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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카데미 수상작들에 대한 나의 생각
한국시간으로 2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 제 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벤 애플렉 감독의 <아르고>가 작품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카데미상의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 작품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감독상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 감독이 수상했고, 작품상은 <아르고>가 받았습니다. <아르고>의 감독 벤 애플렉은 감독상 후보에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말이죠. 작년 같은 경우에는 <아티스트>와 <휴고>가 각각 10개,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결국 <아티스트>에게 작품상이 돌아갔었죠. 올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인 <링컨>과 <라이프 오프 파이>가 각각 12개, 11개 부문에 올라와서 이 두 편 중에서 작품상이 나올 것이라는 저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가 벤 애플렉 감독, 주연의 <아르고>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의외의 결과를 보면서 저 역시 아카데미상에 대해 뿌리 깊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늘 그래 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같은 편견말이죠.
아카데미상에 관해 대부분의 국내영화평론가들은 '보수성이 강하다'고들 입을 모아 말합니다. 실제로 근 몇년 동안 작품상을 받은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킹스 스피치>,<아티스트>,<아르고>와 같은 복고풍 영화들이 작품상에 강세를 보여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이 복고적인 외양 만큼이나 그저 보수적인 이야기만 풀어내고 있을까요? 이 수상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분들도 꽤 많겠지만, 전 대부분 수긍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왜냐하면 세 작품 다 제게는 최고의 걸작이라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꽤나 만족스러웠던 시청각 경험이었으니까요. 세 편의 영화들에게 짧게나마 영화평을 붙여보면, 먼저 <킹스 스피치>는 실제 말더듬이였던 조지 6세의 트라우마 극복 과정을 그린 영국영화였는데,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와의 우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 일국의 왕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관객층의 계급에 구애받지 않고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완성도를 선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왕실 이야기에 예전부터 그닥 관심이 없었던 저도 그동안 피상적으로 왕의 고뇌를 그려온 영화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보통 사람들과 다를바 없이 인간적인 왕의 모습을 그려낸 이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품상을 수상하고난 뒤 '매우 아카데미적인 선택이다'란 평이 지배적이었고, 시쳇말로 '밋밋하다'라고 할 정도로 평이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평하는 몇몇 국내평론가들의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아카데미는 여전히 보수성이 강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은 그저 진보적인 성향의 반댓말일 뿐인데 유독 국내영화평론가들의 입에서 나오면 올바르지 못한 늬앙스로 읽혀지는 것 같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러면 모든 영화들은 급진적이어야 우수한 영화가 되는 건가요? 저는 <킹스 스피치> 처럼 역사속 인물을 마치 바로 곁에서 숨쉬고 있는 인물처럼 생생하게 현시대 인물로 느끼게 만들기도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진보적인 내용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내내 잔잔하게 한 인물의 내면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결코 헛된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무공해영화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우리가 그동안 양념을 많이 친 자극적인 영화들에 길들여져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의 연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장면인 아내(헬레나 본햄 카터)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연설에 대한 중압감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저 겉으로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왕의 내면에 이토록 상처받기 쉬운 아이가 숨어있었던 거죠.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만했는 것인진 지금도 잘 모르겠으나, 왕실이야기에서 이런 보편적인 감동을 끌어낸 영화가 지금까지 몇 편이나 있었나하고 떠올려보면 이 영화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티스트>는 칼라 영화에 익숙한 현대의 관객들에게 흑백영화와 무성영화의 체험에서 오는 감흥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었다고 평가받을만 합니다. 영화평론가들이야 예전부터 일반인들과 같은 극장문화가 아닌, 프랑스 문화원이나 시네마테크 등을 통해서 흑백고전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었겠지만, 어디 일반 관객들에게 흑백고전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겠습니까? 이제와서 밝히지만, 스필버그의 팬인 저도 1994년에 <쉰들러 리스트>를 극장에서 볼 때를 떠올려보면, 장장 3시간 10분에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흑백으로만 펼쳐지는 이 영화가 고역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극장에서 흑백영화를 본 건 이 영화가 처음이기 때문이었죠. 영화가 나빴다는 게 아니고, 흑백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본 건 그때가 처음이라 적응하기 어려웠고 다소 지루했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팬심때문에 그 뒤에도 두 번 더 이 영화를 단관시절이었던 '만경관'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따라서 4대 3 화면비에 흑백영상이 주요 포맷이었던 1930년대 필름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 <아티스트>가 제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한 영화'를 선호하는데다가, 스토리도 고전 멜로 드라마 플롯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거기에는 두 주연배우의 매력도 한 몫 한 것 같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영화 내내 무성영화로 일관하고(엔딩에 유성으로 잠깐 나오지만), 흑백영화인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작품상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이후에 국내영화평론가들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이 적힌 글들을 읽은 적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이런 반응이 나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흑백무성영화에 매우 익숙한 그들에게 당연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을리가 없고, 스토리도 진부하게 느껴질테니까 말입니다.
<아르고>는 작년 늦가을에 국내개봉하여 소리소문 없이 막을 내린 벤 애플렉의 세 번째 연출작입니다. 이미 전작 <타운>을 통해 유명배우이기 전에 감독으로서 탄탄한 연출력을 입증한 바 있는 벤 애플렉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1970년대 이란 테헤란에 억류되어 있는 대사관 직원들을 탈출시키는 임무를 맡은 CIA요원을 연기합니다. 영화는 주인공 토니 멘데스가 일명'아르고'라는 가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대사관 직원들을 배우들인 것처럼 신분을 위장시키고 이란을 탈출하는 과정에 몰두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는' 긴장감을 저는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외양은 정치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라 더욱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르고>는 결국 정치영화나 첩보영화 같이 인물들의 냉정하고 계산적인 관계를 다루는 스릴러라기 보다는 서정적인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진한 동료애'. '단 한 사람의 생명의 소중함', '스타워즈세대로의 향수'같은 단어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까요. 그만큼 벤 애플렉 감독의 연출력이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정도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급이 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영화는 엔딩크레딧에 이르면, 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당시 배우로 위장했던 6명의 실제 대사관 직원들의 외모가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외모와 너무 비슷하여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벤 애플렉의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영화는 이렇듯, 당시의 시대상을 완벽에 가깝게 고증해낸 감독이하 스탭들의 노고가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아티스트>와 같이 영화에 대한 영화라 스토리의 전개상 너무나 자연스럽게 과거의 아날로그 기술만으로도 관객들을 경이로움으로 빠트렸던 영화들에 대한 향수가 절절히 묻어납니다.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의 경향은 제가 느끼기에 영화에 대한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동시에 영화인들이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한 기원에 대한 회고와 헌사가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이것은 결코 '아카데미의 보수성'이란 말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온 아카데미만의 자긍심이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사실 아카데미상이라 하면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부문 만큼이나 관심이 많은 부문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각효과상'부문입니다. 아카데미상은 미국내에서 개봉한 작품들을 대상으로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영화'(?)에게 작품상을 주는 영화상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상이 있다면 칸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3대 영화제가 그 성격에 맞겠죠. 그러나,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은 '세계 최고의 시각효과 영화'에게 주는 상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헐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전 역대 아카데미 배우상은 누가 받았는지 몇 명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는 있어도 1983년에 <이.티>가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이후 부터의 시각효과상은 그동안 어떤 영화가 받았는지 줄줄이 꿰고 있습니다. 올해는 <프로메테우스>,<배틀쉽>,<호빗: 뜻밖의 여정>,<어벤져스>,<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과 함께 후보에 오른 <라이프 오브 파이>가 받았습니다. 전 <프로메테우스>와 <스노우 화이트~>의 시각효과도 너무 경이로울 정도로 좋았는데, 결국 <라이프 오브 파이>가 받게 된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아카데미가 작년 <휴고>와 같이 3D효과에 획기적인 성과를 보여준 작품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했고, 또한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3D로 보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Pi's Lullaby'가 흐르는 도입부의 동물원 묘사 장면부터 감탄에 빠지게 했고, 중반부쯤 날치가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아예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바꾸면서까지 3D효과에 최적화된 장면을 내보낼 정도로 작정하고 만든 3D영화였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초반부 침춤호가 격랑에 휘말리며 침몰하던 장면의 생생함, 파이가 인도 그림책의 삽화 속으로 들어가 유영하는 장면, 거대한 고래가 파이의 뗏목 옆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치솟아 오르는 장면 등, 이루 말 할 수 없이 시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한 안구웰빙용 영화였습니다. 그러니까 2013년 지금,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시각효과를 보여준 영화는 단연 이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데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이 예전처럼 국내에서 흥행에 위력을 발휘하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세 작품 중 <킹스 스피치>만이 멀티플렉스 배급망을 타서 약 80만 정도의 흥행을 했을 뿐이고 <아티스트>, <아르고>는 각각 17만, 14만 정도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아르고>는 이미 IP TV 등을 통해 풀린 상태라 아카데미 작품상의 후광을 받아 다시 재개봉할지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일반관객들이 아카데미상 수상작에 그렇게 관심도 없는데, 제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무의미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상을 받았다면, 신뢰할만하고 좋은 작품이겠지..."라고 생각하는 저를 비롯한 일반관객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얼마전 유운성 영화평론가님이 강연회에서 말씀하셨듯이, 아카데미상 같은 영화상이 산업과 자본에 많은 영향력을 받고 있고, 또 실제로 몇몇 작품들이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런 자본의 논리와 인맥있는 심사위원의 도움을 받아 상을 수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는 예술이기전에 산업이라는 말씀이죠. 그러나, 헐리우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쓰레기 같은 영화들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들은 말이 있는데,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영화들은 그래도 그해 생산되는 수 천편의 쓰레기 같은 영화들 속에서 옥석을 골라내서 들여오는 영화들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양질의 작품들이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전문가가 아닌 저를 비롯한 일반관객들은 그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과연 어떤 영화를 골라야 만족스러운 시청각 경험이 될까요? 이럴 때 아카데미상 수상작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들은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 받은 작품이 무조건 좋은 작품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최근의 수상작품들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운이 좋은 건지 작품상 받은 작품들이 제게는 다 매력적이더군요. 다만, 제 81회 아카데미상에서 그동안 두 번이나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토리노>가 작품상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많이 아쉬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제 82회 아카데미상 부터는 작품상 후보작들이 기존의 다섯 작품에서 열 편으로 늘어났다는 점(올해는 아홉 편이었지만,)이 예전처럼 진짜 'BEST OF BEST'를 뽑는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솔직히 아카데미상에 조금씩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상은 여전히 일반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를 고르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게는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많게 느껴지는 영화상입니다.
아카데미상은 또한, 세계 곳곳으로 가장 많은 전파를 타는 지상유일한 영화쇼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인 시상식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중학교때 쯤이었을 겁니다. 스크린 같은 영화잡지를 즐겨 읽기 시작했던 저는 그때부터 매년 아카데미시상식이 공중파 방송에서 녹화 방영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정도로 아카데미시상식을 보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다이제스트판으로는 만족 못해서 AFKN에서 실황 중계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거나,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서 비디오로 녹화를 해 둘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동경하던 영화배우들이 한 장소에 다 모여있었고,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곡들은 직접 그 곡을 부른 가수들이 나와서 불러주는 멋진 쇼를 볼 수 있었고, 빌리 크리스탈 같은 코미디언이 사회자로 나와 재치있게 영화속 장면들을 패러디하는 것이 그 당시 어린 저에게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구경거리였습니다. 게다가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영화들 중에 제가 본 영화가 있기라도 하면 내심 그 영화가 상을 받기를 많이 바랬었죠. 무엇보다 아카데미상 하면, 시상식 중간중간에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의 하일라이트 영상 클립을 보면서 이 영화들이 너무 보고 싶어 빨리 한국에 개봉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오릅니다. 한마디로 제가 좋아하는 것이 여기에 다 있었던 거죠. 솔직히 지금은 그때만큼의 열정은 없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진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제 더 이상 헐리우드 키드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제외한 유럽국가들의 영화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타국 영화들의 재미도 헐리우드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또한, 지금은 예전처럼 학생 신분도 아니고, 아카데미상이 한참 근무하는 시간에 방영하기 때문에 애써 실황중계를 보려고 하기 보다는 저 역시 다른 네티즌들 처럼 인터넷에 떠오른 수상 결과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맙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영화소년소녀들은 여전히 아카데미영화시상식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저처럼 꿈을 키우겠지요. 어쨌든 아카데미상은 영화를 진정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상을 즐겨 본다고 타인에게 말해도 전혀 부끄러울게 없는 영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대충상이나 청룡조선상 보다는 권위 있고 신뢰할만한 영화상이니까요.
첫댓글 아카데미에 관한 단상, 아카데미에 대한 벗님의 애정이 절절히 느껴지네요~^^ㅎ 무엇보다 영화는 예술이기전에 산업이라는 말씀이 크게 다가옵니다ㅠ 스크린 이면의 현장들을 경험하며,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언제 아카데미 시상식을 같이 보고 싶어지네요-ㅎ
어쩌면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세계적으로 지배력이 강한 헐리우드 영화에 이미 영향력을 받을 대로 받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요.ㅠ.ㅠ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아카데미시상식을 즐겨 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이번에 김영진 평론가님이나 유운성 평론가님의 강연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강연이었지만, 아카데미상에 대한 두분의 부정적인 견해만은 마치 제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약간은 아쉬웠어요. 아카데미상은 일반관객들한테는 여전히 장점이 많은 상임에도 불구하고요.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