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인월-금계마을, 19.3km 8시간)-1

[나나]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시외버스주차장에서 길을 건너,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약 7분정도 걸어가면

 

  지리산길 안내센터가 있습니다.

  "지리산길 나무 가족"

  지리산길 안내센터 입구에 지리산길 나무 가족 이라고 나무를 토막 내어 만든 겁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니 열기가 확 돌았어요.

  그참! 이상하다? 밖에는 제법 쌀쌀한데 아무리 안이라 하지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마침 난로도 보이기에 물어 보았죠, "혹시 난로 피웠어요?"하고, "금방 껐습니다." 라고 합니다.

  "어머나 세상에!" 아무리 지리산이라 하지만 여기는 산속도 아니고, 차도 많이 다니고,

  사람도 많이 사는 평평한 평지인데, 그렇게 많이 추웠나? 기온 차가 심한 모양입니다.

  안내센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면 안내를 하며 업무를 보는 직원이 서너 명 있어요.

  둘레길을 안내해 놓은 지도며, 숙박시설, 차시간 등이 적혀 있는 인쇄물을 받아서 

  훑어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안내원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받은 지도며 인쇄물은 끝까지 버리지 마세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인월교"

  여기서 부터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 19.3km'가 시작됩니다.

  11:50, 인월에서 마지막지점인 금계마을을 향하여 우리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리 위에는 부부가 말린 나락을 자루에 담고 있었어요.

  시골에서 살던 생각이 났습니다.

  공부도 해야 되고, 집안일도 해야 되고, 동생들도 돌봐야 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일하는 사람 옆으로 배낭을 메고 지나가기가 몹시 미안했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며 돌아다니는  팔자 늘어진 년으로

  보일까봐, 그것으로 인하여 농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미움이 싹트게 될까봐.

  공부해야 되는데 자꾸 동생들을 낳아서 싫었던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허름한 옷차림에 시커멓게 그을린 농부의 손놀림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그런 어린 시절이 없었던 사람이 어찌 그런 시절의 사람을 알겠습니까.

  "갈 길이 먼데 왜 빨리빨리 오지 않고 어정거리고 있느냐"며 유진은 버럭 화를 냅니다.

  냇물이 흐르는 내에는 소들이 한가하게 누웠거나 풀을 뜯고 있어요.

  소 앞에 하얀 새가 한 마리 보이지요, 저 새가 황새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소와 황새는 정다워요.

  소가 순하다보니 아무 짐승들하고도 다 잘 지내는가봅니다.

  닭이 소 죽통에 들어가서 후비 파며 소죽을 쪼아 먹어도 가만히 있는 것처럼,

  황새가 풀을 뜯는 코앞에 와서 무어라 쫑알거려도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열심히 풀만 뜯어요.

  짐승 중 제일 순한 짐승이 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월마을 들녘입니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어요.

  저 멀리 보이는 저 반듯한 집은 창이 많은 것으로 보아 아마 모텔인가 봐요.

  농지 한복판에 모텔이 다 있고...

  이렇게 좋은 땅에는 벼를 심어야지 저런 모텔 같은 건 절대 지으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좋은 땅이건 나쁜 땅이건 돈 되는 사업을 해야 된다고 하데요.

  전 여태껏 그런 걸 몰랐습니다. 한가지 밖에 모르는 답답한 사람이지요.

  배추 한 포기 13,000원씩 한다고 하는데, 이 집 부자네! 배추가 이렇게 많으니.

  새파란 배추가 벌레 하나 먹지 않고 얼마나 잘되었는지,

  퍼뜩 세어 봐도 몇 백 만원은 쉽게 될 것 같아요.

  이 무밭도 한집 건가? 무까지 합치면 더 부자네!

  직접 농사를 지을 땐 흔하디흔한 농작물이었는데, 배추 한 포기 무 한 뿌리도 돈을 주고 사서

  먹어야 되는 형편이 되고 보니,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무 역시 제 때 제때 약을 잘 쳤는가? 벌레 하나 먹지 않고 새파랗게 잘되었네요.

  옆집에 누가 사느냐고 물어보면 모를까,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온 할머니가 알면 얼마나 알거라고, 

 번호가 붙은 도로를 다 물어볼까?

 말기를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둘이서 먼 산을 가리키며 삿대질만 해댑니다.

  밤나무.

  밤이 주렁주렁 아주 많이 열렸어요.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우루룩 여러 명의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어떤 할아버지가 밤을 털고

  있었습니다. 길 가던 나그네인줄 알았지요.

  "그 밤나무는 주인이 없어요, 아무나 털어가도 되나요" 하며 나도 한 송이 털어 보겠다고 폼을 잡는데,

 밤을 털던 할아버지께서 "무슨 소리 하요, 내가 심고 내가 가꾼 거요, 주인이 없긴 왜 없어"

 무턱대고 나도 한 송이 털어보겠다고 나무를 흔들어 대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중군마을 입구.

  벽화가 매우 산뜻하지요.

  담벼락이 모양도 없이 구부정한 게 보기 흉했는데 그림이 집도 살리고 마을도 살렸습니다.

  일시 : 2009.8.24

  그림 : 범숙학교

  벌집.

  여기서 나오는 것이 '지리산 토종 벌꿀'이라고 하는 겁니다.

  벌통에 벌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지리산 둘레길은 가이드가 필요 없어요. 빨간색 화살표만 따라가면 됩니다.

  그런데 황매암과 삼신암, 백련사 가는 길목에서는 모두 빨간 화살표입니다.

  이럴 때는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민입니다. 그러나 전 알고 있었어요.

  삼신암쪽으로 가면 오르막은 없지만 시멘트 길에 땡볕이고,

  황매암 쪽으로 가면 길은 멀고 오르막이 있지만 흙길에 소나무 숲길입니다.

  망설일 필요가 없지요, 바로 황매암쪽으로 갔습니다.

  뒤따라오던 노부부도 갈림길에서 망설이고 섰더니 우리를 불러 세워 물었어요.

  당연히 흙길에다 소나무 숲길을 안내했지요. 가끔씩 돌아보니 잘 따라오고 있었어요.

  우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노부부 복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을 다 만나고"

  황매암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저기 거울에 비친 것처럼 꼬부랑 언덕길 입니다.

  대번에 땀이 줄줄 흐르고 헉헉 숨이 차고, 해가 딱 정수리에 비칠 때라 몹시 힘듭니다.

  그러나 황매암만 지나고 나면 이렇게 좋은 길이 나옵니다.

  흙이 폭신폭신하고

  소나무 숲이 우거진 평평하고 시원한 길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삼신암쪽으로 간 사람들은 흙 구경도 못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해가 바로 정수리로 내리쬐어 머리 다 벗겨졌을 거예요.

  수성대(상투봉) 쉼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식혜 한 그릇씩 마시고 쉬었다가라고 하는데 어찌 그냥 옵니까.

  아직 까지는 갈증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는데, 식혜 한 그릇 사서 둘이서 나누어 마셨습니다.

  달지 않고 시원해서 아주 좋았습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할머니 잘 먹었습니다." 꾸벅 꾸벅.

  내 돈 주고 먹었는데도 얼마나 감사한지 인사를 늘어지게 하고 왔습니다.

  무인 막걸리 판매.

  막걸리 한 잔에 2천원이니 마시고 돈은 저 뒤 새파란 가빠 속에 있는 주전자에 넣어 놓고

  가라고  하네요.

  우리는 막걸리와 별로 친하지 않아 그냥 지나갔어요.

  산을 넘어 마을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건 고사리, 오른쪽에 보이는 빨간 저 꽃은 비상이라고 합니다.

  저 비상을 뿌리째 뽑아 돌로 쿡쿡 찧어서, 냇물이 흐르는 가장자리에 뿌려 놓고 발로 지근지근

  밟으면, 송어, 미꾸라지 등, 모든 물고기들이 비상의 즙을 마시고 기절을 하여 물위에 둥둥 떠

  오릅니다. 그때 그물로 떠서 잡으면 됩니다.

  어릴 때 소 먹이러 가서 오빠들이 그렇게 물고기를 잡는 것을 많이 보았어요.

  고사리 밭.

  지천에 고사리가 널렸습니다.

  지금부터 계속 고사리 밭이 이어집니다. 고사리 천국이에요.

  시골에서 살았어도 고사리 재배하는 것은 보지 못했거든요. 신기해요.

  장황마을.

  부자마을 같았어요.

  저 멀리 보이는 고충건물이 지리산 일성콘도 입니다.

  직장에서 00장이, 지가 지리산 가고 싶어서 연수라는 제목으로 전 직원을 저기 저 콘도로

  데리고 가서 1박 했던 적이 있어요. 00장 지가 좋아하는 지리산 온천에도 가고요.

  00장 지 개인 돈이었으면 절대 그렇게 쓰지 않았을 텐데, 국가에서 내려오는 돈이니 그렇게

  "0직원 현장연수"라는 제목을 붙여 개인의 욕심을 채웠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원들 해외연수 가듯이 말입니다.

  그때는 억지로 끌려 다녔던지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말도 못해요.

  집에 와서 몇 날 며칠을 두통으로 고생했답니다.

  무엇이든 본인이 좋아서 해야 되고, 스스로 해야 되는데, 고통 중에 고통이었지요.

  그 기가 막힌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서 알음알음 직원들의 연수 소감을 들어보았더니, 

  나이든 사람들은, 그넘 덕에 콘도도 다 가보고 온천도 다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하고,

  젊은 사람들은, "미친넘이지, 벌건 대낮에 시간 아깝게 온천을 다 시키고" 이렇게 욕하더군요. 

  지리산 일성콘도의 별 즐겁지 않은 오래된 "0직원 현장연수"의 추억이었습니다.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 장항마을 입구 노루목 당산 소나무.

  수종:소나무, 수령:400년, 나무둘레:2.8m, 수고:18m, 지정시기:2008. 12. 18.

  장항마을을 지나 매동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계란빵을 구우면서 밤도 팔고 있었어요. 작은 소쿠리는 5,000원, 큰 소쿠리는 10,000원 합디다.

  알은 토실토실 했는데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밤을 좋아하여 좀 살까 했는데 지고 다닐 수도 없고, 그냥 계란빵만 한 개 사먹고 말았어요.

  할머니 두 분이서 고추를 따고 있었어요.

  하루 종일 서서 허리 구부리고 일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을 텐데, 내가 가서 좀 따주고 갈까?

  쭈빗쭈빗 할머니 고추밭 머리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또 유진이 화를 냅니다.

  "빨리 따라 오지 않고 뭐 하냐" 고.

  빨리 내려가서 칠선계곡으로 가려고 하는 유진의 마음을 나는 아는데,

  유진은, 왜 내가 고추밭 머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아무리 한집에 같이 살아도 자란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앞으로 걷는 길이 다르니,

  어이 알겠습니까? 나는 나뿐인 것을.

  코스모스가 참 예쁘네요, 쓰레기하치장 이었는데 코스모스를 심어 환경을 바꾸었다고 해요.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잡초와 함께 아무렇게나 피었는지라 꽃잎만 한들한들,

  철조망 사이로 까치발 들고 찍은 사진입니다.

  오르막 시멘트 길입니다.

  "내가 뭐 흙 밟으러 왔지, 시멘트 밟으러 왔나, 길이 왜이래"

  "둘레길 오라고 선전하고 자랑하더니만.....

  이건 차가 다니는 길이지, 사람 다니는 길이 아니잖아 "

  힘들고 지치니 시멘트 길만 나오면 불만이 폭발합니다.

  나무껍질을 벗기고 칠을 하여 거기다 솔방울을 매달아 아름다운 길로 꾸며 놓았는데도

  그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흙길 그대로 두지 않고 시멘트를 발랐다는 게 불만일 뿐입니다.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그러나 사과는 아직 익지 않아 고운 색깔이 나타나지 않고, 몇 그루되지도 않아요.

  주위엔 온통 고사리뿐입니다.

  사과밭 맞은 편에 호박.

  호박 역시 많이 없어요, 고사리 속에 호박 하나.

  하얀 이 꽃이 무슨 꽃인지 혹시 아십니까?

  취나물 꽃입니다. 취나물도 고사리도 모두 재배한답니다.

  취나물 뒤로 보이는 건 역시 고사리이고요.

  요건 칡넝쿨.

  요 칡넝쿨이 얼마나 질긴지 베어도베어도 절대 죽지도 않고 살아난답니다.

  방법은 한 가지, 염소를 풀어 놓으면 금방 없어지지요.

  염소가 칡넝쿨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칡넝쿨이 미우면 염소를 풀어 놓으세요.

  또 고사리 밭.

  고사리이외 다른 작물은 없습니다. 여기도 고사리, 저기도 고사리.

  등산하고 내려오면 길가에 줄줄이 앉아서 팔던 고사리의 진실을 알았습니다.

  지리산 골짝에서 하루 종일 허리도 한번 못 펴고 하나씩 하나씩 꺾어온 자연산 고사리라고

  외치는 고사리의 진실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풀렸습니다.

  국립공원에서는 나물채취가 금지되어 있으며, 또 그렇게 많은 고사리가 나지도 않는답니다.

  고사리도 취나물도 모두 재배하는 겁니다.

  참고로, 취나물은 황매산 밑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어요.

  금방 하우스에서 취나물 뜯어 나오는 것을 봤는데도 황매산 골짝에서 뜯은 자연산이라고,

  도시에서 재배한 취나물하고는 다르다면서 비싸게 팔아요.

  고사리도 그래요. 그러나 이젠 알았어요. 비밀은 없는 겁니다.

  그동안 감쪽같이 우리들을 속인 그들이 미워요.

  그리고 고사리는 다른 작물과 달리 재배하는데 돈이 들어가지 않아요.

  그냥 짚으로 슬쩍 덮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해요.

  비료를 주면 고사리의 맛이 쓰다고 하여 비료도 하지 않는답니다.

  터만 있으면 고사리농사는 꽤 수입이 되는 작물이에요.

  이건 생강입니다.

  그 뒤에 넓적한 이파리는 칸나, 그 뒤에는 들깨.

  생강은 전남 정읍에 있는 내장산에 가면 많이 팔러 나오는데, 여기도 조금 심어 놓았네요.

  아마 자기 식구들끼리만 먹을 만큼 심었나 봐요.

  시멘트 길 다 지나고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산에는 전부 소나무뿐입니다.

  소나무가 특기에요. 늘씬늘씬한 소나무들이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

  제3코스의 특징은 솔 내가 솔솔 나는 솔향기가 특징입니다.

  일단 산속으로만 들어오면 길이 평평하면서 반들반들하고 쫀득쫀득해요.

  힘만 있으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는 길이랍니다.

  군데군데 쉬었다 갈 수 있는 의자도 준비되어 있고,

  목을 축이고 갈 수 있는 주막도 있어요.

  금과 체력이 문제지, 아무 것도 부족한 게 없는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입니다.

[황금키위]

네...한번쯤 가보고픈 코스였는데 친절하시게도 설명과 함께 사진도 곁들여 잘구경 하고 갑니다...감사합니다...

[나나]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 왔지만 질서도 없이 사진만 여러 수십장 올려 놓기만 하여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헷갈리기만 했지요.
생각했습니다. 단체에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다녀야만 하는 분들을 위하여 내가 한번 수고를 해보자고.
혼자서도 휘잉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 올렸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황금키위]

네..나나님 넘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그런데 저두 시멘트길은 별로라~아마도 다들 그렇게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