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자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 원명스님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은 오는 10일 동안거 결제를 앞두고 결제 법어를 발표했다. 원명 스님은 법어에서 "근본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화두를 일심으로 참구하라"고 가르침을 내렸다. 전문을 소개한다.
(大道家鄕本不深) 대도가향본불심 이어늘
(世人擔重自難尋) 세인담중자난심 이라
(若能放下渾無物) 약능방하혼무물 하면
(便見靈山佛祖心) 변견영산불조심 하리라
대도라는 근본 자리는 본래 먼 곳에 있지 않거늘
세인들이 무겁게 짊어지고서 찾기 어렵다 하네.
만약 내려놓아 혼연히 거리낄 게 없다면
문득 영산의 부처와 조사의 마음을 보게 되리라.
근본을 찾는다면서 참 근본은 외면한 채 밖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산으로 바다로 헤맨들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애타게 찾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찾고자 애쓰는 그 생각부터 먼저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고인이 말씀하시기를 “뭇 잡념으로 잡념을 그치려고 하면 그치려 할수록 잡념만 더해지지만 성성한 일념을 이어가면 뭇 잡념을 굳이 그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쳐진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한 생각이라는 일념은 무엇이겠습니까? 화두가 일념이요 무념이 바로 일념입니다. 옳다 그르다 크다 작다고 하는 분별이 없는 근본의 (一念)일념을 말합니다.
혼연일체라는 말은 무념으로 내외가 명철한 것을 말합니다. 특별한 도리를 새롭게 알아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러한 줄을 아는 것일 뿐입니다. 능히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본다는 것은 바로 무념의 관을 말합니다.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니 산하대지 그대로가 청정 법신으로 보인다고 한 것입니다.
공부하는 이는 무념의 (觀力)관력으로 (身心)신심에 대한 집착을 끊고 경계에 대한 분별을 쉬어야 합니다. 한 걸음 나아간다는 것은 한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말입니다. 누군가 조주 스님께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라고 물음에 “없다”라고 하신 것은 온갖 사량 분별에 대한 망상을 쉬고 오로지 천진 면목에 다가서게 하는 형체 없는 징검다리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역대 조사가 이 화두를 들었다고 하거나 익히 알고 있는 것이라는 망상도 버려야 합니다.
오롯한 마음으로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일념으로 밀고 나아가야 합니다. 의심하고 의심하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장벽에 도달했을 때 혼신을 다해 다시 밀고 나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용맹심은 금강 보검과 같아서 어떠한 난관이나 분별 망상도 이 칼날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결재에 들어가는 출가 장부와 재가 장부가 함께 여기 모였습니다. 이 집안에서는 천진 면목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제일 주인이라 말합니다.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한 바탕 지어가야 할 것입니다. 일체 경계를 대하여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안으로 자성을 보아 부동한 자리에 이르러야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음에 있어서는 화두마저 잊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내려놓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모든 것 내려놓고 여유로운 차 한 잔 음미한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 결재 대중도 반드시 그 차 한 모금 맛보기 바랍니다.
(一念之心卽是) 일념지심즉시 어늘
(何處別處尋討) 하처별처심토 리오
(大道只在目前) 대도지재목전 이어늘
(迷倒愚人不了) 미도우인불료 로다
일념의 마음이 그대로 이것이거늘
어느 곳에 따로 찾으려 하는가?
대도는 다만 눈앞에 있건만
미혹하고 어리석어 알지 못할 뿐이로다.
안직수 기자 입력 2011.11.07 11:26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