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 유영미 시, 이기경 곡 - 독창자 정용선 (한양대 성악과 3년) - 작시가 유영미 사연 포함

[청산(정채균)]

거기 - 유영미 시, 이기경 곡 - 독창자 정용선 (한양대 성악과 3년 - 1986년)

https://youtu.be/h7pYJEv9nDY

거기
유 영미 작시, 이기경 작곡

복하내 모래알이 긴 그림자 드릴녘
꼴망태 짊어진 뒷집녀석 소방울 찾는다
검은 고무신 한짝엔 피래미새끼 두어마리
검게 그을린 얼굴엔 하얀웃음 두어줌
자맥질로 젖은 머리는모르는 새 마르고
황소뒤에 가려져 꼴망태에 숨겨져
떨렁! 방울 황소는 다리가 여섯개
은빛 개울 둑위엔 다리가 여섯개
복하내 모래알이 긴 그림자 드릴녘
꼴망태 검은 고무신 은빛개울 거울속엔
허허허!
하얀 웃음 서너줌

바리톤 정용선 프로필

*학력사항
-1988. 2 한양대학교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1996. 5 Dortmund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Diplom)
-1999. 5 Maastricht 국립음악대학 성악과 졸업(Konzert Examen)

*입상경력
-1983년 5월 제28회 호남예술제 성악부 최고상
-1983년 9월 제2회 국민음악회 콩쿨대회 우수상
-1983년 10월 제3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성악부 1등
-1986년 11월 제6회 MBC 대학가곡제 대상
-1994년 9월 제5회 Italia Trieste 국제 성악콩쿨 2등

*연주경력
-독창회
국내- 7회(서울, 대전, 광주, 전주)
국외-18회(Koeln, Bonn, Dortmund, Essen, Mainz, Duesseldorf, Neus, Wetter, Maastricht...)
-오페라 
국내- 2편(Die verkaufte Braut, La Traviata)
네덜란드- 1편(Le nozze di Figaro)
독일- 15편 (Falstaff, Macbeth, Padmavati, Harvey Milk, Dr. Ox, 

*현재 
-1995~ 독일 도르트문트오페라단 단원 
-1999~ 아가페월드오페라단 단장
-2004~ 독일중부 외국인연합회 회장
-2005~ 제25대 재독도르트문트한인회 회장

******************

blog.dreamwiz.com/alberobello/4857867
시작은 '거기'에서 였다.


*제6회 MBC 대학가곡제 음반(LP)

처음으로 내 이름이 공식적인 활자로 세상에 찍혀 나온 음반이다.
<거기>
제6회 MBC 대학 가곡제 대상곡이다

유 영미 작시
이 기경 작곡
정 용선 노래

이렇게 친구 이 기경과 유 영미의 콤비는 <거기>에서 시작 되었다.

*거기
                                        유 영미

복하내 모래알이 긴 그림자 드릴녘
꼴망태 짊어진 뒷집녀석 소방울 찾는다
검은 고무신 한짝엔 피래미새끼 두어마리
검게 그을린 얼굴엔 하얀웃음 두어줌
자맥질로 젖은 머리는모르는 새 마르고
황소뒤에 가려져 꼴망태에 숨겨져
떨렁! 방울 황소는 다리가 여섯개
은빛 개울 둑위엔 다리가 여섯개
복하내 모래알이 긴 그림자 드릴녘
꼴망태 검은 고무신 은빛개울 거울속엔
허허허!
하얀 웃음 서너줌

복하내는 나의 고향인 경기도 이천에 있는 강줄기의 이름이다.
학교 파한 후 동네 아이들이 책가방을 툇마루에 던지기가 무섭게 달려가서 놀던 근사한 놀이터였다.
자맥질은 물론 멱감고 고기잡고...
해질녘까지 신나게 놀다가 저녁해가 어스름해지면 고만고만한 또래의 남자 아이들은 하루종일 냇가의 둑에서 풀을 뜯던 소들을 물가로 끌고가 물을 먹인다.
미리 꼴을 베어 놓았거나 혹은 정신 없이 놀다가 어둑해져서야 허겁지겁 베어 채워넣은 꼴망태를 짊어지고 소고삐를 맨 줄을 잡고 이랴이랴!
각자 자기집 외양간으로 끌고가 매어 놓음으로써 그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하곤 했다.
물론 정신 없이 놀다가 늦는 날이면 기다리다 못해 냇가로 달려오신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형이나 누나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도 아주 많았다.
거기에 꼴마저 베어 놓지 않았다면 저녑밥을 먹기전에 꾸지람부터 먼저 먹어 헛배가^^ 잔뜩 부른 채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서 꼴망태 짊어진 뒷집 녀석은 바로 나의 오빠다.
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불러 오라는 아버지의 사명을 띠고^^ 고무 쓰레빠^^가 벗겨지도록 냅다 냇가로 달려가다보니 저만치 노을이 지는 개울 둑위에....
다리가 여섯개인 채로....
그렇게 나의 오빠가 '거기'에 있었다.

*에피소드-하나
음반 녹음부터 대회 당일 리허설까지....
사람들은 전부 제목을 듣고는
거기?
하고 묻다가
노래가 끝이나면
아하! 거기!
하고는 무릎을 치곤 했다.

*에피소드-둘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얘기를 나누던 중 그가 이 노래를 불러서 깜짝 놀랐었다.
우연히 가곡제 실황을 보게 된 그가 참가번호 11번이었다는 것과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와 노래까지 배우게 되었노라는 그의 말을 듣고 정말 놀랐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가곡제였으므로....
성악이나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그에게서 그 노래를 듣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으므로 그 놀람의 크기는 아주 컸었다.
그는 그날 당장 기념음반이라 찾기 힘들었던 음반을 레코드 가게를 뒤져 찾아냈고 사인을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내 생애 최초의 사인을 해주게 되었는데....
결국 그 음반은 몇년 후 그와 결혼을 함으로써 자금 우리집 서재에 자릴 잡고 있다.
맨 위 "거기를 대현씨께" 라고 쓴 글씨는 내 글씨이며 스캔하다 잘려져 나간 부분에는 "음악공간에서"라는 말이 쓰여져 있다.
음악공간은 당시 을지로 입구 전철역에 있던 레코드 가게 이름이다.
벌써 지금으로부터 17여년전의 일이다.

*에피소드-셋
각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작곡자 이 기경은 한국에....
작사자 유 영미는 이탈리아로 건너와 살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제19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유 영미와 이 기경은 <궁금이>라는 곡으로 다시 작사가와 작곡가로 재회를 하게 되었다.

*이십대 어린 나이여서 그랬을까!
제일 처음 내 이름이 활자화가 되어 세상에 나온 그 첫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LP음반의 속에 끼워져 있었다.
본선 대회가 치뤄졌던 리틀엔젤스 회관 무대 전경과 음반 트랙 목록.
그리고 전곡의 가사가 실려있다.
차 인태*이 선영 아나운서의 사회로 전국에 생방송으로 진행 되었었다.

*지금은 추억의 골동품이 되어버린 LP음반.
바늘이 톡톡 튀던 그 느낌들이 이젠 향수가 되어버린 오늘이다.
툴툴 거리던 완행버스를 타고 허허 벌판에 위치한 지구 레코드사를 찾아갈 때의 그 설레임.
엘리베이터 안에서 딱 맞닥뜨렸던 최 영섭 교수님.(편곡과 지휘를 맡으셨었다)
텔레비젼에서만 보던 녹음 스튜디오 박스와 복잡해 보이기만 했던 음향 기기들.
커피 자판기 앞 작은 쟁반에 소복히 줄서서 쌓여있던 50원짜리 동전들.
그 동전을 이용해 마음 껏 커피를 공짜로 뽑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무슨 특권인냥 신나 했었던...
경기도 이천과 장호원 촌놈이었던 기경이와 나 그리고 노래를 부른 전남 촌놈이었던 용선.
지구레코드사라는 거대한 덩어리 속에 들어가서.
마냥 떨리고 신기하고 설레이던 느낌들 모두가....
추억과 향수가 되었다.

*살아가는 세상에 맞춰 LP음반을 이렇게 CD로 카피를 했다.
그러나 원본 불변의 법칙에 의거해....
바늘 없는 CD 안에서도 여전히 바늘은 튀고 있다^^ㅎㅎㅎ

*저렇게 사인을 해주었을 때만해도....
내가 남 대현이라는 남자와 인연의 고리를 맞추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여하튼 지금은....
그와 나는 한 이불을 덮고 한 솥밥을 먹으며 한 집에서 같이 산다.
나와 같이 사는 남자가 되어버린 그는 다행히 행복 하단다.
그래서 나도 행복하다.
그리고 윤서라는 이름을 가진 멋지고 근사한 아들 아이 하나도 얻었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거기"에서도 지금 "여기"에서도....
^^
[출처] 시작은 거기에서였다 === <거기> 유영미 작사 이기경 작곡|작성자 골무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