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6 등 '진짜 총' 버젓이 유통…영화 ‘실미도’서도 사용
소품으로 위장돼 수입된 군용 총기류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가 21일 오전 내자동 청사에서 군용 총기류 밀반입 조직과 밀거래
일당을 검거해 압수한 총기류 등 군용물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미국에서 M16 등 총기를 들여와 10여 년간 국내 영화사 등에 불법 대여해 온 영화 특수효과 업체가 적발됐다. 불법 유통된 총기류는 '실미도', '공공의 적' 등 국내 유명 액션영화 제작에도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밀창고에 소총 부품과 공포탄, 연막탄 등 군용품을 전시해 판매하거나 외국에서 밀반입한 권총을 인터넷에서 팔아넘긴 일당들도 덜미를 잡혔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영화소품용으로 외국에서 빌려온 M16 등 총기류를 촬영이 끝난 후에도 반환하지 않고 다른 국내 영화사에 빌려주고 돈을 받아 챙긴 혐의(총포도검화약류등 단속법 위반)로 특수효과 업체 D사 대표 정모(51) 씨 등 3명을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1996년 6월 액션영화 촬영에 쓰기 위해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틴' 총기담당자로부터 빌려온 M16, AK47 등 군용총기류 18정을 촬영이 끝난 후 반납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최근까지 국내 영화제작사에 15 차례에 걸쳐 대여해주고 4000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사 결과 이들이 소지한 총기는 실탄만 있으면 언제든지 '인마살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영화에는 모조총이 사용되지만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진짜 총이 쓰일 때는 총열에 '어댑터'가 고정 삽입돼 실탄이 발사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가 1996년 6월 미국에서 들여온 소총들은 탈부착할 수 있는 어댑터가 삽입돼 있었고, 일부는 현재 이 어댑터가 아예 분리된 것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씨는 13년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 금고나 화물차 공구함 등에 18정의 소총을 허술하게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군용물품 1000 여점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면서 서바이벌 게임업체나 군용품 마니아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문모(30) 씨 등 3명도 입건했다.
이들은 1997년부터 동대문구 신설동에 만든 비밀창고에 M16 개머리판과 실탄, M60 기관총 총열 등 총기 부품과 연막탄, 지뢰탐지기 등 군용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군용물들이 미군 부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 육군 범죄수사대와 공조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권총을 밀반입해 인터넷을 통해 사고 판 일당들도 경찰 수사망에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작년 5월 중국에서 독일제 공기권총인 `스미스윌슨 38'을 들여와 인터넷을 통해 장모(22)씨에게 4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권모(31)씨를 입건했다. 또 2005년 6월 일본에서 `스미스윌슨 M36 치프스페셜' 권총 3정을 반입해 장모(38) 씨에게 200만원에 팔아넘긴 혐의로 이모(39)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총기 마니아'들로, 경찰에서 "진짜 총을 갖고 싶어서 샀을 뿐, 다른 목적에 쓰려고 산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총기 마니아들 사이에 총기류와 군용물품이 밀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군용물품 유통 사범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동아 기사입력 2009-05-21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