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디카시집 『고성 가도』 후기 「디카시, 언어 너머 시‧‧‧」는 소박하지만 디카시론의 스타트 라인이다. 아래는 그 일부이다.
문덕수 시인이 “시는 언어예술이면서도 언어를 넘어선다”고 지적한 바 있듯이, 오늘의 시는 기존의 시론이나 틀 속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시는 언어를 넘어서도 존재하는 것이다.
디카시는 ‘언어 너머 시’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한 시다. 따라서 ‘디카시’는 단순한 시와 사진이 조합된 시사진(시화)이 아니다. 디카로 찍은 사진은 ‘언어 너머 시’다. 다시 말해 시의 노다지다.
금은 금광 깊이 파고 들어가서 채취하기도 하지만 사금 같은 경우에는 금덩어리로서 산출되기도 한다. 문자시가 전자의 경우라고 하면, 디카시는 후자처럼 시의 노다지를 언어 너머에서 발견한 것이다.
시는 ‘언어 너머’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다. 출근하는 길 차창에 비치는 자연의 풍경이 어떤 때는 완연한 시의 형상인 것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언어 너머 존재하는 시의 형상, 저걸 어떻게든 담아야 할 텐데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다 디지털카메라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초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언어 너머 시’를 찍고 문자로 재현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디카로 ‘언어 너머 시’를 포착하고 나면 그 다음날 학교에서 문자로 재현하여 「한국문학도서관 이상옥 서재」에 올리는 작업을 신바람나게 하면서, 그것을 ‘디카시’라고 명명하고 마치 ‘디카시’의 전도자라도 된 양 학생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 기회가 닿는 대로 디카시의 개념과 매혹을 선전·선동(?)했다.
디카시는 기존의 단순한 시와 사진을 조합한 시사진인 포토포엠과 다른 새로운 장르임을 밝히고 있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한 것을 ‘언어 너머의 시’라고 명명한다. 언어 너머의 시는 아직 시의 옷을 입지 않는 날시인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사진기호로 가져와서 문자기호의 옷을 입어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고 보면 된다.
아래는 2004년 11월 1일 진주에서 열린 ‘시의 날’ 행사 선언문29)의 일부다. 디카시를 공론화할 당시 오늘의 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드러난다. 나는 디카시를 공론화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21세기는 새로운 시의 모색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21세기 한국현대시가 20세기의 시학인 언어예술로서 언어와 현실에만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활자문명에서 전자문명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시가 문자 미디어에 의존하던 20세기 시학과는 달리 21세기는 문자, 영상, 음향이 조합한 멀티미디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시는 새로운 몸 바꾸기를 하고 있고 해야 하는 국면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이제 현대시는 미래를 향하여 눈길을 돌려야 한다.
2004년 4월 2일 디지털 한국문학도서관에 디카시 「봄밤」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의 장르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이기 약 2개월 전인 2004년 2월 4일 하버드대학교 학생 마크 저커버그(MarkZuckerberg)가 학교 기숙사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개설 첫 달에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와 크리스 휴스(Chris Hughes)도 합류했다. 처음에는 하버드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월 말 무렵 하버드 재학생 절반 이상이 가입하고, 3월에는 스탠포드·컬롬비아·예일 대학교 학생들, 4월에는 MIT·보스톤·노스이스턴 대학교와 모든 아이비리그까지 확장됐다. 2021년 10월 28일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꾸고 ‘세계 모든 사람들을 연결시키겠다’는 목표를 거의 실현시키고 있다.
2004년 페이스북이 출범한 것은 과 함께 출범하는 뉴미디어의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디카시가 페이스북과 같은 해에 출범한 것 역시 태생 자체가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양식으로 운명 지어졌음을 환기한다.
디카시가 디지털 정신을 반영하며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의 글순간 멀티언어예술로 양식화된 데에는 또 하나의 천재의 역할이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2007년 1월 애플 맥월드 행사에서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하는 프레젠테이션 비디오를, 최근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팟, 휴대폰, 인터넷‧‧‧ 아이팟, 휴대폰‧‧‧ 뭔지 감이 오시나요? 이것들은 3개의 다른 제품이 아닙니다. 단 하나의 제품이죠. 우리는 이 새로운 제품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애플은 휴대폰을 재발명할 것입니다.”
애플이 휴대폰을 재발명할 것이라고 선언한 잡스의 말은 현실화되어 아이폰은 역사를 바꾸며 손 안의 컴퓨터로 걸어 다니는 1인 미디어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30)
디카시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천재가 새롭게 펼쳐 놓은 신천지, 뉴미디어 환경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해 영상기호와 문자기호의 멀티언어예술로 기존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하여 잡스 말마따나 각각 다른 제품이 아닌 하나의 제품, 하나의 멀티언어텍스트로 표현하는 시로 재발명해낸 새로운 시를 우리는 디카시라고 부른다. 디카시는 디지털 정신을 반영하며 본격문학이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향유하는 시이고 시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이기를 소망하는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프로슈머들이 주체가 되는 디지털 시대 최적화된 새로운 시,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는 시로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길 위에서 시를 찍고 써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는 SNS를 활용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디카시의 꿈은 스티브 잡스의 고속도로를 타고 한국에서 개화해 K-리터러처로 한글과 한글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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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9) 이상옥, 「언제까지 시가 언어, 현실에만 묶여 있을 것인가」, 『진주 시의 날 행사 자료집』 (2004. 11. 1).
주30) 이상옥, 「오늘 디카시는 시를 재발명하고 있습니다」, 계간 《디카시》 44호 권두언.
첫댓글 스티브 잡스의 고속도로를 타고 한국에서 개화해 K-리터러처로 한글과 한글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도약하고 있다.
시인들 속에서 디카시를 창작하고 즐기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광경을 접했습니다
은근히 잘 안된다고 토로합니다.
이는 호기심과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뛰어난 천재 한명이 인류의 문명사의 새로운 지평을
잘 깔아 놓은 고속도로를
잘 날고 있는 비행기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면 된다
통섭의 시대 집단지성 스마트 폰을 들고
늘 감사함 고마움을 느끼면서
디카로 찍은 사진은 ‘언어 너머 시’다. 다시 말해 시의 노다지다.
디카시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천재가 새롭게 펼쳐 놓은 신천지, 뉴미디어 환경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밑줄 긋었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한 편의 디카시는 사진 기호와 문자 기호의 결합이다.
마음에 새깁니다.