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사 대표 김모(45)씨는 수도권에 미분양아파트를 가지 건설사와 200여 미분양아파트 매입을 협의 중이다.
이 아파트는 입주가 가까웠는데도 절반 가량이 아직도 팔리지 않자 건설업체가 이른 바 통매각(빈 집을 통째로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업체는 30%정도 할인받아 소비자에게 20% 낮은 가격에 분양할 계획이다.
김모씨는 “이들 물량의 대부분이 현재 시장에서 찬밥 신세인 중대형이고 30%이상 싸게 사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처리를 위한 지방에서 흔히 보였던 통매각(빈 집을 통째로 매각)이 수도권에도 등장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쁜데다 신규 물량은 민간•공공 구분없이 쏟아지는데 주변에 입주물량까지 겹쳐 미분양이 소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한 건설사는 최대 45%까지 할인해 통매각하는 것을 결정하고 자금여력있는 분양대행사와 투자자들을 물색 중이다. 적게는 10가구 이내에서 많게는 100가구가 넘고 이들 지역은 대개 수도권에서 미분양 물량이 많은 용인과 파주, 일산 등이다.
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7년 전 분양 당시 가격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대형평형 8가구 대한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는 2006년 입주한 뒤 대형이 3년 넘게 팔리지 않자 5가구를 23% 할인해 한꺼번에 개인 사업자에게 매각했다.
팔리지 않은 미분양아파트를 시세의 반값 수준에 임대하는 전세분양도 나왔다. 수요가 많지 않은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대구 등 지방에선 예전부터 흔히 이어왔다. 최근 입주한 지방의 대단지 내 30~40%는 전세분양으로 입주자를 채우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업체들 미분양 보유하는 것보다 나아
공기업인 LH도 지난 5월 천안 구성동 휴먼시아 아파트(233가구)와 방죽안 휴먼시아 아파트(14가구)를 일반분양에서 분양조건부 전세 분양으로 전환한데 이어 대전 중구 목동 휴먼시아 아파트 635가구도 전세 분양으로 전환했다.
분양조건부 전세는 전세기간(2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전세 계약자가 계약당시의 분양가격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하는 주택판매 방법이다.
LH가 최근 전세 분양으로 재판매에 나선 대전 중구 목동 휴먼시아 아파트는 2008년 11월 분양에 나섰지만 704가구 중 10%만 분양된 상태다.
하지만 요즘엔 수도권에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전세방식으로 일반에 공급 중이다. 부영주택은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분양 중인 주상복합아파트‘부영 애시앙’의 잔여분을 전세 임대방식으로 전환해 공급키로 했다.
아파트 구입 희망자에게는 입주 후 2년동안 무이자로 분양가의 60~65%에 해당하는 분양 잔금을 나누어 치를 수 있는 할부분양 방식도 병행한다.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불투명한데다 이같은 조건으로라도 분양하는 것이 미분양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