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베트남, 그파라다이스에서
아침 9시부터 2시간에 걸쳐 숙소를 구하러 다녔다. 사이공은 방값도 비싸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비싼 그 숙소들이 모두 'Full'이란 사실이다. 지금 시각 오전 11시 50분. 그래도 다행이다. 12시 이전에 숙소를 잡았으니.
무이네에서 13일을 보내고 다시 들른 사이공은 그 익숙한 공기가 반갑기도 하고 지금 이 곳에서 베트남의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08년 2월. 캄보디아 프놈펜은 덥고 끈적거리고 또 복잡했다. KBS월드넷에서 하는 설연휴 교통정보며 고향 풍경을 방송을 보고 있자니 허전했다. 한국은 떡찌고 눈오고 고향 내려가느라 북적거리는데 난 최악의 수도 프놈펜의 3인실방에 혼자 묵으면서 선풍기 밑에서 땀이나 흘리고 있다니. 베트남도 우리처럼 설을 쇠니까 가서 따끈하고 맛있는 국수라도 먹어야지, 하고 설날 서둘러 캄보디아를 빠져 나왔다. 베트남, 그 곳에서나마 명절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 기대하며.
그런데 이게 웬걸. 중국, 베트남은 설연휴를 열흘씩 거대하게 치른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버스가 사이공에 들어오는데 상점 상점마다 문을 걸어 잠궜다. 베트남의 상징, 오토바이도 거리에 별반 보이지 않는다. 오! 설맞이 퍼(국수)는 어디서 먹는담.
7일만에 한국말로 입을 뗀다. -한국분이세요? 똘이다. 헛..이 명절에 한국에 들어가지 않은 한국인 여기 한명 있다. 입뗐다~~~!!
밤이 되자 도로에는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넘친다. 가족끼리 쏟아져나와 명절을 즐긴다. 우리의 80년대 처럼. 모두 모여서, 왁자지껄, 신나게. 2008년의 설은 이렇게 사이공에서. 똘이와 껨박당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놀이 공원에 앉아 베트남의 설 분위기를 느끼면서 더위와 시끌벅적함과 함께.
방콕이나 라오스, 캄보디아는 거리에서 여행객들을 많이 보았다면 베트남은 일상에 걸어들어 온 거 같다. 트레킹이나 국적 불명의 레스토랑, 여행자들이 아니라. 공원에서 잰 걸음으로 경보하는 부부, 기체조하는 아저씨, 수업시간인지 체육복을 입은 한 반 학생들, 맨손 체조하는 아주머니들, 애정 표현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인들과 함께 더위를 식히고 하이네켄을 마신다 길거리에서 국수를 먹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무더운 낮 2시 목욕탕의자에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는 소소한 일상.
곳곳에서 과일을 팔고 국수와 샌드위치를 팔고 커피와 신또(연유를 넣은 과일 셰이크)를 판다. 또 모두 거리로 우루루 몰려 나와 과일을 사고 국수와 밥,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공원에서 줄맞춰 에어로빅을 하고 친구, 가족들이 함께 나와 배드민턴을 치고 둥글게 모여 제기차기를 한다.
우리네처럼 아파트 철제문을 꼭꼭 잠그고 동굴처럼 들어앉아, 제각기 아프고 홀로 외롭고 곪아 터져가지 않고.
낡고 느리고 또 오래되고 그래서 순박한 것. 과거가 아시아가 베트남이 좋은 파라다리스,인 이유다.
20080207~11, 20080224~29 호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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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찬란한 원문보기 글쓴이: 달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