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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반.. 집을 나선다.
집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학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길동가는 버스도 오고 호평 가는 버스도 오는데 오늘따라 직장으로 가는 버스가 안오는 군...
앗 버스 온다.
버스를 타고 부족했던 잠을 청하려 했건만 버스 안에 자리가 없어 결국 손잡이를 잡은 채 살포시 눈만 감아본다.
금요일이구나...
그럼 뭘하나.. 내일도 출근은데.. 그럼 몰 하나.. 주말에 딱히 뭔가를 해야겠다는 계획도 만날 사람도 없는데..
이러는 동안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깜빡 졸다가 양수리까지 갈뻔 했다.. 휴~~~
버스 정류장에서 7여분을 걸어가면 학교가 나온다.
삼삼오오 등교하는 아이들도 보이고 나를 보며 반갑게 뛰어오는 애들도 있다
"짱샘~~~"
"안녕~~ 오늘은 늦었네? 오늘도 친구 기다렸니?"
"아뇨.. 오늘은 아파서 늦었어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학교가는 길도 금방이다.
학교로 가는 골목 샛길 담벼락쪽에는 개나리 나무가 늘어져 있다.
내일 아침이면 금새라도 노란 금빛 꽃들이 만발해 있을 것 같았었는데
비가 오고 몇일 쌀쌀해서인지 꽃들은 열듯 말듯 희미한 미소만 보인채 활짝 웃어줄 기미가 없다.
그래서인가.. 봄이라는 느낌은 주위 환경에서도.. 사람들 옷차림에서도.. 그리도 내 마음에서도.. 아직은 멀리 있는 거 같다.
전담실에 들어가니 이번에 온 새로운 전담 샘이 먼저 와 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하긴 집 가까운데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먼 거리인.. 게다가 자가용이 없는 몇 안되는 대중교통 이용자로서 부러움을 표시해본다...
5-3반 5-4반 5-5반.. 3교시까지의 수업..
담임 할땐 몰랐는데 전담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수업에 대해 항상 부담을 느낀다.
한시간을 가르쳐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부담..
근데 5개반을 돌면서 같은 말을 하고 있자면 가끔 내가 이걸 설명을 했던가 안했던가 헤깔리기도 해서 이젠 아예 설명할 목록을 메모해놓고 다닌다.
가설라무네 하고..
오늘은 용해 전과 용해후의 무게가 같다.. 라는 걸 입증해보는 실험을 하는 시간이다.
윗접시 저울에 물과 설탕을 얹어서 재고.. 그 다음 설탕을 용해시킨 설탕물의 무게를 재어서 전과 후의 무게가 같다는 결론을 도출해내야 한다.
근데 이 윗접시 저울이라는게 영점 조절하기도 만만치 앉고..
솔직히 말해서 초등학교 과학실에서 쓰는 기구라는게.. 싸고.. 여러사람 손을 거치다보니 불량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가끔 어떤 조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오늘도 "선생님 우리조는 무게가 늘었는데요?"
아.. 무게가 줄었으면 유리막대에 묻은 물의 양이거나 설탕을 흘렸다거나 하면서 둘러대련만.. 무게가 늘었다고 한다
이럴땐 이 대답이 최고다...
"너희가 0점 조절을 잘 못 했거나.. 아냐.. 너희는 잘 했을꺼야.. 저울이 불량품인가 보다"
순간 교실에서 웃음이 터진다~~
"맞아요~~ 저번에 나침반 안 맞을때도 선생님이 그랬어요. 싸구려라서 불량품이 가끔 있다고"
암튼 3시간의 과학수업을 끝으로 일주일의 내 수업은 막을 내렸다
그럼 뭘해~~
지난 시간에 본 단원 평가가 심히 내 심기를 어지럽혔기에 각반 성적 미달자들 점심 시간에 미술실에 모여서 재시험을 보기로 했다
결국 황금 같은 휴식시간 4교시에 또 시험문제를 만들고 있다... 에휴.. 재시험을 위해서..
재시험 대상자들이니 좀 쉽게 문제를 내줘도 좋으련만 선생의 욕심이라는게 그렇지도 않다. 엄선하고 엄선하고.. 결국 엄선된 문제들만 적어진 고난위도 시험지 완성!!
(이번에도 "좌절금지" 대상자가 몇명이나 나올지... 난 시험지 채점을 매면 도장을 찍어준다. 그 중 "좌절금지"도장을 받은 아이들은 재시험 대상자이다)
급식차가 오자 부리나케 급식을 먹는다.
아.. 아쉽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스파케티에 마늘빵까지.. 몇접시는 더 먹을 수 있는데 망할놈이 재시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미술실로 간다
아이들은 벌써 와서 풀고 있다.
그래.. 장하다.. 빨리 풀고 가는 건 좋은데.. 컥.. 제출된 시험지를 보니..
이번엔 내가 좌절이다...ㅠ.ㅠ;
'애들아.. 재시험이면 좀 공부하고 와서 보면 안되겠니~~~' 라고 속으로 외친다
점심 시간 끝나고 전담실에 와서 채점을 맨다..
빨간 색연필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이 어린 중생들을 어찌 구제해야 한단 말인가.. 정녕 남겨서 다시 공부를 시켜야 한단 말인가.. 담임도 아닌데...
차라리 작년처럼 내가 담임이었으면 니들은 다 죽었을텐데..
채점 을 매고 있는데 유치원 원감 티처한테서 전화가 왔다
"장선생니임~~ 바빠?"
"뭐 바쁘다기 보단.. 왜요?"
"부탁이 하나 있는데 우리 월요일날 유치원 신임교사 취임식 있는데 그거 플랜카드랑 식순 좀 뽑아줘"
"녜.. 제가 랜실로 내려갈께요"
학교에서 나의 주 업무는 홍보 시사 계기 교육.
즉 홍보 관련 모든 업무와.. 한글날 개천절 등의 계기교육 행사를 담당한지 4년째..
플랜카드 식순 입간판 책 표지 기타 등등.. 디자인 관련 홍보물 관련은 다 내가 하는지라 이런 류의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다.
게다가 학교에서 일러스트로 디자인을 하고 플로터로 출력작업을 할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지금은 그 랜실..
플랜카드 뽑는 동안 이렇게 글쓰고 있다
(보통 5미터길이에 60센티 높이 플랜카드 한장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퇴근 시간 1시간 5분 전...
이제 올라가서 다시 열심히 채점을 매야지..
그리고 칼 퇴근 해야지..
내일은 학교 와서 다음 주 수업 준비를 해야지.
근데 다 좋은데~~
퇴근하면 역시 뭘 하지?
또.. 티비나 보고 영화나 틀어놓고 줄창 먹으면서 고독을 씹어야 하나?
차라리 야근할 일감이나 몽땅 있었음 좋겠다.
담임일땐 디따 바빳는데...
야근하면서 초과근무 수당이나 받고 늦게 퇴근하면 집에 가서 안 심심할텐데...
-랜실에서 주저리 주저리 짱샘-
첫댓글 여행벙개에서 바리바리 싸간 양주는,,,,,,, 다~ 마셨겠구나... -_- 기냥~ 쐬주를 반주삼아 쬐끔만 마셔라~
...길다..
...좌절금지도장?????....
스크롤의 압박~~!
넘 긴거 아냐?
누나 먼가 취미를 찻으심이?
누나 먼가 취미를 찻으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