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마 끝이라 습기가 줄줄 흐르고 무덥습니다.
여기저기 산사태 등 위험하다는 경보가 마음을 긴장하게 합니다.
아직 코로나도 번지는데 말이죠.
우리 몸조심 합시다.
오늘은 관찰과 통찰, 관과 통, 관통, 사물을 꿰뚫는 힘
나의 관찰이 통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안내합니다.
통찰력을 손에 쥐는 법
관찰 :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주의깊게 살펴 봄
통찰 : 꿰뚫어 봄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두 단어의 뜻풀이다. 사물을 주의 깊게 살피다 보면 뻥! 뚫리는 순간이 온다고 입에 불이 나도록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통찰력, 꿰뚫는 힘이다. 관찰은 통찰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당신에게 선물한다. 이제는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통찰력을 키우려고 따로 과외 받고 학원 다닐 필요도 없다.
사물이나 현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것들이 당신에게, 너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로구나, 뭐가 궁금하니?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아주 조금씩 나누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내라는 주문을 외우며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사람은 그 사물이나 현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어 통찰력이 생긴다. 물론 아주 조금씩 나누어서 들려주므로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듣지 않고 귀를 닫아 버리는 사람은 통찰할 수 없다.(묵상할 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뚫어질 때까지 묵상하라)
샴푸를 관찰했다.
샴푸는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신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처음 욕실에 들어갈 때 비누라는 친구와 어떻게 지냈는지, 나중에 린스라는 친구가 욕실에 들어왔을 때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나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었다. 샴푸의 인생과 내 인생을 번갈아 생각하며 들었다. 그러자 내 나름대로 샴푸를 통찰할 수 있었다.
샴푸
비누가 지배하던 욕실에서
샴푸가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확실하게 보여 줬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그대로 흉내 내서는 내 자리를 갖기 어렵다.
샴푸가 지배하던 욕실에서
린스가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샴푸의 일을 빼앗지 않고 도와줬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쓰러뜨려야 내 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미에게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너는 참 아름다운데 왜 그 아름다운 몸에 가시를 달고 있니? 장미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묻지 말고 내가 왜 가시를 달고 있는지 네가 생각해 봐, 하는 표정으로, 자존심이 살짝 상했지만 얼굴값 한다고 쳤다.
나도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나는 눈싸움하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가 웬만해서는 눈을 감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해서인지, 그녀는 졌다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귀를 열었다. 그녀는 가시 돋지 않은 순한 어조로 왜 가시를 달고 있는지 내게 이야기해 줬다.
관찰이 그녀를 이긴 것이다.
장미에 가시가 달린 뜻
장미는 아름답다, 라는 말은
장미에 달린 가시까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장미의 일부는 아름답다. 라고 했을 것이다.
인생은 아름답다. 라는 말은
인생에 딸린 고통까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관찰 그리고 통찰, 관과 통, 관통, 사물을 꿰뚫는 힘, 나는 내 관찰이 통찰로 이어지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사물을 꿰뚫어 갔다. 내 발바닥도 내 시선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발바닥은 폭이 좁다.
남을 밟고 일어서면 내가 추락한다.
땀과 침을 관찰해 보라. 땀을 흘리며 땀을 관찰하고, 침을 흘리며 그 관찰이 통찰로 이어지는 순간을 견뎌 보라. 땀과 침이 합창하듯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당신은 지금 땀을 흘리고 있는가. 침을 흘리고 있는가. 내가 땀 흘려 만들어 낸 결과를 그냥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 그것들이 당신의 머릿속에 장착되기를 기대한다면 침만 흘리는 것, 책을 덮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생활과 그 쌍둥이 동생인 생각을 비틀어 보려고 노력한다면 제대로 땀을 흘리는 것,
부디 실망시키지 말 것
관찰 만큼 관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보겠다.
손의 입장에서 보면 책은 무거운 짐이다. 출판사 편집자나 도서간 사서의 입장에서 보면 책은 끝도 없는 일이다. 세종대왕의 입장에서 보면 보람이다. 글을 모르는 갓난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두꺼운 네모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사후 세계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볼 때 관찰의 힘은 더 커진다.
모든 사물에 눈이 달려 있다 믿고, 그 눈들을 총동원하여 관찰하라, 자 여기 칼이 있다. 당신이 쓸 수 있는 여러 개의 안경을 모두 다 쓰고 칼을 관찰해 보라.
칼
의사의 손에 들려 있으면 긴장
강도의 손에 들려 있으면 공포
주부의 손에 들려 있으면 기대
중요한 건 성능이 아니라 칼 끝이 향하는 방향.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
悲
비가 온다.
이것은 사람의 입장
비가 간다.
이것은 하느님의 입장
입장의 차이
어떻게 극복할까?
대화, 토론, 절충, 그리고 결론.
비는 내리는 것으로 한다
사람도 하느님도 비의 입장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비가 운다.
아래는 필사하기 좋은 시로 몇 편 골랐습니다.
꽃씨처럼 / 배창환 (1955~ )
날 때부터 누구나 홀로 와선
제 그림자 거두어 저물어 가는 것
빛나던 날의 향기도, 쓰라린 고통의 순간들도
오직 한 알 씨앗으로 여물어 남는 것
바람 크게 맞고
비에 더 얼크러지고
햇볕에 더 깊이 익어
너는 지금 내 손바닥에 고여 있고
나는 또 누군가의 손바닥 안에서
생의 젖은 날개 파닥파닥 말리며
꼭꼭 여물어, 까맣게 남는 것
부엌의 불빛 / 이준관
부엌의 불빛은
어머니의 무릎처럼 따뜻하다
저녁은 팥죽 한 그릇처럼
조용히 끓고
접시에 놓인 불빛을
고양이는 다정히 핥는다
수돗물을 틀면
쏴아 불빛이 쏟아진다
부엌의 불빛 아래 엎드려
아이는 오늘의 숙제를 끝내고
때로는 어머니의 눈물
그 눈물이 등유가 되어
부엌의 불빛을 꺼지지 않게 한다
불빛을 삼킨 개가
하늘을 향해 짖어대면
하늘엔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첫 별이
태어난다
저녁에 / 김광섭(1905~1977)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월간문학}, 1968. 11.
함박도 / 문인수
경상남도 통영시 미륵도에 딸린 작은 섬.
현재, 열여섯 가구에 60대 이상 주민 스무남은 명이 산다.
사람의 바다엔 저렇듯 섬이 있고,
섬이 있어 바다가 아름답다.
목에, 동뫼, 우무실, 굼터, 골에, 독발에, 섯바들, 아랫몰, 후력개, 맨주름, 진살에, 나지막, 밭등, 차암막, 함박끝……
노인들은 오늘도 이 섬을 이루는 곳, 곳, 저 여러 이름들을
푸른 함지박 모양으로 한데 모아
그 바다에 다독다독 잘 심어두는 것이다.
달북 / 문인수(1945~ )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그리고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