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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2위를 이끈 '효자'는 단연 사격과 펜싱이다. 진종오와 김장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사격 간판스타이다. 아쉽게도 이들은 개인전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대신 김청용, 김준홍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나란히 사격 2관왕을 차지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사격에서만 금메달 8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8개를 따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발판삼아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한 펜싱은 아시아 무대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총 12개 금메달 가운데 8개를 휩쓸며 2002년 광저우 대회에서의 금메달 7개를 뛰어넘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한 대회 최다 펜싱 금메달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더했다.
인기가 높은 구기 종목의 활약도 눈부셨다. 농구는 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반 금메달을 획득했고 축구는 남자 금메달, 여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배구도 중국을 꺾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탈환했고, 프로 스타들이 나선 야구도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지만 볼링에서 금메달 7개를 따냈고, 정구는 7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정구의 전 종목 석권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선수단의 '복병'으로 톡톡히 활약했다.
수영·육상... 기초 종목의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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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정 스타에 크게 의존하거나 세대교체를 게을리 한 종목은 쓴잔을 마셔야 했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전성기가 지난 수영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7개를 따며 36년 만에 아시안게임 노골드에 머물렀다.
그나마 박태환이 버텨줬기에 이 정도 성적도 거둘 수 있었다. 박태환이 출전하지 않은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여자 혼계영 400m 은메달과 남자 접영 50m 동메달이 전부였다. 걸출한 스타와 더불어 선수층이 두꺼운 중국은 수영에서만 금 22개, 일본은 금메달 12개를 가져갔다.
육상도 마찬가지다. 물론 적잖은 한국 신기록이 쏟아졌다. 한동안 메달과 인연이 없던 종목도 시상대에 오르는 등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것에 비하면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로 오히려 성적이 뒷걸음쳤다.
육상에 걸린 47개의 금메달 가운데 하나도 따내지 못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수영과 육상은 올림픽에서도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기초 종목이다. 한국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저변 확대로 기초 종목을 메달밭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계체조 역시 금메달을 기대했던 '도마의 신' 양학선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은메달에 그쳤고 남자 단체전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탁구는 중국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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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달리 이번 대회는 운영 미숙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철통보안'이 관례인 개회식 성화 점화자가 조직위원회의 실수로 일찌감치 공개됐고, 스포츠인이 아닌 '한류 스타'를 성화 점화자로 내세운 점도 지적을 받았다.
논란 속에 타오른 성화는 이틀 만에 센서 오작동으로 꺼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배드민턴 경기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하거나 에어컨 바람이 강해 일부 선수들이 승부 조작을 의심하며 항의하는 사태도 있었다.
일부 자원봉사자는 임무를 제쳐놓고 스타 선수들의 사인 받기에만 몰두하다가 오히려 선수단의 항의를 받았다. 경기장 한편에서 카드놀이를 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도 보여 성실하게 활동한 다른 자원봉사자에게까지 찬물을 끼얹었다.
또한 선수단과 자원봉사자를 위해 공급한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돼 이를 폐기 조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통역이 없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금메달리스트 선수가 다른 메달리스트 선수를 위해 직접 통역에 나서기도 했다. 국제대회의 격식과 수준에 걸맞지 않은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대회를 마치고 '사후 관리'도 우려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서 총 2조 5000억 원을 투입했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지었던 문학경기장을 개축해서 사용하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주경기장을 짓는 등 경기장 건립에만 전체 예산의 절반 정도가 쓰였다. 대회 적자는 물론이고 시설 유지보수에도 적잖은 지출이 불가피하다. 인천시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디폴트(지급불능)까지 우려되고 있다.
물론 국제대회 개최는 도시의 지명도를 비롯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명암을 분석해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세계화'된 아시안게임, 아시아의 축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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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은 45억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륙별 스포츠 대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갈수록 그 위상과 순수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아시아 스포츠를 이끄는 한국, 중국, 일본의 메달 독식은 여전했다. 45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이들 3개국이 따낸 금메달은 중국 151개, 한국 79개, 일본 47개를 합쳐 277개이다. 이번 대회에 걸린 총 금메달 439개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사실상 아시안게임이 한·중·일 '삼국지'나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객관적인 실력에 의한 메달 편중은 어쩔 수 없지만 아시안게임의 흥행을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국가에서 금메달이 나와야 한다. 중동 국가들의 약진은 돋보였다. 하지만 "오일 머니로 끌어모은 귀화선수를 앞세워 거둔 성과"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오히려 '아시아의 축제'라는 의미를 해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남자 핸드볼 결승에서 한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카타르는 16명의 대표팀 선수 가운데 무려 14명이 다른 나라에서 국적을 갈아탄 선수로 구성됐다. 대부분 핸드볼 강국인 유럽에서 온 귀화 선수들이다.
이 밖에도 바레인은 남녀 마라톤을 비롯해 육상에서만 금메달 9개를 따냈다. 하지만 이 중 8개는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육상 강국인 아프리카에서 귀화한 선수들이 따낸 메달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카타르로 귀화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페미 오구노데는 남자 100m 아시아 신기록(9.93초)과 200m 아시안게임 신기록(20.14초)을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유럽 백인 선수와 아프리카 흑인 선수가 활약하는 '아시안' 게임이 연출됐다.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마치 올림픽을 떠오르는 웃지 못할 장면이 벌어졌다.
또한 일부 종목은 세계선수권대회와 겹치며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불참하기도 했다. 한국은 배구나 농구 등에서 오랜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중국이나 일본이 2진급 선수를 파견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구에서는 아마추어 위주로 참가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국내 프로리그까지 중단했다. 병역을 마치지 않은 프로 선수 위주로 참가해 금메달을 따내며 논란이 불거졌다.
수많은 감동과 아쉬움이 엇갈린 인천 아시안게임은 막을 내렸고, 다음 개최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0232&CMPT_CD=P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