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약간 흐렸던 수요일이다. 어제 내린 함박눈의 여파가 남은 모양이다.
길거리 군데군데가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5시 30분쯤 기상해 온수로 샤워를 했다. 날이 풀리려는지 예전보다 춥지는 않았다.
아침은 아몬드 콘플레이크로 먹었다. 그리고 자체 발열을 할 겸 X사이클로 땀을 냈다.
끝으로 아빠 차를 타고 출근했다.
오전은 여유를 갖고 통일영어 점자를 숙지했다. 조만간 뭔가 의뢰물이나 간행물이 들어올 분위기라 마음이 편했다.
이 휴지기도 얼마 가지 않을 테니 즐기자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점심은 천금향 2개와 영양떡으로 때웠다. 그리고 12층 계단 운동을 했다.
오후에는 KPC매거진 2월을 받았다. 뭔가가 올 줄은 알았는데 체육 간행물은 살짝 의외였다.
조금 나중에 받곤 했던 까닭이다.
5시 무렵 통계를 작성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내는 일지와 평가, 한 달에 한 번 제출하는 통계를 더하니 뭔가 작성할 일만 늘어난 느낌이다.
그런데 퇴근 30분을 앞두고 과장님이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업무 일지와 통계, 평가 등을 왜 업무 시간에 쓰냐는 거였다. 게다가 5시 무렵 제출하는 것도 문제란다. 앞으로는 6시 넘어서 제출한라고 한다.
업무 일지와 평가, 통계는 업무 끝나고 작성하는 거라나?
아니, 논리적으로 핀트가 맞지 않는다. 업무 일지 등을 업무 시간 말고 또 언제 쓴단 말인가. 업무를 기록하고, 업무를 평가하고, 업무량을 통계로 낸 게 그 서류들 아니던가.
6시 넘어서 내면 그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다. 그러면 그게 퇴근 일지고 퇴근 후 평가고, 퇴근 뒤 통계지, 어디 업무 평가에, 통계에, 업무 일지겠는가.
편집부 일동은 다들 벙졌고, 다른 부서 사람들도 아연함에 멍을 때렸다. 그리고 전원 이구동성으로 구시렁댔다.
과장님, 주장이 뭔가 좀 괴변인데 말이지.
결론은 다들 요령껏, 눈치껏, 6시에 가까운 시간에 메일로 서류를 내기로 했다. ‘6시 넘어서’라는 전제는 싹 무시하고.
우리의 퇴근 시간은 소중하다. 대동단결해서 칼같이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