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퀸(Dancing Queen)
우중충한 날씨 탓에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시월의 중순 어느 날 오후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에서 마신 반주로 조금은 얼큰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하던 나는 유혹하는 네온사인의 상호에 이끌려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ㅇㅇㅇ 카바레..........................
입구에 들어서니 줄지어 서있는 웨이터와 보조들 사이에서
“몇 번 불러드릴까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깨를 한번 으쓱 하며 고개를 꺼떡였다.
처음 왔으니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작은 맥주 세병과 과일 접시를 내려놓은 웨이터는 내가 담배를 꺼내 물자
잽싸게 라이터를 켜 내민다.
“춤은?...”
“아! 좀 있다가...”
맥주 한 병을 비우자 낮은 조명의 홀 안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서 휘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비교적 젊은 편의 인구 구성(젊다 해도 40대)과 비트가 있는 음악, 분위기 있는 브르스가 괜찮다.
아까부터 보조 녀석이 주위를 맴도는 게 아까 찔러준 팁 값을 못해 안달이 난 모양이다.
녀석이 쪼르르 다가오더니 “젊고 예쁜 사모님이 있는데...”
나는 웃으며 맥주나 한잔 따러 주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고,
배운 게 그놈이라 술김에 또 들어오기는 했지만은,
이렇게 뜸만 들이며 술만 마시다가 그냥 나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스타일은 말하자면 직접 보고 관심이 통해야 한다.
때문에 무관심 한척 보여도 후로어에서 춤을 추는 여성들의 맵시라던가 춤사위는
항상 레이더에 걸려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내가 관심이 있다고 그녀들이 다 나에게도 관심을 보이리라는 것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여성들일수록 파트너와 왔거나 아니면, 오히려 나보다 더 자기의 눈높이를
맞추려 하는 그런 여성들일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쩌면 헛물만 켜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때 내 좌석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춤을 추는 여성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직도 옆에서 지키고 서있던 보조에게 웨이터를 불러오라고 했다.
아무래도 보조보다는 웨이터가 좀더 믿음직해 보여서을까?
좌우간 “책임지고...” 라고 했던 것 갔다.
후로어에 올라 가볍게 목례를 하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큰 키는 아니고 쇼트커트에 파마를 하고 하얀 블라우스에 짧은 재킷을 바쳐 입고
후리어 치마를 입은 눈이 서글서글한 여성이었다.
마침 <짠> 하고 트롯트 음악이 끝나며 지루박이 시작되었다.
두 손을 가볍게 밀어주고 옆으로 선후 부드럽게 기본 스텝으로 시작한다.
느낌이 좋다.
몸놀림이 가볍고 경쾌하며 마지막 발을 딱딱 붓치고 나오는 것이 사뭇 도전적이다.
마치 ‘어데 한번 맘 데로 해보세요?...’ 하는 듯이...
조금씩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 가는데 그녀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얼굴의 긴장이 풀리면서 입가의 가벼운 미소가 ‘나 충분히 즐길 준비가 돼 있어요!’
라고 말한다.
음악이 바뀌고 브루스의 감미로운 선율이 온몸을 휘감는다.
오른 손바닥으로 전해오는 그녀의 체중이 느껴진다.
그녀는 곧으면서도 부드럽게 마치 한 마리 작은 새 같은 느낌으로 리드에 따라온다.
다시 음악은 비트가 섞인 지루박으로 바뀌었다.
이미 전초전은 끝낸 후이니 나름 데로 재미있는 스텝들을 엮어본다.
같이 전진 우회전 좌회전 / 터널 같이 돌기 / 룸바 응용 텐션주어 역회전 /
자이브의 쉐도우 스토킹/ 로터리 지그재그/ 코카 룰라/ 등등의 응용,
파트너 쉽이 맞지 않는 다면 한마디로 혼자 지랄 떠는 꼴이다.
정말 기가 막히게 따라온다.
브르스를 L.O.D에 맞추어 스핀으로 연결해 본다.
따라오는 스텝이 정확하다.
장난기가 돌아 컬 스핀을 연속으로 넣어본다.
음악소리에 묻혀 들리지는 않지만은 그녀의 들어난 하얀 이가 즐거움으로
내 귓가에 가득하다.
일년에 한번 아니 십년에 한번이라도 이런 순간이 사교춤을 배운 보람이요 환희이다.
그녀는 문득 입구에 있는 시계를 보더니 손가락 세 개를 펴든다.
세곡이 흐른 후 그녀는 서둘러 아쉬운 눈빛을 남기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밖으로 나와 담배연기를 위로 내뱉으며 문득 하늘을 보니,
잿빛 하늘에 희미한 별 몇 개가 반짝인다.
서울의 하늘은 그 수많은 별 중에 겨우 저들만 보이누나...
여기저기에서 서로 택시 잡는 소리가 요란한중에 귀에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몇 걸음 걸으니 카세트 파는 리어카에서 들리는 음악 이었다.
ABBA 의 Dancing Queen!
[당신은 춤을 출줄 아나요?/ 당신의 삶을 즐기세요!/ 그녀는 방년 십 칠세!/
젊고 발랄한!/ 댄싱 퀸!]
그들에게는 그들의 음악이 있고 그들의 춤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춤이 있고
우리들만의 문화가 있다.
그 것이 사교춤이다.
처음 만난 그날 그때 그곳에서 음악과 춤으로 짧은 시간 이었지만 깊은 인상과 환희를
맛본다는 것!
그 녀는 비록 방년 십 칠세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날 만났었다.
댄싱 퀸!
날이 날마다 좋은날이 되소서!
동쪽나루.
첫댓글 오늘 무심히 TV를 보다가 아바의 맘마미아 뮤지컬과 영화에 대한 대한 기사가 나오네요. / 정말 나도 왕년에 무지 좋와 했던 그릅이고 .... / 연상되는 ... /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 이리 저리 뒤저서 다시 올려 봅니다. / 누구나 한번쯤은 공감하리라 생각 되서...
왕년의 사즐모, 사교춤계의 영웅, 동쪽나루님---댄싱퀸! 음악이 아주 경쾌하고 즐겁게 만드는 곡이지요, 무아지경을 꿈꾸는 춤꾼들이 오늘 동부에서 열정에 가득찼습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이 생각납니다. 이슬이 한잔 합시다!
오늘 동부에 가셨었군요. / 그렇지 않아도 콘트롤 지역장의 성화에 나도 오늘 문화교실님의 샾에 들렸다가 동부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엇는데... / 또 일이 꼬여서 ... /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 봅니다. / 부천에서 한잔 하십시다.
왜 세 곡만... 아줌마 세 곡만?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세굑만! 이 아니라... / 마지막 세 곡입니다. / 반갑습니다.
술과 장미의 세월! ............ 오랫만에 뵙습니다.
정말 오랫만입니다. / 이번 대회에 오신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 그날 한잔 하시지요.
아! 어쩌면 여성의 마음까지 사악 끌려가는 글을 보게 하십니까. 방년 십칠세는 아니어도 여성 마음은 언제나 이팔 청춘으로 님이 원하시는 것 만큼 아름다운 춤을 추고 싶은 심정에 찾아 헤메다가 서글퍼 울기도 하고 배고파 밥이 그리도 그리워서 서러워 하겠습니까, 아무나 잡고 즐기면 된다고들 하지만 댄싱퀸을 꿈꾸는 여성이라면 그리하지 못하고 헛걸음에 나서는 발길이 서글프기만 하지요.
멋드러진 춤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날에는 이 글을 읽고 위안을 삼아도 될것 같습니다. 요 몇일 멋드러진 춤을 추지 못해 서글펐고 갈등에 휩싸였는데 이 글에서 휘리릭 기쁨 환희를 느낍니다. 다시 또 다시 찾아 나서야 할것 같은 것을 말입니다. 짜릿한 손끝에서 흘러지는 텐션의 맛과 흔들리지 안음에서 얻어지는 전신의 진동을 후카시의 스릴과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명작 사교의 환희를 꿈꾸면서요.똑똑 떨어지는 그 맛의 예술성 환희 신비로움 자주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환희의 상대를 만난다는것! / 그런게 쉽지가 않기에... / 그런 만남이 더욱 더 깊이 인상지워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 그리고 또 기다려 지고...
두분이서 한춤하면 딱 좋겠군여~~~
이번에 출전 하신다지요~~? 저도 구경 가려구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 좋은 결과 보다도... /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요...
바로 그 환희의 댄싱 퀸을 만드는 고수가 진정한 고수가 아닐런지요. 오래전 동쪽나루님의 글춤을 읽고 감동을 느낀 적이 많았었읍니다.
감사 합니다. / 춤의 느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우 힘든데... / 느낌을 받으셨다니 조그만 보람을 갖습니다.
동쪽나루님께서 즐춤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 듯 합니다..글춤속에 빠져 들다가 갑니다....ㅎ"
낙화유수님의 박력있고 정열적인 춤사위가 생각납니다. / 여전 하시죠? / 부천에서 한잔 하십시다.
댄싱 퀸 이랄까, 댄싱 맨 이랄까? 춤 오르가즘을 느낄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는것 정말 5년 아니 10년에 1명 만날까 말까? 동감합니다. ."""""last 춤과흥을즐기는 풍아"""""
맞습니다. / 평생에 한 번을 만난다 해도 이 순간을 위하여 내가 춤을 추었구나....하는 / 누구나 한번은 그 절정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바노래...댄싱퀸!~참으로 좋지요......깊은뜻도...17세소녀가 아님 어떤가요?.....리드하는분과 받는분에 일치감이..환상이겠지요.....^^
춤세계에 입문하고 그렇게 기다리던 몇번 안되는 절정의 맛이지요... / 맞춤 맞게 들려오는 길거리 뮤직... / 모든 일이 맞아 떨어질때는 상승작용을 하나봅니다.
동쪽나루님 음악에 취해 춤에 취해 황홀한 춤을 추는날을 꿈꾸며~~~댄싱퀸을 꿈꾸며~~~절정의 순간을 찾아~~참으로 동쪽나루님이 만난 댄싱퀸님 다시 만날 수 있길~ 우리 모두의 바램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는 두번이나 인사를 나누었군요... / 항상 정열적으로 삶을 즐기시는 것 같은... / 하지만.... / 첫 만남의 열정이 계속이어질지는 ... / 의문입니다. / 그 순간의 열정이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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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두가지 표현... / 맛과 멋이라 할까요?... / 무엇을 취할까는 선택의 여지가가 있겠지만 기왕이면 두가지다...........가 어렵다는데 있겠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고 보니 너무 티를 낸나?... / 부끄럽습니다/
세월의 냄새가 물씬풍기는 글인것같습니다,,,부천에서 뵙겠습니다, 기분좋은주말되세요^^
흠........ / 세월은 줌 됬습니다. / 부천에서 뵙겠습니다. / 강녕 하시기를...
글 잘읽었습니다 . 부천에서 운동회때 만나뵙도록 하지요.
반갑습니다. / 뵐때마다 꼭 한잔 대작을 권하시는... / 운동회때 뵙지요!
멋진 경험글 잘봤씀다~그맛에 춤을 추는구나~새삼느꼈씀다
오빠오네님도 어쩌면 그런 순간을 기다리시는게 아닌지... / 누구나 기다리는 춤꾼의 희망사항이 아닐까요?...
이글을 읽으니 빨리 춤을 업그레이드 해야겠다는 조급함 까지 생기는군요.
이번 부천 운동회가 아마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