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를 하고 왔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대단한 일 하나를 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다시 하라고 한다면 단연 "No"입니다.
생각보다는 몸에 무리가 많이 왔고요.
3주전 지리산에 갔을 때와는 몸의 반응이 많이 달랐습니다.
대회 주최측의 성의 없는 진행으로 인해
왜 비싼 돈을 내고 참가하는지 의아했습니다.
출발지 통제나 시간통제도 되지 않아
도착하는대로 바로 출발하더군요.
우리 버스가 늦게 도착했더니 이미 모두 출발해버려 대회 내내
다른 참가자를 거의 추월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지리산의 정기만 많이 받고 왔습니다.
기록은 묻지 마세요.
그냥 완주 했습니다.
무릎과 발목이 버끈하지만
하루동안 종주를 끝냈다는 기쁨만 남아 있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지리산에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난번 산행때와는 달리 가족단위 산행도 많았고,
특히 젊은 대학생들을 많이 보아서
기분이 많이 좋았습니다.
제 다이어리에 써 놓은 일기를 옮겨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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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
일반 산악인들도 지리산 화대종주는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대종주를 한번 해 보는 것을 늘 꿈꾼다. 나도 3주전 노고단에서 대원사로 내려오는 1박 3일코스를 해 보았기에 천왕봉에서 대원사로 내려 오는 코스가 너무나 길고 지루해서 화대종주는 거의 미친짖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한국산악마라톤 연맹에서 주관하는 화대종주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100회 마라톤 회장님께서 놀러 가는셈치고 가자고 해서 그냥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랐다가 다시 대원사로 내려 오는 약식훈련을 할 생각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오기 전날 이왕 가는것 평생에 한번 해 보는 것인데 싶어서 다른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내스스로 체력도 체험해 보고 싶어서 화대 종주에 도전하게 되었다. 대체적으로 화대종주는 1박2일에서 2박 3일의 일정을 진행한다. 존족들이라고 하는 분들이 대략 16시간에서 18시간에 종주하기도 한다. 그런 험하고 긴 종주코스를 난 광복절을 맞이해 14시간을 목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회를 마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다시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힘도 들었지만 대회 진행본부의 졸속적인 진행으로 인해 더욱 참석하고 싶지가 않았다.
100회 마라톤클럽에서 40여명이 참석해서 버스 한대가 따로 가기로 했다. 압구정동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나만 죽전버스 정류장에서 타기로 했다. 16일 하루만 쉬면 이번 광복절은 4일연휴를 쓸 수 있는 징검다리 연휴라서 차가 엄청나게 막혔는지 버스가 죽전정류장에 예상보다 4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지난주 설악산 산행을 갔다 온 뒤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지난 이틀간에도 잠이 부족하여 조금 피곤한 몸이다. 강도높은 훈련을 못했지만 최근에 설악산과 지리산을 한번 다녀왔기에 평소의 체력으로 충분히 종주를 할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컨디션이다. 비록 차에서 3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했지만...
내려가는 도중에 휴게소에 잠시 쉴 때 100회마라톤 클럽 회장님이 준비해 준 찹쌀밥을 먹고 한숨 더 잤더니 화엄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참가자들이 보이는 가 싶더니 우리가 단체 사진을 찍는 사이에 모두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많던 인원이 순식간에 어디론가 가 버렸다. 참가자가 꽤 많아보였는데....약 300여명이 넘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지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화엄사 입구까지 출발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가 화엄사에 도착하니 이미 선수들은 모두 출발해 버리고 화엄사 주변이 썰렁하다. 대회 주최측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출발시간 통제도 없고, 스피드 칩은 기대하지 않더라고 배번이라도 줘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출발을 시켜 버렸다.
이런 대회를 뭣하러 진행하는지 알수가 없네. 참 기분이 안좋다. 새벽 2시 40분에 화엄사를 출발. 한국 산악마라톤 연맹에서는 어떠한 통제도 없다. 이런 대회가 다 있나 싶다. 출발장소에도 누구도 나와 있지 않고 체크하는 것도 없고... 그냥 알아서 출발하는 것이다. 먼저 온 사람은 먼저 출발하고 늦게 온 사람은 늦게 출발하고...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하늘에 별이 가득하고 땅이 습하지 않아서 걷고 달리기에 좋았다. 비가 오던가 습하면 등산로가 미끄러운데... 처음 참석하는 대회이고 초반 너무 빠르게 달리지 않고 조금 빠르게 올라가기로 하고 걷기를 시작했다. 역시 걸어도 계속에서 고도를 높여가니 땀이 바지까지 젖는다.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앞서간 사람들은 아무리 가도 보이질 않은다. 간혹 더위에 퍼진 한두사람을 추월하기는 했지만 보통의 주자들은 이후에 한명도 추월하지 못했다. 그냥 펴져 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나 추월했을 뿐... 모두들 산악마라톤의 최고수들이었나 보다. 오르막길에 힘들게 올라가는데 근육피로가 있어서인지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1시간 50분, 생각보다는 빨리 왔다. 화엄사에서 올라가면 바로 노고단까지 올라가는 계곡길인줄 알았는데 가다 보니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가 된다. 힘들게 정상까지 갈 줄 알았는데 왠지 횡재를 한 느낌. 차가 다닐 수 있는 좋은 길을 통해서 올라가게 되었다. 사용하던 후레쉬로 꺼 버리고 편한길을 가니 하늘의 별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노고단 정상에 올라도 아직 어둡고, 해가 뜰 시간이 멀었다. 앞서 출발한 다른 참가자는 여기서도 보이지 않고 함께 한 회원들만 함께 간다. 빨리 뛰어서 가는 것은 포기하고 날이 밝을 때까지 조심해서 이동하기로 한다. 건강하려고 대회에 참가했는데 위험한 길에서 달리가 다치게 되면 이 대회에 참가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이 일찍 출발해서인지 어두운 길을 걷는 시간이 많다. 날이 밝으면 오늘 같은 날에는 무척이나 더워질 것이 예상된다.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서둘러 나간다.
삼도봉을 가지 전에 산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마라톤 클럽에서 오늘 산행을 간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30명이 넘게 지인들이 산행을 왔다. 나를 만난 지인들이 먹을 것도 건네고 힘내라고 하면서 격려를 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삼도봉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도 찍고 간단한 간식을 먹어 주었다. 지인들이 먹거리를 나눠 주니 함께 간 일행들이 남헌씨 인기가 엄청 많네 하면서 부럽다고 한다. 삼도봉에 오니 날이 완전히 훤하게 밝았다.
이제부터는 더운 날씨가 예상된다. 해는 떳지만 그늘이 많이 있어서 그렇게 찌는듯한 더위는 아니었다. 산에서 허기지면 체력과 상관없이 종주하지 못할까봐 먹는 것은 끊임없이 먹어 주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나는 가져온 떡을 한개만 먹었기에 시간이 그다지 걸리지 않았는데 함께 온 일행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하는 것 같았다. 조금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20분 가까이 지나가버렸다. 결국 우리 클럽의 후미 주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있었다. 후미 주자들은 끝까지 완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중간에서 중산리 쪽으로 내려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완주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가면 안되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제일 후미 주자가 되는 셈이다.
부지런이 조금 앞서 출발한 일행을 쫒아간다. 불과 10여분전에 출발했는데 좁다란 능선을 뛰어도 뛰어도 앞서간 사람들이 보이질 않더니 형제봉에서 사진을 찍느라 잠시 지체하고 있던 일행을 만났다. 이후 산길을 걷거나 뛰면서 계속 이동했다. 벽소령은 쉬지 않고 그냥 통과해 버렸다. 한번 쉬면 5-10분이 훌쩍 가버리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속도로 가게 되면 분명이 제한시간을 훌쩍 넘어버릴 것으로 보이는데 다들 서두르는 기색이 없어서 나도 포기하고 그냥 가기로 했다. 어짜피 종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기록이 무슨 중요한 일인가 싶어서... 맘을 바꾸니 너무 편해졌다. 대회 주최측에서 천왕봉에 12시 반까지 통과하지 않으면 중산리로 내려 보낸다고 했는데 우리는 버스를 한대 따로 만들어서 왔기에 시간이 구애받지는 않는다.
세석산장도 그냥 통과했다. 물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석에서 쉬면 또 시간이 많이 거리기에 통과해버렸다. 세석산장 통과후 높은 봉우리에는 전라북도 도청 소속의 헬기가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상도 땅으로 알고 있는데 전라북도 헬기가 와서 작업을 하고 있네. 하여간 중간에 작업을 할 때는 통과하지 못하고 통제가 되어서 시간이 또 지체되었다.
세석 통과 후 장터목에 도착한 것은 12시가 다 되어 갈때였다. 출발한지 9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이다. 이렇게 가서는 제한시간에 통과하는 것이 힘들다. 세석대피소에서 쉬면 그곳에서 점심요기가 되는 것을 섭취하려고 했는데 쉬지 않는 바람에 먹는 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장터목에 도착할 무렵 갑자가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해서 중간에 걸으면서 준비한 떡을 하나 더 먹어 주었다. 나는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면 순간적으로 힘이 많이 빠져 버린다. 심적인 것이겠지만...
장터목에서 포도통조림도 사먹고, 다른 보충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먹었다. 우리 뒷쪽에는 회원 몇명이 더 있다는 소리를 이곳에서 들었는데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는 상황. 장터목에서 화장실도 갔다 오고, 휴식을 취하며 먹다 보니 쉬는 시간이 40분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제 제한시간 내에 완주를 하는 것은 어렵게 되어 버렸고, 그냥 완주를 하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제한시간 안에 들어오고 안들어 오고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천왕봉 오르는 시간이 대략 3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지난번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 어두운 산길을 걸어 왔는데 이번에는 밝은 대낮에 산에 오르게 된다. 산에 오를 무렵 다시 구름이 몰려 와서 주변경관이 구름속에 가려진다. 맑은 날 천왕봉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더니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천왕봉 정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고 지나는 것도 쉽지 않다. 아마 제한시간을 목표로 갔던 사람들은 정상에서 사진 한장 찍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1분 1초가 아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시간을 초월했기에 너무 늦지 않게 내려가면 되기에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리면서 천왕봉에서의 시간을 보냄.
다시 대원사로 이어지는 끝없는 내리막길... 3주전에 왔을 때에도 이 내리막에 질려서 화대종주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다시 오게 되었다.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그리고 주차장까지 긴고 긴 코스 오르막과 내리막길...그리고 너덜지대...아마도 이 대원사 내리막 길만 없으면 화대종주 할 만 할 것이다.
천왕봉에서 1km 남짖 내려오면 중봉이 나온다. 갑자기 몰려온 구름으로 인해 천왕봉이 보이지 않는다. 1km 오는데 내리막과 약간의 오르막임에도 불구하고 30분이나 걸렸다. 이렇게 가면 일찍 들어온 다른 회원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데... 그래도 내리막이 더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치밭목 대피소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 가도 가도 끝에 보이지 않는다. 내리막 5km가 이렇게 길 줄이야. 그래도 말만 하면 뭣하나? 한발 두발 걸어가면 언젠가는 목표점에 도착한다.
치밭목 대피소에서 다시 한번 급수를 하고 유평리를 향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는다. 정말로 길고 끝이 없는 내리막이다.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왜 대원사 코스를 즐겨하지 않는지 다시 한번 실감한다. 천왕봉에서 유평리까지 오는 동안 산을 오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내려 가는 것이 지루할때는 오르는 것은 거의 죽음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이다. 힘들여 가다보니 드디어 유평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천왕봉에서 6km 거리이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 입구에 있는 첫번째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8월 15일날 대회가 있으니 시원한 막걸리와 미숫가루를 준비해서 주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면 일당은 나올꺼라고 했더니 그 주인부부가 그 말을 잊지 않고 조그마하게 좌판을 펼쳐 놓고 막걸리와 미싯가루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 있는 무릉도원이란 음식점. 덕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이제부터 대원사 주차장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 어떻게 가더라도 간다. 힘은 들지만 완주를 한다는 생각에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 대원사까지 이동. 1.6km를 왔는데 대회 주최측의 진행자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뭐 이런 대회가 있나 싶은 생각이... 출발할때도 주최측의 사람을 보지 못했고, 천왕봉서도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결승점에도 제한 시간을 조금 넘겼다고 아무도 없다니 정말 화가 치민다. 이럴 것 같으면 대회 참가비를 내고 올 것이 아니라 그냥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차 한대 빌려서 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하지만 화를 내 보았자 나만 손해...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우리가 제한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했으니...
나에게 제한 시간은 의미가 없다. 물론 짜투리 시간을 줄이고 그냥 앞만 보고 달려 왔다면 좋은 기록도 낼 수 있었고, 충분히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맘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일행이 쳐지지 않고 끝까지 화대종주를 한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도 한번 더 쳐다보고, 먹거리도 즐겁게 먹고, 사진도 모두 찍어가면서 즐거운 동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다시 화대종주를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아니다. 하더라고 당일 산행이 아닌 1박 2일이나 2박 3일코스로 즐기면서 가겠다는 생각이다. 꼭 한번 하고 싶었던 화대종주를 마쳐서 기분은 좋다. 무릎과 종아리는 뻐근하지만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이다.
첫댓글 화엄사에서 대원사
으앗!!!
상상만 해도 혼미해 지네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뿌듯하셨겠습니다.
허부장님!
지리산을 마라톤으로 종주하다니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화이팅!
와 정말 대단하세요..... 더 좋은일을 위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화대종주 축하합니다. 십이삼년전에 2박3일로 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