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장 ------ 不歸道의 秘密...... 天地帝皇府!
사요빙, 그녀는 회상에 젖은 눈으로 천정을 바라보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날도 우리는 풍아를 데리고 이곳으로 함께 들어왔다. 그때 풍
아의 나이는 불과 다섯살...... 그때부터 그 아이는 내 손으로 키
우기 시작했다. 죽은 제 어미 대신......"
단봉중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까지 의혹으로
간직했던 모든것이 먹장구름 뒤의 햇살처럼 환희 걷히는 느낌을 받
았다. 그러던 한순간, 그녀는 문득 눈을 빛내며 물었다.
"헌데...... 사부님께서는 어떻게 이 불귀도로 들어오실 수 있었
는지요. 외부에서는 절대로 들어올수 없다는 이 불귀도에...... 윽......"
말을 잇다말고 그녀는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탁자 밑
으로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쿵!
"아니, 애야 갑자기 왜 이러느냐......?"
사요빙은 깜짝 놀라 황급히 허리를 숙이고 단봉중옥을 부축하려
고 하였다. 그러던 한 순간,
"아니...... 저것은......?"
사요빙의 손길이 멈칫하며 눈이 경악으로 있는대로 부릅떠졌다.
"으...... 음......!"
바닥에 쓰러져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있는 단봉중옥.
땀에 의해 흐뜨러져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이마가 살짝 드러나 있
었고, 그사이로 시퍼런 한줄기 선이 그녀의 동공 가득히 쏘아져 들
어왔던 것이다.
"저, 저것은 마혼청살선...... 그러고 보니...... 오늘이 구월구
일 중양절......!"
중양절------! 일년 삼백육십오일 가운데 천지간의 음기가 가장
약한 날이다. 그렇다면......?
(트, 틀림없다. 천지간의 음기가 가장 약한 오늘..... 그렇기 때
문에 이 아이의 몸 속에 잠재된 천혈음맥이 내부의 반발력으로 폭
발하려고......)
오오...... 천혈음맥이 폴발하려 하다니......
------ 천혈음맥은 인세에서 태어나서는 안될 악마의 지체......
태어나서 십팔세가 되면 마성이 극에 이르고...... 일단 극에 이르
면 하늘조차 막을수 없는 악마의 화신......
오오! 천혈음액이 이 땅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 이 땅의
선과 정은 악마의 이름으로 심판을 받게 될지니...... 인세는 그때
부터 미증유의 혈겁에 잠기게 되리라!
(트, 틀림없다. 전신 삼백육십오 세맥의 기운이 모조리 역행하고
있다. 마치 가마솥에 든 물이 펄펄 끓듯이...... 음......?)
쓰러진 단봉중옥의 몸을 세세히 살피던 사요빙의 눈이 문득 기이
하게 빛났다.
(어쩐지 이상하다. 혹시......?)
무엇이 혹시란 말인가? 그러던 한순간,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어서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음성.
"그럴리가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나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이해할수 없는 모호한 말.
다음 순간 그녀는 단봉중옥의 혈도 몇군데를 짚더니 품속에서 하
나의 옥병을 꺼냈다. 자색보기가 은은히 일렁이는 작은 옥병. 그녀
는 그 속에서 자두알만한 크기의 녹색 환약을 꺼내더니 서둘러 단
봉중옥에게 먹였다.
이어,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나직하게 중얼
거렷다.
"대환단을 먹였으니 당분간 괜찮을 것이다. 허나, 자칫하면 생명
이 위험할 수도 있다."
대환단------!
바로 소림에서 목숨처럼 아끼는 성약이 아닌가?
헌데...... 어떻게 사요빙이......?
허나,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일것이다. 왕년에 그녀가 천
하사내들을 모조리 치마폭에 가두었던 천염미랑 사요빙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아이를 살릴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곳 밖에 없다. 비록 그곳
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신비와 사상최강의 무학이 숨쉬고
있는...... 천지제황부!"
천지제황부------!
사요빙은 잠시 쓰러져 있는 단봉중옥을 묵묵히 바라보다 붉은입
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것도 운명일 것이다. 천지제황부가 천년만에 스스로 열리는날
이 바로 오늘...... 전설이 간직된 그곳에서 이 아이가 기연을 만
난다면...... 옥사황, 그놈에 대한 못다한 나의 한을 이 아이를 통
해 풀수 있을 것이다."
결심이 내려졌는가?
다음 순간,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꼴잎같은 입술을 오
므리고 무언가를 중얼중얼 외우기 시작했다.
순간,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단봉중옥. 혼절해 있던 그녀의 눈이 스르르 떠지는가 싶더니 마
치 시체처럼 벌떡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딱딱한 나무토막이 무형
의 힘에 이끌려 세워지듯이......
그런 단봉중옥의 눈빛! 안개처럼 모호하게 흐려져 잇다.
아아! 이것은 무림에서 좌도방문으로 치는 심령제뇌술의 일종인
데...... 그 순간, 사요빙과 단봉중옥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
아 볼 수가 없었다.
* * *
"그, 그렇다면...... 무황의 대승천검도결을 꺽을수 잇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금천풍호. 이 순간 그는 절망이 가득 서린 표정으로 중원칠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룡기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삼천년 무림사를 통털어 이 땅 위에 존재했던 어떤 무공으
로도 그를 꺽을 수는 없다. 이것은 지난 십오년간 우리가 그의 대
승천검도결을 연구해서 얻은 결론이다."
"음!"
"사실, 천하제일가의 대승천검도결은 옥사황이 창안한 것이 아니
라 일천년에 걸쳐 대대로 천하제일가의 역대가주들이 천상오대검종
의 장점만을 추려서 만든 검의 정화......"
"......"
"그러니 이 땅의 무공을 모조리 끌어모은다 해도 대승천검도결과
는 비교조차 할수 없는 것이다. 태양 앞의 반딧불 격이지......!"
금천풍호! 살아온 이날까지 절망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였다. 허
나 지금 이순간 그의 뇌리에는 무서운 절망감이 깃들고 있었으니......
어떤 한가지 목표를 생의 목적으로 잡았을 때, 그것이 도저히 이루
어 질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어느날 깨달았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 절망감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는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상
상조차 할수 없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지금 금천풍호의 내심이 바로 그런 것이었으니......
한 순간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나 어딘가에는 반드시 그 방법이 잇을 것입니다. 대승천검도
결이 아무리 인세 최고의 완벽한 무학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인간이 만든 것! 그것을 깰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중원칠절의 눈이 일제히 기광을 떠올렸다.
(저 놈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란 말인가?)
(대체 불가능이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다니......!)
(무쇠라 해도 저 놈의 의지보다는 약할 것이다.)
그렇듯 흐뭇한 생각을 뇌리에 떠올리던 중원칠절.
문득 적룡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 단 한곳...... 어쩌면 그곳에는 옥사황의 대승천검도결
을 깨뜨릴수 있는 무학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런 곳이 존재한다도요...... 대체 그곳이 어딥니까?"
금천풍호의 눈이 반가움과 경악으로 인해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오오! 그로서는 귀가 확 트이는 말이 아닌가?
순간 적룡기가 말했다.
"천지제황부......!"
"천지제황부......?"
"그렇다. 이천오백년 전 가장 위대한 정과 마의 대조종들이었던
천제와 지황의 무학이 소장되어 있다는 천지제황부 안에는 혹시 그
런 것이 있을지 모른다. 옥사황의 대승천검도결을 깰 수 있는 천외
천의 무학이......!"
"대, 대체 그곳이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순간 적룡기를 비롯한 중원칠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봄날의 아지랑이같은 부드러운 미소.
"너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 죽음의 절지인 불귀도에 생
명을 걸고 들어왔는지 한번쯤 생각을 해보았느냐?"
순간, 금천풍호의 뇌리에는 번뜩 스쳐가는 한줄기 영감이 있었다.
"그, 그렇다면...... 이 불귀도......?"
적룡기의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후후!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천지제황부가 천년에 한번 열리
는 알이다."
"예예......?"
"사실 천지제황부는 극소수의 인물들만이 알고 있는 신비한 전설
이다. 허나 십오년 전 우리는 그 천지제황부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장보도를 우연히 얻게 되었다."
그러더니 적룡기는 거기에서 잠시 말을 끊고 문득 천정을 바라보
았다.
"시간이 없구나! 지금은 자시..... 조금 있으면 천지제황부가 열
리게 된다. 열리는 시간은 단 한시진, 한번 기회를 놓치면 천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그 전에 우선 할일이 있다."
금천풍호는 눈에 언뜻 의혹이 떠올랐다.
"할일이라니요...... 어르신...... 윽!"
질문을 하던 그의 입에서 문득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한순간 그는 허리어림이 뜨끔해지며 전신이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굳어드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노야......? 무엇 때문에 제 혈도를...... 어서 풀어주십시요......
이것이 대체 무슨 짓입니까?"
순간 적룡기가 담담한 미소를 떠올리며 조용한 음성을 흘려냈다.
------ 지금까지 보여준 너의 자질과 오성은 우리를 놀래키기에
충분했고...... 또 우리는 흡족해 했다.
허나, 아느냐. 사랑스러운 놈아......
너는 모든 면에서 넘치도록 뛰어난 놈이지만 한가지만 부족한 것
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내력이다.
그 내력이 부족하면은 네가 아무리 상승무공을 익히고 초식을 정
확히 사용한다하더라도 결코 옥사황을 꺾을 수 없는 것이다.
------ 허, 허나...... 그 내력이라는 것은 일생을 두고두고 쌓
아야 하는 것. 그것을 어찌......
------ 허허! 놈!
자고로 내력을 속성으로 익히는대는 두가지 방법이 있느니라......
하나는 영약을 복용해 내력이 늘리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이
기차력대법으로 시공자의 내공을 피시술자에게 주입시키는 방법......
우리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너에게 베풀려고 한다......
------ 여, 영약이라니요......? 이 불귀도에...... 잡풀만 무성
하던 이곳에 모슨 영약 따위가 있다는 말입니까?
------ 이 불귀도에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전설이 스며져 있다.
천지제황부......! 이천오백년 전..... 이 땅위에 정의 대조종과
사의 대조종이 있었다. 천황과 지황......!
그들은 역사를 통틀어 이 땅위의 최고의 무신들......
석년에 그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서른여섯가지의 신병이기와
또 평생을 수집한 영약을 가지고 이 불귀도에 들어와 천지제황부를
세우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고 한다.
또 그들이 지니고 있던 일신비학들을 천지제황부 안에 남겨 놓으
니...... 전설에 이르기를 그들의 무학 중 일초 반식이라도 얻는자
천하를 독패한다고 일렀다.
허나...... 허나......
던언컨데...... 천지제황부의 무학이 아무리 가공기절하다 해도
우리 칠인의 무학을 넘는 것은 결코 세가지를 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자존심......
내가 얻어야 할 것은 비로 그들이 남긴 영약이면 족할 것이다.
허나...... 네가 마음에 드는 무학이 있다면 마음껏 취해도 무방
하다.
------ 어, 어르신들...... 농담하지 마십시요...... 이 풍아는
농담을 좋아하지만은 어르신들께서는 농담을 즐기시는 편이 아니지
를 않습니까......?
천지제황부의 영약을 훔쳐 먹는다는 것은 찬성을 하지만..... 이
기차력대법에 의해 어르신들의 내공을 제게 주입시키는 것만은......
그러면 노야들의 몸에......
------ 허허! 걱정하지 말아라! 이 놈......!
우리가 네게 전해주는 내공은 각자가 지닌 삼갑자의 내공에 절반.
그러니...... 살아가느데는 별반 지장이 없을 뿐더러...... 웬만한
무공깨나 쓴다고 거들먹거리는 놈들일지라도 단숨에 박살을 내줄
힘은 충분히 된다는 말이다.
네놈 때문에 쓸데없이 말이 많아졌다.
오늘은 계축년...... 구월구일 중양절......
바로 천지제황부가 천년 만에 한번 문을 여는 날......
푹 잠을 자두거라, 깨고나면 모든 것은 자연히 알게 될 터인 즉.
------ 허허...... 풍아, 아느냐......?
너는 우리 일곱 늙은이들의 남은 여생에 마지막 꿈이자 사랑이라
는 것을...... 사실 우리가 이 지옥의 불귀도에 들어온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무황에게 패한 우리들의 오명을 씻기 위해 그들을 꺽을
무공을 창안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사요빙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으며...... 세째는 우연히 얻게된 천지제황부의 비밀이 적
혀있는 장보도 때문이었다.
허나...... 허나..... 너를 만나던 그날......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바로 풍아, 네놈 때문이었다.
네놈에게는 선천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정없이 잡아끄는 마력이
있었다. 누구 보다도 가슴에 큰 한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한 줄기
웃음으로 날려버릴수 있는 놈.
아장아장 걷는 네놈의 손을 잡고 불귀도의 해변가를 산책할 때는
어느새 우리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로 변하고 말았다.
허허...... 서로가 네놈의 손을 잡겠다고 다투다가 코피가 터진
적도 한두번은 아니었지. 이제,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네 놈에게
준다...... 네놈만이 우리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 놈......
웬일인지 모르겠구나...... 백오십 평생을 누구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우리들이...... 무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내공을 너에게 전수하는데 이렇듯 마음이 흐뭇하다니......
그래...... 천지제황부에서 나오는 날......
네 놈은 신이 되어 있늘 것이다. 우리처럼 단 한번의 패배도 허
락하지 않는 고금최강의 무신이......
* * *
똑...... 똑...... 똑......
물방울......
금천풍호는 살며시 눈을 떴다. 맨 처음 그의 시선에 쏘아져 들어
오는 것은 의미한 빛, 그리고 그 빛이 보여주는 종유동굴의 석순......
(동굴......)
그러나 분명히 자신이 중원칠절과 기거하던 그 동굴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어둡지도 또 코끝으로 스며드는 기분나쁜 습
기도 없었을테니까..... 아뭏든 눈을 떴으니까 이곳이 어딘지 확인
하기 위해서라도 일어나야만 했다.
그는 한쪽 손으로 비스듬히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그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무섭게 솟구치
는 것이 아닌가? 동굴의 허공의 끝은 어딘가?
쾅!
"으윽!"
그렇다. 동굴 천정이었다.
동굴이란 본래 모조리 단단한 돌로만 이루어져 있는곳! 본래 머
리뼈란 돌보다는 여문 법이다. 헌데, 지금 이 모습은 완전히 그 상
식을 뒤집는 일이었다.
보라! 지금 금천풍호의 머리는 동굴 천정에 가슴까지 깊숙히 박
힌채 버둥거리고 있지를 않을가? 마치 거미줄에 걸린 애벌레처럼......
바로 그때였다.
"당신, 대체 그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죠......?"
돌연 오장육부를 말끔히 씻어내는 듯한 음성이 동굴안을 가득 메
아리 친 것은......
여인이 보고 있는데 지금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그
렇기 때문에라도 금천풍호는 힘을 써서 목을 빼내야만 했다.
쿵! 쿠당탕!
"어이쿠......!"
뭐가 잘못되도 단단한 잘못됐다. 몸을 일으키려고 손을 땅에 대
고 살짝 힘을 준것 뿐인데 마치 무게를 느낄수 없는 새털처럼 가볍
게 허공으로 솟아 오르다니......
금천풍호는 땅바닥에 사납게 딩굴면서 뇌리속으로 그것을 느꼈다.
이어, 몸을 일으키면서 그는 또다른 사실을 느꼈다. 사지백해로 끊
임없이 치달리고 있는 상쾌한 기분. 동시에 그는 힘이 전신에서 넘
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잘익인 과육같은 체향..... 향기가 이렇듯
머리속이 어질어질 할만큼 상큼한 것으로 보아서 여인의 체향이 분
명했다.
헌데, 어떤 얼빠진 친구가 이순간 그런 복잡한 고민이나 하고 있
겠는가?
발. 쥐면 한손에 다들어갈 것 같은 작은 발이 그의 코 앞에 나타
났다. 이어 눈안 가득히 쏘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얼굴 하나,
오오...... 얼굴!
그것은 단봉중옥의 얼굴! 햇살의 광휘를 몰고 나타난 이 얼굴은
정말 눈이부시게 아름다웠다.
사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언제 금천풍호가 단봉중
옥의 얼굴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가? 더우기 이렇듯 가까이
서 보기도 맹세코 이번이 처음...... 헌데,
(아름답다!)
맨 처음 물속에서 그녀를 꺼냈을 때는 흐트러진 머리카락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수가 없었고..... 두번째는 중원칠절과 그
녀를 살리기 위해 생사결을 방불케 할만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느라
고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
헌데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이 얼굴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여인이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은 적도 바로 이 순간
이었고..... 여인의 얼굴이 코 앞에 있으면 기분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바로 이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이제껏 금천풍호는 여인이라고는 오
직 어머님 대신 자신을 키워준 사요빙, 송희숙 밖에는 모르고 자라
온 터가 아닌가?
"어 ㉭게 된 일이죠. 먼저 중원칠절과 싸울때 그 무시무시한 무공
은 다 어디다 두고 지금은 땅과 허공을 오락가락 하면서 이상한 모
습만을 보여주다니......?"
금천풍호는 태연하게 일어났다.
"난 본래 잠꼬대가 좀 심한 편이라서......"
이어 그는 단봉중옥이 앵두같은 입술을 벌리고 뭐라고 묻기 전에
재빨리 사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헌데, 이곳은 어디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
고...... 또 소저는 이곳에 웬일로......?"
그러자 단봉중옥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모르겠어요...... 저도 조금 전에 깨어났는데 눈을 뜨고보니 이
곳이었어요......"
대체 어디서 스며 들어오는 빛일까? 희미한 역관 탓인지 단봉중
옥의 얼굴에는 은은한 두려움의 빛이 서려있었다.
그러더니 문득 그녀는 무엇인가 생각이 난듯 손을 불쑥 내밀었다.
비단자락이었다. 어둠 속에서 기이한 서기를 발하는......
금천풍호는 그 비단자락을 펼쳐들었다. 순간 그것은 두쪽으로 나
누어져 있었다. 색깔과 크기가 같은 것으로 보아 애초에는 한 자락
의 비단이었는데 반으로 쪼갠것 같았다. 얼핏 보았는데도 그 비단
자락에는 이상한 문양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다.
"제가 깨고 났을 때보니 제 옆에 이것이 떨어져 있었어요. 반쪽
은 당신 곁에 있었고요......"
금천풍호는 눈빛을 빛내며 비단자락을 이리저리 뒤집어 살펴보았
다. 연후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반장씩의 비단자락을 문양대
로 하나로 합쳐 보았다.
순간 그의 눈에 기이한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분명 어느 장소를 가르키는 기관의 도형같은데......)
절간 천자음.
한 자루 가죽빛 죽간으로 위대한 중원칠절 가운데 일인으로 추앙
받는 그, 그는 또한 기관지학의 대가였다.
언젠가 그는 말했다.
------ 허허! 이놈아, 노부는 젓가락 한짝이면 능히 하늘과 땅을
가를수 있지......!
금천풍호는 지난 십오년간 천자흠으로부터 틈틈이 기관지학에 대
해 사사를 받았다.
틈틈이라고는 하지만...... 배운지 삼년......
천자흠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말았다.
------ 이놈아, 이제 내 밑천은 다 떨어지고 말앗단 말이다.
그것은 장난삼아 금천풍호가 펼쳐놓은 진법이 갇힌 천자흠이 다
급하게 터드린 음성이었다. 그런 금천풍호였기에 그는 한눈에 비단
자락에 적힌 도형이 기관에 관한 것이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이한 일이다. 이 장보도가 어찌 단봉소저와 내게 반반씩 나누
어져 있었다는 말인가?)
의혹은 의혹이고......기관의 도형같은 비단자락, 장보도에 적힌
맨 윗글자를 해석하던 금천풍호의 눈에 언뜻 섬전같은 기광이 스치
고 지나갔다.
(천지제황비부! 그렇다면 이것이......?)
혼절하기 전 절검 적룡기의 음성이 환청처럼 귓전을 스친것도 바
로 그때,
------ 이 불귀도에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전설이 있었으니......
천지제황부......
오오...... 천지제황부------!
이천오백년 전 선과 악의 무의 대조종들이었던 천황과 지황의 모
든 것이 담겨 있다는 보고가 아닌가?
(그러고보니...... 이곳은 바로 천지제황부의 입구......!)
그제야 그는 지금 자신의 몸에 넘치는 알수 없는 기이한 힘과 이
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어르신들께서 내 몸에 이기차력대법으로 내력을
전수하신 뒤에 이곳으로......?)
분명했다. 순간 금청풍호는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기차력대법------!
그는 이것을 잘 안다. 시술자가 피시술자에게 내력을 전수시키는
이것을...... 피시술자는 엄청난 내공의 증진을 가져오지만 시술자
는 그만큼의 공력에 손실을 가져오며 아물러 당분간은 몸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 온다는 것을......
무인이라면 누구나 강해지기를 소원하는 법이다.
중원칠절이 누구인가? 오직 일생을 강해지기 위해서 구도자적인
마음으로 낭인처럼 천하를 주유하며 비무를 펼치던 그들이 아닌가?
누구보다 강해지기를 원하던 그들...... 그들은 무인으로서 생명
이라 할수 있는 자신들의 전신내력을 금천풍호에게 아낌없이 전수
해준 것이다.
(노야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공자, 언제까지 이곳에 이렇게 있을 작정인가요?"
단봉중옥의 아름다운 얼굴 가득히 근심스러운 빛을 띄우며 금천
풍호를 바라보았다.
금천풍호는 앞에 놓여져 있던 장보도를 대충 훌터본 다음에 몸을
일으키며 미소를 떠올리곤 단봉중옥을 향했다.
"후훗! 은 소리요.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수는 없을테니까......“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