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옛추억 길을 걷다/범냇골(교통부)

[草隱]

어머니 병문안을 갔다가 시간이 남아 비를 맞고 추억의 옛거리를 걸었다. 범냇골 로타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구 범일동과 부산진구 범천동의 어우름 지역이다. 

그 범냇골 로타리에 작은 형의 교회가 있었고, 한때 어머니께서 주변에 사셔서 명절때가 되면 그곳을 찾았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가방을 던지고, 곧바로 뒷산으로 올랐다. 

부산의 뒷산은 6.25 피난민들의 안식처였었다. 오래된 아파트와 허름한 단독주택의 사람들이 산복도로를 의지하고 살았다.

가파른 계단식 골목을 올라 안창마을로 향했다. 지금도 남아 있지만, 그곳은 예전에 오리를 직접키워 구이나 탕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오리식당들이 많았다. 도로는 협소하고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을 보면 자기 소유의 집 없다고, 평수 좁다고 불평할게 못되었다.

그렇게 옆산, 옆동네까지 한바퀴 돌고 내려오면 속이 트이고, 그나마 세상이 넓고 아름답게 보였다. 어머니와 작은 형이 떠난지 오래된 지금도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곳을 가끔 찾는다.

범냇골 로타리를 교통부라고도 불렀다. 교통부? 뭔 정부부처 건물도 아니고...

범일동 방면에는 작은 극장들이 있었다. 보림극장, 삼성극장, 삼일극장. 그중에서도 보림극장엔 쇼를 자주했었다. 20대 초반 나훈아씨가 인기가 올라갈때 그 극장을 왔었다. 쇼는 앞에서 보고, 영화는 뒤에서 보라는 재치꾼들이 조언이 있었다. 하여간 그날의 기억이 남는 것은 나훈아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

"야이! ×새끼야~"

그때는 별로였는데, 테스형 노래를 들으니 그때의 그 소리도 공감이 조금갔다.

보림극장은 없어지고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주변은 영화촬영지라 추억의 영화들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다.

친구, 범죄와의 전쟁도 있고, 이중섭의 흔적과 김춘수의 시도 있다.

친구의 출연진이 범일동 철교를 올라가는 시궁창에 빠지는 장면이 나오는 옛 가계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범냇골 로타리, 교통부는 젊은 시절 애절하고, 안타까운 추억도 있으나 예서 말할 수는 없다. 이러다 뭔가 들통날까봐 줄여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