이<해외 특별대상>이 되다니. 나에게는 사건이었다. 큼지막한 영광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영광의 앞뒤 쪽에는 또 다른 축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우영 작가와 공관식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그분들은 시상식에 참석할 것을 권했지만 미국에 있는 나는 그날의 시상식에는 참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분들과의 교분은 이메일과 전화로 이제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들은 한마디로 촌스럽다. 촌스럽다는 것은 겉모습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들의 겉모습을 말한다면 서울의 압구정동 한복판에 내세운다 해도 퓨전 멋쟁이들이다. 내가 말하는 그 <촌스러움>이란 그들의 푸근하고 구수한 속마음이다. 얼큰한 된장찌개나 구수한 시래기 국물에 비유해도 될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 이런 느낌이 우리 본연의 모습으로 나의 역사와 함께 간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머리와 손끝,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는 아름답고 귀한 글들이 샘물처럼 솟아나오고 있다. 소설도 나오고, 시도 나오며 산문이나 우리 나랏말에 대한 사랑 넘치는 글도 나오는가 하면 명작 사진작품도 나온다.
이번 방한 시에 베풀어준 한국농촌문학회와 한국영농신문사의 사랑 넘치는 후의에 감사드린다. 때마침 5월 25일에는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왕이면 그 날짜를 맞추어 출국 계획을 세웠지만 나 자신은 이번 4회의 수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방문자의 입장이었다. 시상식장인 서울 양재동의 농수산물센터에 가게 된 것도 김우영, 공관식 두 작가를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내가 수상자 석으로 안내를 받게 될 때는 어안이 벙벙했었다. 2년 전의 입상은 이제 잊혀 졌을 법도 한데 나의 이름이 호명이 될 때는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한국정부의 장차관 출신 인사들과 기관장들은 물론 문단의 유명 인사를 포함하여 수많은 내외귀빈들이 모인 자리는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전문 여류 시낭송가와 함께 더블 MC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화려하고 짜임새가 있었다. 상금과 상품은 푸짐했고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한국 농촌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농촌문학의 참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박수를 받으며 수상을 하게 된다는 것은 내 삶속에 처음이기도 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푸짐한 상품을 옮겨야 할 때는 다른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저녁만찬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농촌문학회 임원 위촉식이 있었는데 나에게 건배 제창의 영광까지 안겨주었다. 상품의 크기와 무게 또는 화려한 만찬보다는 분에 넘치고 사랑 넘치는 배려에서 더 무거운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들의 온정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김우영 작가는 서울문화방송에 근무하는 자신의 동서 강성호씨 댁으로 안내했다. 밤 열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 늦은 시간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맛있는 두부된장국과 무공해 식품으로 푸짐한 식사가 마련돼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도다리 생선찜과 콩나물국. 지금도 생각하면 침이 돈다. 모처럼의 고국방문 일정은 빠듯했지만 매우 유익하고 즐거웠으며 행복했었다. 호텔이나 모텔도 피하고 가정으로 초대하여 고국의 정을 듬뿍 안겨준 김우영 작가의 훈훈한 인간애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5월 31일, 수원의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마련해준 출판기념회는 평생을 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김우영 작가의 주선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시인, 작가를 비롯 국악인이 포함된 십여 명이 넘게 참석했고 이희석 한국영농신문사 사장님의 말씀도 있었다. 김우영 작가는 자신이 직접 먹붓으로 나를 환영하는 휘호를 써서 붙여주기도 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분에 넘치는 대우였다. 시인이자 프로페셔날 사진작가이기도 한 충남 계룡시의 엄사중학교에 근무하는 공관식 작가의 분주하게 사진을 찍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김우영 작가는 국립국악원의 문현 시조창 선생님에게 한국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용인에 있는 나의 형님 댁까지 데려다 주도록 해주기까지 했다.
한국농촌문학회의 회원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한국문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상의 기쁨보다는 이분들과의 교류가 시작 된데 대한 기쁨이 훨씬 더 크다. 이 분들을 통하여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며 더 많은 기쁨을 욕심내고 싶어진다. 한국영농신문사의 이희석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
첫댓글 모처럼 모국방문, 김우영 작가님의 정감있고 흡족한 접대, 좋은 추억, 부럽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그래요. 우리 모두 축하드리고 한국에 오시면 즉시 저희 한국농촌문학회를 찾아 주세요. 반가워요. 김우영 편집위원 절
이 글을 이제야 제가 보게 되었습니다. 서종남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섭섭한 이별을 했군요. 무사히 잘 가셨으리라 믿으며 안부 전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설화 윤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