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公棲太白(일공서태백) : 도사 한 분이 태백산에 거하니 高頂出雲烟(고정출운연) : 높은 산봉우리 구름 밖에 솟았다. 梵流諸壑遍(범류제학편) : 진리는 여러 골짜기에 두루 퍼지고 花雨一峰偏(화우일봉편) : 꽃비는 산봉우리에 두루 떨어진다. 迹爲無心隱(적위무심은) : 스님의 종적은 무심적멸에 숨었고 名因立敎傳(명인립교전) : 이름은 교화로 인해 알려졌도다. 鳥來還語法(조래환어법) : 돌아와 불법 설하니 새도 날아오고 客去更安禪(객거경안선) : 사람들 떠나고 나면 다시 선정에 든다. 晝涉松路盡(주섭송로진) : 낮에 소나무 길을 끝까지 걸어 暮投蘭若邊(모투난약변) : 저물어 산사에 투숙한다. 洞房隱深竹(동방은심죽) : 동방은 대나무 숲 깊숙이 가려 있고 淸夜聞遙泉(청야문요천) : 맑은 밤에 아득한 샘물 소리 들린다. 向是雲霞裏(향시운하리) : 좀금 전에는 구름과 놀 속에 있었는데 今成枕席前(금성침석전) : 지금은 잠자리 앞에 앉있다. 豈惟留暫宿(기유류잠숙) : 어찌 다만 잠시 머물러 묵어가랴 服事將窮年(복사장궁년) : 평생토록 불법을 섬기며 살리라.
無才不敢累明時(무재부감누명시) : 재주 없어 밝은 세상에 누가 되기 싫어 思向東溪守故籬(사향동계수고리) : 동쪽 냇가로 돌아가 고향 울타리 지키리라. 不厭尙平婚嫁早(부염상평혼가조) : 상평이 자식 혼일 일찍 마친 일 싫지 않으나 卻嫌陶令去官遲(각혐도령거관지) : 도연명이 관직을 버림이 늦음이 도리어 싫어라. 草堂蛩響臨秋急(초당공향림추급) : 초당에 귀뚜라미 소리 가을에 더욱 절박하고 山裏蟬聲薄暮悲(산리선성박모비) : 산속 매미소리 저녁에 더욱 슬퍼진다. 寂寞柴門人不到(적막시문인부도) : 적막한 사립문에 사람은 찾지 않으니 空牀獨與白雲期(공상독여백운기) : 쓸쓸한 평상에서 혼자 구름과 기약하노라.
不到東山向一年(부도동산향일년) : 동산에 오지 않은 지도 일년이 가까워 歸來纔及種春田(귀내재급종춘전) : 돌아오니 막 밭에 봄 씨앗 뿌리는 때이로다. 雨中草色綠堪染(우중초색녹감염) : 빗속 풀색은 만물을 녹색으로 물들일 듯하고 水上桃花紅欲然(수상도화홍욕연) : 물가의 복숭아꽃은 불타듯이 붉어라. 優婁比丘經論學(우루비구경논학) : 석가모니 제자인 우루 스님 경을 론하는 스님 傴僂丈人鄕里賢(구루장인향리현) : 곱사등이 노인 같은 향리의 여러 어진 분들. 披衣倒屣且相見(피의도사차상견) : 옷 걷고 신 거꾸로 끌며 서로 맞이하며 相歡語笑衡門前(상환어소형문전) : 허름한 가로 나무 문 앞에서 환담하며 웃는다.
春樹繞宮牆(춘수요궁장) : 봄 나무 궁궐 담장을 두르고 春鶯囀曙光(춘앵전서광) : 봄날 꾀꼬리 아침 햇빛 속에 지저귄다. 忽驚啼暫斷(홀경제잠단) : 갑자기 놀라 지저귐을 잠시 멈추고 移處弄還長(이처농환장) : 다른 곳으로 옮겨도 끝없이 지저귄다. 隱葉棲承露(은섭서승노) : 잎 사이에 숨어서 승로대에 깃들고 攀花出未央(반화출미앙) : 꽃가지 당기며 미앙궁을 나가 날아간다. 游人未應返(유인미응반) : 떠도는 사람 아직 돌아가지 못하니 爲此始思鄕(위차시사향) : 꾀꼬리들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한다.
居延城外獵天驕(거연성외렵천교) : 거연성 밖으로 사냥하는 하늘의 교만한 오랑캐 白草連天野火燒(백초련천야화소) : 백초는 하늘에 닿아 들불처럼 타는구나. 暮雲空磧時驅馬(모운공적시구마) : 저문 구름 드리운 빈 사막으로 때때로 말 달리고 秋日平原好射鵰(추일평원호사조) : 가을날 평편한 들판에 수리 쏘아 잡기에 좋아라. 護羌校尉朝乘障(호강교위조승장) : 호강 교위는 아침부터 보루에 오르고 破虜將軍夜渡遼(파노장군야도료) : 파로 장군은 밤에 요하를 건너는구나. 玉靶角弓珠勒馬(옥파각궁주늑마) : 옥 보검과 짐승 뼈 장식 활과 수슬 단 굴레를 한 말 漢家將賜霍嫖姚(한가장사곽표요) : 한나라에서는 장차 곽거병 장군에게 내리리라.
前年槿籬故(전년근리고) : 지난 해 무궁화 울타리 낡아 今作藥欄成(금작약난성) : 금년에는 약초 울타리 만들었구나. 香草爲君子(향초위군자) : 향초는 진정 군자답고 名花是長卿(명화시장경) : 이름 난 꽃은 곧 사마상여이어라. 水穿盤石透(수천반석투) : 물방울은 바위를 뚫어 나오고 藤繫古松生(등계고송생) : 등나무는 오래된 소나무 감아 자란다. 畫畏開廚走(화외개주주) : 그림이 상자를 열고 달아날까 두려워 來蒙倒屣迎(내몽도사영) : 찾으니 신 거꾸로 신고 나오는 환대 받았다. 蔗漿菰米飯(자장고미반) : 나를 위해 사탕수수 즙과 고미 밥을 갖춰 蒟醬露葵羹(구장노규갱) : 그대의 필발을 곁들인 아욱죽도 끓였구나. 頗識灌園意(파식관원의) : 조금 알겠다, 은자가 농원에 물주는 뜻과 於陵不自輕(오능부자경) : 오릉자가 스스로를 경시하지 아니하였음을.
上蘭門外草萋萋(상난문외초처처) : 상란문 밖에 풀이 무성한 곳 未央宮中花裏栖(미앙궁중화리서) : 미앙궁 안, 꽃 속에 깃들어 산다. 亦有相隨過御苑(역유상수과어원) : 임금을 따르면 궁궐을 나다니지만 不知若箇向金隄(부지야개향금제) : 어느 것이 제방뚝을 향할지 모른다. 入春解作千般語(입춘해작천반어) : 봄날이 되니 온갖 말들을 하여 拂曙能先百鳥啼(불서능선백조제) : 어둑한 새벽에는 뭇 새들보다 먼저 운다. 萬戶千門應覺曉(만호천문응각효) : 만호천문 황궁에서는 응당 새벽을 알겠지만 建章何必聽鳴雞(건장하필청명계) : 건장궁에서 어찌 반드시 닭 우는 소리 들어야 하나.
際曉投巴峽(제효투파협) : 동틀 녘에 파협에 이르니 餘春憶帝京(여춘억제경) : 늦은 봄이라 서울이 그리워라. 晴江一女浣(청강일녀완) : 맑은 강가에 빨래하는 한 여인 朝日衆雞鳴(조일중계명) : 아침 해에 닭들이 운다. 水國舟中市(수국주중시) : 물 많은 지방, 배 안에서 장이 서고 山橋樹杪行(산교수초항) : 산 속 잔교는 나뭇가지 끝을 걷는 듯 하다. 登高萬井出(등고만정출) : 높이 오르니 수많은 마을들이 나타나고 眺逈二流明(조형이류명) : 멀리 바라보니 두 강물이 밝게 빛난다. 人作殊方語(인작수방어) : 사람들은 온통 사투리를 쓰고 鶯爲舊國聲(앵위구국성) : 꾀꼬리는 고향 말을 한다. 賴諳山水趣(뇌암산수취) : 풍성한 산수의 정취에 기대어 稍解別離情(초해별리정) : 조금이나마 이별의 정을 달래본다.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 술 따라 그대에게 주니 그대여 관대하라 人情翻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 인정이란 물결과 같이 뒤집히는 법이니라.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 늙도록 서로 알고지내도 오히려 칼을 뽑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 부귀를 먼저 이룬 사람은 갓 트는 자 비웃는다.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 풀색은 완전히 곧게 자라 가랑비에 촉촉이 젖고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 꽃가지 움직이려하니 봄바람이 차갑다.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 세상사 뜬 구름 같으니 어찌 물어볼까 不如高臥且加餐(부여고와차가찬) : 차라리 자연에 고고히 누워 몸을 기름만 못하다오.
重門朝已啓(중문조이계) : 겹겹의 문이 아침에 이미 열려 起坐聽車聲(기좌청거성) : 일어나 앉아서 수레소리 듣는다. 要欲聞淸珮(요욕문청패) : 맑은 패옥소리 들리려하는데 方將出戶迎(방장출호영) : 막 문을 나아가 맞으려 하였다. 晩鐘鳴上苑(만종명상원) : 새벽 종소리 상원에서 들려오고 疎雨過春城(소우과춘성) : 성긴 비가 봄날 성을 지나간다. 了自不相顧(요자부상고) : 결국 그대 찾아와 보지 않는데 臨堂空復情(림당공복정) : 마루에 나가 공연히 정을 품는다.
秋空自明逈(추공자명형) : 가을 하늘은 절로 밝고도 아득하니 況復遠人間(황복원인간) : 하물며 다시 인간 세상을 벗어났음에야. 暢以沙際鶴(창이사제학) : 모래가에 학이 있어 상쾌한데 兼之雲外山(겸지운외산) : 구름 밖의 산이 있어 기분이 더한다. 澄波澹將夕(징파담장석) : 맑은 물결은 출렁이는데 저녁이 다가오고 淸月皓方閒(청월호방한) : 청명한 달은 밝아 바야흐로 한가롭구나. 此夜任孤棹(차야임고도) : 이러한 밤, 나는 외로운 배에 몸을 맡기고 夷猶殊未還(이유수미환) : 주저하며 특별히 아직 돌아가지 못한다.
好讀高僧傳(호독고승전) : <고승전> 읽기를 좋아하시어 時看辟穀方(시간벽곡방) : 때때로 벽곡술 적은 방문을 보신다. 鳩形將刻杖(구형장각장) : 비둘기 모양을 지팡이에 새기고 龜殼用支牀(구각용지상) : 거북껍질을 써서 침상을 괴시었다. 柳色春山映(유색춘산영) : 버드나무 빛은 봄산에 비치고 梨花夕鳥藏(리화석조장) : 배꽃 사이로 저녁 새가 숨어든다. 北牕桃李下(배창도리하) : 북쪽 창가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아래 閒坐但焚香(한좌단분향) : 한가히 앉아 다만 향불만 피우고 있다.
野老才三戶(야노재삼호) : 시골 늙은이 사는 집, 겨우 세 가구 邊邨少四鄰(변촌소사린) : 변방 고을에는 이웃도 적구나. 婆娑依里社(파사의리사) : 옷자락 너울거리며 마을 신당에 가서 簫鼓賽田神(소고새전신) : 피리 불고 북 치면서 지신을 제사한다. 灑酒澆芻狗(쇄주요추구) : 꼴로 만든 개에 술 붓고 물 뿌리고 焚香拜木人(분향배목인) : 향불 피우고 나무 우상에 절을 한다. 女巫紛屢舞(녀무분누무) : 여자 무당은 어지러이 온갖 춤을 추니 羅襪自生塵(나말자생진) : 비단 버선에서는 절로 먼지가 인다.
絶域陽關道(절역양관도) : 아주 머나 먼 땅, 양관가는 길 胡煙與塞塵(호연여색진) : 오랑캐 땅 연기와 변방의 먼지. 三春時有雁(삼춘시유안) : 석 달 봄철에도 기러기가 날고 萬里少行人(만리소항인) : 아득한 만리길에는 행인도 드물어라. 苜蓿隨天馬(목숙수천마) : 말먹이 목숙 풀도 천마 따라 오고 蒲桃逐漢臣(포도축한신) : 포도는 한나라 사신 쫓아 들어왔어라. 當令外國懼(당령외국구) : 마땅히 외국으로 하여금 두려워 不敢覓和親(부감멱화친) : 감히 다시는 화친 구하게 하지 말게나.
不識陽關路(부식양관노) : 양관 길을 알지 못하고서 新從定遠侯(신종정원후) : 새로 정훤후를 따라가는구나. 黃雲斷春色(황운단춘색) : 누런 구름은 봄빛을 끊고 畫角起邊愁(화각기변수) : 장식 뿔피리 변방 근심 일으킨다. 瀚海經年別(한해경년별) : 한해로 떠나는 이별의 몇 년간 交河出塞流(교하출색류) : 교하의 강물은 변방을 나와 흐른다. 須令外國使(수령외국사) : 모름지기 외국의 사신으로 知飮月支頭(지음월지두) : 월지국 왕 머리로 술 마심 알게 하라.
送君從此去(송군종차거) : 이곳에서 떠나는 그대 전송하려니 轉覺故人稀(전각고인희) : 더욱 친구가 드문 것을 깨달았도다. 徒御猶回首(도어유회수) : 마부와 수레 탄 사람도 돌아보니 田園方掩扉(전원방엄비) : 전원의 오막살이에 사립문 있도다. 出門當旅食(출문당려식) : 문을 나서면 나그네 처지 되리니 中路授寒衣(중노수한의) : 가다가 두툼한 솜옷이나 보내리라. 江漢風流地(강한풍류지) : 장강과 한수 사이 풍류 서린 땅에서 游人何處歸(유인하처귀) : 떠도는 나그네 어디쯤에서 돌아오려나.
草色日向好(초색일향호) : 풀빛은 날마다 좋아지고 桃源人去稀(도원인거희) : 도원에는 사람들 가버려 드물다. 手持平子賦(수지평자부) : 손에 평자 장형의 귀전부 들고 目送老萊衣(목송노래의) : 눈앞에 노래자의 색동옷 입은 사람 보낸다. 每候山櫻發(매후산앵발) : 매번 산앵두 필 시절마다 時同海燕歸(시동해연귀) : 바다로 제비 돌아올 때와 함께 하는구나. 今年寒食酒(금년한식주) : 올 해 한식날 술 마실 쯤에는 應得返柴扉(응득반시비) : 반드시 고향 사립문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單車曾出塞(단거증출색) : 단거로 변방에 나갔었고 報國敢邀勳(보국감요훈) : 나라에 보답할 뿐 공적을 바랄까. 見逐張征虜(견축장정노) : 이제 정로 장비를 쫓아 今思霍冠軍(금사곽관군) : 이제 관군 곽거병을 생각한다. 沙平連白雪(사평련백설) : 사막은 흰 눈이 연이어 있고 蓬卷入黃雲(봉권입황운) : 쑥대는 말려 누런 구름 속에 든다. 慷慨倚長劍(강개의장검) : 강개하며 긴 칼을 차고 高歌一送君(고가일송군) : 목청껏 노래 불러 그대를 전송한다.
松菊荒三徑(송국황삼경) : 소나무 국화 우거진 황폐한 세 갈래 길 있고 圖書共五車(도서공오거) : 책은 많아 다섯 수레에 가득하도다. 烹葵邀上客(팽규요상객) : 아욱나물 삶아 귀한 손님 맞으니 看竹到貧家(간죽도빈가) : 대나무 감상하려 가난한 집에 오셨단다. 雀乳先春草(작유선춘초) : 참새는 봄풀이 돋기 전에 새끼를 까고 鶯啼過落花(앵제과낙화) : 꾀꼬리는 꽃 지는 시절이 지났어도 울고 있다. 自憐黃髮暮(자련황발모) : 누렇게 된 머리, 인생의 말년을 슬퍼하노니 一倍惜年華(일배석년화) : 갑절로 남은 세월을 아끼며 살아가리라.
漁舟逐水愛山春(어주축수애산춘) : 고깃배로 물 딸라 산속 봄을 즐겨보니 兩岸桃花夾去津(양안도화협거진) : 양쪽 언덕 복숭아꽃 지나는 나루터를 끼고 있다. 坐看紅樹不知遠(좌간홍수부지원) : 꽃과 나무 앉아 구경하느라 먼 줄도 모르고 行盡靑溪不見人(항진청계부견인) : 푸른 개울까지 걸어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山口潛行始隈隩(산구잠항시외오) : 산굴로 몰래 걸어가니 처음엔 후미지고 으슥한데 山開曠望旋平陸(산개광망선평륙) : 산이 넓은 전망이 열려 곧 평원으로 되었다. 遙看一處攢雲樹(요간일처찬운수) : 멀리 한 곳을 살펴보니 구름과 산이 모여 있어 近入千家散花竹(근입천가산화죽) : 가까이 들어가니 집집이 꽃과 대나무가 흩어져있다. 樵客初傳漢姓名(초객초전한성명) : 나무꾼이 처음에는 한나라 성명을 전하고 居人未改秦衣服(거인미개진의복) : 그곳 사는 사람들은 아직 진나라 시대 옷을 바꾸지 않았다. 居人共住武陵源(거인공주무능원) : 주민들은 무릉의 도화원에 함께 살며 還從物外起田園(환종물외기전원) : 세상에서 돌아와 전원을 일으켰도다. 月明松下房櫳靜(월명송하방롱정) : 달은 소나무 아래에 밝아 창문가로 조용하고 日出雲中雞犬喧(일출운중계견훤) : 해는 구름 속에서 뜨고 닭과 개소리 시끄럽다. 驚聞俗客爭來集(경문속객쟁내집) : 세상 손님 찾아왔다는 소문 놀라 듣고서 競引還家問都邑(경인환가문도읍) : 다투어 집으로 데려가 고향 마을 소식을 묻는다. 平明閭巷掃花開(평명려항소화개) : 날이 밝자 마을 골목길을 꽃을 쓸어 열고 薄暮漁樵乘水入(박모어초승수입) : 해질 녘에 어부와 나무꾼은 배를 타고 들어온다. 初因避地去人間(초인피지거인간) : 처음에는 난리를 피하여 인간세상 떠났으나 更聞成仙遂不還(경문성선수부환) : 다시 선경을 이루고는 마침내 돌아가지 않았다. 峽裏誰知有人事(협리수지유인사) : 협곡 속에서 인간의 삶이 있을 줄을 누가 알까 世中遙望空雲山(세중요망공운산) : 세상에서 아득히 보면 쓸쓸한 구름 덮인 산이로다. 不疑靈境難聞見(부의령경난문견) : 신령한 경지를 찾아보기 어려움을 생각도 못하고 塵心未盡思鄕縣(진심미진사향현) : 세상 마음 다하지 못하고 고향 고을 그리워한다. 出洞無論隔山水(출동무논격산수) : 동굴을 나와서는 산과 물 건너는 것 가리지 않고 辭家終擬長游衍(사가종의장유연) : 집 떠나 끝내는 길이 도화원에 놀고 싶어 하였다. 自謂經過舊不迷(자위경과구부미) : 스스로 지나가 본 옛 길은 잃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安知峯壑今來變(안지봉학금내변) : 봉우리와 골짜기가 지금은 변해진 것을 어찌 알았으랴. 當時只記入山深(당시지기입산심) : 당시에 단지 기억나는 노니,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靑溪幾度到雲林(청계기도도운림) : 푸른 계곡물을 몇 번이나 건너 구름 긴 숲에 이렀던가. 春來徧是桃花水(춘내편시도화수) : 봄이 되니 온통 복숭아꽃 떠 흐르는 물이라 不辨仙源何處尋(부변선원하처심) : 선경의 도화원을 어느 곳에서 찾을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洛陽女兒對門居(낙양녀아대문거) : 대문 맞은 편에 낙양의 처녀가 사는데 纔可顔容十五餘(재가안용십오여) : 겨우 열다섯 살에 용모가 아름답다. 良人玉勒乘驄馬(량인옥늑승총마) : 낭군은 옥장 장식 준마 타고 侍女金盤膾鯉魚(시녀금반회리어) : 시녀는 금쟁반에 잉어회를 바친다. 畫閣朱樓盡相望(화각주누진상망) : 화려한 집 붉은 누대에 진종일 마주보며 紅桃綠柳垂簷向(홍도녹류수첨향) : 붉은 복숭아 푸른 버들 처마 향해 늘어졌다. 羅帷送上七香車(나유송상칠향거) : 비단 휘장에 칠향거에 태워져 오르고 寶扇迎歸九華帳(보선영귀구화장) : 귀한 부채로 맞아들여 구화장 침실로 든다. 狂夫富貴在靑春(광부부귀재청춘) : 호탕한 지아비들 부귀는 어릴 적부터 있었고 意氣驕奢劇季倫(의기교사극계륜) : 의기는 방탕하고 차치함이 계륜보다 심하도다. 自憐碧玉親敎舞(자련벽옥친교무) : 스스로 미인들을 좋아하여 직접 춤을 가르치고 不惜珊瑚持與人(부석산호지여인) : 산호 보석 남에게 주는 것도 아끼지 않았도다. 春窓曙滅九微火(춘창서멸구미화) : 봄날 창가에 날이 밝아야 화려한 구미등불 끄고 九微片片飛花璅(구미편편비화소) : 구미 등잔에 불꽃이 편편히 꽃가루처럼 날린다. 戲罷曾無理曲時(희파증무리곡시) : 놀이가 끝남에 음악 익일 시간이 없어 妝成祗是薰香坐(장성지시훈향좌) : 화장이나 하고서는 향기만 풍기며 앉아있도다. 城中相識盡繁華(성중상식진번화) : 성안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 모두가 부호들이요 日夜經過趙李家(일야경과조리가) : 밤낮으로 조비연과 이평 같은 귀부인들이도다. 誰憐越女顔如玉(수련월녀안여옥) : 누가 어여삐 여길까, 여인의 얼굴이 옥 같아도 貧賤江頭自浣紗(빈천강두자완사) : 가난하고 천해서 강 가에서 빨래나 하는 것을.
淸溪一道穿桃李(청계일도천도리) : 맑은 개울 한 줄기 복숭아, 오얏나무 새로 흐르고 演漾綠蒲涵白芷(연양녹포함백지) : 출렁이는 물결엔 푸른 부들, 물 속에 잠긴 흰 어수리 溪上人家凡幾家(계상인가범기가) : 개울 위 인가는 무릇 몇 집이나 되던가 落花半落東流水(낙화반낙동류수) : 낙화는 절반이 동으로 흐르는 물에 떨어진다. 蹴踘屢過飛鳥上(축국누과비조상) : 공을 차다가 몇 번이나 나아가는 새 위로 지나고 鞦韆競出垂楊裏(추천경출수양리) : 그네는 수양버들 안에서 다투어 나타나는구나. 少年分日作遫游(소년분일작칙유) : 소년은 한창시절에는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나니 不用淸明兼上巳(부용청명겸상사) : 반드시 청명일이니 상사일이니를 따질 필요가 없도다.
所思竟何在(소사경하재) : 그리운 분, 당신은 결국 어디 계신지요 悵望深荊門(창망심형문) : 참망히 깊숙한 형문산을 바라봅니다. 擧世無相識(거세무상식) : 온 세상에 알아주는 하나 없으니 終身思舊恩(종신사구은) : 죽도록 지난 은혜 생각하고 있습니다. 方將與農圃(방장여농포) : 이제 농사를 밭농사에 뛰어들어 藝植老邱園(예식노구원) : 채소를 심으며 전원에서 늙어가렵니다. 目盡南飛鳥(목진남비조) : 남으로 날아가는 새를 끝까지 바라봅니다. 何由寄一言(하유기일언) : 어찌해야 한 마디라도 전할 수 있을까요.
寒山轉蒼翠(한산전창취) : 차가운 산이 짙푸르게 변해가고 秋水日潺湲(추수일잔원) : 가을 냇물은 날마다 졸졸 흘러간다.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 : 사립문 밖에서 지팡이 집고서 臨風聽暮蟬(임풍청모선) : 바람 맞으며 저문 매미 소리 듣는다. 渡頭餘落日(도두여낙일) : 나루터에 석양빛 감돌고 墟里上孤煙(허리상고연) : 마을 위로 피어오르는 외로운 연기 復値接輿醉(복치접여취) : 다시 접여를 만나 술에 취하여 狂歌五柳前(광가오류전) : 오류 선생 앞에서 미친 듯 노래하리라.
寒更傳曉箭(한경전효전) : 차가운 저녁북소리 새벽을 알리고 淸鏡覽衰顔(청경람쇠안) : 맑은 거울에 초췌한 얼굴 비춰본다. 隔牖風驚竹(격유풍경죽) : 창 밖에는 바람 불어 대나무 놀라고 開門雪滿山(개문설만산) : 문을 여니 눈이 산에 가득하구나. 灑空深巷靜(쇄공심항정) : 눈발 공중에 날리니 골목이 조용하고 積素廣庭閒(적소광정한) : 쌓인 흰 눈에 넓은 뜰이 한가하다. 借問袁安舍(차문원안사) : 묻노니, 한나라 선비 원안의 집안에 翛然尙閉關(소연상폐관) : 태연자약하게 아직도 문 닫고 있을까.
一從歸白社(일종귀백사) : 한 번 백사로 돌아온 뒤로 不復到靑門(부복도청문) : 다시는 청문에 가지 않았다. 時倚簷前樹(시의첨전수) : 때로 처마 앞 나무에 기대어 遠看原上邨(원간원상촌) : 멀리 언덕 위 마을을 바라본다. 靑菰臨水映(청고림수영) : 푸른 줄 풀이 물에 비취 있고 白鳥向山翻(백조향산번) : 흰 새는 산을 향해 날개짓 한다. 寂寞於陵子(적막오릉자) : 적막하게 살고 있는 오릉자 桔槹方灌園(길고방관원) : 두레박질로 남새밭에 물을 준다.
宿雨乘輕屐(숙우승경극) : 지난 밤비에 가려운 나막신 신고 春寒著敝袍(춘한저폐포) : 봄날이 차가워 떨어진 솜옷 입었다. 開畦分白水(개휴분백수) : 논을 터고 맑은 물 나누어 대는데 間柳發紅桃(간류발홍도) : 버드나무 사이로 붉은 복사꽃이 핀다. 草際成碁局(초제성기국) : 풀섶 끝에서 바둑을 두는데 林端擧桔槹(림단거길고) : 나무 숲 끝에는 두레박틀을 들린다. 還持鹿皮几(환지녹피궤) : 돌아가 사슴가죽 안석을 가져와서 日暮隱蓬蒿(일모은봉호) : 저무는 저녁 풀밭에 숨어 사노라.
谷口疎鐘動(곡구소종동) : 골짜기 어귀에 은은한 종소리 울리고 漁樵稍欲稀(어초초욕희) : 어부와 목동의 발길 조금씩 드물어진다. 悠然遠山暮(유연원산모) : 한가로이 먼 산은 저물어 가는데 獨向白雲歸(독향백운귀) : 나 홀로 흰 구름 향하여 돌아간다. 菱蔓弱難定(능만약난정) : 마름덩굴 가늘어 그만 있지 못하고 楊花輕易飛(양화경역비) : 버들 꽃은 가벼워 흩날리기 쉽구나. 東皐春草色(동고춘초색) : 동쪽 들판에는 온통 봄날의 풀빛인데 惆悵掩柴扉(추창엄시비) : 서글프고 한스러워 사립문을 닫아본다.
門前洛陽客(문전낙양객) : 문 앞에 반가운 낙양의 손님 下馬拂征衣(하마불정의) : 말에서 내려와 나들이옷을 튼다. 不枉故人駕(부왕고인가) : 친구가 찾아와 주지 않아 平生多掩扉(평생다엄비) : 평소에 늘 사립문을 닫아 두었소. 行人返深巷(항인반심항) : 행인들은 깊숙한 골목으로 돌아가고 積雪帶餘暉(적설대여휘) : 쌓인 눈 위에는 석양빛이 물들었소. 早歲同袍者(조세동포자) : 어린 시절 같이 솜옷 입었던 사람아 高車何處歸(고거하처귀) : 수레 몰고 어디로 그냥 돌아가려 했소.
晩年唯好靜(만년유호정) : 늙으니 고요함이 좋아져서 萬事不關心(만사부관심) : 일마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 :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대책 없어 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 : 옛 고향 숲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았다.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 : 솔바람 불어와 허리띠를 풀어헤치고 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 : 산에 뜬 달은 거문고 치는 이를 비춘다. 君問窮通理(군문궁통리) : 궁하고 통하는 이치를 묻노니 漁歌入浦深(어가입포심) :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은 곳으로 들린다.
靑靑山上松(청청산상송) : 푸르고 푸른 산 위의 저 소나무 數里不見今更逢(수리부견금경봉) : 몇 리를 가도 이제 다시 만나보지 못해 不見君心相憶(부견군심상억) : 너를 보지 못하니 마음에 그리움만 쌓인다. 此心向君君應識(차심향군군응식) : 너를 향한 이 마음, 너도 응당 알리라. 爲君顔色高且閒(위군안색고차한) : 그대의 안색이 고고하고도 한가롭고 亭亭逈出浮雲間(정정형출부운간) : 정정하게도 저 뜬 구름 사이로 아득히 솟은 때문이오.
寧棲野樹林(영서야수림) : 차라리 들판의 숲에 깃들고 寧飮澗水流(녕음간수류) : 골짜기의 흐르는 물을 마시리라. 不用食粱肉(부용식량육) : 좋은 밥에 고기반찬 먹으려고 崎嶇見王侯(기구견왕후) : 기구하게 왕과 제후를 찾지 않겠다. 鄙哉匹夫節(비재필부절) : 투박하고도 평범한 절개로 布褐將白頭(포갈장백두) : 무명옷 삼베옷 입고 백두로 살리라. 任智誠則短(임지성칙단) : 지혜로 살아감은 진정 내 적성은 아니니 守仁固其優(수인고기우) : 어진 마음 지킴이 그 장점을 확실히 한다. 側聞大君子(측문대군자) : 대략 듣자니, 위대한 군자님이야 安問黨與讎(안문당여수) : 어찌 내 편 네 편을 따지겠는가. 所不賣公器(소부매공기) : 그래서 국가 공직을 결코 팔지 않고 動爲蒼生謀(동위창생모) : 행하는 일 보두가 백성을 위한 정책이오. 賤子跪自陳(천자궤자진) : 못난 제가 무릎 끓고 스스로 아뢰오니 可爲帳下不(가위장하부) : 당신의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합니다. 感激有公議(감격유공의) : 공정한 논의가 있다면 감격하겠지만 曲私非所求(곡사비소구) : 사사로운 처리는 바라는 것이 아니지요.
屛居淇水上(병거기수상) : 기수 가에 숨어 사노니 東野曠無山(동야광무산) : 동편 들판은 넓어서 산도 없다. 日隱桑柘外(일은상자외) : 해는 뽕나무 밖으로 숨고 河明閭井間(하명려정간) : 강물은 마을 사이로 밝게 비친다. 牧童望邨去(목동망촌거) : 목동은 마을을 바로 보며 떠나고 田犬隨人還(전견수인환) : 사냥개는 주인을 따라 돌아간다. 靜者始何事(정자시하사) : 은자가 무슨 일을 시작하랴 荊扉乘晝關(형비승주관) : 사립문은 낮에 닫아놓고 있어라.
翩翩繁華子(편편번화자) : 득의만만한 귀공자들 多出金張門(다출금장문) : 무시로 고관대작의 집을 출입한다네. 幸有先人業(행유선인업) : 요행히도 선조의 업적이 있어 早蒙明主恩(조몽명주은) : 명군의 은혜를 어려서 입어서 라네. 童年且未學(동년차미학) : 어려서는 더구나 배우지도 못하고 肉食騖華軒(육식무화헌) : 고기만 먹으면서 화려한 수레만 달린다네. 豈乏中林士(개핍중림사) : 어찌 숨어사는 선비 없을까만 無人獻至尊(무인헌지존) : 황제에게 추천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네. 鄭公老泉石(정공노천석) : 정공은 샘과 바위 사이에서 늙어가고 霍子安邱樊(곽자안구번) : 곽 선생은 언덕과 동산에서 편히 사신다네. 賣藥不二價(매약부이가) : 약초를 팔아도 일정한 가격을 부르고 著書盈萬言(저서영만언) : 책을 지은 것이 만언이 되었다네. 息陰無惡木(식음무악목) : 결코 나쁜 나무 그늘에 쉬지 않고 飮水必淸源(음수필청원) : 물은 반드시 맑은 언덕의 샘물만 마신다네. 吾賤不及議(오천부급의) : 나는 천박하여 사람을 평가할 수 없어 斯人竟誰論(사인경수논) : 이 분들을 끝내 누가 논평할 수 있을까.
寶劍千金裝(보검천금장) : 보물과 칼 그리고 천금을 꾸려 登君白玉堂(등군백옥당) : 군왕의 백옥당에도 올랐다. 身爲平原客(신위평원객) : 처지는 평원군의 식객처럼 되었고 家有邯鄲娼(가유감단창) : 집안에는 한단 가희들도 두었다. 使氣公卿座(사기공경좌) : 공경이 앉은 자리에서 의기도 부렸고 論心游俠場(논심유협장) : 유협인들 노는 곳에서 어울리기도 했다. 中年不得志(중년부득지) : 중년에 뜻을 얻지 못하자 謝病客游梁(사병객유량) :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양나라에 떠도는구나.
汎舟入滎澤(범주입형택) : 배 띄워서 형택으로 드니 茲邑迺雄藩(자읍내웅번) : 이 고을은 강성한 번국이도다. 河曲閭閻隘(하곡려염애) : 강물은 굽이돌고 마을은 좁은데 川中煙火繁(천중연화번) : 내 안쪽에서는 연기가 자욱하다 因人見風俗(인인견풍속) : 사람들 모습에서 풍속이 나타나고 入境聞方言(입경문방언) : 경내로 들어가니 사투리가 들린다. 秋晩田疇盛(추만전주성) : 가을 저녁 들판은 풍요롭고 朝光市井喧(조광시정훤) : 아침 햇살에 시장이 시끄럽다. 漁商波上客(어상파상객) : 어부와 상인은 물가에서 흥정하고 雞犬岸旁邨(계견안방촌) : 닭과 개는 언덕 근처 고을에서 운다. 前路白雲外(전노백운외) : 앞길은 흰 구름 밖으로 나있고 孤帆安可論(고범안가논) : 외로운 돛단배 길을 어찌 논할 수 있나.
汎舟大河裏(범주대하리) : 큰 강물에 배를 띄우고 積水窮天涯(적수궁천애) : 모여든 물길이 하늘까지 뻗힌다. 天波忽開拆(천파홀개탁) : 하늘과 물결이 갑자기 열려 羣邑千萬家(군읍천만가) : 뭇 고을 수천 집들이 나타난다. 行復見城市(항복견성시) : 가다가 다시 성시가 보이고 宛然有桑麻(완연유상마) : 어렴풋이 뽕밭과 삼밭이 나타난다. 廻瞻舊鄕國(회첨구향국) : 고개 돌려 고향 땅 바라보니 淼漫連雲霞(묘만련운하) : 가득한 강물 구름과 놀에 닿아있다.
喬木萬餘株(교목만여주) : 키 큰 교목이 만여 그루 있는데 淸流貫其中(청류관기중) : 맑은 물이 그 안을 뚫고 흐른다. 前臨大川口(전림대천구) : 앞으로는 큰 내의 어귀가 보이고 豁達來長風(활달내장풍) : 확 트여 있어서 긴 바람 불어온다. 漣漪涵白沙(련의함백사) : 잔잔한 물결 백사장으로 젖어들고 素鮪如遊空(소유여유공) : 흰 다랑어는 허공을 헤엄치는 듯하다. 偃臥盤石上(언와반석상) : 너럭바위 위에 누우니 翻濤沃微躬(번도옥미궁) : 출렁이는 물결이 내 몸을 씻어준다. 潄流復濯足(수류복탁족) : 흐르는 물에 양치하고 발도 씻으며 前對釣魚翁(전대조어옹) : 눈앞으로 고기 낚는 노인을 바라본다. 貪餌凡幾許(탐이범기허) : 낚싯밥 탐하는 물고기 얼마나 되나 徒思蓮葉東(도사련섭동) : 물고기는 연잎 동쪽 놀이만 생각하는데...
秋月臨高城(추월림고성) : 가을 달빛 아래 높은 성에 올라보니 城中管絃思(성중관현사) : 성 안 음악소리에 그리운 생각 짙어진다. 離人堂上愁(리인당상수) : 이별한 사람은 방안에서 시름겨운데 稚子階前戲(치자계전희) : 어린 아이는 계단에서 놀고만 있구나. 出門復映戶(출문복영호) : 문 밖에 나서니 달빛은 다시 창문을 비추는데 望望靑絲騎(망망청사기) : 청사고삐 화려한 말을 아득히 찾아본다. 行人過欲盡(항인과욕진) : 행인들의 발길도 다 끊어지는데 狂夫終不至(광부종부지) : 기다리는 지아비는 끝내 오지 않는다. 左右寂無言(좌우적무언) : 이웃들도 쓸쓸히 말이 없고 相看共垂淚(상간공수누) : 바라보며 서로가 눈물만 떨어뜨리는구나.
步出城東門(보출성동문) : 성 동문으로 걸어 나가 試騁千里目(시빙천리목) : 천리 먼 곳까지 다려본다. 靑山橫蒼林(청산횡창림) : 청산은 푸른 숲에 가로 눕고 赤日團平陸(적일단평륙) : 붉은 해는 평원에 둥글다. 渭北走邯鄲(위배주감단) : 위수 북쪽은 한단으로 달리고 關東出函谷(관동출함곡) : 관동지역은 함곡관을 나와서다. 秦地萬方會(진지만방회) : 진나라 땅으로 만방이 모이고 來朝九州牧(내조구주목) : 조회 온 전국의 지방관들이 있다. 雞鳴咸陽中(계명함양중) : 함양성 안에 닭이 울고 冠蓋相追逐(관개상추축) : 고관대작은 서로 찾아다닌다. 丞相過列侯(승상과렬후) : 승사은 제후들과 서로 오고가며 羣公餞光祿(군공전광녹) : 여러 공경들은 광록경을 전송한다. 相如方老病(상여방노병) : 사마상여는 이제 늙고 병들자 獨歸茂陵宿(독귀무능숙) : 홀로 무릉으로 돌아와 머물렀도다.
靑靑楊柳陌(청청양류맥) : 푸르고 푸른 버드나무 거리 陌上別離人(맥상별리인) : 거리에는 떠나는 사람 있어라. 愛子游燕趙(애자유연조) : 자식이 연나라와 조나라 땅으로 유랑가고 高堂有老親(고당유노친) : 집에는 홀로 늙은 부모님만 남았어라. 不行無可養(부항무가양) : 떠나지 않으려니 부모 봉양 어렵고 行去百憂新(항거백우신) : 떠나자니 온갖 근심이 새롭구나. 切切委兄弟(절절위형제) : 절절히 남은 형제에게 부탁하고 依依向四鄰(의의향사린) : 아쉬워하며 이웃들을 돌아본다. 都門帳飮畢(도문장음필) : 도성 성문 밖에서 이별의 술자리 끝나니 從此謝親賓(종차사친빈) : 여기서 육친과 이웃들과 떠나야 한다네. 揮淚逐前侶(휘루축전려) : 눈물을 닦으며 앞 사람을 따라가니 含悽動征輪(함처동정륜) : 처연함을 머금고 길 떠나는 수레를 움직인다. 車徒望不見(거도망부견) : 수레 탄 사람들, 이제 보아도 보이지 않고 時時起行塵(시시기항진) : 때때로 길 먼지만 일어난다. 余亦辭家久(여역사가구) : 나도 집 떠나온 지 오래라서 看之淚滿巾(간지누만건) : 이 광경을 보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다.
送君盡惆悵(송군진추창) : 그대 보내려니 너무나 서러워 復送何人歸(복송하인귀) : 다시 누가 돌아감을 배웅하게 될까. 幾日同攜手(기일동휴수) : 며칠 동안 같이 손잡고 노닐다가 一朝先拂衣(일조선불의) : 하루아침에 먼저 옷자락 떨치고 가는구나. 東山有茅屋(동산유모옥) : 동산에 한 초가집 있어 幸爲掃荊扉(행위소형비) : 바라기는, 날 위해 사립문 쓸어주게나. 當亦謝官去(당역사관거) : 나도 벼슬 버리고 떠나리니 豈令心事違(개령심사위) : 어찌 마음에 정한 일 그르치게 하리요.
秋色有佳興(추색유가흥) : 가을빛에 좋은 감흥 일어나니 況君池上閒(황군지상한) : 하물며, 형님 계신 연못의 한가함이야. 悠悠西林下(유유서림하) : 유유히 서쪽 숲 아래 살면서 自識門前山(자식문전산) : 문 앞산의 정취를 절로 알았어라 千里橫黛色(천리횡대색) : 천리 멀리 검푸른 산빛 가로 뻗히고 數峯出雲間(수봉출운간) : 많은 산봉우리들 구름 사이로 솟아있다. 嵯峨對秦國(차아대진국) : 높고 험산 산이 진나라 땅과 마주보고 合沓藏荊關(합답장형관) : 모여 든 산맥은 사립대문에 가리웠구나. 殘雨斜日照(잔우사일조) : 떨어져 남은 빗방울에 지는 해 빛나고 夕嵐飛鳥還(석남비조환) : 저녘 산기운 속으로 나는 새 돌아온다. 故人今尙爾(고인금상이) : 옛 친구는 지금도 이러하건만 歎息此頹顔(탄식차퇴안) : 이 늙은 내 얼굴에 탄식만 나는구나.
君子盈天階(군자영천계) : 군자가 온통 조정에 가득하니 小人甘自免(소인감자면) : 소인은 기꺼이 스스로 물러났었다. 方隨鍊金客(방수련금객) : 이제는 단약 만드는 도사를 따라 林上家絶巘(림상가절헌) : 숲 속 높고도 험한 곳에 집을 지었다. 背嶺花未開(배령화미개) : 뒤 언덕에는 아직 꽃이 피지도 않고 入雲樹深淺(입운수심천) : 구름에 잠긴 나무들 깊은 듯 얕은 듯하다. 淸晝猶自眠(청주유자면) : 맑은 대낮인데도 절로 잠이 오고 山鳥時一囀(산조시일전) : 산새들은 가끔씩 한바탕 지저귄다.
寥落雲外山(요낙운외산) : 구름 넘어 산 쓸쓸한데 迢遙舟中賞(초요주중상) : 아득히 배 안에서 풍경을 본다. 鐃吹發西江(뇨취발서강) : 징과 피리 소리에 그대 서강으로 떠나니 秋空多淸響(추공다청향) : 가을 하늘에 온통 맑은 소리 가득하다. 地逈古城蕪(지형고성무) : 땅은 아득하고 옛성에 풀 무성한데 月明寒潮廣(월명한조광) : 달은 밝고 차가운 물결 한없이 넓어라. 時賽敬亭神(시새경정신) : 때 맞춰 경정산 산신에게 제사 올리고 復解罟師網(복해고사망) : 다시 어부의 거물을 풀어 방생을 한다. 何處寄相思(하처기상사) : 어느 곳에 그리움을 부쳐보려나 南風吹五兩(남풍취오량) : 남풍은 뱃고물에 붙은 오량에 불어온다.
嗟余扑喪(차여복상) : 아, 나는 다운 사람 잃었으니 哀此孤生(애차고생) : 애달프다, 이 외로운 인생이여. 屛居藍田(병거남전) : 남전에 숨어 살며 薄地躬耕(박지궁경) : 척박한 땅 몸소 경작하노라. 歲晏輸梲(세안수탈) : 한 해가 저물면 세금 바치고 以奉粢盛(이봉자성) : 곡식 가득 담이 조상께 올리노라. 晨往東皐(신왕동고) : 새벽에 동쪽들로 나아가니 艸露未晞(초노미희) : 풀잎에 이슬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다. 暮看煙火(모간연화) : 저물면 연기 바라보며 負擔來歸(부담내귀) : 짐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我聞有客(아문유객) : 손님 찾아왔다는 소식 듣고 足掃荊扉(족소형비) : 사립문 앞 충분히 쓸어둔다. 簞食伊何(단식이하) : 소쿠리에 담긴 음식은 무엇인가 副瓜抓棘(부과조극) : 쪼개 놓은 수박과 따 놓은 대추로다. 羣厠羣賢(군측군현) : 여러 어진 이들과 무리지어 어울려 皤然一老(파연일노) : 머리 희어진 한 늙은이가 되었구나. 媿無莞簟(괴무완점) : 부끄럽게도 돗자리나 대자리도 하나 없어 班荊席藁(반형석고) : 싸리나무 나누고 볏자리 깔았도다. 汎泛登陂(범범등피) : 물에 배 띄워 연못에 올라 折彼荷花(절피하화) : 저 연꽃을 꺾어보노라. 淨觀素鮪(정관소유) : 맑은 물에 흰 물고기 구경하니 俯映白沙(부영백사) : 굽어보니 흰 모래 바닥에 비친다. 山鳥羣飛(산조군비) : 산새는 떼 지어 날고 日隱輕霞(일은경하) : 해는 엷은 저녁놀 속으로 숨는다. 登車上馬(등거상마) : 수레에 오르고 말에 올라 떠나려니 倏忽雨散(숙홀우산) : 문득 내리는 비가 흩어진다. 雀噪荒邨(작조황촌) : 참새는 황량한 마을에서 지저귀고 雞鳴空館(계명공관) : 닭 우는 소리 빈 집에서 들려온다. 還復幽獨(환복유독) : 다시 그윽한 고독으로 돌아오니 重欷累嘆(중희누탄) : 다시 탄식하고 또 거듭 탄식하노라.
山寂寂兮無人(산적적혜무인) : 산속은 적막하고 사람은 아무도 없어 又蒼蒼兮多木(우창창혜다목) : 게다가 짙푸르게도 나무도 많도다. 羣龍兮滿朝(군룡혜만조) : 수많은 유능한 신하들 조정에 가득한데 君何爲兮空谷(군하위혜공곡) : 그대는 어찌하여 빈 골짝에 남아 있는가. 文寡和兮思深(문과화혜사심) : 화답이 적은 글은 사상이 깊고 道難知兮行獨(도난지혜항독) : 알기 어려운 진리는 행하기도 외로워라. 悅石上兮流泉(열석상혜류천) : 즐거워라, 돌 위를 흐르는 샘물 與松門兮艸屋(여송문혜초옥) : 소나무 문과 초가집이로다. 入雲中兮養雞(입운중혜양계) : 구름 속 깊이 들어 닭을 기르고 上山頭兮抱犢(상산두혜포독) : 산머리에 올라 송아지를 안아 기른다. 神與棗兮如瓜(신여조혜여과) : 신선이 대추를 주니 참외처럼 크고 虎賣杏兮收穀(호매행혜수곡) : 호랑이는 살구 팔아 곡식을 사는구나. 愧不才兮妨賢(괴부재혜방현) : 재능 없이 어진 인재 등용을 방해함이 부끄럽고 嫌旣老兮貪祿(혐기노혜탐녹) : 이미 늙어서도 벼슬을 탐함이 싫어진다. 誓解印兮相從(서해인혜상종) : 맹세하건데 인끈 풀어 그대를 따를지니 何詹尹兮可卜(하첨윤혜가복) : 어찌 첨윤에게 첨쳐봐야 하리오.
高樓望所思(고루망소사) : 높은 누각에서 그리운 곳 바라보니 目極情未畢(목극정미필) : 눈에 가득해도 그리운 마음 끝이 없다. 枕上見千里(침상견천리) : 잠자리에서는 천리 먼 곳 보았으나 牕中窺萬室(창중규만실) : 집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집을 엿본다. 悠悠長路人(유유장노인) : 하염없이 먼 길 가는 사람 曖曖遠郊日(애애원교일) : 어득하게 먼 들판으로 지는 해 惆悵極浦外(추창극포외) : 서글픔은 먼 포구로 나가고 迢遞孤煙出(초체고연출) : 멀리 외로운 안개 빠져나간다. 能賦屬上才(능부속상재) : 시에 능함은 상급의 재주에 속하나 思歸同下秩(사귀동하질) : 고향 생각은 하급 관료인 나와 같아라. 故鄕不可見(고향부가견) : 고향 땅을 바라 볼 수 없으나 雲外空如一(운외공여일) : 구름 밖 흐릿함은 한결같구나.
荒城自蕭索(황성자소색) : 황폐한 성곽은 절로 쓸쓸하고 萬里山河空(만리산하공) : 만 리 먼 산하는 공허하기만 하다. 天高秋日逈(천고추일형) : 하늘 높아 가을해는 아득하고 嘹唳聞歸鴻(요려문귀홍) : 끼룩끼룩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들린다. 寒塘映衰艸(한당영쇠초) : 차가운 연못에는 시든 풀이 비치고 高館落疎桐(고관낙소동) : 높은 별관에는 성긴 오동잎이 떨어진다. 臨此歲方晏(림차세방안) : 저물어 가는 이곳에 서서 顧景詠悲翁(고경영비옹) : 지는 해 바라보며 <사비옹> 시를 읊는다. 故人不可見(고인부가견) : 그리운 친구가 보이지 않아 寂寞平林東(적막평림동) : 평평한 숲 동쪽에 적막함이 깃든다.
設罝守毚ꟙ(설저수참토) : 그물 치고 약은 토끼 지키고 垂釣伺游鱗(수조사유린) : 낚싯대 드리우고 헤엄치는 물고기 살핀다. 此是安日腹(차시안일복) : 이는 편안히 날마다 배 채우는 것이니 非關慕隱倫(비관모은륜) : 은일한 정취를 찾는 무리의 일은 아니어라. 吾生好淸靜(오생호청정) : 내 삶은 맑고 고요함을 좋아하여 蔬食去情塵(소식거정진) : 채식 하면서 정욕의 티끌 털어버리노라. 今子方豪蕩(금자방호탕) : 이제 그대는 막 호탕하게 되어서 思爲鼎食人(사위정식인) : 호화롭게 사는 사람 되기를 생각하는구나. 我家南山下(아가남산하) : 내 집은 남산 아래에 있나니 動息自遺身(동식자유신) : 활동하고 쉬는 일상에 스스로 몸을 잊는다. 入鳥不相亂(입조부상난) : 새들 사이에 끼어 흩어지지 않고 見獸皆相親(견수개상친) : 짐승이 보아도 모두 서로 친숙해졌다. 雲霞成伴侶(운하성반려) : 하늘과 구름이 나의 반려가 되고 虛白侍衣巾(허백시의건) : 맑고 밝은 햇빛은 내 옷과 수건을 비친다. 何事須夫子(하사수부자) : 무슨 일로 반드시 선생이 필요한가 邀予谷口眞(요여곡구진) : 곡구의 정자진 같은 나를 맞아 보아라.
張弟五車書(장제오거서) : 동생 장인은 책이 많아 讀書仍隱居(독서잉은거) : 책을 읽으며 은거해서 산다. 染翰過草聖(염한과초성) : 붓을 들면 초성을 능가하고 賦詩輕子虛(부시경자허) : 시를 지으면 자허를 압도한다. 閉門二室下(폐문이실하) : 숭산 아래서 문 걸어 잠그고 隱居十餘年(은거십여년) : 은거한지 십년이 넘었구나. 宛是野人也(완시야인야) : 완연한 시골 사람 다 되어서 時從漁父魚(시종어부어) : 때로는 어부 따라 고기 잡는다. 秋風日蕭索(추풍일소색) : 가을바람 불어 날로 쓸쓸해지고 五柳高且疎(오류고차소) : 다섯 그루 버드나무 높고도 앙상하다. 望此去人世(망차거인세) : 이를 바라보며 속세를 떨쳐버리고 渡水向吾廬(도수향오려) : 물 건너 나의 오두막으로 오시게나. 歲晏同攜手(세안동휴수) : 해 저물어 같이 잡은 손 只應君與予(지응군여여) : 다만 분명히도 그대와 나 뿐이리라.
吾弟東山時(오제동산시) : 내 동생 산동에 있을 때 心尙一何遠(심상일하원) : 마음은 항상 어찌 그리도 심원한가. 日高猶自臥(일고유자와) : 해가 높이 솟아도 자리에 누워 鍾動始能飯(종동시능반) : 종소리 울려서야 식사를 한다. 領上髮未梳(령상발미소) : 목 위의 머리털은 빗질도 않고 床頭書不卷(상두서부권) : 침상 머리에는 책을 걷지도 않았도다. 淸川興悠悠(청천흥유유) : 맑은 내에 이는 흥취 여유롭고 空林對偃蹇(공림대언건) : 빈 숲 마주보며 마음이 편하다. 靑苔石上淨(청태석상정) : 돌 위의 푸른 이끼 산듯하고 細草松下軟(세초송하연) : 소나무 아래 가는 풀은 부드럽구나. 窓外鳥聲閒(창외조성한) : 창밖으로 새우는 소리 들리고 階前虎心善(계전호심선) : 섬돌 앞의 호랑도 마음이 순하다. 徒然萬像多(도연만상다) : 부질없이 삼라만이 많기도 한데 澹爾太虛緬(담이태허면) : 담담하다, 푸른 하늘 아득하여라. 一知與物平(일지여물평) : 사람도 만물과 평등한 것을 알면 自顧爲人淺(자고위인천) : 사람 된 것도 천한 것임을 절로 돌아보리라. 對君忽自得(대군홀자득) : 그대를 보고 문득 절로 깨닫게 되노니 浮念不煩遣(부념부번견) : 헛된 생각 떨쳐버리는 일 번거로워 하지 않는다.
夜靜羣動息(야정군동식) : 고요한 밤 만물이 휴식하는데 時聞隔林犬(시문격림견) : 때때로 숲 건너 개 짓는 소리 들린다. 卻憶山中時(각억산중시) : 문득 산속에 살던 때가 생각나는데 人家澗西遠(인가간서원) : 인가는 산골 물 서쪽으로 아득히 멀다. 羨君明發去(선군명발거) : 부럽구나, 그대는 날 밝으면 떠나거니 采蕨輕軒冕(채궐경헌면) : 고사리 캐면서 부귀공명을 덧없어 하리라.
風景日夕佳(풍경일석가) : 해 저무는 저녁 풍경이 아름다운데 與君賦新詩(여군부신시) : 그대에게 새로 지은 지를 보내주노라. 澹然望遠空(담연망원공) : 고요히 먼 하늘을 바라보며 如意方支頤(여의방지이) : 여의로는 바로 내 턱을 받치고 있다. 春風動百草(춘풍동백초) : 봄바람 불어 온갖 풀을 흔들고 蘭蕙生我籬(난혜생아리) : 난초와 혜란이 우리 울타리를 흔든다. 曖曖日暖閨(애애일난규) : 어둑하게 해는 안방을 따뜻하게 하고 田家來致詞(전가내치사) : 농부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다. 欣欣春還皐(흔흔춘환고) : 물가 언덕으로 봄날이 짙어간다. 澹澹水生陂(담담수생피) : 출렁이는 물살이 연못에 일고 桃李雖未開(도리수미개) :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피지 않았지만 荑萼滿其枝(이악만기지) : 새순과 꽃봉오리 온 가지에 가득하구나. 請君理還策(청군리환책) : 청하거니, 그대는 돌아갈 지팡이 준비하게나 敢告將農時(감고장농시) : 농사철이 다가 옴을 감히 알리노라.
夜靜羣動息(야정군동식) : 고요한 밤 온갖 생물은 쉬는데 蟪蛄聲悠悠(혜고성유유) : 매미소리는 길고도 처량하여라. 庭槐北風響(정괴배풍향) : 정원 홰나무에 북풍이 울고 日夕方高秋(일석방고추) : 해는 저무는 늦은 가을이로다. 思子整羽翮(사자정우핵) : 너를 생각하노니, 날개를 갖추어 及時當雲浮(급시당운부) : 기회가 오면 구름 위로 솟아야 한다. 吾生將白首(오생장백수) : 나의 인생도 이제 백발이 지는데 歲晏思滄洲(세안사창주) : 한 해가 저무니 한가한 물가가 그립다. 高足在旦暮(고족재단모) : 발길 높이 디딜 날 조만간에 있으리니 肯爲南畝儔(긍위남무주) : 어찌 남쪽 들판에 묻혀 사는 무리 되려나.
單車欲問邊(단거욕문변) : 단신 수레 타고 변경을 순찰하려 屬國過居延(속국과거연) : 전속국 신분으로 거연 땅 지났도다 征蓬出漢塞(정봉출한새) : 길가의 쑥은 중국 국경에서 나오고 歸雁入胡天(귀안입호천) : 돌아가는 기러기 오랑캐 하늘로 난다 大漠孤煙直(대막고연직) : 큰 사막에 외로이 연기만 곧게 솟고 長河落日圓(장하낙일원) : 긴 강물에 지는 해가 둥글구나 蕭關逢候騎(소관봉후기) : 쓸쓸한 국경에서 척후 기병을 만나니 都護在燕然(도호재연연) : 도호께서는 연연산까지 가있다 한다
山月隨客來(산월수객래) : 산에 뜬 달 객을 따라 오고 主人興不淺(주인흥불천) : 주인의 흥취도 옅지는 않도다 今宵竹林下(금소죽림하) : 오늘 밤의 대숲 아래의 정경 誰覺花源遠(수각화원원) : 누가 꽃언덕보다 좋은 것을 알랴 惆愴曙鶯啼(추창서앵제) : 새벽 꾀고리 울음에 마음 아픈데 孤雲還絶巘(고운환절헌) : 외로운 구름은 산봉우리를 가린다
相逢於一笑(상봉어일소) : 웃으며 서로 만나서는 相送還成泣(상송환성읍) : 헤어지며 다시 눈물 흘린다 祖帳已傷離(조장이상리) : 이별 잔치에, 이별로 마음 상하고 荒城復愁入(황성복수입) : 황량한 성에 다시 수심이 든다 天寒遠山淨(천한원산정) : 날은 차갑고, 먼 산은 깨끗하구나 日暮長河急(일모장하급) : 해 저문데 긴 강물은 빠르기도 한다 解纜君已遙(해람군이요) : 닷줄을 풀고, 그대 이미 멀어져가니 望君猶佇立(망군유저립) : 그대를 바라보며 아직도 우두커니 서있다
蠨蛸挂虛牖(소소괘허유) : 거미는 빈 창에 걸려 있고 蟋蟀鳴前除(실솔명전제) : 귀뚜라미는 층계 끝에서 운다 歲晏涼風至(세안량풍지) : 한 해가 늦어지고 서늘한 바람 불고 君子復何如(군자복하여) : 군자는 또한 어떠하신지 高館闃無人(고관격무인) : 높은 객관은 한적하여 아무도 없는데 離居不可道(이거부가도) : 떨어져 삶에야 것에야 무슨 말을 하리 閒門寂已閉(한문적이폐) : 한가한 문은 적적하여 이미 닫혀있고 落日照秋艸(낙일조추초) : 지는 해는 가을풀을 비춘다 雖有近音信(수유근음신) : 근래에 소식이 있었다하나 千里阻河關(천리조하관) : 천리 멀리 강이 막혀도다 中復客汝潁(중복객여영) : 그 사이 그대는 영 땅에 객이 되어 去年歸舊山(거년귀구산) : 작년에 고향으로 돌아왔었지 結交二十載(결교이십재) : 친구가 된지 이제 이십 년인데 不得一日展(부득일일전) : 하루도 만나 회포를 풀지 못했지 貧病子旣深(빈병자기심) : 가난과 병고가 그대에에 이미 깊어 契闊余不淺(계활여부천) : 나에게도 삶의 고통은 덜하지 않았다네 仲秋雖未歸(중추수미귀) : 중추절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暮秋以爲期(모추이위기) : 저움 가을에 만나기를 약속했으니 良會詎幾日(양회거기일) : 그 좋은 만남의 날이 몇일이나 될까 終日長相思(종일장상사) : 종일토록 길이 생각에 잠긴다
落日山水好(낙일산수호) : 지는 해에 산수는 아름다워 漾舟信歸風(양주신귀풍) : 돌아가는 바람에 맡겨 배를 띄웠다 玩奇不覺遠(완기부각원) : 기묘한 경치에 배 멀어진 줄 모르고 因以緣源窮(인이연원궁) : 이로 인하여 근원을 끝까지 찾아들어갔다 遙愛雲木秀(요애운목수) : 아득히 구름과 나무의 수려함을 즐기며 初疑路不同(초의로부동) : 처음에는 가는 길이 아니라고 의심했도다 安知淸流轉(안지청류전) : 어찌 알았으랴, 맑은 물길이 바뀌어 偶與前山通(우여전산통) : 짝이 되어 앞의 산과 통하는 것을 舍舟理輕策(사주리경책) : 배를 버리고 가벼운 지팡이 짚고 걸으니 果然愜所適(과연협소적) : 과연 가는 곳이 있어 흡족해진다 老僧四五人(노승사오인) : 늙은 스님 너댓 사람이 逍遙蔭松栢(소요음송백) : 그늘진 송백나무를 거닐고 있었다 朝梵林未曙(조범림미서) : 아침의 범종소리에 숲은 아직 어두운데 夜禪山更寂(야선산갱적) : 밤의 참선에 산은 다시 적막해지는구나 道心及牧童(도심급목동) : 도인의 마음은 목동에게 미치고 世事問樵客(세사문초객) : 나뭇꾼에게 세상일들을 물어보노라 暝宿長林下(명숙장림하) : 어두워지자 긴 숲 아래서 잠 자고 焚香臥瑤席(분향와요석) : 향불을 피우며 요석에 누워본다 澗芳襲人衣(간방습인의) : 골짜기의 풀향기 사람의 옷에 스려들고 山月映石壁(산월영석벽) : 산에 솟은 달은 바위벽을 비춘다 再尋畏迷悟(재심외미오) : 다시 찾을 때, 길 잃을까 두려워져 明發更登歷(명발갱등력) : 날 새면 출발하여 다시 올라 다녔도다 笑謝桃源人(소사도원인) : 도원의 사람에게 미소로 사례하며 花紅復來覿(화홍복내적) : 꽃이 붉게 피면 다시 와서 보겠노라
閒門秋草色(한문추초색) : 한가로운 문 앞엔 가을 풀빛 終日無車馬(종일무거마) : 종일토록 말과 수레 하나 없다 客來深巷中(객내심항중) : 깊숙한 골목으로 손님 오면 犬吠寒林下(견폐한림하) : 차가운 숲 아래 개가 짖는다 散髮時未簪(산발시미잠) : 때로는 묶지 않은 흩어진 머리칼 道書行尙把(도서항상파) : 도교의 책을 손에 들고 나다닌다 與我同心人(여아동심인) : 나와 마음이 같은 사람들 樂道安貧者(낙도안빈자) : 도를 즐기고 가난에도 마음 편하다 一罷宜城酌(일파의성작) : 의성에서 온 술을 한차례 마시고 還歸洛陽社(환귀낙양사) : 다시 또 낙양사로 되돌아간다
屋上春鳩鳴(옥상춘구명) : 지붕 위에 봄비둘기 울고 邨邊杏花白(촌변행화백) : 마을 주변에 살구꽃이 희다 持斧伐遠揚(지부벌원양) : 도끼를 들고 높은 가지를 베고 荷鋤覘泉脈(하서첨천맥) : 가래를 메고 수맥을 찾아보노라 歸燕識故巢(귀연식고소) : 돌아온 제비는 옛둥지 알아보고 舊人看新曆(구인간신력) : 옛 친구는 새 달력을 보는구나 臨觴忽不御(림상홀부어) : 술잔을 보고도 갑자기 먹 못하고 惆悵遠行客(추창원항객) : 먼 길 떠난 친구 생각에 서글퍼진다
七國雄雌猶未分(칠국웅자유미분) : 칠국의 우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攻城殺將何紛紛(공성살장하분분) : 성을 공격하여 장군 죽이니 어찌 이리도 분분한가 秦兵益圍邯鄲急(진병익위감단급) : 진나라 병사는 더욱더 한단을 급히 포위하는데 魏王不救平原君(위왕부구평원군) : 위나라 왕은 평원군을 구원하려 하지 않는구나 公子爲嬴停駟馬(공자위영정사마) : 공자는 영을 위해 사두마차를 세우고 執轡逾恭意逾下(집비유공의유하) : 말고삐 잡고 더욱더 공경하며 머리 숙인다 亥爲屠肆鼓刀人(해위도사고도인) : 해는 도살장에서 칼을 휘두르는 사람 嬴乃夷門抱關者(영내이문포관자) : 영은 이문의 문지기로다 非但慷慨獻奇謀(비단강개헌기모) : 비분강개하여 기묘한 계책을 바친 것만 아니고 意氣兼將身命酬(의기겸장신명수) : 의기와 신명으로 보답하는 것이었다 向風刎頸送公子(향풍문경송공자) : 바람을 향하여 목을 찌르고 공자에게 보내니 七十老翁何所求(칠십노옹하소구) : 칠십 늙은이에게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終南有茅屋(종남유모옥) : 종남에 초가집 하나 있어 前對終南山(전대종남산) : 앞으로는 종남산 마주보고 있도다 終年無客長閉關(종년무객장폐관) : 해가 다가도록 찾는 손님 없어 오래 문이 닫혔고 終日無心長自閒(종일무심장자한) : 종일토록 무심하여 언제나 마음이 한가하였도다 不妨飮酒復垂釣(부방음주복수조) : 음주나 낚시에 방해 받지 않으니 君但能來相往還(군단능내상왕환) : 다만 그대 찾아와 서로 오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宮女還金屋(궁녀환금옥) : 궁녀는 궁궐로 돌아와 將眠復畏明(장면복외명) : 잠들려는데 밝아질까 다시 두렵다 入春輕衣好(입춘경의호) : 봄에 드니 가벼운 옷이 좋아 半夜薄妝成(반야박장성) : 한밤에도 엷은 옷으로 치장하였다 拂曙朝前殿(불서조전전) : 새벽이 지나자 조정 앞 전각에는 玉墀多佩聲(옥지다패성) : 섬돌 위로 들려오는 패옥소리 많도다
堂上靑絃動(당상청현동) : 당 위에는 거문고줄 움직이고 堂前綺席陳(당전기석진) : 당 앞에는 비단 방석 펴있도다 齊歌盧女曲(제가노녀곡) : 일제히 부르는 노녀곡소리 雙舞洛陽人(쌍무낙양인) : 양무를 치는 낙양 사람들의 춤 傾國徒相看(경국도상간) : 경국지색의 미녀를 바라보니 寧知心所親(녕지심소친) : 어찌 마음으로 좋아하는 이를 알랴
紛進拜兮堂前(분진배혜당전) : 섞이어 나아가 당앞에 절하고 目眷眷兮瓊筵(목권권혜경연) : 구슬로 꾸민 자리 자꾸 바라본다 來不語兮意不傳(내부어혜의부전) : 온다고 말하지 않으니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作暮雨兮愁空山(작모우혜수공산) : 저녘비 내리니, 빈 산은 서글퍼라 悲急管思繁絃(비급관사번현) : 슬픔은 피리소리 빠르고, 마음 악기줄처럼 엉긴다 靈之駕兮儼欲旋(령지가혜엄욕선) : 신령의 수레가 엄숙이 돌려고 한다 雲收兮雨歇(운수혜우헐) : 구름 걷히자 비 내리려 하는데 山靑靑兮水潺潺(산청청혜수잔잔) : 산은 푸르기만 하고 물은 졸졸 흘러간다
坎坎擊鼓魚山之下(감감격고어산지하) : 어산 아래서 둥둥 북을 친다 吹洞簫望極浦(취동소망극포) : 퉁소를 불면서 포구의 끝을 바라본다 女巫進紛屢舞(녀무진분누무) : 무녀들 섞이어 나아가며 여러 번 춤을 춘다 陳瑤席湛淸酤(진요석담청고) : 방울을 펼쳐놓고 맑은 계명주를 즐긴다 風淒淒兮夜雨(풍처처혜야우) : 비내리는 밤, 바람은 쓸쓸히 불어온다 神之來兮不來(신지내혜부내) : 신을 오라하나 신은 오지 않으니 使我心兮苦復苦(사아심혜고복고) : 나의 마음은 괴롭고도 괴롭도다
落日山水好(낙일산수호) : 해질 무렵 산수는 좋아 漾舟信歸風(양주신귀풍) : 흔들흔들 배, 바람에 맡긴다 玩奇不覺遠(완기불각원) : 기이한 경치 보니 먼 줄도 몰라 因以緣源窮(인이연원궁) : 물 근원 끝까지 찾아간다 遙愛雲木秀(요애운목수) : 구름에 닿은 큰 나무들 빼어남이 좋아 初疑路不同(초의로불동) : 처음 길이 물줄기와 다르다 생각했도다 安知淸流轉(안지청류전) : 어찌 알리오, 맑은 물 돌아 흐르는 곳 偶與前山通(우여전산통) : 뜻밖에 앞산과 통하는구나 捨舟理輕策(사주리경책) : 배 버리고 가벼운 지팡이 집고 果然愜所適(과연협소적) : 다다른 곳, 마음에 흡족하도다 老僧四五人(노승사오인) : 늙은 스님 네댓 사람 逍遙蔭松柏(소요음송백) : 송백나무 그늘에서 소요하는구나 朝梵林未曙(조범림미서) : 새벽 독경하는데 숲은 아직 밝지 않아 夜禪山更寂(야선산경적) : 밤 참선에 산은 더욱 적막하구나 道心及牧童(도심급목동) : 깨우친 마음 목동에게 이르고 世事問樵客(세사문초객) : 세상일은 나무꾼에게 묻노라 暝宿長林下(명숙장림하) : 어두워 우거진 숲 속에서 묵으니 焚香臥瑤席(분향와요석) : 향불 살라 정갈한 자리에 눕는다 澗芳襲人衣(간방습인의) : 냇가의 꽃향기는 옷에 스미고 山月映石壁(산월영석벽) : 산 위의 달은 돌벽을 비추는구나 再尋畏迷誤(재심외미오) : 길 잃을까 두려워 다시 찾아보며 明發更登歷(명발경등력) : 날 밝자 다시 오라 주위를 걸어본다 笑謝桃源人(소사도원인) : 웃으며 도화원 속 사람들과 이별하려니 花紅復來覿(화홍복래적) : 복사꽃 붉게 피어 다시 와 만나자 하네
新晴原野曠(신청원야광) : 갓 개인 날에 들판은 더욱 넓어 極目無氛垢(극목무분구) : 끝까지 바라봐도 티끌 한 점 없구나 郭門臨渡頭(곽문림도두) : 성곽 문은 나루와 맞닿아 있고 村樹連溪口(촌수연계구) : 마을 나무들 계곡 입구까지 이어져있다 白水明田外(백수명전외) : 깨끗한 물은 밭 너머 반짝이고 碧峰出山後(벽봉출산후) : 푸른 봉우리는 산 뒤에 솟아있구나 農月無閑人(농월무한인) : 농사철이라 한가한 사람 없으니 傾家事南畝(경가사남무) : 온 집안 사람들 남쪽 밭에서 일하는구나
舊穀行將盡(구곡행장진) :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는데 良苗未可希(량묘미가희) : 햇곡식은 아직 멀었구나 老年方愛粥(노년방애죽) : 늙어서 죽을 좋아하지만 卒歲且無衣(졸세차무의) : 일년 내내 변변한 옷 하나 없다 雀乳靑苔井(작유청태정) : 참새는 파란 이끼 우물에 알을 까고 鷄鳴白板扉(계명백판비) : 닭은 흰 널판지 문짝에서 운다 柴車駕羸牸(시차가리자) : 나무 수레를 파리한 암소가 끌고 草屩牧豪豨(초교목호희) : 짚신 신고 큰 돼지를 친다 夕雨紅榴柝(석우홍류탁) : 저녁 비에 붉은 석류 터지고 新秋綠芋肥(신추록우비) : 가을 드니 푸른 토란이 살찐다 餉田桑下憩(향전상하게) : 밭으로 점심 나르다가 뽕나무 아래서 쉬고 旁舍草中歸(방사초중귀) : 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住處名愚谷(주처명우곡) : 살고 있는 이곳을 <우곡>이라하니 何煩問是非(하번문시비) : 어찌 번거롭게 옳고 그름을 물으리오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 빈 산에 갓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 날씨는 저녁 무렵의 가을이로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 맑은 샘물은 바위 위를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 대숲 소란더니 빨래하는 여인들 돌아가고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 연잎이 흔들리니 고깃배 지나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 마음에 맞는 봄꽃이 없다해도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 왕손은 혼자서 산중에 머무를 만 하도다
龍鍾一老翁(룡종일로옹) : 쇠약한 어느 늙은이 徐步謁禪宮(서보알선궁) : 느린 걸음으로 절을 찾아보았다 欲問義心義(욕문의심의) : <의심(義心)>의 이치를 물으려니 遙知空病空(요지공병공) : 선사는 <공병(空病)>의 공을 깊이 안다 山河天眼裏(산하천안리) : 산하는 천안 속에 있고 世界法身中(세계법신중) : 세계는 법신 가운데 있도다 莫怪銷炎熱(막괴소염열) : 무더위 없애는 것 이상히 여기지 말라 能生大地風(능생대지풍) : 선사는 대지에 바람도 일으킬 수 있도다
積水不可極(적수불가극) : 바다의 큰 물결 끝이 없는데 安知滄海東(안지창해동) : 어찌 이 바다의 동쪽을 알 수 있으리 九州何處遠(구주하처원) : 세상 어느 곳이 이보다 멀까 萬里若乘空(만리약승공) : 만리 공중을 타고 오르는 것 같도다 向國惟看日(향국유간일) : 나라를 향하는데 보이는 것이란 오직 해 歸帆但信風(귀범단신풍) : 돌아가는 배는 다만 바람에 맡긴다 鰲身映天黑(오신영천흑) : 거북이 몸이 하늘빛에 비쳐서 검고 魚眼射波紅(어안사파홍) : 물고기 눈이 파도 사이로 빨갛게 얼른거리네 鄕樹扶桑外(향수부상외) : 고향 나무는 동해 저쪽에 있고 主人孤島中(주인고도중) : 주인은 외로운 섬 안으로 간다네 別離方異域(별리방이역) : 헤어지면 정말로 다른 나라이니 音信若爲通(음신약위통) : 소식이 어떻게 전할 수 있으리오
聖代無隱者(성대무은자) : 태평한 시대에 은자는 없어 英靈盡來歸(영령진내귀) :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조정에 돌아왔다네 遂令東山客(수령동산객) : 산동에 귀양살이 하던 나그네도 不得顧采薇(부득고채미) : 고사리 캐는 생활 할 수 없었던가 旣至金門遠(기지금문원) : 이미 금마문에 이른지 오래지만 孰云吾道非(숙운오도비) : 누가 우리들의 이상이 그릇되다 하리오 江淮度寒食(강회도한식) : 고향 떠나 강회에서 한식을 보내는데 京洛縫春衣(경낙봉춘의) : 장안가 낙양에서는 봄옷을 만드네 置酒長安道(치주장안도) : 장안길에 술자리 마련함은 同心與我違(동심여아위) : 마음 맞는 옛 친구와 이별이라네 行當浮桂棹(항당부계도) : 그대 떠남에 배를 탈 것이니 未几拂荊扉(미궤불형비) : 얼마 되지 않아 그대 집 대문에 닿겠지 遠樹帶行客(원수대항객) : 멀리 보이는 나무 나그네 안고 孤城當落暉(고성당낙휘) : 외로운 성에는 저녁빛이 깔리겠지 吾謀適不用(오모적부용) : 우리들의 생각이 마침 나라에 쓰이지 못하지만 勿謂知音稀(물위지음희) : 참된 친구 드물다고 생각하지 말게나
中歲頗好道(중세파호도) : 중연에 불교를 좀 좋아하여 晩家南山陬(만가남산추) : 만년에는 남산 근처에 집을 마련하였네 興來每獨往(흥래매독왕) : 흥이 일 때마다 혼자 가서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 : 산의 좋은 일은 공연히 스스로 안다네 行到水窮處(행도수궁처) : 거다가 물 다한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 : 앉아서 구름 피어나는 곳을 바라보네 偶然値林叟(우연치임수) : 우연히 숲 속 노인 만나 談笑無還期(담소무환기) : 웃으며 이야기하다 돌아갈 줄도 모른다네
竹逕從初地(죽경종초지) : 처음 좁은 대나무 길 따라 가니 蓮峰出化城(연봉출화성) : 연꽃 같은 봉우리 사이로 절이 나타난다. 窓中三楚盡(창중삼초진) : 창으로 초나라 땅이 다 보이고 林外九江平(임외구강평) : 숲밖엔 동정호 고요히 흘러간다. 嫩草承趺坐(눈초승부좌) : 봄풀 위에 가부좌 하고 앉으니 長松響梵聲(장송향범성) : 높은 소나무에서 독경소리 들려온다. 空居法雲外(공거법운외) : 산의 정상 밖에 혼자 사니 觀世得無生(관세득무생) : 세상일을 바라봄에 생사도 모르겠다.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 : 향적사가 어디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數里入雲峰(수이입운봉) : 멸 리를 걸어서 구름 낀 봉우리에 들어왔다. 古木無人逕(고목무인경) : 고목이 울창한데 사람 다니는 길도 없고 深山何處鐘(심산하처종) : 깊은 산 어느 곳에선가 종소리 들려온다. 泉聲咽危石(천성열위석) : 샘물은 흐르는 소리 높은 바위에 부딪히고 日色冷靑松(일색냉청송) : 햇빛은 푸른 소나무에 차가워라.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 : 저문 저녁 못은 조용한데 安禪制靑龍(안선제청룡) : 편히 앉아 좌선하며 내 마음의 청룡을 제압한다.
風勁角弓鳴(풍경각궁명) : 바람은 거세게 불고 화살은 우는데 將軍獵渭城(장군엽위성) : 장군은 위성에서 사냥을 시작한다. 草枯鷹眼疾(초고응안질) : 풀이 다 말라 송골매도 눈초리 빠르고 雪盡馬蹄輕(설진마제경) : 눈이 녹아 말도 거침없이 빨리 달린다. 忽過新豊市(홀과신풍시) : 문득 신풍시를 지나와 還歸細柳營(환귀세류영) : 세류영에 돌아온다. 回看射鵰處(회간사조처) : 독수리 쏘아 떨어뜨린 곳 돌아보니 千里暮雲平(천리모운평) : 천리 먼 곳까지 저녁 구름 아득하다.
問春桂(문춘계) : 봄 계수나무에게 묻기를 桃李正芳華(도리정방화) : 복숭아와 오얏나무 이제 막 향기로운 꽃 피워 年光隨處滿(연광수처만) : 봄빛이 곳곳에 가득하거늘 何事獨無花(하사독무화) : 무슨 일로 홀로 꽃이 없소 하니 春桂答(춘계답) : 봄 계수나무 대답하기를 春華詎能久(춘화거능구) : 봄꽃이 어찌 오래갈 수 있으리 風霜搖落時(풍상요락시) : 바람과 서리 몰아칠 때는 獨秀君知不(독수군지불) : 나 혼자 빼어난 줄 그대는 아는지 모르지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장마 속 텅 빈 숲, 밥 짓기 어려운데 蒸藜炊黍餉東치(증려취서향동치) . 비름 반찬, 기장밥을 동쪽 밭으로 보낸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노), 넓은 논에는 백로 날아다니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그늘진 나무에 꾀꼬리 지저귄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산중에서 고요함 익혀 아침 무궁화를 보고 松下淸齋折露葵.(송하청재절노규). 소나무 아래서 깨끗이 가다듬고 이슬 맞은 아욱을 ?는다 野老與人爭席罷,(야노여인쟁석파), 나 시골 늙은이는 남들과 자리다툼 그쳤는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갈매기는 어쩌자고 다시 나를 의심하나
渭水自縈秦塞曲,(위수자영진새곡), 위수는 자연스레 진나라의 변새를 둘러쌓고 黃山舊繞漢宮斜.(황산구요한궁사). 황산궁은 한나라 궁궐을 둘러 비껴있다 鑾輿逈出千門柳,(란여형출천문류), 임금의 수레는 멀리 천문의 버들로 나아가고 閣道回看上苑花.(각도회간상원화). 누각의 길을 돌아 상원의 꽃들을 바라본다 雲里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 구름 속 서울에는 쌍봉성 궁궐이 있고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 빗속의 봄 나무엔 만백성의 집들이 있다 爲乘陽氣行時令,(위승양기항시령), 봄기운 타고 시절 행사를 행함이요 不是宸游玩物華.(부시신유완물화). 임금의 놀이 행차는 결코 아니라네
絳幘雞人送曉籌,(강책계인송효주), 붉은 모자 쓴 계인이 새벽 시간 알리니 尙衣方進翠雲裘.(상의방진취운구). 상의에서는 귀한 갓옷을 임금께 올린다 九天閶闔開宮殿,(구천창합개궁전), 구중궁궐 대문 열리고 萬國衣冠拜冕旒.(만국의관배면류). 만국의 벼슬아치 임금께 절을 올린다 日色纔臨仙掌動,(일색재림선장동), 햇빛이 막 솟아오르니 이슬 받는 선인장 접시 움직이고 香煙欲傍袞龍浮.(향연욕방곤룡부). 향기로운 연기 피어올라 곤룡포를 피어오른다 朝罷須裁五色詔,(조파수재오색조), 조회를 마친 후 종이를 잘라 오색조서를 만들어 佩聲歸向鳳池頭.(패성귀향봉지두). 패옥소리 울리며 돌아서서 봉황지로 향한다
中歲頗好道,(중세파호도),중년의 나이에 자못 도를 좋아하여 晩家南山陲.(만가남산수).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집을 지었소 興來美獨往,(흥내미독왕),흥이 나면 좋아서 혼자 다녀와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그 중의 좋은 일은 조용히 나만이 안다네 行到水窮處,(항도수궁처),걷다가 물 다하는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조용히 앉아 구름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본다 偶然値林叟,(우연치림수),우녕히 숲 속 늙은이를 만나 談笑無還期.(담소무환기).웃으며 이야기하다 돌아갈 줄은 모른다네
楚塞三湘接,(초새삼상접),초나라 국경은 삼상에 닿아 있고 荊門九派通.(형문구파통).형문산엔 구파의 물이 모여든다 江流天地外,(강류천지외),강물은 하늘 밖으로 흘러가는데 山色有無中.(산색유무중).산빛은 강 가운데에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郡邑浮前浦,(군읍부전포),도읍은 눈앞의 포구에 떠 있고 波瀾動遠空.(파란동원공).물결은 먼 공중에서 출령인다 襄陽好風日,(양양호풍일),양양 땅의 좋은 바람과 날씨에 留醉與山翁.(류취여산옹).머물러 산골 늙은이와 취하여 볼꺼나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향적사가 있는 곳 알지 못한 채 數里入雲峰.(삭리입운봉).몇 리를 구름 낀 봉우리로 들어드니 古木無人徑,(고목무인경),고목뿐 길 가는 사람 아무고 없고 深山何處鐘?(심산하처종)?깊은 산 어느 어디에서 종이 울리나 泉聲咽危石,(천성열위석),샘물소리 높은 바위에서 우는 듯 하고 日色冷靑松.(일색냉청송).햇빛은 푸른 소나무에 차게 비친다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황혼에 골짜기 맑은 샘 고요하여 安禪制毒龍.(안선제독룡).편안히 선정에 들어 망념을 이겨본다
晩年惟好靜,(만년유호정),만년에는 다만 고요한 것만 좋아 萬事不關心.(만사부관심).세상만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스스로 돌아보아도 묘책이 없어 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덧없이 옛 고향으로 돌아올 것만 생각했다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솔바람 불어 허리띠 풀어놓고 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산에 뜨는 밝은 달은 내가 타는 거문고 비춘다 君問窮通理,(군문궁통리),그대는 궁통한 이치를 묻지만 漁歌入浦深.(어가입포심).고기잡이 노래는 포구 깊숙이 들려온다
太乙近天都,(태을근천도), 태을산은 왕도에 가까워 連山接海隅.(련산접해우). 산이 연이어 바닷가에 닿는다 白雲回望合,(백운회망합), 고개 돌려보니 흰 구름 모여들고 靑靄入看無.(청애입간무). 푸른 안개 모였다가 사라진다 分野中峰變,(분야중봉변), 들의 경계는 가운데 봉우리에 따라 변하고 陰晴衆壑殊.(음청중학수). 흐리고 개임은 골짜기에 따라 달라진다 欲投人處宿,(욕투인처숙), 인가에 투숙하고파 隔水問樵夫.(격수문초부). 물 건너 나무꾼에게 물어본다
淸川帶長薄,(청천대장박), 맑은 개울 긴 숲 끼고 車馬去閑閑.(거마거한한). 수레 타고 한가히 간다 流水如有意,(류수여유의), 흐르는 물은 무슨 마음 있는 듯 하고 暮禽相與還.(모금상여환). 나는 저녁 새와 함께 돌아온다 荒城臨古渡,(황성림고도), 황폐한 성은 옛 나루에 접해있고 落日滿秋山.(낙일만추산). 지는 햇빛 가을 산에 가득하다 迢遞嵩高下,(초체숭고하), 멀리 숭산 아래로 찾아들어 歸來且閉關.(귀내차폐관). 내짐에 돌아와 문을 닫는다
空山新雨后,(공산신우후), 쓸쓸한 산에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내추). 때는 늦어 가을이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밝은 달빛은 소나무 사이로 비춰들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맑은 샘물 돌 위로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대숲 소란하더니 빨래하던 처녀 돌아오고 蓮動下漁舟.(련동하어주). 연꽃 움직이더니 고깃배 내려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제멋대로 자란 봄풀 시들어가는데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왕손도 스스로 머물 만 하네
寒山轉蒼翠,(한산전창취),차가운 가을 산이 검푸르게 변하고 秋水日潺湲.(추수일잔원),가을 물은 날마다 졸졸 흐른다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 나아가 臨風聽暮蟬.(림풍청모선).바람 쏘이며 저문 매미소리를 듣는다 渡頭餘落日,(도두여낙일),나룻머리에 지는 햇살은 남아있고 墟里上孤煙.(허리상고연).작은 마을에는 외로운 연기만 피어오른다 復値接輿醉,(복치접여취),다시 접여처럼 술이 취하여 狂歌五柳前.(광가오류전).오류선생 집 앞에서 미친 듯 노래부른다
漁舟逐水愛山春,(어주축수애산춘),고깃배 물 쫓아 산 속 봄을 사랑하여 兩岸桃花夾古津.(량안도화협고진).양 언덕 복사꽃은 옛 나루까지 덮었구나 坐看紅樹不知遠,(좌간홍수부지원),붉게 물든 나무 구경하다 멀어지는 줄 몰랐더니 行盡靑溪不見人.(항진청계부견인).길이 다한 푸른 개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山口潛行始隈隩,(산구잠항시외오).산 어구를 몰래 걸어드니 구석지고 으슥하더니 山開曠望旋平陸.(산개광망선평륙).산이 열려 드넓은데 평지가 나타난다 遙看一處攢雲樹,(요간일처찬운수),멀리 바라보니, 구름 낀 나무가 모인 곳 있어 近入千家散花竹.(근입천가산화죽).다가가 들어서나 꽃과 대나무 사이로 일천 집이 흩어 있네 樵客初傳漢姓名,(초객초전한성명),찾아 든 나무꾼은 한나라 성명을 전하는데 居人未改秦衣服.(거인미개진의복).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나라 의복 그대로네 居人共住武陵源,(거인공주무능원),이 곳에 사는 사람 같이 무릉원에 머물면서 還從物外起田園.(환종물외기전원).세상 밖에 돌아와서 전원을 일구었다네 月明松下房櫳靜,(월명송하방롱정),달 밝은 소나무 아래 방의 창은 고요하고 日出雲中雞犬喧.(일출운중계견훤).해가 뜨니 구름 속의 닭들이 울어댄다 驚聞俗客爭來集,(경문속객쟁내집),속객 왔다는 소문에 놀라 다투어 모여들러 競引還家問都邑.(경인환가문도읍).다투어 집으로 데려가 사는 고을을 물어보네 平明閭巷掃花開,(평명려항소화개),새벽엔 거리에 꽃을 쓸어 길을 열고 薄暮漁樵乘水入.(박모어초승수입).해질 무렵 어부와 나무꾼 물을 타고 돌아온다 初因避地去人間,(초인피지거인간),처음에는 땅을 피해 인간세상 떠났지만 及至成仙遂不還.(급지성선수부환).여기와 신선되어 돌아가지 않는다네 峽里誰知有人事?(협리수지유인사)?골짝 속을 누가 알까, 사람 일이 있는 줄을 世中遙望空雲山.(세중요망공운산).세상을 멀리 바라보니 헛되이 구름 낀 산만 보인다 不疑靈境難聞見,(부의령경난문견),신령스런 땅을 견문하기 어려운 줄 알자마는 塵心未盡思鄕縣.(진심미진사향현).세상 마음 다 끊지 못해 고향을 그리네 出洞無論隔山水,(출동무논격산수),이 고을 나가서도 떨어진 이곳의 산수를 말하지 않으리니 辭家終擬長游衍.(사가종의장유연).집 떠나 마침내는 생각한다, 오래도록 머물 것을 自謂經過舊不迷,(자위경과구부미),지나온 오래도록 잃지 않기로 스스로 생각했지만 安知峰壑今來變?(안지봉학금내변)?봉우리와 골짜기가 지금 변할 줄을 어찌 알았으랴 當時只記入山深,(당시지기입산심),당시는 다만 산 깊은 곳으로 들어와 靑溪幾曲到雲林.(청계기곡도운림).푸른 시내 몇 굽이나 거쳐 구름 속 숲에 이른 것을 春來遍是桃花水,(춘내편시도화수),봄이 와 온통 복사꽃 계곡이고 不辨仙源何處尋.(부변선원하처심).선원을 알지 못하니 어느 곳을 찾아야 하나
少年十五二十時,(소년십오이십시),소년 나이 열다섯에서 스무 살 적에는 步行奪得胡馬騎.(보항탈득호마기).걸으며 호마를 뺏어 올라탔었다 射殺山中白額虎,(사살산중백액호),산속의 백액호를 활을 쏘아 죽여 肯數鄴下黃鬚兒!(긍삭업하황수아)!업하의 황수아 조조의 아들 조창이라 했다 一身轉戰三千里,(일신전전삼천리),한 몸으로 싸움터로 삼천리를 돌아다니며 一劍曾當百萬師.(일검증당백만사).한 칼로 백만 군사를 감당했었지 漢兵奮迅如霹靂,(한병분신여벽력),한나라 군사 빠르기 벽력과 같았고 虜騎崩騰畏蒺藜.(노기붕등외질려).오랑캐 기병 무너져 날아나기 한려풀 같이 스러졌다 衛靑不敗由天幸,(위청부패유천행),위청이 패배하지 않음은 하늘의 행운이요 李廣無功緣數奇.(리광무공연삭기).이광이 공을 세우지 못함은 운수 탓이라오 自從棄置便衰朽,(자종기치변쇠후),버림받은 후에는 바로 쇠하고 허물어지니 世事蹉跎成白首.(세사차타성백수).세상사 잘못되면 바로 백발이 된다네 昔時飛箭無全目,(석시비전무전목),옛날에는 쏜 화살에 성한 눈이 없었는데 今日垂楊生左肘.(금일수양생좌주).지금은 수양버들이 왼팔꿈치에 돋아나듯 아무것도 아니다 路旁時賣故侯瓜,(노방시매고후과),가난하여 길가에서 때때로 동릉의 오이도 팔고 門前學種先生柳.(문전학종선생류).문전에서 오류선생 버들 심는 것도 배웠다 蒼茫古木連窮巷,(창망고목련궁항),청망히 고목은 가난한 마을로 이어지고 寥落寒山對虛牖.(요낙한산대허유).요락한 한산은 빈 창문으로 들어온다 誓令疏勒出飛泉,(서령소륵출비천),맹세하노니, 소륵에서 샘물 솟게하고 不似穎川空使酒.(부사영천공사주).영천에서 헛되이 술주정은 않겠소 賀蘭山下陣如雲,(하난산하진여운),하난산 아래에서 구름처럼 진치고 羽檄交馳日夕聞.(우격교치일석문).전쟁이 일어나 우격이 오고가는 소리 아침저녁 들려온다 節使三河募年少,(절사삼하모년소),절도사는 삼하에서 소년병을 모집하고 詔書五道出將軍.(조서오도출장군).임금의 조서는 오도에서 장군을 출정시킨다 試拂鐵衣如雪色,(시불철의여설색),철갑옷 먼지 터니 눈같이 부옇고 聊持寶劍動星文.(료지보검동성문).보검을 손에 잡으니 별무늬 움직인다 愿得燕弓射大將,(원득연궁사대장),원하노라, 연궁으로 적의 대장을 쏘아 恥令越甲鳴吾君.(치령월갑명오군).월나라 갑병으로 하여 우리 임금 울린 것을 부끄럽게 하고싶어 莫嫌舊日雲中守,(막혐구일운중수),지난날 설중을 지킨 일 부끄러워 말라 猶堪一戰取功勛!(유감일전취공훈)!오히려 한번 싸워 공훈을 얻겠노라
洛陽女兒對門居,(낙양녀아대문거),낙양의 여자 문을 보고 앉았는데 才可容顔十五餘.(재가용안십오여).겨우 얼굴이 열다섯 살 정도이네 良人玉勒乘驄馬,(량인옥늑승총마),낭군은 옥 굴레 한 청총마 타고 떠나고 侍女金盤膾鯉魚.(시녀금반회리어).시녀는 금 쟁반에 잉어고기 회를 치네 畫閣朱樓盡相望,(화각주누진상망),채색한 화려한 집 붉은 누각 마주보이고 紅桃綠柳垂簷向.(홍도녹류수첨향).붉은 복숭, 푸른 버들 처마향해 드리웠네 羅帷送上七香車,(나유송상칠향거),비단 휘장 보내오면 칠향 수레 올라타고 寶扇迎歸九華帳.(보선영귀구화장).보배 부채 맞이하면 구화 장막 돌아온다 狂夫富貴在靑春,(광부부귀재청춘),미친 신랑 부귀하고 나이도 청춘이라 意氣驕奢劇季倫.(의기교사극계륜).의기가 교만하고 사치하여 부자인 석숭보다 지나치다 自憐碧玉親敎舞,(자련벽옥친교무),벽옥 같은 미녀를 사랑하여 몸소 춤을 가르치고 不惜珊瑚持與人.(부석산호지여인).산호수를 남에게 주는 것도 아까워하지 아니 한다 春窗曙滅九微火,(춘창서멸구미화),봄 창에 새벽 되니 구미화 등불 끄고 九微片片飛花瑣.(구미편편비화쇄).구미화 등불 조각조각 꽃 같이 부서져 날리네 戱罷曾無理曲時,(희파증무리곡시),유희가 끝이 나도 노래 연습할 시간 없고 妝成只是薰香坐.(장성지시훈향좌).화장을 다해도 향기 속에 앉아있다 城中相識盡繁華,(성중상식진번화),성중에 아는 사람은 모두가 부귀한 자 日夜經過趙李家.(일야경과조리가).날마다 지나가네 조가 이가 귀한 집들을 誰憐越女顔如玉,(수련월녀안여옥),그 누가 불쌍히 여겨줄까, 백옥 같은 얼굴로 貧賤江頭自浣紗!(빈천강두자완사)!가난하여 강가에서 빨래하는 월나라 처녀를
艶色天下重(염색천하중), ;여자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 좋아하니 西施寧久微(서시녕구미). ;미인 서시 어찌 시골에 오래도록 묻혀있겠는가 朝爲越溪女(조위월계녀), ;아침에 월나라 개울가 처녀 暮作吳宮妃(모작오궁비). ;저녁에는 궁궐의 왕비가 되었구나 賤日豈殊衆(천일개수중), ;그녀 미천할 때, 뭇 여자들과 무엇이 달랐던가 貴來方悟稀(귀내방오희). ;귀해지니 드문 줄 알았네 邀人傅脂粉(요인부지분), ;화장도 남시켜 하고 不自著羅衣(부자저나의). ;비단 옷도 자신이 직접 입지 않았소 君寵益嬌態(군총익교태), ;임금이 총애하면 교태 더욱 늘어나고 君憐無是非(군련무시비). ;임금이 위해주어 잘잘못도 모른다네 當時浣紗伴(당시완사반), ;지난 날 빨래하던 동료들 莫得同車歸(막득동거귀). ;누구도 같이 선택되어 같이 가지 못 했네 持謝鄰家子(지사린가자), ;이웃 여자에게 사랑받는 법 알려주어도 效顰安可希(효빈안가희)! ;찡그려도 총애 받는 일 어찌 바랄 수 있으리
斜光照墟落(사광조허낙), ; 지는 해 가난한 촌락 비추고 窮巷牛羊歸(궁항우양귀). ; 좁은 마을길로 소와 양떼들 돌아온다. 野老念牧童(야노념목동), ; 촌로는 목동을 걱정하여 倚杖候荊扉(의장후형비). : 지팡이 집고 사립문에 나와 기다린다. 雉雊麥苗秀(치구맥묘수), ; 꿩 울음소리에 보리 이삭 패고 蠶眠桑葉稀(잠면상엽희). : 누에잠에 뽕나무 잎이 줄어든다. 田夫荷鋤立(전부하서립) : 농부는 괭이 메고 서서 相見語依依(상견어의의). ; 서로 보며 나누는 이야기 아쉬워한다. 卽此羨閑逸(즉차선한일), ; 이런 정경에 한가함이 너무 부러워 悵然吟式微(창연음식미). ; 창연히 시경의 “식미”편을 읊어본다.
푸른 개울물 言入黃花川(언입황화천), ;황화천에 들어와 每逐靑溪水(매축청계수). ;푸른 개울물 쫓아간다 隨山將萬轉(수산장만전), ;물 흐르는 산을 따라, 만 굽이를 돌았으나 趣途無百里(취도무백리). ;길은 백리도 못갔네 聲喧亂石中(성훤난석중), ;흩어진 바위 돌에 물소리 요란하고 色靜深松里(색정심송리). ;깊은 소나무 고을, 경치는 고요하다. 漾漾泛菱荇(양양범능행), ;마름풀은 둥둥 떠다니고 澄澄映葭葦(징징영가위). ;물에 비친 갈대는 맑기도 하구나 我心素已閑(아심소이한), ;내 마음 본래 한가로워 淸川澹如此(청천담여차). ;맑은 개울물 담박하기 내 마음 같구나 請留盤石上(청류반석상), ;청컨대 너른 바위에 앉아 垂釣將已矣(수조장이의). ;낚싯대 드리우고 이렇게 살리라.
聖代無隱者(성대무은자), ;태평성대에는 숨어 사는 선비 없고 英靈盡來歸(영령진내귀). ;뛰어난 인재들 모두 조정에 나온다네 遂令東山客(수령동산객), ;동산에 숨어 살던 그대도 不得顧采薇(부득고채미). ;고사리 캐는 생활 견디자 못하는 구료 旣至金門遠(기지금문원), ;그대 과거엔 떨어졌지만 孰云吾道非(숙운오도비)? ;누가 우리의 생각이 그릇되다 말할까 江淮度寒食(강회도한식), ;강회에서 한식을 지나니 京洛縫春衣(경낙봉춘의). ;장안과 낙양에서는 벌써 봄옷을 만드는구나 置酒長安道(치주장안도), ;장안 가는 길에 술상 차려 同心與我違(동심여아위). ;마음 맞는 그대, 나와 이별하네 行當浮桂棹(항당부계도), ;그대 반드시 배를 타리니 未几拂荊扉(미궤불형비). ;배는 빨라서 앉기도 전에 집에 닿으리 遠樹帶行客(원수대항객), ;멀리 나무들은 길가는 나그네를 안아 들이고 孤城當落暉(고성당낙휘). ;쓸쓸한 성에는 저녁노을 지리라 吾謀適不用(오모적부용), ;우리들의 생각 쓰이지 못한다고 勿謂知音稀(물위지음희). ;결코 진실한 사람 적다고 말하지 말자.
下馬飮君酒(하마음군주), ;말에서 내려 그대에게 한잔 술을 권하며 問君何所之(문군하소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君言不得意(군언부득의), ;그대는 뜻을 얻지 못하여 歸臥南山陲(귀와남산수). ;남산 부근에 돌아가 살겠다고 하네 但去莫復聞(단거막복문), ;다만 떠난 후 다시 소식 없어도 白雲無盡時(백운무진시). ;흰 구름은 다할 때가 없겠지
一公棲太白(일공서태백) : 도사 한 분이 태백산에 거하니 高頂出雲烟(고정출운연) : 높은 산봉우리 구름 밖에 솟았다. 梵流諸壑遍(범류제학편) : 진리는 여러 골짜기에 두루 퍼지고 花雨一峰偏(화우일봉편) : 꽃비는 산봉우리에 두루 떨어진다. 迹爲無心隱(적위무심은) : 스님의 종적은 무심적멸에 숨었고 名因立敎傳(명인립교전) : 이름은 교화로 인해 알려졌도다. 鳥來還語法(조래환어법) : 돌아와 불법 설하니 새도 날아오고 客去更安禪(객거경안선) : 사람들 떠나고 나면 다시 선정에 든다. 晝涉松路盡(주섭송로진) : 낮에 소나무 길을 끝까지 걸어 暮投蘭若邊(모투난약변) : 저물어 산사에 투숙한다. 洞房隱深竹(동방은심죽) : 동방은 대나무 숲 깊숙이 가려 있고 淸夜聞遙泉(청야문요천) : 맑은 밤에 아득한 샘물 소리 들린다. 向是雲霞裏(향시운하리) : 좀금 전에는 구름과 놀 속에 있었는데 今成枕席前(금성침석전) : 지금은 잠자리 앞에 앉있다. 豈惟留暫宿(기유류잠숙) : 어찌 다만 잠시 머물러 묵어가랴 服事將窮年(복사장궁년) : 평생토록 불법을 섬기며 살리라.
無才不敢累明時(무재부감누명시) : 재주 없어 밝은 세상에 누가 되기 싫어 思向東溪守故籬(사향동계수고리) : 동쪽 냇가로 돌아가 고향 울타리 지키리라. 不厭尙平婚嫁早(부염상평혼가조) : 상평이 자식 혼일 일찍 마친 일 싫지 않으나 卻嫌陶令去官遲(각혐도령거관지) : 도연명이 관직을 버림이 늦음이 도리어 싫어라. 草堂蛩響臨秋急(초당공향림추급) : 초당에 귀뚜라미 소리 가을에 더욱 절박하고 山裏蟬聲薄暮悲(산리선성박모비) : 산속 매미소리 저녁에 더욱 슬퍼진다. 寂寞柴門人不到(적막시문인부도) : 적막한 사립문에 사람은 찾지 않으니 空牀獨與白雲期(공상독여백운기) : 쓸쓸한 평상에서 혼자 구름과 기약하노라.
不到東山向一年(부도동산향일년) : 동산에 오지 않은 지도 일년이 가까워 歸來纔及種春田(귀내재급종춘전) : 돌아오니 막 밭에 봄 씨앗 뿌리는 때이로다. 雨中草色綠堪染(우중초색녹감염) : 빗속 풀색은 만물을 녹색으로 물들일 듯하고 水上桃花紅欲然(수상도화홍욕연) : 물가의 복숭아꽃은 불타듯이 붉어라. 優婁比丘經論學(우루비구경논학) : 석가모니 제자인 우루 스님 경을 론하는 스님 傴僂丈人鄕里賢(구루장인향리현) : 곱사등이 노인 같은 향리의 여러 어진 분들. 披衣倒屣且相見(피의도사차상견) : 옷 걷고 신 거꾸로 끌며 서로 맞이하며 相歡語笑衡門前(상환어소형문전) : 허름한 가로 나무 문 앞에서 환담하며 웃는다.
春樹繞宮牆(춘수요궁장) : 봄 나무 궁궐 담장을 두르고 春鶯囀曙光(춘앵전서광) : 봄날 꾀꼬리 아침 햇빛 속에 지저귄다. 忽驚啼暫斷(홀경제잠단) : 갑자기 놀라 지저귐을 잠시 멈추고 移處弄還長(이처농환장) : 다른 곳으로 옮겨도 끝없이 지저귄다. 隱葉棲承露(은섭서승노) : 잎 사이에 숨어서 승로대에 깃들고 攀花出未央(반화출미앙) : 꽃가지 당기며 미앙궁을 나가 날아간다. 游人未應返(유인미응반) : 떠도는 사람 아직 돌아가지 못하니 爲此始思鄕(위차시사향) : 꾀꼬리들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한다.
居延城外獵天驕(거연성외렵천교) : 거연성 밖으로 사냥하는 하늘의 교만한 오랑캐 白草連天野火燒(백초련천야화소) : 백초는 하늘에 닿아 들불처럼 타는구나. 暮雲空磧時驅馬(모운공적시구마) : 저문 구름 드리운 빈 사막으로 때때로 말 달리고 秋日平原好射鵰(추일평원호사조) : 가을날 평편한 들판에 수리 쏘아 잡기에 좋아라. 護羌校尉朝乘障(호강교위조승장) : 호강 교위는 아침부터 보루에 오르고 破虜將軍夜渡遼(파노장군야도료) : 파로 장군은 밤에 요하를 건너는구나. 玉靶角弓珠勒馬(옥파각궁주늑마) : 옥 보검과 짐승 뼈 장식 활과 수슬 단 굴레를 한 말 漢家將賜霍嫖姚(한가장사곽표요) : 한나라에서는 장차 곽거병 장군에게 내리리라.
前年槿籬故(전년근리고) : 지난 해 무궁화 울타리 낡아 今作藥欄成(금작약난성) : 금년에는 약초 울타리 만들었구나. 香草爲君子(향초위군자) : 향초는 진정 군자답고 名花是長卿(명화시장경) : 이름 난 꽃은 곧 사마상여이어라. 水穿盤石透(수천반석투) : 물방울은 바위를 뚫어 나오고 藤繫古松生(등계고송생) : 등나무는 오래된 소나무 감아 자란다. 畫畏開廚走(화외개주주) : 그림이 상자를 열고 달아날까 두려워 來蒙倒屣迎(내몽도사영) : 찾으니 신 거꾸로 신고 나오는 환대 받았다. 蔗漿菰米飯(자장고미반) : 나를 위해 사탕수수 즙과 고미 밥을 갖춰 蒟醬露葵羹(구장노규갱) : 그대의 필발을 곁들인 아욱죽도 끓였구나. 頗識灌園意(파식관원의) : 조금 알겠다, 은자가 농원에 물주는 뜻과 於陵不自輕(오능부자경) : 오릉자가 스스로를 경시하지 아니하였음을.
上蘭門外草萋萋(상난문외초처처) : 상란문 밖에 풀이 무성한 곳 未央宮中花裏栖(미앙궁중화리서) : 미앙궁 안, 꽃 속에 깃들어 산다. 亦有相隨過御苑(역유상수과어원) : 임금을 따르면 궁궐을 나다니지만 不知若箇向金隄(부지야개향금제) : 어느 것이 제방뚝을 향할지 모른다. 入春解作千般語(입춘해작천반어) : 봄날이 되니 온갖 말들을 하여 拂曙能先百鳥啼(불서능선백조제) : 어둑한 새벽에는 뭇 새들보다 먼저 운다. 萬戶千門應覺曉(만호천문응각효) : 만호천문 황궁에서는 응당 새벽을 알겠지만 建章何必聽鳴雞(건장하필청명계) : 건장궁에서 어찌 반드시 닭 우는 소리 들어야 하나.
際曉投巴峽(제효투파협) : 동틀 녘에 파협에 이르니 餘春憶帝京(여춘억제경) : 늦은 봄이라 서울이 그리워라. 晴江一女浣(청강일녀완) : 맑은 강가에 빨래하는 한 여인 朝日衆雞鳴(조일중계명) : 아침 해에 닭들이 운다. 水國舟中市(수국주중시) : 물 많은 지방, 배 안에서 장이 서고 山橋樹杪行(산교수초항) : 산 속 잔교는 나뭇가지 끝을 걷는 듯 하다. 登高萬井出(등고만정출) : 높이 오르니 수많은 마을들이 나타나고 眺逈二流明(조형이류명) : 멀리 바라보니 두 강물이 밝게 빛난다. 人作殊方語(인작수방어) : 사람들은 온통 사투리를 쓰고 鶯爲舊國聲(앵위구국성) : 꾀꼬리는 고향 말을 한다. 賴諳山水趣(뇌암산수취) : 풍성한 산수의 정취에 기대어 稍解別離情(초해별리정) : 조금이나마 이별의 정을 달래본다.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 술 따라 그대에게 주니 그대여 관대하라 人情翻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 인정이란 물결과 같이 뒤집히는 법이니라.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 늙도록 서로 알고지내도 오히려 칼을 뽑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 부귀를 먼저 이룬 사람은 갓 트는 자 비웃는다.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 풀색은 완전히 곧게 자라 가랑비에 촉촉이 젖고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 꽃가지 움직이려하니 봄바람이 차갑다.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 세상사 뜬 구름 같으니 어찌 물어볼까 不如高臥且加餐(부여고와차가찬) : 차라리 자연에 고고히 누워 몸을 기름만 못하다오.
重門朝已啓(중문조이계) : 겹겹의 문이 아침에 이미 열려 起坐聽車聲(기좌청거성) : 일어나 앉아서 수레소리 듣는다. 要欲聞淸珮(요욕문청패) : 맑은 패옥소리 들리려하는데 方將出戶迎(방장출호영) : 막 문을 나아가 맞으려 하였다. 晩鐘鳴上苑(만종명상원) : 새벽 종소리 상원에서 들려오고 疎雨過春城(소우과춘성) : 성긴 비가 봄날 성을 지나간다. 了自不相顧(요자부상고) : 결국 그대 찾아와 보지 않는데 臨堂空復情(림당공복정) : 마루에 나가 공연히 정을 품는다.
秋空自明逈(추공자명형) : 가을 하늘은 절로 밝고도 아득하니 況復遠人間(황복원인간) : 하물며 다시 인간 세상을 벗어났음에야. 暢以沙際鶴(창이사제학) : 모래가에 학이 있어 상쾌한데 兼之雲外山(겸지운외산) : 구름 밖의 산이 있어 기분이 더한다. 澄波澹將夕(징파담장석) : 맑은 물결은 출렁이는데 저녁이 다가오고 淸月皓方閒(청월호방한) : 청명한 달은 밝아 바야흐로 한가롭구나. 此夜任孤棹(차야임고도) : 이러한 밤, 나는 외로운 배에 몸을 맡기고 夷猶殊未還(이유수미환) : 주저하며 특별히 아직 돌아가지 못한다.
好讀高僧傳(호독고승전) : <고승전> 읽기를 좋아하시어 時看辟穀方(시간벽곡방) : 때때로 벽곡술 적은 방문을 보신다. 鳩形將刻杖(구형장각장) : 비둘기 모양을 지팡이에 새기고 龜殼用支牀(구각용지상) : 거북껍질을 써서 침상을 괴시었다. 柳色春山映(유색춘산영) : 버드나무 빛은 봄산에 비치고 梨花夕鳥藏(리화석조장) : 배꽃 사이로 저녁 새가 숨어든다. 北牕桃李下(배창도리하) : 북쪽 창가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아래 閒坐但焚香(한좌단분향) : 한가히 앉아 다만 향불만 피우고 있다.
野老才三戶(야노재삼호) : 시골 늙은이 사는 집, 겨우 세 가구 邊邨少四鄰(변촌소사린) : 변방 고을에는 이웃도 적구나. 婆娑依里社(파사의리사) : 옷자락 너울거리며 마을 신당에 가서 簫鼓賽田神(소고새전신) : 피리 불고 북 치면서 지신을 제사한다. 灑酒澆芻狗(쇄주요추구) : 꼴로 만든 개에 술 붓고 물 뿌리고 焚香拜木人(분향배목인) : 향불 피우고 나무 우상에 절을 한다. 女巫紛屢舞(녀무분누무) : 여자 무당은 어지러이 온갖 춤을 추니 羅襪自生塵(나말자생진) : 비단 버선에서는 절로 먼지가 인다.
絶域陽關道(절역양관도) : 아주 머나 먼 땅, 양관가는 길 胡煙與塞塵(호연여색진) : 오랑캐 땅 연기와 변방의 먼지. 三春時有雁(삼춘시유안) : 석 달 봄철에도 기러기가 날고 萬里少行人(만리소항인) : 아득한 만리길에는 행인도 드물어라. 苜蓿隨天馬(목숙수천마) : 말먹이 목숙 풀도 천마 따라 오고 蒲桃逐漢臣(포도축한신) : 포도는 한나라 사신 쫓아 들어왔어라. 當令外國懼(당령외국구) : 마땅히 외국으로 하여금 두려워 不敢覓和親(부감멱화친) : 감히 다시는 화친 구하게 하지 말게나.
不識陽關路(부식양관노) : 양관 길을 알지 못하고서 新從定遠侯(신종정원후) : 새로 정훤후를 따라가는구나. 黃雲斷春色(황운단춘색) : 누런 구름은 봄빛을 끊고 畫角起邊愁(화각기변수) : 장식 뿔피리 변방 근심 일으킨다. 瀚海經年別(한해경년별) : 한해로 떠나는 이별의 몇 년간 交河出塞流(교하출색류) : 교하의 강물은 변방을 나와 흐른다. 須令外國使(수령외국사) : 모름지기 외국의 사신으로 知飮月支頭(지음월지두) : 월지국 왕 머리로 술 마심 알게 하라.
送君從此去(송군종차거) : 이곳에서 떠나는 그대 전송하려니 轉覺故人稀(전각고인희) : 더욱 친구가 드문 것을 깨달았도다. 徒御猶回首(도어유회수) : 마부와 수레 탄 사람도 돌아보니 田園方掩扉(전원방엄비) : 전원의 오막살이에 사립문 있도다. 出門當旅食(출문당려식) : 문을 나서면 나그네 처지 되리니 中路授寒衣(중노수한의) : 가다가 두툼한 솜옷이나 보내리라. 江漢風流地(강한풍류지) : 장강과 한수 사이 풍류 서린 땅에서 游人何處歸(유인하처귀) : 떠도는 나그네 어디쯤에서 돌아오려나.
草色日向好(초색일향호) : 풀빛은 날마다 좋아지고 桃源人去稀(도원인거희) : 도원에는 사람들 가버려 드물다. 手持平子賦(수지평자부) : 손에 평자 장형의 귀전부 들고 目送老萊衣(목송노래의) : 눈앞에 노래자의 색동옷 입은 사람 보낸다. 每候山櫻發(매후산앵발) : 매번 산앵두 필 시절마다 時同海燕歸(시동해연귀) : 바다로 제비 돌아올 때와 함께 하는구나. 今年寒食酒(금년한식주) : 올 해 한식날 술 마실 쯤에는 應得返柴扉(응득반시비) : 반드시 고향 사립문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單車曾出塞(단거증출색) : 단거로 변방에 나갔었고 報國敢邀勳(보국감요훈) : 나라에 보답할 뿐 공적을 바랄까. 見逐張征虜(견축장정노) : 이제 정로 장비를 쫓아 今思霍冠軍(금사곽관군) : 이제 관군 곽거병을 생각한다. 沙平連白雪(사평련백설) : 사막은 흰 눈이 연이어 있고 蓬卷入黃雲(봉권입황운) : 쑥대는 말려 누런 구름 속에 든다. 慷慨倚長劍(강개의장검) : 강개하며 긴 칼을 차고 高歌一送君(고가일송군) : 목청껏 노래 불러 그대를 전송한다.
松菊荒三徑(송국황삼경) : 소나무 국화 우거진 황폐한 세 갈래 길 있고 圖書共五車(도서공오거) : 책은 많아 다섯 수레에 가득하도다. 烹葵邀上客(팽규요상객) : 아욱나물 삶아 귀한 손님 맞으니 看竹到貧家(간죽도빈가) : 대나무 감상하려 가난한 집에 오셨단다. 雀乳先春草(작유선춘초) : 참새는 봄풀이 돋기 전에 새끼를 까고 鶯啼過落花(앵제과낙화) : 꾀꼬리는 꽃 지는 시절이 지났어도 울고 있다. 自憐黃髮暮(자련황발모) : 누렇게 된 머리, 인생의 말년을 슬퍼하노니 一倍惜年華(일배석년화) : 갑절로 남은 세월을 아끼며 살아가리라.
漁舟逐水愛山春(어주축수애산춘) : 고깃배로 물 딸라 산속 봄을 즐겨보니 兩岸桃花夾去津(양안도화협거진) : 양쪽 언덕 복숭아꽃 지나는 나루터를 끼고 있다. 坐看紅樹不知遠(좌간홍수부지원) : 꽃과 나무 앉아 구경하느라 먼 줄도 모르고 行盡靑溪不見人(항진청계부견인) : 푸른 개울까지 걸어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山口潛行始隈隩(산구잠항시외오) : 산굴로 몰래 걸어가니 처음엔 후미지고 으슥한데 山開曠望旋平陸(산개광망선평륙) : 산이 넓은 전망이 열려 곧 평원으로 되었다. 遙看一處攢雲樹(요간일처찬운수) : 멀리 한 곳을 살펴보니 구름과 산이 모여 있어 近入千家散花竹(근입천가산화죽) : 가까이 들어가니 집집이 꽃과 대나무가 흩어져있다. 樵客初傳漢姓名(초객초전한성명) : 나무꾼이 처음에는 한나라 성명을 전하고 居人未改秦衣服(거인미개진의복) : 그곳 사는 사람들은 아직 진나라 시대 옷을 바꾸지 않았다. 居人共住武陵源(거인공주무능원) : 주민들은 무릉의 도화원에 함께 살며 還從物外起田園(환종물외기전원) : 세상에서 돌아와 전원을 일으켰도다. 月明松下房櫳靜(월명송하방롱정) : 달은 소나무 아래에 밝아 창문가로 조용하고 日出雲中雞犬喧(일출운중계견훤) : 해는 구름 속에서 뜨고 닭과 개소리 시끄럽다. 驚聞俗客爭來集(경문속객쟁내집) : 세상 손님 찾아왔다는 소문 놀라 듣고서 競引還家問都邑(경인환가문도읍) : 다투어 집으로 데려가 고향 마을 소식을 묻는다. 平明閭巷掃花開(평명려항소화개) : 날이 밝자 마을 골목길을 꽃을 쓸어 열고 薄暮漁樵乘水入(박모어초승수입) : 해질 녘에 어부와 나무꾼은 배를 타고 들어온다. 初因避地去人間(초인피지거인간) : 처음에는 난리를 피하여 인간세상 떠났으나 更聞成仙遂不還(경문성선수부환) : 다시 선경을 이루고는 마침내 돌아가지 않았다. 峽裏誰知有人事(협리수지유인사) : 협곡 속에서 인간의 삶이 있을 줄을 누가 알까 世中遙望空雲山(세중요망공운산) : 세상에서 아득히 보면 쓸쓸한 구름 덮인 산이로다. 不疑靈境難聞見(부의령경난문견) : 신령한 경지를 찾아보기 어려움을 생각도 못하고 塵心未盡思鄕縣(진심미진사향현) : 세상 마음 다하지 못하고 고향 고을 그리워한다. 出洞無論隔山水(출동무논격산수) : 동굴을 나와서는 산과 물 건너는 것 가리지 않고 辭家終擬長游衍(사가종의장유연) : 집 떠나 끝내는 길이 도화원에 놀고 싶어 하였다. 自謂經過舊不迷(자위경과구부미) : 스스로 지나가 본 옛 길은 잃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安知峯壑今來變(안지봉학금내변) : 봉우리와 골짜기가 지금은 변해진 것을 어찌 알았으랴. 當時只記入山深(당시지기입산심) : 당시에 단지 기억나는 노니,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靑溪幾度到雲林(청계기도도운림) : 푸른 계곡물을 몇 번이나 건너 구름 긴 숲에 이렀던가. 春來徧是桃花水(춘내편시도화수) : 봄이 되니 온통 복숭아꽃 떠 흐르는 물이라 不辨仙源何處尋(부변선원하처심) : 선경의 도화원을 어느 곳에서 찾을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洛陽女兒對門居(낙양녀아대문거) : 대문 맞은 편에 낙양의 처녀가 사는데 纔可顔容十五餘(재가안용십오여) : 겨우 열다섯 살에 용모가 아름답다. 良人玉勒乘驄馬(량인옥늑승총마) : 낭군은 옥장 장식 준마 타고 侍女金盤膾鯉魚(시녀금반회리어) : 시녀는 금쟁반에 잉어회를 바친다. 畫閣朱樓盡相望(화각주누진상망) : 화려한 집 붉은 누대에 진종일 마주보며 紅桃綠柳垂簷向(홍도녹류수첨향) : 붉은 복숭아 푸른 버들 처마 향해 늘어졌다. 羅帷送上七香車(나유송상칠향거) : 비단 휘장에 칠향거에 태워져 오르고 寶扇迎歸九華帳(보선영귀구화장) : 귀한 부채로 맞아들여 구화장 침실로 든다. 狂夫富貴在靑春(광부부귀재청춘) : 호탕한 지아비들 부귀는 어릴 적부터 있었고 意氣驕奢劇季倫(의기교사극계륜) : 의기는 방탕하고 차치함이 계륜보다 심하도다. 自憐碧玉親敎舞(자련벽옥친교무) : 스스로 미인들을 좋아하여 직접 춤을 가르치고 不惜珊瑚持與人(부석산호지여인) : 산호 보석 남에게 주는 것도 아끼지 않았도다. 春窓曙滅九微火(춘창서멸구미화) : 봄날 창가에 날이 밝아야 화려한 구미등불 끄고 九微片片飛花璅(구미편편비화소) : 구미 등잔에 불꽃이 편편히 꽃가루처럼 날린다. 戲罷曾無理曲時(희파증무리곡시) : 놀이가 끝남에 음악 익일 시간이 없어 妝成祗是薰香坐(장성지시훈향좌) : 화장이나 하고서는 향기만 풍기며 앉아있도다. 城中相識盡繁華(성중상식진번화) : 성안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 모두가 부호들이요 日夜經過趙李家(일야경과조리가) : 밤낮으로 조비연과 이평 같은 귀부인들이도다. 誰憐越女顔如玉(수련월녀안여옥) : 누가 어여삐 여길까, 여인의 얼굴이 옥 같아도 貧賤江頭自浣紗(빈천강두자완사) : 가난하고 천해서 강 가에서 빨래나 하는 것을.
淸溪一道穿桃李(청계일도천도리) : 맑은 개울 한 줄기 복숭아, 오얏나무 새로 흐르고 演漾綠蒲涵白芷(연양녹포함백지) : 출렁이는 물결엔 푸른 부들, 물 속에 잠긴 흰 어수리 溪上人家凡幾家(계상인가범기가) : 개울 위 인가는 무릇 몇 집이나 되던가 落花半落東流水(낙화반낙동류수) : 낙화는 절반이 동으로 흐르는 물에 떨어진다. 蹴踘屢過飛鳥上(축국누과비조상) : 공을 차다가 몇 번이나 나아가는 새 위로 지나고 鞦韆競出垂楊裏(추천경출수양리) : 그네는 수양버들 안에서 다투어 나타나는구나. 少年分日作遫游(소년분일작칙유) : 소년은 한창시절에는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나니 不用淸明兼上巳(부용청명겸상사) : 반드시 청명일이니 상사일이니를 따질 필요가 없도다.
所思竟何在(소사경하재) : 그리운 분, 당신은 결국 어디 계신지요 悵望深荊門(창망심형문) : 참망히 깊숙한 형문산을 바라봅니다. 擧世無相識(거세무상식) : 온 세상에 알아주는 하나 없으니 終身思舊恩(종신사구은) : 죽도록 지난 은혜 생각하고 있습니다. 方將與農圃(방장여농포) : 이제 농사를 밭농사에 뛰어들어 藝植老邱園(예식노구원) : 채소를 심으며 전원에서 늙어가렵니다. 目盡南飛鳥(목진남비조) : 남으로 날아가는 새를 끝까지 바라봅니다. 何由寄一言(하유기일언) : 어찌해야 한 마디라도 전할 수 있을까요.
寒山轉蒼翠(한산전창취) : 차가운 산이 짙푸르게 변해가고 秋水日潺湲(추수일잔원) : 가을 냇물은 날마다 졸졸 흘러간다.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 : 사립문 밖에서 지팡이 집고서 臨風聽暮蟬(임풍청모선) : 바람 맞으며 저문 매미 소리 듣는다. 渡頭餘落日(도두여낙일) : 나루터에 석양빛 감돌고 墟里上孤煙(허리상고연) : 마을 위로 피어오르는 외로운 연기 復値接輿醉(복치접여취) : 다시 접여를 만나 술에 취하여 狂歌五柳前(광가오류전) : 오류 선생 앞에서 미친 듯 노래하리라.
寒更傳曉箭(한경전효전) : 차가운 저녁북소리 새벽을 알리고 淸鏡覽衰顔(청경람쇠안) : 맑은 거울에 초췌한 얼굴 비춰본다. 隔牖風驚竹(격유풍경죽) : 창 밖에는 바람 불어 대나무 놀라고 開門雪滿山(개문설만산) : 문을 여니 눈이 산에 가득하구나. 灑空深巷靜(쇄공심항정) : 눈발 공중에 날리니 골목이 조용하고 積素廣庭閒(적소광정한) : 쌓인 흰 눈에 넓은 뜰이 한가하다. 借問袁安舍(차문원안사) : 묻노니, 한나라 선비 원안의 집안에 翛然尙閉關(소연상폐관) : 태연자약하게 아직도 문 닫고 있을까.
一從歸白社(일종귀백사) : 한 번 백사로 돌아온 뒤로 不復到靑門(부복도청문) : 다시는 청문에 가지 않았다. 時倚簷前樹(시의첨전수) : 때로 처마 앞 나무에 기대어 遠看原上邨(원간원상촌) : 멀리 언덕 위 마을을 바라본다. 靑菰臨水映(청고림수영) : 푸른 줄 풀이 물에 비취 있고 白鳥向山翻(백조향산번) : 흰 새는 산을 향해 날개짓 한다. 寂寞於陵子(적막오릉자) : 적막하게 살고 있는 오릉자 桔槹方灌園(길고방관원) : 두레박질로 남새밭에 물을 준다.
宿雨乘輕屐(숙우승경극) : 지난 밤비에 가려운 나막신 신고 春寒著敝袍(춘한저폐포) : 봄날이 차가워 떨어진 솜옷 입었다. 開畦分白水(개휴분백수) : 논을 터고 맑은 물 나누어 대는데 間柳發紅桃(간류발홍도) : 버드나무 사이로 붉은 복사꽃이 핀다. 草際成碁局(초제성기국) : 풀섶 끝에서 바둑을 두는데 林端擧桔槹(림단거길고) : 나무 숲 끝에는 두레박틀을 들린다. 還持鹿皮几(환지녹피궤) : 돌아가 사슴가죽 안석을 가져와서 日暮隱蓬蒿(일모은봉호) : 저무는 저녁 풀밭에 숨어 사노라.
谷口疎鐘動(곡구소종동) : 골짜기 어귀에 은은한 종소리 울리고 漁樵稍欲稀(어초초욕희) : 어부와 목동의 발길 조금씩 드물어진다. 悠然遠山暮(유연원산모) : 한가로이 먼 산은 저물어 가는데 獨向白雲歸(독향백운귀) : 나 홀로 흰 구름 향하여 돌아간다. 菱蔓弱難定(능만약난정) : 마름덩굴 가늘어 그만 있지 못하고 楊花輕易飛(양화경역비) : 버들 꽃은 가벼워 흩날리기 쉽구나. 東皐春草色(동고춘초색) : 동쪽 들판에는 온통 봄날의 풀빛인데 惆悵掩柴扉(추창엄시비) : 서글프고 한스러워 사립문을 닫아본다.
門前洛陽客(문전낙양객) : 문 앞에 반가운 낙양의 손님 下馬拂征衣(하마불정의) : 말에서 내려와 나들이옷을 튼다. 不枉故人駕(부왕고인가) : 친구가 찾아와 주지 않아 平生多掩扉(평생다엄비) : 평소에 늘 사립문을 닫아 두었소. 行人返深巷(항인반심항) : 행인들은 깊숙한 골목으로 돌아가고 積雪帶餘暉(적설대여휘) : 쌓인 눈 위에는 석양빛이 물들었소. 早歲同袍者(조세동포자) : 어린 시절 같이 솜옷 입었던 사람아 高車何處歸(고거하처귀) : 수레 몰고 어디로 그냥 돌아가려 했소.
晩年唯好靜(만년유호정) : 늙으니 고요함이 좋아져서 萬事不關心(만사부관심) : 일마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 :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대책 없어 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 : 옛 고향 숲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았다.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 : 솔바람 불어와 허리띠를 풀어헤치고 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 : 산에 뜬 달은 거문고 치는 이를 비춘다. 君問窮通理(군문궁통리) : 궁하고 통하는 이치를 묻노니 漁歌入浦深(어가입포심) :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은 곳으로 들린다.
靑靑山上松(청청산상송) : 푸르고 푸른 산 위의 저 소나무 數里不見今更逢(수리부견금경봉) : 몇 리를 가도 이제 다시 만나보지 못해 不見君心相憶(부견군심상억) : 너를 보지 못하니 마음에 그리움만 쌓인다. 此心向君君應識(차심향군군응식) : 너를 향한 이 마음, 너도 응당 알리라. 爲君顔色高且閒(위군안색고차한) : 그대의 안색이 고고하고도 한가롭고 亭亭逈出浮雲間(정정형출부운간) : 정정하게도 저 뜬 구름 사이로 아득히 솟은 때문이오.
寧棲野樹林(영서야수림) : 차라리 들판의 숲에 깃들고 寧飮澗水流(녕음간수류) : 골짜기의 흐르는 물을 마시리라. 不用食粱肉(부용식량육) : 좋은 밥에 고기반찬 먹으려고 崎嶇見王侯(기구견왕후) : 기구하게 왕과 제후를 찾지 않겠다. 鄙哉匹夫節(비재필부절) : 투박하고도 평범한 절개로 布褐將白頭(포갈장백두) : 무명옷 삼베옷 입고 백두로 살리라. 任智誠則短(임지성칙단) : 지혜로 살아감은 진정 내 적성은 아니니 守仁固其優(수인고기우) : 어진 마음 지킴이 그 장점을 확실히 한다. 側聞大君子(측문대군자) : 대략 듣자니, 위대한 군자님이야 安問黨與讎(안문당여수) : 어찌 내 편 네 편을 따지겠는가. 所不賣公器(소부매공기) : 그래서 국가 공직을 결코 팔지 않고 動爲蒼生謀(동위창생모) : 행하는 일 보두가 백성을 위한 정책이오. 賤子跪自陳(천자궤자진) : 못난 제가 무릎 끓고 스스로 아뢰오니 可爲帳下不(가위장하부) : 당신의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합니다. 感激有公議(감격유공의) : 공정한 논의가 있다면 감격하겠지만 曲私非所求(곡사비소구) : 사사로운 처리는 바라는 것이 아니지요.
屛居淇水上(병거기수상) : 기수 가에 숨어 사노니 東野曠無山(동야광무산) : 동편 들판은 넓어서 산도 없다. 日隱桑柘外(일은상자외) : 해는 뽕나무 밖으로 숨고 河明閭井間(하명려정간) : 강물은 마을 사이로 밝게 비친다. 牧童望邨去(목동망촌거) : 목동은 마을을 바로 보며 떠나고 田犬隨人還(전견수인환) : 사냥개는 주인을 따라 돌아간다. 靜者始何事(정자시하사) : 은자가 무슨 일을 시작하랴 荊扉乘晝關(형비승주관) : 사립문은 낮에 닫아놓고 있어라.
翩翩繁華子(편편번화자) : 득의만만한 귀공자들 多出金張門(다출금장문) : 무시로 고관대작의 집을 출입한다네. 幸有先人業(행유선인업) : 요행히도 선조의 업적이 있어 早蒙明主恩(조몽명주은) : 명군의 은혜를 어려서 입어서 라네. 童年且未學(동년차미학) : 어려서는 더구나 배우지도 못하고 肉食騖華軒(육식무화헌) : 고기만 먹으면서 화려한 수레만 달린다네. 豈乏中林士(개핍중림사) : 어찌 숨어사는 선비 없을까만 無人獻至尊(무인헌지존) : 황제에게 추천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네. 鄭公老泉石(정공노천석) : 정공은 샘과 바위 사이에서 늙어가고 霍子安邱樊(곽자안구번) : 곽 선생은 언덕과 동산에서 편히 사신다네. 賣藥不二價(매약부이가) : 약초를 팔아도 일정한 가격을 부르고 著書盈萬言(저서영만언) : 책을 지은 것이 만언이 되었다네. 息陰無惡木(식음무악목) : 결코 나쁜 나무 그늘에 쉬지 않고 飮水必淸源(음수필청원) : 물은 반드시 맑은 언덕의 샘물만 마신다네. 吾賤不及議(오천부급의) : 나는 천박하여 사람을 평가할 수 없어 斯人竟誰論(사인경수논) : 이 분들을 끝내 누가 논평할 수 있을까.
寶劍千金裝(보검천금장) : 보물과 칼 그리고 천금을 꾸려 登君白玉堂(등군백옥당) : 군왕의 백옥당에도 올랐다. 身爲平原客(신위평원객) : 처지는 평원군의 식객처럼 되었고 家有邯鄲娼(가유감단창) : 집안에는 한단 가희들도 두었다. 使氣公卿座(사기공경좌) : 공경이 앉은 자리에서 의기도 부렸고 論心游俠場(논심유협장) : 유협인들 노는 곳에서 어울리기도 했다. 中年不得志(중년부득지) : 중년에 뜻을 얻지 못하자 謝病客游梁(사병객유량) :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양나라에 떠도는구나.
汎舟入滎澤(범주입형택) : 배 띄워서 형택으로 드니 茲邑迺雄藩(자읍내웅번) : 이 고을은 강성한 번국이도다. 河曲閭閻隘(하곡려염애) : 강물은 굽이돌고 마을은 좁은데 川中煙火繁(천중연화번) : 내 안쪽에서는 연기가 자욱하다 因人見風俗(인인견풍속) : 사람들 모습에서 풍속이 나타나고 入境聞方言(입경문방언) : 경내로 들어가니 사투리가 들린다. 秋晩田疇盛(추만전주성) : 가을 저녁 들판은 풍요롭고 朝光市井喧(조광시정훤) : 아침 햇살에 시장이 시끄럽다. 漁商波上客(어상파상객) : 어부와 상인은 물가에서 흥정하고 雞犬岸旁邨(계견안방촌) : 닭과 개는 언덕 근처 고을에서 운다. 前路白雲外(전노백운외) : 앞길은 흰 구름 밖으로 나있고 孤帆安可論(고범안가논) : 외로운 돛단배 길을 어찌 논할 수 있나.
汎舟大河裏(범주대하리) : 큰 강물에 배를 띄우고 積水窮天涯(적수궁천애) : 모여든 물길이 하늘까지 뻗힌다. 天波忽開拆(천파홀개탁) : 하늘과 물결이 갑자기 열려 羣邑千萬家(군읍천만가) : 뭇 고을 수천 집들이 나타난다. 行復見城市(항복견성시) : 가다가 다시 성시가 보이고 宛然有桑麻(완연유상마) : 어렴풋이 뽕밭과 삼밭이 나타난다. 廻瞻舊鄕國(회첨구향국) : 고개 돌려 고향 땅 바라보니 淼漫連雲霞(묘만련운하) : 가득한 강물 구름과 놀에 닿아있다.
喬木萬餘株(교목만여주) : 키 큰 교목이 만여 그루 있는데 淸流貫其中(청류관기중) : 맑은 물이 그 안을 뚫고 흐른다. 前臨大川口(전림대천구) : 앞으로는 큰 내의 어귀가 보이고 豁達來長風(활달내장풍) : 확 트여 있어서 긴 바람 불어온다. 漣漪涵白沙(련의함백사) : 잔잔한 물결 백사장으로 젖어들고 素鮪如遊空(소유여유공) : 흰 다랑어는 허공을 헤엄치는 듯하다. 偃臥盤石上(언와반석상) : 너럭바위 위에 누우니 翻濤沃微躬(번도옥미궁) : 출렁이는 물결이 내 몸을 씻어준다. 潄流復濯足(수류복탁족) : 흐르는 물에 양치하고 발도 씻으며 前對釣魚翁(전대조어옹) : 눈앞으로 고기 낚는 노인을 바라본다. 貪餌凡幾許(탐이범기허) : 낚싯밥 탐하는 물고기 얼마나 되나 徒思蓮葉東(도사련섭동) : 물고기는 연잎 동쪽 놀이만 생각하는데...
秋月臨高城(추월림고성) : 가을 달빛 아래 높은 성에 올라보니 城中管絃思(성중관현사) : 성 안 음악소리에 그리운 생각 짙어진다. 離人堂上愁(리인당상수) : 이별한 사람은 방안에서 시름겨운데 稚子階前戲(치자계전희) : 어린 아이는 계단에서 놀고만 있구나. 出門復映戶(출문복영호) : 문 밖에 나서니 달빛은 다시 창문을 비추는데 望望靑絲騎(망망청사기) : 청사고삐 화려한 말을 아득히 찾아본다. 行人過欲盡(항인과욕진) : 행인들의 발길도 다 끊어지는데 狂夫終不至(광부종부지) : 기다리는 지아비는 끝내 오지 않는다. 左右寂無言(좌우적무언) : 이웃들도 쓸쓸히 말이 없고 相看共垂淚(상간공수누) : 바라보며 서로가 눈물만 떨어뜨리는구나.
步出城東門(보출성동문) : 성 동문으로 걸어 나가 試騁千里目(시빙천리목) : 천리 먼 곳까지 다려본다. 靑山橫蒼林(청산횡창림) : 청산은 푸른 숲에 가로 눕고 赤日團平陸(적일단평륙) : 붉은 해는 평원에 둥글다. 渭北走邯鄲(위배주감단) : 위수 북쪽은 한단으로 달리고 關東出函谷(관동출함곡) : 관동지역은 함곡관을 나와서다. 秦地萬方會(진지만방회) : 진나라 땅으로 만방이 모이고 來朝九州牧(내조구주목) : 조회 온 전국의 지방관들이 있다. 雞鳴咸陽中(계명함양중) : 함양성 안에 닭이 울고 冠蓋相追逐(관개상추축) : 고관대작은 서로 찾아다닌다. 丞相過列侯(승상과렬후) : 승사은 제후들과 서로 오고가며 羣公餞光祿(군공전광녹) : 여러 공경들은 광록경을 전송한다. 相如方老病(상여방노병) : 사마상여는 이제 늙고 병들자 獨歸茂陵宿(독귀무능숙) : 홀로 무릉으로 돌아와 머물렀도다.
靑靑楊柳陌(청청양류맥) : 푸르고 푸른 버드나무 거리 陌上別離人(맥상별리인) : 거리에는 떠나는 사람 있어라. 愛子游燕趙(애자유연조) : 자식이 연나라와 조나라 땅으로 유랑가고 高堂有老親(고당유노친) : 집에는 홀로 늙은 부모님만 남았어라. 不行無可養(부항무가양) : 떠나지 않으려니 부모 봉양 어렵고 行去百憂新(항거백우신) : 떠나자니 온갖 근심이 새롭구나. 切切委兄弟(절절위형제) : 절절히 남은 형제에게 부탁하고 依依向四鄰(의의향사린) : 아쉬워하며 이웃들을 돌아본다. 都門帳飮畢(도문장음필) : 도성 성문 밖에서 이별의 술자리 끝나니 從此謝親賓(종차사친빈) : 여기서 육친과 이웃들과 떠나야 한다네. 揮淚逐前侶(휘루축전려) : 눈물을 닦으며 앞 사람을 따라가니 含悽動征輪(함처동정륜) : 처연함을 머금고 길 떠나는 수레를 움직인다. 車徒望不見(거도망부견) : 수레 탄 사람들, 이제 보아도 보이지 않고 時時起行塵(시시기항진) : 때때로 길 먼지만 일어난다. 余亦辭家久(여역사가구) : 나도 집 떠나온 지 오래라서 看之淚滿巾(간지누만건) : 이 광경을 보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다.
送君盡惆悵(송군진추창) : 그대 보내려니 너무나 서러워 復送何人歸(복송하인귀) : 다시 누가 돌아감을 배웅하게 될까. 幾日同攜手(기일동휴수) : 며칠 동안 같이 손잡고 노닐다가 一朝先拂衣(일조선불의) : 하루아침에 먼저 옷자락 떨치고 가는구나. 東山有茅屋(동산유모옥) : 동산에 한 초가집 있어 幸爲掃荊扉(행위소형비) : 바라기는, 날 위해 사립문 쓸어주게나. 當亦謝官去(당역사관거) : 나도 벼슬 버리고 떠나리니 豈令心事違(개령심사위) : 어찌 마음에 정한 일 그르치게 하리요.
秋色有佳興(추색유가흥) : 가을빛에 좋은 감흥 일어나니 況君池上閒(황군지상한) : 하물며, 형님 계신 연못의 한가함이야. 悠悠西林下(유유서림하) : 유유히 서쪽 숲 아래 살면서 自識門前山(자식문전산) : 문 앞산의 정취를 절로 알았어라 千里橫黛色(천리횡대색) : 천리 멀리 검푸른 산빛 가로 뻗히고 數峯出雲間(수봉출운간) : 많은 산봉우리들 구름 사이로 솟아있다. 嵯峨對秦國(차아대진국) : 높고 험산 산이 진나라 땅과 마주보고 合沓藏荊關(합답장형관) : 모여 든 산맥은 사립대문에 가리웠구나. 殘雨斜日照(잔우사일조) : 떨어져 남은 빗방울에 지는 해 빛나고 夕嵐飛鳥還(석남비조환) : 저녘 산기운 속으로 나는 새 돌아온다. 故人今尙爾(고인금상이) : 옛 친구는 지금도 이러하건만 歎息此頹顔(탄식차퇴안) : 이 늙은 내 얼굴에 탄식만 나는구나.
君子盈天階(군자영천계) : 군자가 온통 조정에 가득하니 小人甘自免(소인감자면) : 소인은 기꺼이 스스로 물러났었다. 方隨鍊金客(방수련금객) : 이제는 단약 만드는 도사를 따라 林上家絶巘(림상가절헌) : 숲 속 높고도 험한 곳에 집을 지었다. 背嶺花未開(배령화미개) : 뒤 언덕에는 아직 꽃이 피지도 않고 入雲樹深淺(입운수심천) : 구름에 잠긴 나무들 깊은 듯 얕은 듯하다. 淸晝猶自眠(청주유자면) : 맑은 대낮인데도 절로 잠이 오고 山鳥時一囀(산조시일전) : 산새들은 가끔씩 한바탕 지저귄다.
寥落雲外山(요낙운외산) : 구름 넘어 산 쓸쓸한데 迢遙舟中賞(초요주중상) : 아득히 배 안에서 풍경을 본다. 鐃吹發西江(뇨취발서강) : 징과 피리 소리에 그대 서강으로 떠나니 秋空多淸響(추공다청향) : 가을 하늘에 온통 맑은 소리 가득하다. 地逈古城蕪(지형고성무) : 땅은 아득하고 옛성에 풀 무성한데 月明寒潮廣(월명한조광) : 달은 밝고 차가운 물결 한없이 넓어라. 時賽敬亭神(시새경정신) : 때 맞춰 경정산 산신에게 제사 올리고 復解罟師網(복해고사망) : 다시 어부의 거물을 풀어 방생을 한다. 何處寄相思(하처기상사) : 어느 곳에 그리움을 부쳐보려나 南風吹五兩(남풍취오량) : 남풍은 뱃고물에 붙은 오량에 불어온다.
嗟余扑喪(차여복상) : 아, 나는 다운 사람 잃었으니 哀此孤生(애차고생) : 애달프다, 이 외로운 인생이여. 屛居藍田(병거남전) : 남전에 숨어 살며 薄地躬耕(박지궁경) : 척박한 땅 몸소 경작하노라. 歲晏輸梲(세안수탈) : 한 해가 저물면 세금 바치고 以奉粢盛(이봉자성) : 곡식 가득 담이 조상께 올리노라. 晨往東皐(신왕동고) : 새벽에 동쪽들로 나아가니 艸露未晞(초노미희) : 풀잎에 이슬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다. 暮看煙火(모간연화) : 저물면 연기 바라보며 負擔來歸(부담내귀) : 짐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我聞有客(아문유객) : 손님 찾아왔다는 소식 듣고 足掃荊扉(족소형비) : 사립문 앞 충분히 쓸어둔다. 簞食伊何(단식이하) : 소쿠리에 담긴 음식은 무엇인가 副瓜抓棘(부과조극) : 쪼개 놓은 수박과 따 놓은 대추로다. 羣厠羣賢(군측군현) : 여러 어진 이들과 무리지어 어울려 皤然一老(파연일노) : 머리 희어진 한 늙은이가 되었구나. 媿無莞簟(괴무완점) : 부끄럽게도 돗자리나 대자리도 하나 없어 班荊席藁(반형석고) : 싸리나무 나누고 볏자리 깔았도다. 汎泛登陂(범범등피) : 물에 배 띄워 연못에 올라 折彼荷花(절피하화) : 저 연꽃을 꺾어보노라. 淨觀素鮪(정관소유) : 맑은 물에 흰 물고기 구경하니 俯映白沙(부영백사) : 굽어보니 흰 모래 바닥에 비친다. 山鳥羣飛(산조군비) : 산새는 떼 지어 날고 日隱輕霞(일은경하) : 해는 엷은 저녁놀 속으로 숨는다. 登車上馬(등거상마) : 수레에 오르고 말에 올라 떠나려니 倏忽雨散(숙홀우산) : 문득 내리는 비가 흩어진다. 雀噪荒邨(작조황촌) : 참새는 황량한 마을에서 지저귀고 雞鳴空館(계명공관) : 닭 우는 소리 빈 집에서 들려온다. 還復幽獨(환복유독) : 다시 그윽한 고독으로 돌아오니 重欷累嘆(중희누탄) : 다시 탄식하고 또 거듭 탄식하노라.
山寂寂兮無人(산적적혜무인) : 산속은 적막하고 사람은 아무도 없어 又蒼蒼兮多木(우창창혜다목) : 게다가 짙푸르게도 나무도 많도다. 羣龍兮滿朝(군룡혜만조) : 수많은 유능한 신하들 조정에 가득한데 君何爲兮空谷(군하위혜공곡) : 그대는 어찌하여 빈 골짝에 남아 있는가. 文寡和兮思深(문과화혜사심) : 화답이 적은 글은 사상이 깊고 道難知兮行獨(도난지혜항독) : 알기 어려운 진리는 행하기도 외로워라. 悅石上兮流泉(열석상혜류천) : 즐거워라, 돌 위를 흐르는 샘물 與松門兮艸屋(여송문혜초옥) : 소나무 문과 초가집이로다. 入雲中兮養雞(입운중혜양계) : 구름 속 깊이 들어 닭을 기르고 上山頭兮抱犢(상산두혜포독) : 산머리에 올라 송아지를 안아 기른다. 神與棗兮如瓜(신여조혜여과) : 신선이 대추를 주니 참외처럼 크고 虎賣杏兮收穀(호매행혜수곡) : 호랑이는 살구 팔아 곡식을 사는구나. 愧不才兮妨賢(괴부재혜방현) : 재능 없이 어진 인재 등용을 방해함이 부끄럽고 嫌旣老兮貪祿(혐기노혜탐녹) : 이미 늙어서도 벼슬을 탐함이 싫어진다. 誓解印兮相從(서해인혜상종) : 맹세하건데 인끈 풀어 그대를 따를지니 何詹尹兮可卜(하첨윤혜가복) : 어찌 첨윤에게 첨쳐봐야 하리오.
高樓望所思(고루망소사) : 높은 누각에서 그리운 곳 바라보니 目極情未畢(목극정미필) : 눈에 가득해도 그리운 마음 끝이 없다. 枕上見千里(침상견천리) : 잠자리에서는 천리 먼 곳 보았으나 牕中窺萬室(창중규만실) : 집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집을 엿본다. 悠悠長路人(유유장노인) : 하염없이 먼 길 가는 사람 曖曖遠郊日(애애원교일) : 어득하게 먼 들판으로 지는 해 惆悵極浦外(추창극포외) : 서글픔은 먼 포구로 나가고 迢遞孤煙出(초체고연출) : 멀리 외로운 안개 빠져나간다. 能賦屬上才(능부속상재) : 시에 능함은 상급의 재주에 속하나 思歸同下秩(사귀동하질) : 고향 생각은 하급 관료인 나와 같아라. 故鄕不可見(고향부가견) : 고향 땅을 바라 볼 수 없으나 雲外空如一(운외공여일) : 구름 밖 흐릿함은 한결같구나.
荒城自蕭索(황성자소색) : 황폐한 성곽은 절로 쓸쓸하고 萬里山河空(만리산하공) : 만 리 먼 산하는 공허하기만 하다. 天高秋日逈(천고추일형) : 하늘 높아 가을해는 아득하고 嘹唳聞歸鴻(요려문귀홍) : 끼룩끼룩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들린다. 寒塘映衰艸(한당영쇠초) : 차가운 연못에는 시든 풀이 비치고 高館落疎桐(고관낙소동) : 높은 별관에는 성긴 오동잎이 떨어진다. 臨此歲方晏(림차세방안) : 저물어 가는 이곳에 서서 顧景詠悲翁(고경영비옹) : 지는 해 바라보며 <사비옹> 시를 읊는다. 故人不可見(고인부가견) : 그리운 친구가 보이지 않아 寂寞平林東(적막평림동) : 평평한 숲 동쪽에 적막함이 깃든다.
設罝守毚ꟙ(설저수참토) : 그물 치고 약은 토끼 지키고 垂釣伺游鱗(수조사유린) : 낚싯대 드리우고 헤엄치는 물고기 살핀다. 此是安日腹(차시안일복) : 이는 편안히 날마다 배 채우는 것이니 非關慕隱倫(비관모은륜) : 은일한 정취를 찾는 무리의 일은 아니어라. 吾生好淸靜(오생호청정) : 내 삶은 맑고 고요함을 좋아하여 蔬食去情塵(소식거정진) : 채식 하면서 정욕의 티끌 털어버리노라. 今子方豪蕩(금자방호탕) : 이제 그대는 막 호탕하게 되어서 思爲鼎食人(사위정식인) : 호화롭게 사는 사람 되기를 생각하는구나. 我家南山下(아가남산하) : 내 집은 남산 아래에 있나니 動息自遺身(동식자유신) : 활동하고 쉬는 일상에 스스로 몸을 잊는다. 入鳥不相亂(입조부상난) : 새들 사이에 끼어 흩어지지 않고 見獸皆相親(견수개상친) : 짐승이 보아도 모두 서로 친숙해졌다. 雲霞成伴侶(운하성반려) : 하늘과 구름이 나의 반려가 되고 虛白侍衣巾(허백시의건) : 맑고 밝은 햇빛은 내 옷과 수건을 비친다. 何事須夫子(하사수부자) : 무슨 일로 반드시 선생이 필요한가 邀予谷口眞(요여곡구진) : 곡구의 정자진 같은 나를 맞아 보아라.
張弟五車書(장제오거서) : 동생 장인은 책이 많아 讀書仍隱居(독서잉은거) : 책을 읽으며 은거해서 산다. 染翰過草聖(염한과초성) : 붓을 들면 초성을 능가하고 賦詩輕子虛(부시경자허) : 시를 지으면 자허를 압도한다. 閉門二室下(폐문이실하) : 숭산 아래서 문 걸어 잠그고 隱居十餘年(은거십여년) : 은거한지 십년이 넘었구나. 宛是野人也(완시야인야) : 완연한 시골 사람 다 되어서 時從漁父魚(시종어부어) : 때로는 어부 따라 고기 잡는다. 秋風日蕭索(추풍일소색) : 가을바람 불어 날로 쓸쓸해지고 五柳高且疎(오류고차소) : 다섯 그루 버드나무 높고도 앙상하다. 望此去人世(망차거인세) : 이를 바라보며 속세를 떨쳐버리고 渡水向吾廬(도수향오려) : 물 건너 나의 오두막으로 오시게나. 歲晏同攜手(세안동휴수) : 해 저물어 같이 잡은 손 只應君與予(지응군여여) : 다만 분명히도 그대와 나 뿐이리라.
吾弟東山時(오제동산시) : 내 동생 산동에 있을 때 心尙一何遠(심상일하원) : 마음은 항상 어찌 그리도 심원한가. 日高猶自臥(일고유자와) : 해가 높이 솟아도 자리에 누워 鍾動始能飯(종동시능반) : 종소리 울려서야 식사를 한다. 領上髮未梳(령상발미소) : 목 위의 머리털은 빗질도 않고 床頭書不卷(상두서부권) : 침상 머리에는 책을 걷지도 않았도다. 淸川興悠悠(청천흥유유) : 맑은 내에 이는 흥취 여유롭고 空林對偃蹇(공림대언건) : 빈 숲 마주보며 마음이 편하다. 靑苔石上淨(청태석상정) : 돌 위의 푸른 이끼 산듯하고 細草松下軟(세초송하연) : 소나무 아래 가는 풀은 부드럽구나. 窓外鳥聲閒(창외조성한) : 창밖으로 새우는 소리 들리고 階前虎心善(계전호심선) : 섬돌 앞의 호랑도 마음이 순하다. 徒然萬像多(도연만상다) : 부질없이 삼라만이 많기도 한데 澹爾太虛緬(담이태허면) : 담담하다, 푸른 하늘 아득하여라. 一知與物平(일지여물평) : 사람도 만물과 평등한 것을 알면 自顧爲人淺(자고위인천) : 사람 된 것도 천한 것임을 절로 돌아보리라. 對君忽自得(대군홀자득) : 그대를 보고 문득 절로 깨닫게 되노니 浮念不煩遣(부념부번견) : 헛된 생각 떨쳐버리는 일 번거로워 하지 않는다.
夜靜羣動息(야정군동식) : 고요한 밤 만물이 휴식하는데 時聞隔林犬(시문격림견) : 때때로 숲 건너 개 짓는 소리 들린다. 卻憶山中時(각억산중시) : 문득 산속에 살던 때가 생각나는데 人家澗西遠(인가간서원) : 인가는 산골 물 서쪽으로 아득히 멀다. 羨君明發去(선군명발거) : 부럽구나, 그대는 날 밝으면 떠나거니 采蕨輕軒冕(채궐경헌면) : 고사리 캐면서 부귀공명을 덧없어 하리라.
風景日夕佳(풍경일석가) : 해 저무는 저녁 풍경이 아름다운데 與君賦新詩(여군부신시) : 그대에게 새로 지은 지를 보내주노라. 澹然望遠空(담연망원공) : 고요히 먼 하늘을 바라보며 如意方支頤(여의방지이) : 여의로는 바로 내 턱을 받치고 있다. 春風動百草(춘풍동백초) : 봄바람 불어 온갖 풀을 흔들고 蘭蕙生我籬(난혜생아리) : 난초와 혜란이 우리 울타리를 흔든다. 曖曖日暖閨(애애일난규) : 어둑하게 해는 안방을 따뜻하게 하고 田家來致詞(전가내치사) : 농부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다. 欣欣春還皐(흔흔춘환고) : 물가 언덕으로 봄날이 짙어간다. 澹澹水生陂(담담수생피) : 출렁이는 물살이 연못에 일고 桃李雖未開(도리수미개) :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피지 않았지만 荑萼滿其枝(이악만기지) : 새순과 꽃봉오리 온 가지에 가득하구나. 請君理還策(청군리환책) : 청하거니, 그대는 돌아갈 지팡이 준비하게나 敢告將農時(감고장농시) : 농사철이 다가 옴을 감히 알리노라.
夜靜羣動息(야정군동식) : 고요한 밤 온갖 생물은 쉬는데 蟪蛄聲悠悠(혜고성유유) : 매미소리는 길고도 처량하여라. 庭槐北風響(정괴배풍향) : 정원 홰나무에 북풍이 울고 日夕方高秋(일석방고추) : 해는 저무는 늦은 가을이로다. 思子整羽翮(사자정우핵) : 너를 생각하노니, 날개를 갖추어 及時當雲浮(급시당운부) : 기회가 오면 구름 위로 솟아야 한다. 吾生將白首(오생장백수) : 나의 인생도 이제 백발이 지는데 歲晏思滄洲(세안사창주) : 한 해가 저무니 한가한 물가가 그립다. 高足在旦暮(고족재단모) : 발길 높이 디딜 날 조만간에 있으리니 肯爲南畝儔(긍위남무주) : 어찌 남쪽 들판에 묻혀 사는 무리 되려나.
單車欲問邊(단거욕문변) : 단신 수레 타고 변경을 순찰하려 屬國過居延(속국과거연) : 전속국 신분으로 거연 땅 지났도다 征蓬出漢塞(정봉출한새) : 길가의 쑥은 중국 국경에서 나오고 歸雁入胡天(귀안입호천) : 돌아가는 기러기 오랑캐 하늘로 난다 大漠孤煙直(대막고연직) : 큰 사막에 외로이 연기만 곧게 솟고 長河落日圓(장하낙일원) : 긴 강물에 지는 해가 둥글구나 蕭關逢候騎(소관봉후기) : 쓸쓸한 국경에서 척후 기병을 만나니 都護在燕然(도호재연연) : 도호께서는 연연산까지 가있다 한다
山月隨客來(산월수객래) : 산에 뜬 달 객을 따라 오고 主人興不淺(주인흥불천) : 주인의 흥취도 옅지는 않도다 今宵竹林下(금소죽림하) : 오늘 밤의 대숲 아래의 정경 誰覺花源遠(수각화원원) : 누가 꽃언덕보다 좋은 것을 알랴 惆愴曙鶯啼(추창서앵제) : 새벽 꾀고리 울음에 마음 아픈데 孤雲還絶巘(고운환절헌) : 외로운 구름은 산봉우리를 가린다
相逢於一笑(상봉어일소) : 웃으며 서로 만나서는 相送還成泣(상송환성읍) : 헤어지며 다시 눈물 흘린다 祖帳已傷離(조장이상리) : 이별 잔치에, 이별로 마음 상하고 荒城復愁入(황성복수입) : 황량한 성에 다시 수심이 든다 天寒遠山淨(천한원산정) : 날은 차갑고, 먼 산은 깨끗하구나 日暮長河急(일모장하급) : 해 저문데 긴 강물은 빠르기도 한다 解纜君已遙(해람군이요) : 닷줄을 풀고, 그대 이미 멀어져가니 望君猶佇立(망군유저립) : 그대를 바라보며 아직도 우두커니 서있다
蠨蛸挂虛牖(소소괘허유) : 거미는 빈 창에 걸려 있고 蟋蟀鳴前除(실솔명전제) : 귀뚜라미는 층계 끝에서 운다 歲晏涼風至(세안량풍지) : 한 해가 늦어지고 서늘한 바람 불고 君子復何如(군자복하여) : 군자는 또한 어떠하신지 高館闃無人(고관격무인) : 높은 객관은 한적하여 아무도 없는데 離居不可道(이거부가도) : 떨어져 삶에야 것에야 무슨 말을 하리 閒門寂已閉(한문적이폐) : 한가한 문은 적적하여 이미 닫혀있고 落日照秋艸(낙일조추초) : 지는 해는 가을풀을 비춘다 雖有近音信(수유근음신) : 근래에 소식이 있었다하나 千里阻河關(천리조하관) : 천리 멀리 강이 막혀도다 中復客汝潁(중복객여영) : 그 사이 그대는 영 땅에 객이 되어 去年歸舊山(거년귀구산) : 작년에 고향으로 돌아왔었지 結交二十載(결교이십재) : 친구가 된지 이제 이십 년인데 不得一日展(부득일일전) : 하루도 만나 회포를 풀지 못했지 貧病子旣深(빈병자기심) : 가난과 병고가 그대에에 이미 깊어 契闊余不淺(계활여부천) : 나에게도 삶의 고통은 덜하지 않았다네 仲秋雖未歸(중추수미귀) : 중추절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暮秋以爲期(모추이위기) : 저움 가을에 만나기를 약속했으니 良會詎幾日(양회거기일) : 그 좋은 만남의 날이 몇일이나 될까 終日長相思(종일장상사) : 종일토록 길이 생각에 잠긴다
落日山水好(낙일산수호) : 지는 해에 산수는 아름다워 漾舟信歸風(양주신귀풍) : 돌아가는 바람에 맡겨 배를 띄웠다 玩奇不覺遠(완기부각원) : 기묘한 경치에 배 멀어진 줄 모르고 因以緣源窮(인이연원궁) : 이로 인하여 근원을 끝까지 찾아들어갔다 遙愛雲木秀(요애운목수) : 아득히 구름과 나무의 수려함을 즐기며 初疑路不同(초의로부동) : 처음에는 가는 길이 아니라고 의심했도다 安知淸流轉(안지청류전) : 어찌 알았으랴, 맑은 물길이 바뀌어 偶與前山通(우여전산통) : 짝이 되어 앞의 산과 통하는 것을 舍舟理輕策(사주리경책) : 배를 버리고 가벼운 지팡이 짚고 걸으니 果然愜所適(과연협소적) : 과연 가는 곳이 있어 흡족해진다 老僧四五人(노승사오인) : 늙은 스님 너댓 사람이 逍遙蔭松栢(소요음송백) : 그늘진 송백나무를 거닐고 있었다 朝梵林未曙(조범림미서) : 아침의 범종소리에 숲은 아직 어두운데 夜禪山更寂(야선산갱적) : 밤의 참선에 산은 다시 적막해지는구나 道心及牧童(도심급목동) : 도인의 마음은 목동에게 미치고 世事問樵客(세사문초객) : 나뭇꾼에게 세상일들을 물어보노라 暝宿長林下(명숙장림하) : 어두워지자 긴 숲 아래서 잠 자고 焚香臥瑤席(분향와요석) : 향불을 피우며 요석에 누워본다 澗芳襲人衣(간방습인의) : 골짜기의 풀향기 사람의 옷에 스려들고 山月映石壁(산월영석벽) : 산에 솟은 달은 바위벽을 비춘다 再尋畏迷悟(재심외미오) : 다시 찾을 때, 길 잃을까 두려워져 明發更登歷(명발갱등력) : 날 새면 출발하여 다시 올라 다녔도다 笑謝桃源人(소사도원인) : 도원의 사람에게 미소로 사례하며 花紅復來覿(화홍복내적) : 꽃이 붉게 피면 다시 와서 보겠노라
閒門秋草色(한문추초색) : 한가로운 문 앞엔 가을 풀빛 終日無車馬(종일무거마) : 종일토록 말과 수레 하나 없다 客來深巷中(객내심항중) : 깊숙한 골목으로 손님 오면 犬吠寒林下(견폐한림하) : 차가운 숲 아래 개가 짖는다 散髮時未簪(산발시미잠) : 때로는 묶지 않은 흩어진 머리칼 道書行尙把(도서항상파) : 도교의 책을 손에 들고 나다닌다 與我同心人(여아동심인) : 나와 마음이 같은 사람들 樂道安貧者(낙도안빈자) : 도를 즐기고 가난에도 마음 편하다 一罷宜城酌(일파의성작) : 의성에서 온 술을 한차례 마시고 還歸洛陽社(환귀낙양사) : 다시 또 낙양사로 되돌아간다
屋上春鳩鳴(옥상춘구명) : 지붕 위에 봄비둘기 울고 邨邊杏花白(촌변행화백) : 마을 주변에 살구꽃이 희다 持斧伐遠揚(지부벌원양) : 도끼를 들고 높은 가지를 베고 荷鋤覘泉脈(하서첨천맥) : 가래를 메고 수맥을 찾아보노라 歸燕識故巢(귀연식고소) : 돌아온 제비는 옛둥지 알아보고 舊人看新曆(구인간신력) : 옛 친구는 새 달력을 보는구나 臨觴忽不御(림상홀부어) : 술잔을 보고도 갑자기 먹 못하고 惆悵遠行客(추창원항객) : 먼 길 떠난 친구 생각에 서글퍼진다
七國雄雌猶未分(칠국웅자유미분) : 칠국의 우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攻城殺將何紛紛(공성살장하분분) : 성을 공격하여 장군 죽이니 어찌 이리도 분분한가 秦兵益圍邯鄲急(진병익위감단급) : 진나라 병사는 더욱더 한단을 급히 포위하는데 魏王不救平原君(위왕부구평원군) : 위나라 왕은 평원군을 구원하려 하지 않는구나 公子爲嬴停駟馬(공자위영정사마) : 공자는 영을 위해 사두마차를 세우고 執轡逾恭意逾下(집비유공의유하) : 말고삐 잡고 더욱더 공경하며 머리 숙인다 亥爲屠肆鼓刀人(해위도사고도인) : 해는 도살장에서 칼을 휘두르는 사람 嬴乃夷門抱關者(영내이문포관자) : 영은 이문의 문지기로다 非但慷慨獻奇謀(비단강개헌기모) : 비분강개하여 기묘한 계책을 바친 것만 아니고 意氣兼將身命酬(의기겸장신명수) : 의기와 신명으로 보답하는 것이었다 向風刎頸送公子(향풍문경송공자) : 바람을 향하여 목을 찌르고 공자에게 보내니 七十老翁何所求(칠십노옹하소구) : 칠십 늙은이에게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終南有茅屋(종남유모옥) : 종남에 초가집 하나 있어 前對終南山(전대종남산) : 앞으로는 종남산 마주보고 있도다 終年無客長閉關(종년무객장폐관) : 해가 다가도록 찾는 손님 없어 오래 문이 닫혔고 終日無心長自閒(종일무심장자한) : 종일토록 무심하여 언제나 마음이 한가하였도다 不妨飮酒復垂釣(부방음주복수조) : 음주나 낚시에 방해 받지 않으니 君但能來相往還(군단능내상왕환) : 다만 그대 찾아와 서로 오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宮女還金屋(궁녀환금옥) : 궁녀는 궁궐로 돌아와 將眠復畏明(장면복외명) : 잠들려는데 밝아질까 다시 두렵다 入春輕衣好(입춘경의호) : 봄에 드니 가벼운 옷이 좋아 半夜薄妝成(반야박장성) : 한밤에도 엷은 옷으로 치장하였다 拂曙朝前殿(불서조전전) : 새벽이 지나자 조정 앞 전각에는 玉墀多佩聲(옥지다패성) : 섬돌 위로 들려오는 패옥소리 많도다
堂上靑絃動(당상청현동) : 당 위에는 거문고줄 움직이고 堂前綺席陳(당전기석진) : 당 앞에는 비단 방석 펴있도다 齊歌盧女曲(제가노녀곡) : 일제히 부르는 노녀곡소리 雙舞洛陽人(쌍무낙양인) : 양무를 치는 낙양 사람들의 춤 傾國徒相看(경국도상간) : 경국지색의 미녀를 바라보니 寧知心所親(녕지심소친) : 어찌 마음으로 좋아하는 이를 알랴
紛進拜兮堂前(분진배혜당전) : 섞이어 나아가 당앞에 절하고 目眷眷兮瓊筵(목권권혜경연) : 구슬로 꾸민 자리 자꾸 바라본다 來不語兮意不傳(내부어혜의부전) : 온다고 말하지 않으니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作暮雨兮愁空山(작모우혜수공산) : 저녘비 내리니, 빈 산은 서글퍼라 悲急管思繁絃(비급관사번현) : 슬픔은 피리소리 빠르고, 마음 악기줄처럼 엉긴다 靈之駕兮儼欲旋(령지가혜엄욕선) : 신령의 수레가 엄숙이 돌려고 한다 雲收兮雨歇(운수혜우헐) : 구름 걷히자 비 내리려 하는데 山靑靑兮水潺潺(산청청혜수잔잔) : 산은 푸르기만 하고 물은 졸졸 흘러간다
坎坎擊鼓魚山之下(감감격고어산지하) : 어산 아래서 둥둥 북을 친다 吹洞簫望極浦(취동소망극포) : 퉁소를 불면서 포구의 끝을 바라본다 女巫進紛屢舞(녀무진분누무) : 무녀들 섞이어 나아가며 여러 번 춤을 춘다 陳瑤席湛淸酤(진요석담청고) : 방울을 펼쳐놓고 맑은 계명주를 즐긴다 風淒淒兮夜雨(풍처처혜야우) : 비내리는 밤, 바람은 쓸쓸히 불어온다 神之來兮不來(신지내혜부내) : 신을 오라하나 신은 오지 않으니 使我心兮苦復苦(사아심혜고복고) : 나의 마음은 괴롭고도 괴롭도다
落日山水好(낙일산수호) : 해질 무렵 산수는 좋아 漾舟信歸風(양주신귀풍) : 흔들흔들 배, 바람에 맡긴다 玩奇不覺遠(완기불각원) : 기이한 경치 보니 먼 줄도 몰라 因以緣源窮(인이연원궁) : 물 근원 끝까지 찾아간다 遙愛雲木秀(요애운목수) : 구름에 닿은 큰 나무들 빼어남이 좋아 初疑路不同(초의로불동) : 처음 길이 물줄기와 다르다 생각했도다 安知淸流轉(안지청류전) : 어찌 알리오, 맑은 물 돌아 흐르는 곳 偶與前山通(우여전산통) : 뜻밖에 앞산과 통하는구나 捨舟理輕策(사주리경책) : 배 버리고 가벼운 지팡이 집고 果然愜所適(과연협소적) : 다다른 곳, 마음에 흡족하도다 老僧四五人(노승사오인) : 늙은 스님 네댓 사람 逍遙蔭松柏(소요음송백) : 송백나무 그늘에서 소요하는구나 朝梵林未曙(조범림미서) : 새벽 독경하는데 숲은 아직 밝지 않아 夜禪山更寂(야선산경적) : 밤 참선에 산은 더욱 적막하구나 道心及牧童(도심급목동) : 깨우친 마음 목동에게 이르고 世事問樵客(세사문초객) : 세상일은 나무꾼에게 묻노라 暝宿長林下(명숙장림하) : 어두워 우거진 숲 속에서 묵으니 焚香臥瑤席(분향와요석) : 향불 살라 정갈한 자리에 눕는다 澗芳襲人衣(간방습인의) : 냇가의 꽃향기는 옷에 스미고 山月映石壁(산월영석벽) : 산 위의 달은 돌벽을 비추는구나 再尋畏迷誤(재심외미오) : 길 잃을까 두려워 다시 찾아보며 明發更登歷(명발경등력) : 날 밝자 다시 오라 주위를 걸어본다 笑謝桃源人(소사도원인) : 웃으며 도화원 속 사람들과 이별하려니 花紅復來覿(화홍복래적) : 복사꽃 붉게 피어 다시 와 만나자 하네
新晴原野曠(신청원야광) : 갓 개인 날에 들판은 더욱 넓어 極目無氛垢(극목무분구) : 끝까지 바라봐도 티끌 한 점 없구나 郭門臨渡頭(곽문림도두) : 성곽 문은 나루와 맞닿아 있고 村樹連溪口(촌수연계구) : 마을 나무들 계곡 입구까지 이어져있다 白水明田外(백수명전외) : 깨끗한 물은 밭 너머 반짝이고 碧峰出山後(벽봉출산후) : 푸른 봉우리는 산 뒤에 솟아있구나 農月無閑人(농월무한인) : 농사철이라 한가한 사람 없으니 傾家事南畝(경가사남무) : 온 집안 사람들 남쪽 밭에서 일하는구나
舊穀行將盡(구곡행장진) :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는데 良苗未可希(량묘미가희) : 햇곡식은 아직 멀었구나 老年方愛粥(노년방애죽) : 늙어서 죽을 좋아하지만 卒歲且無衣(졸세차무의) : 일년 내내 변변한 옷 하나 없다 雀乳靑苔井(작유청태정) : 참새는 파란 이끼 우물에 알을 까고 鷄鳴白板扉(계명백판비) : 닭은 흰 널판지 문짝에서 운다 柴車駕羸牸(시차가리자) : 나무 수레를 파리한 암소가 끌고 草屩牧豪豨(초교목호희) : 짚신 신고 큰 돼지를 친다 夕雨紅榴柝(석우홍류탁) : 저녁 비에 붉은 석류 터지고 新秋綠芋肥(신추록우비) : 가을 드니 푸른 토란이 살찐다 餉田桑下憩(향전상하게) : 밭으로 점심 나르다가 뽕나무 아래서 쉬고 旁舍草中歸(방사초중귀) : 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住處名愚谷(주처명우곡) : 살고 있는 이곳을 <우곡>이라하니 何煩問是非(하번문시비) : 어찌 번거롭게 옳고 그름을 물으리오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 빈 산에 갓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 날씨는 저녁 무렵의 가을이로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 맑은 샘물은 바위 위를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 대숲 소란더니 빨래하는 여인들 돌아가고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 연잎이 흔들리니 고깃배 지나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 마음에 맞는 봄꽃이 없다해도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 왕손은 혼자서 산중에 머무를 만 하도다
龍鍾一老翁(룡종일로옹) : 쇠약한 어느 늙은이 徐步謁禪宮(서보알선궁) : 느린 걸음으로 절을 찾아보았다 欲問義心義(욕문의심의) : <의심(義心)>의 이치를 물으려니 遙知空病空(요지공병공) : 선사는 <공병(空病)>의 공을 깊이 안다 山河天眼裏(산하천안리) : 산하는 천안 속에 있고 世界法身中(세계법신중) : 세계는 법신 가운데 있도다 莫怪銷炎熱(막괴소염열) : 무더위 없애는 것 이상히 여기지 말라 能生大地風(능생대지풍) : 선사는 대지에 바람도 일으킬 수 있도다
積水不可極(적수불가극) : 바다의 큰 물결 끝이 없는데 安知滄海東(안지창해동) : 어찌 이 바다의 동쪽을 알 수 있으리 九州何處遠(구주하처원) : 세상 어느 곳이 이보다 멀까 萬里若乘空(만리약승공) : 만리 공중을 타고 오르는 것 같도다 向國惟看日(향국유간일) : 나라를 향하는데 보이는 것이란 오직 해 歸帆但信風(귀범단신풍) : 돌아가는 배는 다만 바람에 맡긴다 鰲身映天黑(오신영천흑) : 거북이 몸이 하늘빛에 비쳐서 검고 魚眼射波紅(어안사파홍) : 물고기 눈이 파도 사이로 빨갛게 얼른거리네 鄕樹扶桑外(향수부상외) : 고향 나무는 동해 저쪽에 있고 主人孤島中(주인고도중) : 주인은 외로운 섬 안으로 간다네 別離方異域(별리방이역) : 헤어지면 정말로 다른 나라이니 音信若爲通(음신약위통) : 소식이 어떻게 전할 수 있으리오
聖代無隱者(성대무은자) : 태평한 시대에 은자는 없어 英靈盡來歸(영령진내귀) :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조정에 돌아왔다네 遂令東山客(수령동산객) : 산동에 귀양살이 하던 나그네도 不得顧采薇(부득고채미) : 고사리 캐는 생활 할 수 없었던가 旣至金門遠(기지금문원) : 이미 금마문에 이른지 오래지만 孰云吾道非(숙운오도비) : 누가 우리들의 이상이 그릇되다 하리오 江淮度寒食(강회도한식) : 고향 떠나 강회에서 한식을 보내는데 京洛縫春衣(경낙봉춘의) : 장안가 낙양에서는 봄옷을 만드네 置酒長安道(치주장안도) : 장안길에 술자리 마련함은 同心與我違(동심여아위) : 마음 맞는 옛 친구와 이별이라네 行當浮桂棹(항당부계도) : 그대 떠남에 배를 탈 것이니 未几拂荊扉(미궤불형비) : 얼마 되지 않아 그대 집 대문에 닿겠지 遠樹帶行客(원수대항객) : 멀리 보이는 나무 나그네 안고 孤城當落暉(고성당낙휘) : 외로운 성에는 저녁빛이 깔리겠지 吾謀適不用(오모적부용) : 우리들의 생각이 마침 나라에 쓰이지 못하지만 勿謂知音稀(물위지음희) : 참된 친구 드물다고 생각하지 말게나
中歲頗好道(중세파호도) : 중연에 불교를 좀 좋아하여 晩家南山陬(만가남산추) : 만년에는 남산 근처에 집을 마련하였네 興來每獨往(흥래매독왕) : 흥이 일 때마다 혼자 가서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 : 산의 좋은 일은 공연히 스스로 안다네 行到水窮處(행도수궁처) : 거다가 물 다한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 : 앉아서 구름 피어나는 곳을 바라보네 偶然値林叟(우연치임수) : 우연히 숲 속 노인 만나 談笑無還期(담소무환기) : 웃으며 이야기하다 돌아갈 줄도 모른다네
竹逕從初地(죽경종초지) : 처음 좁은 대나무 길 따라 가니 蓮峰出化城(연봉출화성) : 연꽃 같은 봉우리 사이로 절이 나타난다. 窓中三楚盡(창중삼초진) : 창으로 초나라 땅이 다 보이고 林外九江平(임외구강평) : 숲밖엔 동정호 고요히 흘러간다. 嫩草承趺坐(눈초승부좌) : 봄풀 위에 가부좌 하고 앉으니 長松響梵聲(장송향범성) : 높은 소나무에서 독경소리 들려온다. 空居法雲外(공거법운외) : 산의 정상 밖에 혼자 사니 觀世得無生(관세득무생) : 세상일을 바라봄에 생사도 모르겠다.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 : 향적사가 어디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數里入雲峰(수이입운봉) : 멸 리를 걸어서 구름 낀 봉우리에 들어왔다. 古木無人逕(고목무인경) : 고목이 울창한데 사람 다니는 길도 없고 深山何處鐘(심산하처종) : 깊은 산 어느 곳에선가 종소리 들려온다. 泉聲咽危石(천성열위석) : 샘물은 흐르는 소리 높은 바위에 부딪히고 日色冷靑松(일색냉청송) : 햇빛은 푸른 소나무에 차가워라.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 : 저문 저녁 못은 조용한데 安禪制靑龍(안선제청룡) : 편히 앉아 좌선하며 내 마음의 청룡을 제압한다.
風勁角弓鳴(풍경각궁명) : 바람은 거세게 불고 화살은 우는데 將軍獵渭城(장군엽위성) : 장군은 위성에서 사냥을 시작한다. 草枯鷹眼疾(초고응안질) : 풀이 다 말라 송골매도 눈초리 빠르고 雪盡馬蹄輕(설진마제경) : 눈이 녹아 말도 거침없이 빨리 달린다. 忽過新豊市(홀과신풍시) : 문득 신풍시를 지나와 還歸細柳營(환귀세류영) : 세류영에 돌아온다. 回看射鵰處(회간사조처) : 독수리 쏘아 떨어뜨린 곳 돌아보니 千里暮雲平(천리모운평) : 천리 먼 곳까지 저녁 구름 아득하다.
問春桂(문춘계) : 봄 계수나무에게 묻기를 桃李正芳華(도리정방화) : 복숭아와 오얏나무 이제 막 향기로운 꽃 피워 年光隨處滿(연광수처만) : 봄빛이 곳곳에 가득하거늘 何事獨無花(하사독무화) : 무슨 일로 홀로 꽃이 없소 하니 春桂答(춘계답) : 봄 계수나무 대답하기를 春華詎能久(춘화거능구) : 봄꽃이 어찌 오래갈 수 있으리 風霜搖落時(풍상요락시) : 바람과 서리 몰아칠 때는 獨秀君知不(독수군지불) : 나 혼자 빼어난 줄 그대는 아는지 모르지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장마 속 텅 빈 숲, 밥 짓기 어려운데 蒸藜炊黍餉東치(증려취서향동치) . 비름 반찬, 기장밥을 동쪽 밭으로 보낸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노), 넓은 논에는 백로 날아다니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그늘진 나무에 꾀꼬리 지저귄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산중에서 고요함 익혀 아침 무궁화를 보고 松下淸齋折露葵.(송하청재절노규). 소나무 아래서 깨끗이 가다듬고 이슬 맞은 아욱을 ?는다 野老與人爭席罷,(야노여인쟁석파), 나 시골 늙은이는 남들과 자리다툼 그쳤는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갈매기는 어쩌자고 다시 나를 의심하나
渭水自縈秦塞曲,(위수자영진새곡), 위수는 자연스레 진나라의 변새를 둘러쌓고 黃山舊繞漢宮斜.(황산구요한궁사). 황산궁은 한나라 궁궐을 둘러 비껴있다 鑾輿逈出千門柳,(란여형출천문류), 임금의 수레는 멀리 천문의 버들로 나아가고 閣道回看上苑花.(각도회간상원화). 누각의 길을 돌아 상원의 꽃들을 바라본다 雲里帝城雙鳳闕,(운리제성쌍봉궐), 구름 속 서울에는 쌍봉성 궁궐이 있고 雨中春樹萬人家.(우중춘수만인가). 빗속의 봄 나무엔 만백성의 집들이 있다 爲乘陽氣行時令,(위승양기항시령), 봄기운 타고 시절 행사를 행함이요 不是宸游玩物華.(부시신유완물화). 임금의 놀이 행차는 결코 아니라네
絳幘雞人送曉籌,(강책계인송효주), 붉은 모자 쓴 계인이 새벽 시간 알리니 尙衣方進翠雲裘.(상의방진취운구). 상의에서는 귀한 갓옷을 임금께 올린다 九天閶闔開宮殿,(구천창합개궁전), 구중궁궐 대문 열리고 萬國衣冠拜冕旒.(만국의관배면류). 만국의 벼슬아치 임금께 절을 올린다 日色纔臨仙掌動,(일색재림선장동), 햇빛이 막 솟아오르니 이슬 받는 선인장 접시 움직이고 香煙欲傍袞龍浮.(향연욕방곤룡부). 향기로운 연기 피어올라 곤룡포를 피어오른다 朝罷須裁五色詔,(조파수재오색조), 조회를 마친 후 종이를 잘라 오색조서를 만들어 佩聲歸向鳳池頭.(패성귀향봉지두). 패옥소리 울리며 돌아서서 봉황지로 향한다
中歲頗好道,(중세파호도),중년의 나이에 자못 도를 좋아하여 晩家南山陲.(만가남산수).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집을 지었소 興來美獨往,(흥내미독왕),흥이 나면 좋아서 혼자 다녀와 勝事空自知.(승사공자지).그 중의 좋은 일은 조용히 나만이 안다네 行到水窮處,(항도수궁처),걷다가 물 다하는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조용히 앉아 구름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본다 偶然値林叟,(우연치림수),우녕히 숲 속 늙은이를 만나 談笑無還期.(담소무환기).웃으며 이야기하다 돌아갈 줄은 모른다네
楚塞三湘接,(초새삼상접),초나라 국경은 삼상에 닿아 있고 荊門九派通.(형문구파통).형문산엔 구파의 물이 모여든다 江流天地外,(강류천지외),강물은 하늘 밖으로 흘러가는데 山色有無中.(산색유무중).산빛은 강 가운데에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郡邑浮前浦,(군읍부전포),도읍은 눈앞의 포구에 떠 있고 波瀾動遠空.(파란동원공).물결은 먼 공중에서 출령인다 襄陽好風日,(양양호풍일),양양 땅의 좋은 바람과 날씨에 留醉與山翁.(류취여산옹).머물러 산골 늙은이와 취하여 볼꺼나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향적사가 있는 곳 알지 못한 채 數里入雲峰.(삭리입운봉).몇 리를 구름 낀 봉우리로 들어드니 古木無人徑,(고목무인경),고목뿐 길 가는 사람 아무고 없고 深山何處鐘?(심산하처종)?깊은 산 어느 어디에서 종이 울리나 泉聲咽危石,(천성열위석),샘물소리 높은 바위에서 우는 듯 하고 日色冷靑松.(일색냉청송).햇빛은 푸른 소나무에 차게 비친다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황혼에 골짜기 맑은 샘 고요하여 安禪制毒龍.(안선제독룡).편안히 선정에 들어 망념을 이겨본다
晩年惟好靜,(만년유호정),만년에는 다만 고요한 것만 좋아 萬事不關心.(만사부관심).세상만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스스로 돌아보아도 묘책이 없어 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덧없이 옛 고향으로 돌아올 것만 생각했다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솔바람 불어 허리띠 풀어놓고 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산에 뜨는 밝은 달은 내가 타는 거문고 비춘다 君問窮通理,(군문궁통리),그대는 궁통한 이치를 묻지만 漁歌入浦深.(어가입포심).고기잡이 노래는 포구 깊숙이 들려온다
太乙近天都,(태을근천도), 태을산은 왕도에 가까워 連山接海隅.(련산접해우). 산이 연이어 바닷가에 닿는다 白雲回望合,(백운회망합), 고개 돌려보니 흰 구름 모여들고 靑靄入看無.(청애입간무). 푸른 안개 모였다가 사라진다 分野中峰變,(분야중봉변), 들의 경계는 가운데 봉우리에 따라 변하고 陰晴衆壑殊.(음청중학수). 흐리고 개임은 골짜기에 따라 달라진다 欲投人處宿,(욕투인처숙), 인가에 투숙하고파 隔水問樵夫.(격수문초부). 물 건너 나무꾼에게 물어본다
淸川帶長薄,(청천대장박), 맑은 개울 긴 숲 끼고 車馬去閑閑.(거마거한한). 수레 타고 한가히 간다 流水如有意,(류수여유의), 흐르는 물은 무슨 마음 있는 듯 하고 暮禽相與還.(모금상여환). 나는 저녁 새와 함께 돌아온다 荒城臨古渡,(황성림고도), 황폐한 성은 옛 나루에 접해있고 落日滿秋山.(낙일만추산). 지는 햇빛 가을 산에 가득하다 迢遞嵩高下,(초체숭고하), 멀리 숭산 아래로 찾아들어 歸來且閉關.(귀내차폐관). 내짐에 돌아와 문을 닫는다
空山新雨后,(공산신우후), 쓸쓸한 산에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내추). 때는 늦어 가을이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밝은 달빛은 소나무 사이로 비춰들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맑은 샘물 돌 위로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대숲 소란하더니 빨래하던 처녀 돌아오고 蓮動下漁舟.(련동하어주). 연꽃 움직이더니 고깃배 내려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제멋대로 자란 봄풀 시들어가는데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왕손도 스스로 머물 만 하네
寒山轉蒼翠,(한산전창취),차가운 가을 산이 검푸르게 변하고 秋水日潺湲.(추수일잔원),가을 물은 날마다 졸졸 흐른다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 나아가 臨風聽暮蟬.(림풍청모선).바람 쏘이며 저문 매미소리를 듣는다 渡頭餘落日,(도두여낙일),나룻머리에 지는 햇살은 남아있고 墟里上孤煙.(허리상고연).작은 마을에는 외로운 연기만 피어오른다 復値接輿醉,(복치접여취),다시 접여처럼 술이 취하여 狂歌五柳前.(광가오류전).오류선생 집 앞에서 미친 듯 노래부른다
漁舟逐水愛山春,(어주축수애산춘),고깃배 물 쫓아 산 속 봄을 사랑하여 兩岸桃花夾古津.(량안도화협고진).양 언덕 복사꽃은 옛 나루까지 덮었구나 坐看紅樹不知遠,(좌간홍수부지원),붉게 물든 나무 구경하다 멀어지는 줄 몰랐더니 行盡靑溪不見人.(항진청계부견인).길이 다한 푸른 개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山口潛行始隈隩,(산구잠항시외오).산 어구를 몰래 걸어드니 구석지고 으슥하더니 山開曠望旋平陸.(산개광망선평륙).산이 열려 드넓은데 평지가 나타난다 遙看一處攢雲樹,(요간일처찬운수),멀리 바라보니, 구름 낀 나무가 모인 곳 있어 近入千家散花竹.(근입천가산화죽).다가가 들어서나 꽃과 대나무 사이로 일천 집이 흩어 있네 樵客初傳漢姓名,(초객초전한성명),찾아 든 나무꾼은 한나라 성명을 전하는데 居人未改秦衣服.(거인미개진의복).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나라 의복 그대로네 居人共住武陵源,(거인공주무능원),이 곳에 사는 사람 같이 무릉원에 머물면서 還從物外起田園.(환종물외기전원).세상 밖에 돌아와서 전원을 일구었다네 月明松下房櫳靜,(월명송하방롱정),달 밝은 소나무 아래 방의 창은 고요하고 日出雲中雞犬喧.(일출운중계견훤).해가 뜨니 구름 속의 닭들이 울어댄다 驚聞俗客爭來集,(경문속객쟁내집),속객 왔다는 소문에 놀라 다투어 모여들러 競引還家問都邑.(경인환가문도읍).다투어 집으로 데려가 사는 고을을 물어보네 平明閭巷掃花開,(평명려항소화개),새벽엔 거리에 꽃을 쓸어 길을 열고 薄暮漁樵乘水入.(박모어초승수입).해질 무렵 어부와 나무꾼 물을 타고 돌아온다 初因避地去人間,(초인피지거인간),처음에는 땅을 피해 인간세상 떠났지만 及至成仙遂不還.(급지성선수부환).여기와 신선되어 돌아가지 않는다네 峽里誰知有人事?(협리수지유인사)?골짝 속을 누가 알까, 사람 일이 있는 줄을 世中遙望空雲山.(세중요망공운산).세상을 멀리 바라보니 헛되이 구름 낀 산만 보인다 不疑靈境難聞見,(부의령경난문견),신령스런 땅을 견문하기 어려운 줄 알자마는 塵心未盡思鄕縣.(진심미진사향현).세상 마음 다 끊지 못해 고향을 그리네 出洞無論隔山水,(출동무논격산수),이 고을 나가서도 떨어진 이곳의 산수를 말하지 않으리니 辭家終擬長游衍.(사가종의장유연).집 떠나 마침내는 생각한다, 오래도록 머물 것을 自謂經過舊不迷,(자위경과구부미),지나온 오래도록 잃지 않기로 스스로 생각했지만 安知峰壑今來變?(안지봉학금내변)?봉우리와 골짜기가 지금 변할 줄을 어찌 알았으랴 當時只記入山深,(당시지기입산심),당시는 다만 산 깊은 곳으로 들어와 靑溪幾曲到雲林.(청계기곡도운림).푸른 시내 몇 굽이나 거쳐 구름 속 숲에 이른 것을 春來遍是桃花水,(춘내편시도화수),봄이 와 온통 복사꽃 계곡이고 不辨仙源何處尋.(부변선원하처심).선원을 알지 못하니 어느 곳을 찾아야 하나
少年十五二十時,(소년십오이십시),소년 나이 열다섯에서 스무 살 적에는 步行奪得胡馬騎.(보항탈득호마기).걸으며 호마를 뺏어 올라탔었다 射殺山中白額虎,(사살산중백액호),산속의 백액호를 활을 쏘아 죽여 肯數鄴下黃鬚兒!(긍삭업하황수아)!업하의 황수아 조조의 아들 조창이라 했다 一身轉戰三千里,(일신전전삼천리),한 몸으로 싸움터로 삼천리를 돌아다니며 一劍曾當百萬師.(일검증당백만사).한 칼로 백만 군사를 감당했었지 漢兵奮迅如霹靂,(한병분신여벽력),한나라 군사 빠르기 벽력과 같았고 虜騎崩騰畏蒺藜.(노기붕등외질려).오랑캐 기병 무너져 날아나기 한려풀 같이 스러졌다 衛靑不敗由天幸,(위청부패유천행),위청이 패배하지 않음은 하늘의 행운이요 李廣無功緣數奇.(리광무공연삭기).이광이 공을 세우지 못함은 운수 탓이라오 自從棄置便衰朽,(자종기치변쇠후),버림받은 후에는 바로 쇠하고 허물어지니 世事蹉跎成白首.(세사차타성백수).세상사 잘못되면 바로 백발이 된다네 昔時飛箭無全目,(석시비전무전목),옛날에는 쏜 화살에 성한 눈이 없었는데 今日垂楊生左肘.(금일수양생좌주).지금은 수양버들이 왼팔꿈치에 돋아나듯 아무것도 아니다 路旁時賣故侯瓜,(노방시매고후과),가난하여 길가에서 때때로 동릉의 오이도 팔고 門前學種先生柳.(문전학종선생류).문전에서 오류선생 버들 심는 것도 배웠다 蒼茫古木連窮巷,(창망고목련궁항),청망히 고목은 가난한 마을로 이어지고 寥落寒山對虛牖.(요낙한산대허유).요락한 한산은 빈 창문으로 들어온다 誓令疏勒出飛泉,(서령소륵출비천),맹세하노니, 소륵에서 샘물 솟게하고 不似穎川空使酒.(부사영천공사주).영천에서 헛되이 술주정은 않겠소 賀蘭山下陣如雲,(하난산하진여운),하난산 아래에서 구름처럼 진치고 羽檄交馳日夕聞.(우격교치일석문).전쟁이 일어나 우격이 오고가는 소리 아침저녁 들려온다 節使三河募年少,(절사삼하모년소),절도사는 삼하에서 소년병을 모집하고 詔書五道出將軍.(조서오도출장군).임금의 조서는 오도에서 장군을 출정시킨다 試拂鐵衣如雪色,(시불철의여설색),철갑옷 먼지 터니 눈같이 부옇고 聊持寶劍動星文.(료지보검동성문).보검을 손에 잡으니 별무늬 움직인다 愿得燕弓射大將,(원득연궁사대장),원하노라, 연궁으로 적의 대장을 쏘아 恥令越甲鳴吾君.(치령월갑명오군).월나라 갑병으로 하여 우리 임금 울린 것을 부끄럽게 하고싶어 莫嫌舊日雲中守,(막혐구일운중수),지난날 설중을 지킨 일 부끄러워 말라 猶堪一戰取功勛!(유감일전취공훈)!오히려 한번 싸워 공훈을 얻겠노라
洛陽女兒對門居,(낙양녀아대문거),낙양의 여자 문을 보고 앉았는데 才可容顔十五餘.(재가용안십오여).겨우 얼굴이 열다섯 살 정도이네 良人玉勒乘驄馬,(량인옥늑승총마),낭군은 옥 굴레 한 청총마 타고 떠나고 侍女金盤膾鯉魚.(시녀금반회리어).시녀는 금 쟁반에 잉어고기 회를 치네 畫閣朱樓盡相望,(화각주누진상망),채색한 화려한 집 붉은 누각 마주보이고 紅桃綠柳垂簷向.(홍도녹류수첨향).붉은 복숭, 푸른 버들 처마향해 드리웠네 羅帷送上七香車,(나유송상칠향거),비단 휘장 보내오면 칠향 수레 올라타고 寶扇迎歸九華帳.(보선영귀구화장).보배 부채 맞이하면 구화 장막 돌아온다 狂夫富貴在靑春,(광부부귀재청춘),미친 신랑 부귀하고 나이도 청춘이라 意氣驕奢劇季倫.(의기교사극계륜).의기가 교만하고 사치하여 부자인 석숭보다 지나치다 自憐碧玉親敎舞,(자련벽옥친교무),벽옥 같은 미녀를 사랑하여 몸소 춤을 가르치고 不惜珊瑚持與人.(부석산호지여인).산호수를 남에게 주는 것도 아까워하지 아니 한다 春窗曙滅九微火,(춘창서멸구미화),봄 창에 새벽 되니 구미화 등불 끄고 九微片片飛花瑣.(구미편편비화쇄).구미화 등불 조각조각 꽃 같이 부서져 날리네 戱罷曾無理曲時,(희파증무리곡시),유희가 끝이 나도 노래 연습할 시간 없고 妝成只是薰香坐.(장성지시훈향좌).화장을 다해도 향기 속에 앉아있다 城中相識盡繁華,(성중상식진번화),성중에 아는 사람은 모두가 부귀한 자 日夜經過趙李家.(일야경과조리가).날마다 지나가네 조가 이가 귀한 집들을 誰憐越女顔如玉,(수련월녀안여옥),그 누가 불쌍히 여겨줄까, 백옥 같은 얼굴로 貧賤江頭自浣紗!(빈천강두자완사)!가난하여 강가에서 빨래하는 월나라 처녀를
艶色天下重(염색천하중), ;여자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 좋아하니 西施寧久微(서시녕구미). ;미인 서시 어찌 시골에 오래도록 묻혀있겠는가 朝爲越溪女(조위월계녀), ;아침에 월나라 개울가 처녀 暮作吳宮妃(모작오궁비). ;저녁에는 궁궐의 왕비가 되었구나 賤日豈殊衆(천일개수중), ;그녀 미천할 때, 뭇 여자들과 무엇이 달랐던가 貴來方悟稀(귀내방오희). ;귀해지니 드문 줄 알았네 邀人傅脂粉(요인부지분), ;화장도 남시켜 하고 不自著羅衣(부자저나의). ;비단 옷도 자신이 직접 입지 않았소 君寵益嬌態(군총익교태), ;임금이 총애하면 교태 더욱 늘어나고 君憐無是非(군련무시비). ;임금이 위해주어 잘잘못도 모른다네 當時浣紗伴(당시완사반), ;지난 날 빨래하던 동료들 莫得同車歸(막득동거귀). ;누구도 같이 선택되어 같이 가지 못 했네 持謝鄰家子(지사린가자), ;이웃 여자에게 사랑받는 법 알려주어도 效顰安可希(효빈안가희)! ;찡그려도 총애 받는 일 어찌 바랄 수 있으리
斜光照墟落(사광조허낙), ; 지는 해 가난한 촌락 비추고 窮巷牛羊歸(궁항우양귀). ; 좁은 마을길로 소와 양떼들 돌아온다. 野老念牧童(야노념목동), ; 촌로는 목동을 걱정하여 倚杖候荊扉(의장후형비). : 지팡이 집고 사립문에 나와 기다린다. 雉雊麥苗秀(치구맥묘수), ; 꿩 울음소리에 보리 이삭 패고 蠶眠桑葉稀(잠면상엽희). : 누에잠에 뽕나무 잎이 줄어든다. 田夫荷鋤立(전부하서립) : 농부는 괭이 메고 서서 相見語依依(상견어의의). ; 서로 보며 나누는 이야기 아쉬워한다. 卽此羨閑逸(즉차선한일), ; 이런 정경에 한가함이 너무 부러워 悵然吟式微(창연음식미). ; 창연히 시경의 “식미”편을 읊어본다.
푸른 개울물 言入黃花川(언입황화천), ;황화천에 들어와 每逐靑溪水(매축청계수). ;푸른 개울물 쫓아간다 隨山將萬轉(수산장만전), ;물 흐르는 산을 따라, 만 굽이를 돌았으나 趣途無百里(취도무백리). ;길은 백리도 못갔네 聲喧亂石中(성훤난석중), ;흩어진 바위 돌에 물소리 요란하고 色靜深松里(색정심송리). ;깊은 소나무 고을, 경치는 고요하다. 漾漾泛菱荇(양양범능행), ;마름풀은 둥둥 떠다니고 澄澄映葭葦(징징영가위). ;물에 비친 갈대는 맑기도 하구나 我心素已閑(아심소이한), ;내 마음 본래 한가로워 淸川澹如此(청천담여차). ;맑은 개울물 담박하기 내 마음 같구나 請留盤石上(청류반석상), ;청컨대 너른 바위에 앉아 垂釣將已矣(수조장이의). ;낚싯대 드리우고 이렇게 살리라.
聖代無隱者(성대무은자), ;태평성대에는 숨어 사는 선비 없고 英靈盡來歸(영령진내귀). ;뛰어난 인재들 모두 조정에 나온다네 遂令東山客(수령동산객), ;동산에 숨어 살던 그대도 不得顧采薇(부득고채미). ;고사리 캐는 생활 견디자 못하는 구료 旣至金門遠(기지금문원), ;그대 과거엔 떨어졌지만 孰云吾道非(숙운오도비)? ;누가 우리의 생각이 그릇되다 말할까 江淮度寒食(강회도한식), ;강회에서 한식을 지나니 京洛縫春衣(경낙봉춘의). ;장안과 낙양에서는 벌써 봄옷을 만드는구나 置酒長安道(치주장안도), ;장안 가는 길에 술상 차려 同心與我違(동심여아위). ;마음 맞는 그대, 나와 이별하네 行當浮桂棹(항당부계도), ;그대 반드시 배를 타리니 未几拂荊扉(미궤불형비). ;배는 빨라서 앉기도 전에 집에 닿으리 遠樹帶行客(원수대항객), ;멀리 나무들은 길가는 나그네를 안아 들이고 孤城當落暉(고성당낙휘). ;쓸쓸한 성에는 저녁노을 지리라 吾謀適不用(오모적부용), ;우리들의 생각 쓰이지 못한다고 勿謂知音稀(물위지음희). ;결코 진실한 사람 적다고 말하지 말자.
下馬飮君酒(하마음군주), ;말에서 내려 그대에게 한잔 술을 권하며 問君何所之(문군하소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君言不得意(군언부득의), ;그대는 뜻을 얻지 못하여 歸臥南山陲(귀와남산수). ;남산 부근에 돌아가 살겠다고 하네 但去莫復聞(단거막복문), ;다만 떠난 후 다시 소식 없어도 白雲無盡時(백운무진시). ;흰 구름은 다할 때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