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장 둘러보기
(2016. 3. 17.)
요즘은 묘목 심기 계절입니다.
좁은 땅에 이리저리 심어 논 게 많은데 오늘 또 묘목을 사려
차를 몰아 영천시장엘 들려봤습니다.
영천 다리 밑에 차를 세우고...
둘러보니 여기 시장 안엔 우리들의 애환이 다 담겨 있네요.
개 파는 곳을 들리면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보신탕용 큰 개.
내가 다가가면 구해주는 줄 알고 꼬리를 흔들며 좋아합니다.
비록 잡종이겠지만 진돗개도 있고 도사견도 있고 발바리도 있고...
오만 개들이 창살 속에 갇혀 슬픈 운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어찌 합니까.
어떤 때는 내가 키우고 있는 리트리버 종도 보입니다.
내가 키우는 개가 생각나 돈을 내어 개들을 다 사 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곳저곳 한 두마리가 아니니 그냥 마음만일 뿐이지요.
돌아서니 닭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또 토끼도 보입니다.
이것도 누군가 인간들에게 다 잡아 먹힐 놈들이겠지요.
토끼 사진 한 컷 찍었습니다.
저는 토끼 때문에 인생이 바꿘 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구국민학교를 나와 계성중학교엘 들어갔습니다.
1학년 때 아버지가 포항으로 전직하여 저와 이산 가족이 되었습니다.
방학 때에 집에 내려오곤 했었는데, 당시에 집엔 토끼를 키우고 있었답니다.
그걸 보고 겨울엔 주위에 있는 생풀을 찾아 헤매며 뜯어 주었고,
여름엔 나은 새끼가 마냥 좋아 애착을 가졌습니다.
당시 저는 토끼를 무척 키우고 싶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돈벌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걸 키우면 아버지보다 더 돈을 많이 벌 것 같았습니다.
한 달에 새끼 한 번씩 낳는데, 여러 마리를.
기하학적으로 계산하니 3년 쯤이면 마릿수가 늘어나
이걸 다 팔면 갑부가 될 것 같았습니다.
1년을 졸라 결국 포항중학교로 전학을 하여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포항고등학교에 들어가 졸업했습니다.
차라리 계성중, 고등학교에서 졸업했더라면 명문대에 들어갔을 텐데...
그리고 제 운명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
늘 이렇게 생각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답니다.
지금이야 한낱 추억으로 돌리지만요.
토끼 대신 거북이를 만났으면 어찌 되었을까요.
잡담은 이만하고 영천시장을 돌아 봅시다.
영천 다리 밑, 예전엔 큰말이 유명했다지요.
어쨌든 다리 밑엔 말 대신 묘목들이 즐비합니다.
경산과 영천엔 묘목 재배장이 많아 장날엔 여러 종류의 묘목들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각종 재래 씨앗들도 팔고요.
시장 안에도 묘목이 즐비합니다.
영천시장은 참 크기도 합니다.
없는 것 없이 오만 것들이 다 있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특이한 씨앗도 몇 봉 사고
생강 종근도 좀 샀습니다.
아로니아가 좋다해서 이 묘목도 몇 포기 사고, 과일처럼 커다는 대추나무도...
이것저것 한 보따리 사들고
시장 안 식당에서 국밥도 한 그릇씩 먹었습니다.
대장간에 들여
몇 가지 농기구도 사고...
호미 하나 중국산 2~3천원인데 대장간 호미 8천원.
비싸긴 하지만 애착이 가 사 봅니다.
도끼도 사고, 칼도 사 봅니다.
이 모두 옛날 사람이라 정취를 느껴 그런가 봅니다.
시장에 팔고 있는 멍게가 하도 먹고 싶어 한 소쿠리 사와
텃밭 비닐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사 온 나무를 심고,.. 멍게 안주삼아 이렇게 또 하루를 보냅니다.
함께한 동생, 마누라 그리고 나.
막걸리 함께 먹어가며 시간을 보내니 어둠이 깔립니다.
오늘은 마누라도 몇 잔 먹더니 술이 좀 취했나 보네요.
늦도록 얘기하는 말 함 들어 봅시다.
마누라 왈 "하이고 ~ 당신 나이 몇인데 지금 나무 사 심어서 무얼 하노"
포박 왈 " 그러니까 오늘 대추 나무도 감나무도 열매 맺힐 거 큰 거 샀잖아"
마누라 왈 " 지금 일도 어려운데 자꾸 일 더 넓히면 몸 상해 오래 못 산데이"
포박 왈 " 그라믄 일 안하고 앉아서 고스톱이나 테레비 보고 있으면 오래 사냐"
마누라 왈 " 자식도 이런 거 관심 없는데, 당신 죽으면 이거 다 우짜노"
포박 왈 " 모르겠다 그때 알아서 마음대로 해라"
동생 왈 " 제발 싸우지 마이소, 이거 다 내가 키울게요"
포박 왈 " 일이라도 해야 오래 살제"
동생 왈 " 하믄요, 그렇고 말고요. 형수님 제발 잔소리는 좀 그만 하이소"
기억에 남는 말 두 마디가 생각납니다.
10년 전 후배가 제 분재 다듬으며 내게 한 말
" 형님, 이제 분재 숫자는 더 늘리지 마시고 있는 것만 잘 키우시면 됩니다"
제가 잘 아는 8순의 분재인이 2년생 묘목을 키우며...
" 이걸 잘 다듬으면 십년 쯤 후엔 좋은 작품이 될 거 같다. 잘 키워 봐야지"
저는 이 두 분의 말을 다 알고 있습니다.
더 키우고 싶지 않지만 자꾸 키우고 싶은 마음.
내일 세상이 멸망하드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고 싶은 마음.
이게 살고 있는 동안의 욕망일련지 모르겠습니다.
하고싶은 게 없어지면 죽은 거와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포박/박희용
첫댓글 도끼도사고 칼도 사고~
작년엔 낫도 사고~
회장님은 연장 욕심이 좀 과분(ㅎ)하시지~요?
내년엔 또 무얼 사시려나~?
내년엔 제가 따라가서 직접 보렵니~다 ㅎㅎ
시골장구경 드라마보다 재미 있지요
욕심 맞습니다. 없으면 죽은거와 같고 과해도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